~8

Ben bends back down in front of Javier. "We have the cool-est job ever. We get to live our whole lives on this ship." Benwaves his arm. "Traveling through space. Did you see how awe-some my new home is?"
Javier nods.
He‘s right. I guess it is better than dying on Earth. But Ben‘spark still won‘t have the smell of the desert flowers after therain. The massive screen overhead might simulate the day andnight sky, but it won‘t have the crack of a lightning strike orrumble of thunder. His view into the darkness of space is emptycompared to the orange and reds of the Sangre de Cristo Moun-tains back home. - P32

"Without the politicians, the president... Ben, this is anopportunity to start over. A consensus." The Lead Monitorclears her throat. "From this moment on, we can create a newhistory." - P50

It all soaks in instantly. Nothing like school, where I have towork to remember it all. This is just there, like the author, NeilGaiman, is inside my head talking to my brain.
Ben! Thank you! If I have to be awake for eons, Ben just en-sured I‘ll have his favorite stories to listen to. I might be nuts bythe time we arrive to Sagan, but I‘ll be the best kind of crazystoryteller known to humanity. - P55

"A world withoutstory is lost."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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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시작되었다.

날씨는 무시못한다고 이제 단풍도 끝나가는구나 싶다. 사실 지난주에 창경궁을 가려고 했다가 단풍이 덜 들었다고 해서 이번주 가려고 했다. 

이 시국에 어딜 놀러갈까 싶어 조용히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내일 휴가라서 책이나 진득히 파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달에 읽을 책을 뽑았는데 좀 과해진 듯하다. 뭐 이 중에 몇 권 못 읽어도 되지 싶어서 일단 책상 위에 한꺼번에 두기는 한다.

압도적인 분량의 두 권이 포함되어 있어서 아무래도 불가능한 숫자일 것 같다.


그리고 바로 밑에 있는 건 이번 알라딘 11월 굿즈 중 피너츠 일력이다. 일력 안 사려고 했는데 이쁘니까ㅎㅎㅎ



2022년 뉴베리 수상작을 읽기 시작했다. 

기억이 삭제되고 다른 이들이 원하는 대로 프로그래밍된다. 

인간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잊게 된다면? 허망할 것 같다. 소중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남길 원하니까.





추위를 싫어해서인지 끝나가는 가을을 붙잡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내일은 도서관에 상호대차한 책을 찾으러 가야겠다. 그러고 보니 사진에는 포함이 안 됐군^^; 그 책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다.





가을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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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3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이 찍으신 낙엽 사진을 보니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는게 확 느껴집니다.

딱 산책 하기 좋은 계절

제가 가을에 태어나서 인지

1년 동안 이런 날씨 공기가 쭈욱 이어지길 바라기도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3 22:00   좋아요 1 | URL
스콧님 좋은 계절에 태어나셨어요^^ 저는 봄을 좋아해요. 태어난 계절은 겨울인데 추위를 많이 타다보니…ㅎㅎ 그래도 요즘 공기가 쾌적하긴 한것 같습니다^^ 스콧님께 땡투 몇개 갔을 겁니다. 사실 이번에 올린 사진에는 구매한 책들이 몇 개 빠져있어요~ㅎㅎㅎ

건수하 2022-11-03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마어마한 책탑! 캘린더 벌써 받으셨군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아이가 재밌대요 ㅎㅎ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11-03 22:02   좋아요 1 | URL
네^^ 이번달은 이 책들로 끝이라 구매하는 김에 일력 샀어요~^^
초반에는 약간 진입이 잘 안 됐는데 읽다보니 재밌어지네요~ㅎㅎㅎ 수하님도 재밌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1-03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혹시 AI인건 아니시죠?
책탑이 어마무시합니다.
저도 더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11-03 22: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페넬로페님 빵 터졌어요!ㅎㅎ 본문에도 썼지만 그저 위시 리스트라고나 할까 아마도 다 읽지는 못할겁니다^^; 원래 목표가 있어야 도전의식이 생기는 타입이라서요^^ 페넬로페님도 화이팅입니다!

잠자냥 2022-11-03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압도적 두 권과 일력이 눈에 띄네요. 일력 넘어갈까 했는데…. 갈등 생깁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2-11-04 06:51   좋아요 1 | URL
다이어리 같은 경우는 쓰고 있는 제품이 있어서 사더라도 결국 못 쓰더라구요. 일력은 다이어리는 아니고 이쁘기도 해서 사봤어요!ㅎㅎ 두 권만 제대로 읽어내도 이번달은 성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괭 2022-11-04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마무시무시한 책탑이네요. 화가님이라면 가능하실 것 같다는 생각도..!!!
그런데 작년 서재의달인 선정 선물이 스누피 일력이었거든요. 올해도 그거 주면 화가님은 두갠데..!!

거리의화가 2022-11-04 06:53   좋아요 2 | URL
ㅎㅎㅎ 2권 때문에 책탑이 본의아니게 높아진 것 같아요. 실상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는데^^; 스누피 일력 그렇군요ㅋㅋ 만약 선정된다면 하나는 집, 하나는 회사에서 쓰죠뭐.

다락방 2022-11-04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굿즈 넘어가려고 했는데 일력에 쓰러집니다. 일력은.. 가져야겠어요. 하핫.
그나저나 책탑 진짜 어마어마합니다. 가을 사진 참 좋네요. 그러고보면 계절은 저마다 아름다워요.
11월 목표하신 거 다 읽어내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4 18:17   좋아요 1 | URL
ㅎㅎ 일력 생각보다 큼직하고 디자인도 귀엽고 속지 재질도 괜찮아요. 무엇보다 스프링이라 넘기기 편해서 좋네요^^ㅎㅎㅎ
ㅋㅋ 책탑 중에 몇 권은 못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을의 끝물인데 충분히 즐겨야겠어요.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11-04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단풍이 진짜 예쁘게 들었네요. 우리 동네 단풍은 올해 유난히 가물어서 그런지 버석거리며 색깔이 안 예뻐요. ㅠ.ㅠ
11월에 저기 벽돌책 2권에 따로 쓰신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도 벽돌책인데.... 응원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4 18:19   좋아요 2 | URL
가물면 단풍이 좀 덜 이쁘더라구요 작년에 유독 저희 동네는 가물어서 단풍이 영 별로였거든요 그나마 올해는 나은 듯합니다^^;
ㅋㅋ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받고서 깜짝 놀랐습니다ㅠㅠ 생각보다 많이 두꺼워서 도서관 직원분께 대출 연장되냐고 물어봤습니다ㅋㅋㅋ

새파랑 2022-11-04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높이도 어마어마한데 단풍사진도 너무 예쁘네요 ^^ 이번 주말에 저 책탑중 3분의 1은 읽으실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11-04 18:21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지난번에 단풍 구경 가까운데라도 가보시라 말씀드렸는데 영 바쁘신가봐요ㅠㅠ 생각보다 동네 단풍도 올해는 괜찮아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습니다^^
ㅋㅋ 3분의 1은 아니고 2~3권 정도가 마지노선일듯합니다^^;

그레이스 2022-11-05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Giver 후속편인가 했더니 작가가 다르네요
원서로 읽어도 재미있을듯요

거리의화가 2022-11-05 13:29   좋아요 1 | URL
네. 원서로 함께 읽고 있는데 용어가 좀 어려운 것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속도가 느리네요^^ 재미는 Giver와 비슷해요. 저도 그 점이 신기하더라구요. 작가가 다른데 비슷한 결의 작품이 나온다는게^^;

희선 2022-11-06 0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풍 예쁘게 들었네요 며칠 지나서 많이 떨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동안 좀 추웠는데... 십일월에 읽으시려는 책 많군요 다 보시기를 바랍니다 다 못 보셔도 삼분의 이는 보실 듯하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6 09:10   좋아요 0 | URL
이제 제법 많이 떨어졌더라구요. 어제, 그제 바람이 많이 불어서 더 떨어진듯합니다^^ 일단은 목표 책들인데 다 못 읽을수도 있고요ㅎㅎㅎ 희선님 그러고 보니 내일이 입동이더라구요. 건강 유의하세요^^
 

~ 4

I think of what the ships are now. Those people on themegascreen with the bleach-toothed smiles were nothinglike us: scientists, terra-formers, and leaders the governmentthought deserved to live more than others. And how did myfamily make the cutoff? How did those government politiciansofchoose? What if Mom and Dad had been older? How manythose politicians got a fast pass? - P7

"This century has seen many trials. Soon, there will be more. Imagine a world where humans could reach a consensus. With collec-tive unity, we can avoid conflict. With no conflict, no war. Without the cost of wars, no starvation. Without differences inculture, in appearance, knowledge..." - P17

I saw Dad shaking his head. "Equality‘s good. But equality and sameness are two different things. Sometimes those who say things without really contemplating what it truly means...
That dogma runs a thin line."
I told myself I‘d look up dogma the next day. - P19

"We‘re leaving behind so many beautiful things. Bringing the offspring of something with such strength and resilience was the one thing that made the most sense to me." - P28

It‘s impossible for you to leave me. I‘m part of you. You‘re taking me and my stories to a new planet and hundreds of years into the future. How lucky I am."
"I promise to make you pr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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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북결산이다.




10월은 아마 개인 기록으로는 최고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총 19권?
9월 아픈 탓에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던 탓에 10월은 더 열심히 집중하여 책을 읽었고 덕분에 결과도 따라온 것 같다.
특히 읽은 책들이 대부분 좋아서 더 만족스럽다.

그 중 <코펜하겐 삼부작>과 <이토록 평범한 미래>, <조선총독부의 조선사 자료수집과 역사편찬>이 좋았다.

<코펜하겐 삼부작>을 통해 토베 디틀레우센이라는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이 얼마나 감정이든, 사람에게든 휩쓸리기 쉬운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단편소설의 장점을 한껏 살렸다. 위로와 공감, 따뜻함을 전달받아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현재 <하버드 C.H.베크 세계사 1750~1870>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이 이 달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좋긴 하지만 완독은 며칠 지나서나 가능할 듯하다.




이번 달은 다미여가 있으니 이것만으로 일단 큰 부피를 차지하여 많이는 읽지 못할 것 같다^^; 그렇더라도 나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지적 욕망을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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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1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10월 독서 꽉찬달
몇권 땡투 날렸어요
11월 화가님 책탑 기대^^기대^^

거리의화가 2022-11-02 09:01   좋아요 2 | URL
스콧님. 10월에는 에세이나 소설류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가능했던 숫자인 것 같아요. 이번달에는 두꺼운 책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10권 미만이 될 것 같습니다ㅎㅎㅎ
아직 11월 구입을 안했는데 지난달 담아둔 땡투 도서들 포함하여 오늘 주문하려구요. 스콧님 것도 많이 여러 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11-01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엄청 많이 읽으셨어요, 거리의화가 님! 대박대박!!
저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언제 시작할 것인가... 보고 있습니다. 너무 두꺼우니 지금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갈까, 일단 11월 펑펑 놀고 12월 바싹 읽을까... 그런데 그러다가는 제시간에 못읽을 수도 있을 것 같죠? 어쨌든 11월 화이팅 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2 09:02   좋아요 1 | URL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나누어서 읽는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또 질질 끌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서 저는 적정선을 찾아보려구요. 아무래도 12월은 평소보다 덜 읽을 것 같아서 11월에 좀 더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다락방님도 이번달 화이팅이요!

stella.K 2022-11-01 2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의 두 책은 화가님들 통해 알게 됐네요.
읽고 싶은데 일케 알게된 것만으로도...ㅠ

거리의화가 2022-11-02 09:03   좋아요 2 | URL
스텔라님 저도 알라딘 서재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책들 볼 때 기분좋더라구요. 비록 당장은 읽지 못하더라도 간접 경험만으로 좋은 것 같아요. 나중에라도 읽게 되면 더 좋겠지만^^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1-01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19권! 대단하십니다~!! 전 10월에 역대 최저로 읽은거 같은데😅 11월에는 20권 기대해봅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2 09:04   좋아요 2 | URL
ㅋㅋ 새파랑님 20권은 제 생애 좀 힘든 숫자가 아닐까... 지난달은 특별 케이스인걸로^^;;;
이번달 새파랑님의 독서 리스트는 어떻게 꾸려질까 궁금합니다. 즐독하는 한달되세요!

mini74 2022-11-02 0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그렇죠 우리의 11월엔 다미여가 ㅎㅎ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읽고있는데 참 좋네요 화가님 좋은 꿈 꾸세요 *^^*

거리의화가 2022-11-02 09:06   좋아요 3 | URL
ㅎㅎㅎ 다미여가 아무래도 압도적이라 많이는 읽지 못할 것 같아요^^;;
미니님 김연수 작가님 소설 읽고 계시는군요. 책을 통한 위로와 공감이 좋죠. 평범한 일상이 유독 소중한 시기입니다. 항상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2-11-02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를 시작해버려서 <다락방...>은 언제 읽나 싶네요;;
전 10월에 놀았나봐요^^

거리의화가 2022-11-02 17:05   좋아요 3 | URL
그 어렵다는 율리시스를 시작하셨군요~ 응원 듬뿍 드립니다!
 
빌레뜨 2 창비세계문학 82
샬롯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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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삶이라는 계좌를 마주하고 솔직하게 셈을 해보는 것이 좋다. 항목들을 계산하면서 자신을 속이고 불행 항목에 행복이라고 써넣는다면 그는 불쌍한 사기꾼이다. 고뇌를 고뇌라고 부르고, 절망을 절망이라고 부르라. 단호하게 힘주어 굵은 필치로 둘 다 써넣으라. 그러면 ‘운명‘에게 진 빚을 갚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다. 거짓으로 적어보라. ‘고통‘이라고 써야할 곳에 ‘특권’이라고 써보라. 그런다고 완강한 채권자가 사기를 눈감아주거나 당신이 내미는 가짜 동전을 받겠는가? 가장 강한 천사, 즉 가장 사악한 천사가 피를 요구하는데 물을 줘보라. 그가 순순히 받겠는가? 한 방울의 붉은 피 대신 창백한 바다 전체를 주어도 받지 않을 것이다. - P179


1권의 마지막에서 존의 편지를 기다리는 루시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기다려본 일이  있는가. 편지를 쓸 때의 설레임, 두근거림. 편지를 보낼 때의 벅참. 그런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보았다면 루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와 이성의 양 극단에서 그는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이성을 선택한다. 그는 사랑보다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더 컸던 게 아닐까. 


존은 이후 폴리나와 이어진다. 존이 원했고 결국 선택한 여성상은 전형적인 모성애, 여자다움을 갖춘 이상향이다. 루시는 애당초 그런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루시는 폴리나를 선택하는 존, 존에게 선택당한 폴리나를 교차해서 보여주며 자신의 내면이 혼란스럽다고 끊임없이 내뱉는다. 질투의 감정이 크겠지만 단언해서 질투만 존재한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복잡함이었다.


(이 괄호 속에서 단언하건대, ‘연심‘이 아닐까 하는 모든 의심을 극히 경멸하고 부인하겠다. 처음부터 그리고 교유하는 내내 그런 착각이 치명적으로 어리석은 짓이라는 확신이 드는 경우, 여자들은 그런 ‘연심‘을 품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거친 물결 위로 떠오르는 ‘희망‘의 별을 본 적이 없거나 꿈꾼 적도 없으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나와 ‘감정‘은 편지에 깊은 존경심과 끝없는 관심으로 찬 호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고통을 모조리 내가 대신 감당해주고 싶다는 애정, 언제나 몹시 염려가 되는 상대방을 폭풍과 번개로부터 막아주려는 마음을 표현했다. 바로 그 순간, 마음의 문이 흔들리더니 빗장과 자물쇠가 열리고 앙심에 찬 ‘이성‘이 힘차게 뛰어들어와, 그 종이들을 모두 낚아채서 읽은 다음 비웃고 지우고 찢어버렸다. 그리고 ‘이성‘은 다시 한페이지밖에 안되는 간결하고 짧은 편지를 써서 접어 봉한 뒤 주소를 써서 부쳤다. ‘이성‘이 옳았다. - P9


지네브라 팬쇼는 어리고 젊은 걸 무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육체는 아름답고 남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안다.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에 충분한 그런 남자를 택함으로써 결혼에 투자한다. 루시는 자유분방하고 감정에 솔직한 팬쇼를 좋아했으면서도 그의 결혼 선택은 비판적으로 본다. 여기서도 감정과 이성의 갈등이 있었겠지만 이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이겼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열망과 남성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충동의 갈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뽈 선생과의 관계다. 뽈 선생은 전형적으로 여성을 가부장제 하에서 바라본다. 여성은 감성적이어서는 안되며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등 전형적인 성모마리아상을 바라고 있다. 둘을 가로막는 장벽은 이렇게 성차별적 성향이다. 

또 둘은 종교도 다르다. 기독교 구교인 뽈 선생과 신교인 루시. 결혼을 해보니 종교가 서로 다르면 유지하기 어렵다라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는 이 갈등이 잘 무마되는 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에 의하면 "지적인 여성"은 일종의 "기형"으로, 불운한 우연이며 창조에서 차지할 위상이나 효용성이 없고 아내로나 노동자로나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는 아름다움을 여성의 최고 덕목이라고 여겼다. 사랑스럽고 온화하고 수동적이고 평범한 여성이야말로 남성다운 사고와 분별로 골치가 아플 때 쉴 수 있는 유일한 베개라고 마음 깊이 믿었다. 그리고 일에 대해서 말하자면, 남성의 정신만이 훌륭하고 실용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소?

이 "그렇지 않소?"는 내게서 반박이나 반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저하고는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는 문제네요"라고만 말하고 곧바로 "가도 되나요, 선생님?" 하고 물었다. - P168~169


나는 그에게 우리 종교에선 신과 인간 사이에 격식이 없으며, 적당한 예식을 위해 필요한 예배 속에는 오직 집단으로서의 인간의 본성만이 담겨 있다고 했다. '무한' 속에 거하시고 존재 자체가 '영원'이신 '그분'을 향해 고양된 내밀한 비전을 가지는데 집중해야 하는 그런 순간, 그런 상황에서 꽃이나 금박, 양초나 장식물이나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죄와 슬픔, 지상의 부패, 도덕적 타락, 지상에서의 비애를 생각하는 와중에, 찬송하는 신부나 입 다문 군인의 화려한 모습에 끌릴 순 없다고 했다. 존재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가 밀려올 때, 미래에 대한 강한 희망과 끝없는 의심이 눈앞에 떠오를 때, 그럴 때면 과학적인 논리나 사어가 된 박식한 라틴어로 된 기도는 "하느님,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울며 갈구하는 마음을 방해하고 괴롭힐 뿐이라고 했다. - P276~277


<빌레뜨>의 가장 큰 재미는 인물들의 성격을 상황을 통해 엿보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주인공인 루시는 자신을 스스로 설명하기 보다는 다른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설명하려한다. 나는 특히 이 지점이 좋았다. 

누구든 자신을 스스로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부로부터, 비교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성격은 단편적이지 않고 A가 바라보는 나, B가 바라보는 나, C가 바라보는 나는 모두 다른 것처럼.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때때로 얼마나 상반된 특징들이 우리에게 부여되는가! 베끄 부인은 나를 박식하고 우울한 여자로, 팬쇼 양은 신랄하고 빈정대기 좋아하고 냉소적인 사람으로, 홈 씨는 모범적인 선생에다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 즉 다소 관습적이고 엄격하고 편협하며 까다롭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정교사다운 정확성을 지닌 산 표본으로 평가했다. 반면에 다른 사람, 즉 뽈 에마뉘엘 같은 사람은 알다시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성격이 불같고 무모하며, 모험심이 강하고 고분고분하지 않고 대담하다고 암시했다. 나는 그 모든 것에 웃음을 지었다. - P84~85


나는 둘러대거나 변명을 늘어놓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일시적인 현실 도피나 모든 것을 추월해 빠르게 달려오는 무서운 '사실'을 피해 비겁하게 도망가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사실'이라는 유일한 군주에게 복종하지 않으려고 유약하게 보류하거나 정복욕에 차 전진하는 '힘'앞에 얼버무리고 떨면서 저항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나는 '진실'을 배반하는 반역자와는 거리가 멀다. - P349



<제인에어>와 <빌레뜨> 두 작품을 비교하며 나는 어느 것이 더 완성형에 가까운가 생각했다. 공통점부터 찾아보자면 둘 다 대화가 적고 인물과 상황에 대한 묘사가 많아서 내겐 읽기가 편했다(나는 설명하는 문장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둘 다 그림처럼 문장이 아름답다. 비유도 탁월하고 재치가 돋보이는 문장들이 많다. 여성을 구속하는 가부장제, 종교에 대한 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내가 보기에 <제인에어>는 좀 더 쉽고 대중적인 문장으로 쓰여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 비해 <빌레뜨>는 성경 속 인물이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들이 많아 더 난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제인에어>가 대표작이 된 것에는 대중적 표현에 따른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완성형 작품으로는 어떤 것이 가치 있을까. 대부분의 독자가 <제인에어>에 손을 들 것이라 느꼈다.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간에 따라 심지가 더 단단해지는 등 성장 서사를 통해 완성형에 가까운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전히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 면에서 따진다면 나는 <빌레뜨>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 불완전성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하지 못하고 어떤 상황이든 흔들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적 흔들림을 참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소설적 재미를 위해서 스포를 최대한 자제했다. 결론도 기대처럼 평범하지 않았어서 뭐라 말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주관적인 감상기이니 직접 읽어보고 각자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인생의 어떤 부분들은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시점, 어떤 위기, 어떤 감정, 즉 기쁨이나 슬픔이나 놀라움 등은 돌이켜보면 마구 빙빙 도는 바퀴처럼 희미한 물체,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물체처럼 떠오를 뿐이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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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01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빌레뜨 너무 재미있을 것 같잖아요!! 어쩐지 저도 제인 에어 보다 빌레뜨를 좋아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1 17:27   좋아요 2 | URL
주인공 자체로 따져봤을 때 감정이입이 더 되는 것이 빌레뜨였어요^^ 저와 좀 비슷한 면이 많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느꼈습니다. 인물들도 처음엔 비호감이다가 갈수록 피식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1편보다 2편이 더 재밌었구요^^ 다락방님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mini74 2022-11-02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정적 흔들림을 잘 표현했다 하시니 관심이 갑니다. 읽다 만 책들이 쌓여있는데도 말이지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1-02 09:08   좋아요 2 | URL
읽고 있는 책들 하나씩 치워야 하는데 또 새로운 책 발견하면 읽고 싶은 충동이 일죠^^;
미니님 재미나게 읽으실 것 같아요. 저는 이 작품이 제인에어보다 더 좋더라구요ㅎㅎ

scott 2022-11-02 1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빌레트를 가장 사랑합니다 브론테 작품 중에서!

제인에어 로체스터는 고구마 백만개!ㅎㅎ

화가님 리뷰 빌레트 리뷰 중 쵝오 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2 12:53   좋아요 3 | URL
스콧님도 빌레트 작품을 좋아하시는군요~ㅎㅎ
저도 로체스터 생각하면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못해서 안달난 스타일이라고할까~ㅋㅋ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1-02 16: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리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거리의 화가님께서 좋은 글로 올려주시네요. 열시히 구해서 중고로 구입해놨는데, 아직 못읽었어요. 읽어봐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11-02 17:07   좋아요 3 | URL
브론테 작품 중 <빌레뜨>가 왜 인기가 덜할까 궁금해서 읽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역시 읽어봐야 평가가 가능한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감상평이 궁금해집니다^^

- 2022-11-03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빌레뜨 읽기로 마음 먹었어요 ㅋㅋㅋ 흐흐~

거리의화가 2022-11-03 12:59   좋아요 1 | URL
와. 쟝쟝님 결심하셨군요^^
다미여 벌써 서문 끝내셔서 부럽습니다ㅎㅎㅎ 빌레뜨 즐독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