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광화문의 한 극장에서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았다.
이승영 감독의 하릴없는 청춘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와
정병길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미친 듯이 외출했다.
마지막 상영일이기도 했고, 20분에 한 대 오는 버스 놓칠까봐.....


<여기보다 어딘가에>





<우린 액션배우다>


영화는 딱 기대했던 그대로.
막막하면서도 슬프고  무지하게 웃겼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 두 편을 한 자리에 앉아 허리를 비틀며 보고 난 후
극장문을 나서니 오후 두 시 반.
교보에 잠시 들렀다가 피맛골 열차집에 들렀다.

대낮부터 술을 퍼고 계신 아자씨 할아버지 손님이 두 테이블.
빈대떡을 1인분 싸달라고 주문하고 서있다보니 목이 말랐다.
막 부쳐낸 뜨끈뜨끈한 빈대떡을 먹고 싶기도 했고.

빈대떡 한장을 먹고 가겠다고 말하고 자리에 앉아  막걸리도 한 통 시켰다.
두 잔 마시고 남은 막걸리 반 통을 세상에나, 두고 왔다.

퇴근한 책장수님 저녁상에 한 장,
뒤이어 남동생 저녁상에 한 장 데워서 내었다.

남은 막걸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두 남자에게 얼마나 야단맞았는지.
남동생은 한 통 다 마시고 오지 않았다고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피맛골이 곧 헐린다고 하여 아쉬운 마음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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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9-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나무집의 홍합탕과 불로주점의 떡볶음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군요..
정말 부담없는 술동네였는데 둘이서 2만원에 딱 필림 끊기고 나오기 좋은...

로드무비 2008-09-06 12:42   좋아요 0 | URL
불로주점은 또 어딥니까?ㅎㅎ
사라졌음 싶은 건 안 사라지고 그나마 몇 안 남은
옛길과 동네들이 자꾸 엉뚱한 모습으로 바뀌네요.
2만 원, 필름...그런 말도 그립네요.

Mephistopheles 2008-09-07 21:11   좋아요 0 | URL
통나무집 옆에 있습니다만...가래떡으로 만드는 떡볶기인 떡볶음이 참 맛있던 집이였다죠...

로드무비 2008-09-08 11:24   좋아요 0 | URL
과거완료형인 걸 보니 이미 없어졌나봐요.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는 부산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참, 떡볶음은 떡볶이와 좀 다르겠죠?^^

nada 2008-09-0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수막걸리였나요? 막걸리는 장수막걸리죠.^^

낙원상가에 이어 피맛골까지.. 종로에 불어닥치는 개발 바람이 심상치 않나 봐요.
서울이 점점 꼴보기 싫어집니다.

로드무비님 글 자주 보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8-09-06 12:33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 님,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아무렴요. 막걸리는 누가 뭐라 해도 장수막걸립죠.
(몇 달 전 설악산 초입에서 먹어본 더덕막걸리도 환상적이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상,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그동안 컴이 고장나 쇼핑도 서재활동도 못했는데요.
오늘 드디어 새 컴퓨터가 들어왔습니다.
글 자주 올릴테니 님도 자주 놀러와 주세요.^^

twoshot 2008-09-0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이 진정 대인배이십니다.다음에는 꼭 막걸리 한통 다 마시고 오세요^^

로드무비 2008-09-06 12:27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다음엔 기필코 그리하겠습니다.
대인배(?)는 결코 아닌 것 같고, 술이라면 환장을 하는 위인이라서요.ㅎㅎ

Kitty 2008-09-0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도 오늘 두 시 반에 교보에 있었는데!!!
로드무비님이랑 스쳤을지도 모르겠군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8-09-06 12:24   좋아요 0 | URL
키티 님, 제가 간 건 이 페이퍼 쓰기 이틀 전이었을 거예요.
아무튼 무지 반갑습니다.^^

Arch 2008-09-0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인배^^* 저도 각종 혼탁한 술과 낮술 애호가로서(잘 먹지도 못하면서)마구마구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냄새만 맡아도 좋다 이거예요. 전, 꽃양배추님 글도 자주자주 보고싶어요.

로드무비 2008-09-06 12:23   좋아요 0 | URL
시니에 님, 서재 이미지 구경가야겠네요.
낮술 애호가라니 괜히 반갑군요.^^
(냄새만 맡아도 좋다 이거예요, 라는 말에 웃음이 나옵니다.)

바람돌이 2008-09-0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랴부랴든 어쨌든 영화 두편을 뚝딱 보고 올 수 있는 시간과 뚝심이 부러워요. ^^

로드무비 2008-09-06 12:21   좋아요 0 | URL
하하, 바람돌이 님, 그렇습니다. 뚝심하면 또 저죠.=3=3
하루에 영화 두 편 보는 건 아주 드문 일인데
그날 어떻게 시간도 그렇고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더라고요.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치니 2008-09-0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보다 어딘가에>를 봤는데, 뭐랄까 이건 아닌데 라는 심정이었어요.
홍상수 식 영화 (이런 일반화의 오류는 잠시 용서해주시고) 비슷한 영화들이 많아졌는데,
가끔은 그래서 홍상수가 대단하다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한 마디로 저는 별루 재미가 없었다는 야그. ㅋㅋ
결정적으로, 전 이 영화를 방준석 때문에 봤는데, 방준석이 너무 영 아니게 나와서...ㅠㅠ(연기하지 말라고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었어요)

피맛골, 없어지는군요. 흠. 갈 때마다 꼭 취하고 나오게 하는 술집이었는데.
아, 근데 빈대떡도 먹고 싶다아. (막걸리는 저에겐 쥐약인 술이라, 먹기만 하면 토하드라구요)

로드무비 2008-09-06 12:17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전 꽤 재밌게 봤습니다.
그녀의 무기력과 망연자실까지도 이해할 수 있겠던데요?
방준석은 자세히 처음 봤는데 묘한 인물이었습니다.
연기를 떠나서 그 역할엔 참 잘 어울렸어요.ㅎㅎ

돼지기름 냄새 물씬한 빈대떡은 앞으로 어디 가서 먹을 수 있을까요?
텔레비전에서 보니 광장시장 먹자골목 게 맛있어 보이던데.^^
막걸리 마시면 토한다고요?
전 와인 종류가 거시기하던데.
참, 조금 전 새 컴퓨터 설치했습니다.
얼매나 좋은지, 덩실덩실~~
(님 방에도 좀 있다 가볼게요.)






검둥개 2008-09-0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냐 음냐, 저두 막걸리에 빈대떡 먹구 싶어요. 저렇게 영화장면으로 보니 한강이며 남산이 은근슬쩍 멋지게 보이기도 하고. ^^

로드무비 2008-09-08 11:28   좋아요 0 | URL
음냐음냐, 전 아직 잠이 덜 깬 듯.^^
올 가을엔 한강에도 좀 나가보고 남산에도 오르고 싶습니다.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여주인공을 보면 검둥개님은 뭐라 하실지
그거이 갑자기 궁금합니다.^^

2008-09-10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1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1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1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2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2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3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6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8-09-1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액션배우다> 를 공짜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상영관이 멀다는 이유로 그 기회를 날려먹었습니다. 좀 아쉽기도 했는데 사실 가까워도 안 봤을 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로드무비님 평을 읽고나니 또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한가위인데 어찌 보내실 지... 보나마나 쉴 틈도 없이 고생하시겠지만 아줌마들에게 명절이 짧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로드무비 2008-09-16 12:22   좋아요 0 | URL
하얀마녀 님, 잘은 모르지만 어쩐지 마녀님이 보셨으면
아주 좋아하셨을 것 같은 영화예요.
추석에는 서울 큰집에서 1박 2일 잘 보내고 왔습니다.
늦게 갔더니 전 부치는 일이 끝났더라고요.
앞으로도 그 시간에 맞춰 가려고요.ㅎㅎ
(아줌마도 각양각색이라...)

추석 잘 보내셨지요?^^

2008-09-17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BAC
명랑+'제멋대로' 삼매경 타입

▷ 성격
인생을 즐겁게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입입니다. 그런 삶이라면 절대 질리는 일도 없겠죠. 높은 이상이나 책임감을 가졌고 이해타산이 바르지만 합리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진난만하고 안하무인이라 분별이 부족하지만 남을 생각하는 배려와 동정심이 많아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남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 타고난 복입니다. 이를테면 너무 계산된 세계는 좋아하지 않는 타입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함을 보이는 것이 이 타입의 생활방식입니다. 매우 좋은 성격으로 약간의 실수로 낙담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속이 깊고 적응력이 빠르기 때문에 다소의 충격은 금세 흡수해 버립니다.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결혼상대의 성격으로는 80점에서 90점 정도 줄 수 있는 타입입니다. 자상하고 밝은 천성의 좋은 사람입니다.

거래처고객 - 숨김없이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더욱 그렇게 대해야하는 상대입니다.

상사 - 이런 상사가하는 말이라면 대부분 진심으로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절대로 모순은 말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상대방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면 당신도 더욱 열심히 덤벼드십시오. 반드시 그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동료, 부하직원 - 잘 키우면 상당한 수완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약간의 실수는 눈감아주고 더욱 일을 맡기도록.

 

모처럼 알라딘에 들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뜬 글 중 이런 테스트가 있어 한번 참여해 봤습니다.
재밌네요
.(뭐라고 길게 덧붙이다 삭제.)



***낡은구두 님이 모과넷에서 가져온 '지피지기 테스트'.
http://byule.com/board/?mid=ego_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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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08-08-3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늦더위가 지나면 글 좀 많이 올려주세요^^

로드무비 2008-08-30 23:30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반갑습니다.
늦더위가 지날 때까지 못 기다립니다.^^

Mephistopheles 2008-08-30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바그다드 까페..처분하셨나요??

로드무비 2008-08-30 23:31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사겠다고 나서는 작자가 없어서요.^^

혜덕화 2008-08-3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정말 오랫만입니다.
저도 뜸했지만 로드무비님의 통통 살아있는 글이 그리울 때가 많았답니다.
잘 지내시죠?

로드무비 2008-08-30 23:35   좋아요 0 | URL
혜덕화 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잘 지내셨죠?
혜덕화 님 방에 좀 있다 가보겠습니다.^^

2008-09-01 0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8-3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꽤 괜찮아보이는 결과인데요?
(정말 오랫만에 뵙는 것 같은, 눈팅팬~)

로드무비 2008-08-30 23:38   좋아요 0 | URL
웬디양 님, 썩 괜찮죠?(으쓱!)
그런데, 아무래도 수상쩍어 좀 전 다시 해보니
'의리파에 인정이 넘치는 아저씨' 타입이 나오더라고요.=3=3=3
웬디양 님도 꼭 해보시라요.^^

마늘빵 2008-08-3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다 좋은것만 나오잖아욧!!!!

로드무비 2008-08-31 11:20   좋아요 0 | URL
좋기는 뭐가 다 좋다고 그래욧!!ㅎㅎ
아프락사스 님, 반갑습니다.
님 페이퍼에 링크해 놓으신 몇 분 것 몰래 훔쳐보고 왔습니다.

치니 2008-08-3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해봤는데 너무 안습으로 나와서 올리지도 않았어요. -_-;
로드무비님 거는 제가 생각하는 로드무비님이랑 꼭 닮았는걸요.
그나저나 요즘 너무 뜸하십니당.

로드무비 2008-08-31 11:17   좋아요 0 | URL
치니 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 '안습'결과 무지 궁금하네요.ㅎㅎ
제게만 살짝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3=3=3
에또, '명랑 제멋대로 삼매경' 타입이 마음에 드는 눈치십니다요.

waits 2008-08-31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드무비님. 반가워요! ^^
서재브리핑에 뜬 님의 이름을 보고 잠적했던 친구가 아무렇잖은 얼굴로 나타난 것처럼 뜻밖이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그렇답니다. 잘 지내시지요? ㅎㅎ
간신히 이제 가을인가 싶었는데, 다시 내리는 뙤약볕이 따가운 며칠이예요. 오늘은 정말이지 다 지나갔다고 금세 잊어버리는 간사한 마음에 일격을 당한 느낌이었답니다.
늦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가끔 이렇게 능청스럽게^^ 나타나주셔요. ㅎㅎ
(치니님도 안녕요...^^;;)

로드무비 2008-08-31 11:13   좋아요 0 | URL
나어릴때 님, 잘 지내셨지요?
님 방에도 못 가본 지 한참 됐습니다.
컴의 사정이 허락되면(조마조마~) 좀 있다 들러보겠습니다.
(궁금한 것도 있고...)
책 읽다보면 꼭 쓰고 싶은 리뷰가 더러 있었는데
그마저 못했네요.
아이 참, 님을 만나니 왜 이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죠?^^

조선인 2008-08-3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하하하 역시 로드무비님, 부비부비.

로드무비 2008-08-31 10:59   좋아요 0 | URL
조선인 님, 반가워요. 부비부비.^^

2008-08-31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1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8-09-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반가워요. 이 테스트 로드무비님도 가져가셨군요. ㅋ
저 낡은구두에서 오늘부로 닉 바꿨습니당!

로드무비 2008-09-04 12:22   좋아요 0 | URL
낡은구두님, 전 계속 이렇게 부를랍니다.=3
반갑습니다.
덕분에 재밌는 시간 가졌답니다.^^

검둥개 2008-09-1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일에 결코 낙담하지 않는 성격! 너무 멋져부린당게요!!! :-)

로드무비 2008-09-11 11:46   좋아요 0 | URL
검둥개 님, 항상 낙담 상태라 작은 일이고 큰일이고 간에
새삼 낙담할 일이 없다고나 할까요.=3=3=3
(그래도 멋져부립니까?ㅋㅋ)

Forgettable. 2008-10-2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네요! 주소 가져가겠습니다^^
 

--주하야, 니 그 반짝이던 아이디어, 그림 실력, 창의력 다 어디 갔노?

--굳게 닫혀 있는 비밀의 방에 있지!

--문을 열어! 활짝.  너무 오래 닫아놨어.

--열쇠를 잃어버렸어.

--그 열쇠는 어떡하면 찾을 수 있는데?

--엄마가 지금 나를 10분의 1밖에 사랑 안하거든.
나머지 10분의 9도 사랑해줘. 꽉 채워서......그러면.




조금 전, 학교에서 내준 포스터 숙제를 앞에 놓고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아이디어도 개성도 성의도 없이 엉망으로 그려놓은 걸 보고
한숨이 나와서 한마디 했다.
독서감상문도 요즘은 엉망진창이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10분의 1과 10분의 9는 순서가 바뀐 게 아닐까?
......무서워서 차마 확인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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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3-2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깊이 반성해야겠네요... ㅋㅋㅋ
주하의 명석함에 또 한번 놀람..

로드무비 2008-03-25 18:54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 님, 저 대답에서 일말의 희망을 느꼈다고 할까요.( '')

Mephistopheles 2008-03-25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윈...로드무비님 넉다운..
통산전적도 월등히 주하가 앞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로드무비 2008-03-25 18:53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넉다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습니다요.
저를 뭘로 보시고.=3=3=3

twoshot 2008-03-2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번 주하의 명석함에 감탄!!하게 되는군요. 본전은 못 찾으셨어도 은근히 주하 자랑하고 싶으신거죠?^^

로드무비 2008-03-25 22:50   좋아요 0 | URL
모정은 좀 음험한 데가 있답니다, twoshot 님.^^

플레져 2008-03-2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여전하네~~~ ^^!

로드무비 2008-03-28 09:47   좋아요 0 | URL
플레져 님, 안 여전합니다.=3=3=3
갈수록 제 나쁜 점만 닮아가요.^^;

조선인 2008-03-26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음험한 모정에 추천이요. ㅋㅋ

로드무비 2008-03-28 09:45   좋아요 0 | URL
조선인 님, 모정이 음험한 거라는 데 공감하시죠?
어찌나 편파적이고 자가당착이 심한지.^^
(추천 감사!^^*)

릴케 현상 2008-03-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아내의 대화랑 비슷하네요 ㅋㅋ

로드무비 2008-03-28 09:55   좋아요 0 | URL
산책 님 - 로드무비
아내 - 주하

이런 구돈가요?ㅎㅎ
아님 거꾸론가?( '')

니르바나 2008-03-2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대화가 로드무비님 페이퍼계의 블루칩 아닌가요?

로드무비 2008-03-28 09:48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저한테만 블루칩이지요.ㅋㅋ
아무튼 나중에 나중에 주하 보여주려고 조금 신통한 대답만 나오면
달려와 기록하고 있습니다.^^

칼리 2008-03-2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대답이 독특하고 재치있네요. 일상에서의 대화를 적어두었다가 "대화집"으로 펴내셔도 좋을듯 합니다. ^_____^

로드무비 2008-03-28 09:41   좋아요 0 | URL
칼리 님 한 1년 만인가, 그렇지요.
제법 신통한 대답도.ㅎㅎ
예전엔 '마이 도러'라는 페이퍼 카테고리가 있었는데
총명하고 귀엽던 시절의 이야기지요.^_ _~

2008-03-26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8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8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8-03-2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거꾸로일 걸요 ㅋ

2008-04-03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8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8-06-0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주하 말솜씨가 참...
당혹스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시겠는데요? 크크.

로드무비 2008-06-03 12:21   좋아요 0 | URL
당혹과 뿌듯, 딱 그거예요. 하얀마녀 님. 크크.
 

한 달 동안 달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여 기록을 남기라는 숙제가 있다는 걸
지난주, 숙제 제출 하루 전 오밤중에 알았다.
동생네와 오랜만에 저녁을 겸하여 술을 한잔하고  얼큰하여 왔더니 전화가 왔다.
딸아이와 단짝인 친구 엄마가 몇 월 며칠에 달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미처 기록을 못 했다며 좀 알려달라는 것이다.

"에잉? 저는 그런 숙제가 있다는 것도 지금 전화 받고 알았어요."

늦은 시간이었는데 고맙게도 지금 당장 공책을 들고 주하와 집으로 오라고 했다.
그리하여 술 냄새를 입에서 폭폭 풍기며 밤 열 시에 그 집으로 갔다.
놀라운 건 시내의 대형마트 식품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도
딸아이의 숙제 때문에 한 달 동안 퇴근길에 달을 유심히 관찰했다는 것.
그런데 어쩌다 보니 하루를 빼먹었단다.

아르바이트는 김치냉장고를 사는 데 보태기 위해서란다.
마음 같아선 하루종일 집안일 하고 아이들 공부만 돌봐주고 싶다나?
집안일도 거의 하는 둥 마는 둥 아이 숙제도 공부도 잘 안 봐주는 나로선
심히 마음에 찔리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딸아이는 그날 친구의 숙제를 그대로 베껴 선생님의 꾸지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 끝에 며칠 전 치른 기말고사 이야기가 나왔다.

"주하가 이번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서요?
밤 열두 시까지 공부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대요."

"밤 열두 시까지 공부한 건 맞아요. 실컷 놀다가 밤 열한 시에서 열두 시까지.
그것도 지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한 시간, 한 과목."

그건 사실이었다. 과목당 딱 한 시간 공부.
딸아이의 친구와 엄마는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시험을 앞둔 주말, 우리 모녀가 왕복 다섯 시간을 달려 영화를 보러 간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쪽팔려서 말 안했다.)

며칠 전 기말고사 성적이 나왔다.
100점짜리는 하나도 없고 사회 점수는 엉망이었다.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을 해줬는데.

오늘 무슨 일로 그 엄마와 통화하다가,
"이번 시험은 사회 문제가 그렇게 어려웠다면서요?"하면서 조심조심 물었더니
자기 딸은 '올백'이란다.
이번 시험이 쉬워서 아이들 성적이 잘 나온 편이라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런데 시험 공부는 얼렁뚱땅 해놓고, 밤 열두시까지 공부했다고
친구들에게 뻥을 친 딸아이가 사랑스러워 죽겠으니
이것도 병(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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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2-0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웬지 엄마 닮았을 것 같음.

로드무비 2007-12-05 16:23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 님, 저도 마트 아르바이트하면서 아이 숙제도 봐주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불끈.=3

로드무비 2007-12-05 17:48   좋아요 0 | URL
곰곰 생각해 보니 '용모단정'과 나이에 걸려서......

Mephistopheles 2007-12-0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그럼 주하도...엄마처럼 글도 잘쓰겠어요..^^

로드무비 2007-12-05 17:50   좋아요 0 | URL
주하는 글쓰기를 싫어합니다.
저 닮아 잘 쓸 줄 알았는데.=3=3


가시장미 2007-12-0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으흐흐흐! 너무 귀여워요. 주하가 이제는 많이 컸겠네요?
몇 학년이 되었죠? 기억도 가물가물 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 밤에만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야행성이라... 단칸 방에 살면서.. 밤만되면 공부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 잠을 못 자게 했다는..;;
저도 달 그리는 숙제 했던거 기억나요. 실제로 관찰한 날보다 친구한테 물어서 해결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지만.. 으흐 숙제 물어보고 알려주면서 더 친해진 친구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기회되면.. 주하가 얼마나 예쁘게 컸는지.. 사진좀 올려주세요. 으흐

로드무비 2007-12-05 17:56   좋아요 0 | URL
명동의 가시장미 님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어여쁘시네요.^^
주하도 여전히 예쁩니다.

단칸방에 살면서 밤만 되면 공부하고 싶다고, 그거 진짜예요?=3=3=3
저도 당당히 그리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두어 달 전 컴을 고치고 났더니 저장해둔 사진 다 날리고,
새 사진 올리는 방법을 몰라 못 올립니다.
조만간 꼭 올리도록 해볼게요.^^


무스탕 2007-12-0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미지가 바뀌셨네요 :)
저는 지난 중간고사 직전 주말에 식구들 몽창 1박2일로 놀러갔다왔어요.
덕분에 시험성적은 $%%**%* 였답니다. 이런 엄마도 있어요. 걱정마세요 ^^*

로드무비 2007-12-08 16:44   좋아요 0 | URL
무스탕 님, 시험성적을 좀 구체적으로 밝혀 주셨으면 을매나 좋았을까요.
아이 시험 앞두고 주말에 혹 놀러가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저도 물불 안 가릴랍니다.^^

Joule 2007-12-0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ㅡ, 주하 멋져요!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 했을 때 주하는 틀림없이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을 거라는 데 제 손목시계를 걸겠어요.

로드무비 2007-12-08 16:42   좋아요 0 | URL
joule 님, 그 이야기 했을 때 주하는 틀림없이 아무 생각 없었을
거라는 데 제 원숭이 인형 몽을 걸겠어요.=3=3=3
(그 손목시계가 어떻게 생긴 앤지 궁금하군요.^^)

icaru 2007-12-0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이미지 바뀌셔서 달려왔어요..... 쪼르르르...
한달동안 달이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하는 숙제 캬--
비오는날은 어떡한담요~ 엉.. 비 오는 날도 달뜨던가?
몰겠다요... =3=3=3

로드무비 2007-12-08 16:39   좋아요 0 | URL
<빌보드레코드>는 제가 서재 이미지 바꾼 날 저녁에 동숭 씨네마텍에서
딱 한 차례 상영한 영화랍니다.ㅠ,.ㅠ
보고 싶은 영화 사정에 의해 못 보는 일이 요즘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바뀌었다고 달려와 주시고, 잉, 이카루 님 고맙습니다요.^^

웽스북스 2007-12-0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시간을 달려서 보러 가셨던 그 영화는 뭔가요? ^^

로드무비 2007-12-08 16:36   좋아요 0 | URL
마녀배달부 키키요.^^

순오기 2007-12-0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작년에 고2딸이 다음날 모의고사 치는 것도 모르고 '다빈치코드' 보게 나오라고 야단치듯 했더니, 어거지로 동생들 데리고 와서 하는 말이, '엄마, 나 내일 중요한 모의고사 보는거 알어?'였다. 크~~이런 엄마도 있었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그래도 제가 원하는 학교 갔으면 된거 아닌가요? ㅎㅎㅎ
공부는 자기가 좋아서 해야 되는 일이니까... 희망이 보이네요!

로드무비 2007-12-08 16:36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반갑습니다.
어머, 전 딸아이 고2 되면 그리 못해요.=3=3=3
따님이 원하는 학교에 갔다니 정말 다행이고, 괜히 제가 희망에 부풉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 들려주시길.^^

2007-12-05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8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7-12-0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같은 학년이라 공감~ ^^ 우리 아그는 달 보기 숙제 있다는 걸 달 뜨는 시간에서 몇 시간 지나고 이야기 한지라 9시 넘어서 야밤에 달 찾으러 동네를 돌아다녔는데도 달이 안 보이더라구요. 며칠 뒤에는 아침 일찍 나가서 학교까지 가서 달 찾아봤는데 또 못 봤음. -.-;; 결국 인터넷 찾아보고 숙제했다죠. 혜영이는 내일 시험인데 거의 벼락치기 공부하고 있습니다. ㅜㅡ

로드무비 2007-12-08 16:21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 님, ㅎㅎ 사실 벼락치기 공부만큼 재밌고 효과적인 게
또 어딨겠습니까.
전 아이의 숙제에는 비중을 거의 안 두는데(제 편리에 따라서...)
시험결과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달 보기 숙제 너무 웃겨요.
달을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니셨다니 세 모녀와 관련한 예쁜 그림이
하나 떠오릅니다.^^

조선인 2007-12-06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8시면 자는 아이라 달 보는 숙제가 있었다면 0점이었을 거에요. ㅋㄷ

로드무비 2007-12-08 16:16   좋아요 0 | URL
FTA반대조선인 님, 요즘 달은 일곱 시면 뜨지 않나요?ㅋㅋ
8시면 우리 모녀 발동이 슬슬 걸리는 시간이로군요.^^

비로그인 2007-12-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하핫, 12시까지 공부한 것은 맞는데요~ ^^
그래도 너무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보다는 가끔 문화생활(영화나 여행,음악,책 등)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귀한 공부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로드무비 2007-12-08 16:14   좋아요 0 | URL
L-SHIN 님, 우히히, 맞아요. 12시까지 공부한 건.^^
사실 더 귀한 공부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딸아이는 당분간 엄마의
'마음 내키는 대로' 스케줄을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치니 2007-12-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당당한 주하, 왠지 엠비씨 김주하 아나운서가 떠오릅니다. ㅋㅋ 멋지다 주하!

로드무비 2007-12-08 16:46   좋아요 0 | URL
치니 님, ㅋㅋ, 당당한 것과는 거리가 먼데...
아무튼 전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그 말과 행동이 좋아요.^^

oldhand 2007-12-06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 맞습니다. 으하하. 제가 그 병에 걸려 있기에(벌써?) 잘 압니다. -_-;

oldhand 2007-12-0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재밌는 글에 추천이 왜 이렇게 적습니까? 세번째 추천은 제가 했습니다. 으흐흐.

로드무비 2007-12-08 16:09   좋아요 0 | URL
oldhand 님, 그러게나 말입니다.=3=3=3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 감지덕지하고 있습니다.
추천 고마워유.^^
(세상 모든 부모의 그 병을 치유할 약은 이 세상에 없답니다.)
 

세상읽기] 광주극장으로 가는 여행 / 박구용 (10)
 








 

» 박구용/전남대 철학과 교수
 
다문화 시대에 어떤 생활양식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단일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름을 틀림으로 억압하지 않는 문화라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평가보다 만남과 소통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현대인에게 다른 문화에 대한 앎과 체험은 문화적 삶의 조건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계 모든 문화도시에 가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관광만 하고 싶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여행도 하고, 살고도 싶은 도시가 있다. 관광은 말 그대로 다른 지역문화의 빛만을 보는 것이라면, 여행은 그곳 문화의 빛과 어둠을 ‘따라체험’하는 것이다. 아마도 여행 후 살고 싶은 도시가 진정한 문화도시일 것이다. 문화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생활양식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광주는 어떤가?

광주를 관광하고 싶은 손님이 오면 나는 언제나 소쇄원과 운주사로 안내한다. 담양 소쇄원이 한국 민간정원의 원형을 간직한 문화유산이라면, 화순 운주사는 불국정토의 이상세계를 천불천답으로 승화한 민중미학의 고귀한 자산이다. 그런데 나는 광주를 여행하고 싶은 손님에게는 5·18 국립묘지와 함께 광주극장을 소개한다.

광주극장은 광주읍이 광주시로 승격된 1935년 10월1일 개관한 이후 광주의 빛과 그림자를 동행한 영화관이다. 그 당시 일본인이 설립한 광주좌나 제국관은 일본 영화와 연극만을 상영하고 있었는데, 광주극장은 한국 고유의 공연 형태였던 악극단과 판소리 등을 극화한 창극단을 중심으로 상영했다. 해방 후 광주극장에서는 전남지역 조선건국준비위원회 결성식, 김구 선생의 강연회, 시민단체들의 집회, 음악회, 연극제, 심지어 졸업식까지 열렸을 뿐만 아니라 야학도 운영되었다. 광주극장은 한국 문화의 자존심과 자율성을 위한 문화교육운동의 전당이었으며 시민문화예술이 새롭게 형성되는 공간이었다.

광주극장은 현재 단관극장으로서 862석을 갖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예술영화전용관이다. 전국에 걸쳐 거대한 멀티플렉스들이 즐비하지만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어디에도 광주극장 규모의 단관극장은 없다. 하루에 3∼5편, 1년에 100편 이상의 영화를 상영하는 광주극장에서 우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와 만나서 소통할 수 있다.

문화 간 만남과 소통의 장소인 광주극장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하루에 최소한 150명이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그러나 광주극장으로 문화여행을 오는 사람은 하루 평균 60명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예술영화관으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지만,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가 자랑할 일은 아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의 골목길도 돌아보지 않고 세계 일주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 자기가 사는 도시의 영화관도 모르면서 고흐, 세잔, 피카소, 마그리트 그림 해석에 우쭐대는 사람들이 키 재기를 하느라 분주한 곳이 문화도시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초자연적인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제7의 예술, 예술과 철학을 연결하는 사잇길, 혹은 문화 민주주의의 전사로 규정하는 학자가 많지만, 모든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자본에 의해 조정되는 제작사, 매니지먼트사, 배급사,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예술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순진한 것이 아니라 무지한 것이다. 이들의 논리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예술영화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만, 실제로 예술영화가 상업영화보다 재미있다. 상업영화가 감각만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라면, 예술영화는 몸과 마음, 가슴과 머리를 즐겁게 한다. 광주극장으로 가는 여행이 언제나 즐거운 이유다.



관람일 선택 : 영화 예매 할인 혜택 보기


 


 
[광주극장]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106분)  
11:20 |
 
[광주극장] 망종/사실 (125분)  
16:00 |
 
[광주극장] 당시/11세 (101분)  
13:40 |
 
[광주극장] 경계 (123분)  
20:20 |
 
[광주극장] 검은 땅의 소녀와 (89분)  
18:20 |
 




<검은 땅의 소녀와>, <당시>, <경계>......
검색해 보니 내가 지금 꼭 보고 싶은 영화들은 어쩌라고 전부
광주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다.
소쇄원과 담양 떡갈비를 엮어서 떠나는 여행.
언젠가 하루 광주극장에 종일 죽칠 것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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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4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12-0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ヽ○ノ       ヽ○ノ
 / ヘ       ( ヘ
<         <

어느 기사 밑 댓글에서 긁어온 것.
신기해서......

waits 2007-12-05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로드무비님도 저랑 비슷한 로망을 갖고 계셨군요. 언젠가, 로드무비님의 계획에다가 (주접스럽지만) 망월동까지 엮어서 꼭 가보고 싶어요.
이따금 영화 예매하러 갔다가 의외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어 찾아보면 꼭 광주극장이나 부산 국도극장이어서 가까이 사시는 분들 엄청 부러워했는데... 광주극장에 또 저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광주는 참 여러 가지로 땡기는(?) 땅인 듯...^^
부천은 껍데기만 남은 피판에, 돌아댕기다보면 만화정보센터니 둘리니 내세우며 문화의 도시 어쩌고 난린데... 실제로 볼 만한 건 하나도 없고. 씨네마테크는 꿈도 못 꿀 일 같고... 그나마 영화공간 주안 생기면서 흥분했었는데, 하필 저 쉬는 날 휴관이고 평일날 가려면 은근히 멀고, 뭐 그렇답니다.
반가운 김에 괜히 여기다 넋두리를...^^;;

로드무비 2007-12-05 11:59   좋아요 0 | URL
나어릴때 님, 십몇 년 전 진주에 출장 가서 허름한 극장에서 대낮에 영화를 한 편 봤는데요, 그렇게 호젓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이었던가?
광주극장에 도시락과 캔 맥주를 몇 개 반입해 들어가 하루종일 죽치며
영화 보고 싶어요.(먹을것 준비는 필숩니다.ㅎㅎ)
망월동 묘역은 국립묘지로 바뀌었다면서요?
어떻게 바뀌었을지......
제가 사는 동네에는 버스로 가까운 거리에 CGV니 롯데시네마가 있어
아쉬운 대로 좋은 영화들 가끔 볼 수 있어요.
영화공간 주안의 휴관일이 다른 날로 바뀌길 기도할게요.^^


waits 2007-12-05 13:27   좋아요 0 | URL
지방 소도시의 대낮 상영관, 그거 참 괜찮은 것 같아요. 하릴없이 훌쩍 떠나서 영화 한 편 보는 맛... 그립습니다. 저는 주류가 들어가면 맥 못추는 몸이라 대신 커피로~^^ 로드무비님의 기도빨로 영공주의 휴관일이 바뀌길 저도 바래요.ㅎㅎ
5.18 국립묘지는 조성된 게 벌써 10년은 된 것 같아요, 대학 다닐 때 한참 이장 반대 소식 들리고 영삼이 온다고 싸우고 뭐 그랬던 기억이... 그래도 옆에 이장하지 않은 묘역들이 그대로 망월동으로 남아 있더라구요, 저도 2003년 이후로 못 가봐서 다시 가보고 싶어요. (음...'광주'만 나오면 자동 오바하는 웃긴 버릇;;;)

로드무비 2007-12-05 16:27   좋아요 0 | URL
제 기도빨이 유명한데 이번에 정말 긴요한 일에서 좀 틀어졌어요.
단 한 번의 착오라 믿고 다시 기도를.^^
망월동 묘역 저는 90년대 초에 다녀왔네요.
혼자서 글썽글썽해가지고.
길도 채 안 닦였을 땐데 그 황량한 풍경이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자동으로 '오바'하게 되는 걸 아직 속에 품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자주 '오바' 좀 해주세요.
말이나 글로 애써 옮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인생이 적막강산입니다.=3





oldhand 2007-12-0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뒤늦게 이글을 봅니다.
광주극장이 아직 단관극장으로 남아 있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제 중고생 시절 숱한 영화를 광주극장에서 보았었는데요, 그곳에서 본 영화로 <플래툰>, <백 투더 퓨처> 등이 기억에 특히 남는구만요.
망월동 공원묘지에는 저희 조부모님의 산소가 있어서 80년대 초반의 삼엄했던 시절부터 국립묘지가 된 지금까지 세월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518 희생자 묘역만 국립묘지화 된거구요, 다른 민주화 열사분들은 아직도 구묘역에 남아계십니다.. 김남주시인의 묘소앞에 담배로 분향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넘었군요.

로드무비 2007-12-08 16:54   좋아요 0 | URL
oldhand 님, 부산의 국도극장과 함께 제게는 꿈의 극장입니다.
전 멀티플렉스 극장이 정말 싫어요.
조부모님의 산소가 망월동에 있군요.
신기합니다.
김남주 시인이 돌아가셨을 때가 한겨울인데 엄청 추운 날 밤
충정로 경기대학에서 추도식이 열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녹음된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소름이 돋았었고요.
담배로 분향하셨다는 말씀에 문득 잊었던 어느 날이 떠오르네요.
그땐 지가 겁나게 젊었는디.=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