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어디로 기우는지 이제 알겠다.
이제 나는 '서재'라는 말을 버리고 '창고' '축사'라는 말을 쓰기로 한다.
내가 쓰는 글도 그럴 것이다.
중국 남송 때 사람 신기질(辛棄疾)은 이렇게 귀신같이 쓰고 있다.
어릴 적에는 수심(愁心)이 무엇인지 모르고, 높은 데 오르는 것만,
높은 데 오르는 것만 좋아했지.
시를 쓸 때는 공연히 없는 수심도 있는 것처럼 썼지.
少年不識愁滋味 愛上層樓 愛上層樓 爲賊新詩强說愁
이제 수심의 뜻을 알겠다.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고 하고 싶지만, 않으리.
그저 가을 날씨가 참 좋군요, 이렇게만 말하리라.
而今識盡愁滋味 欲說還休却道 天凉好個秋
- 이윤기 산문집 <위대한 침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