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담근 지 약 2, 3주밖에 안 된 매실주 뚜껑을 몰래 따서
남편 몰래 몇 잔  마셨다.
시금털털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비상금을 확보한 기분!

새벽에 꿈을 꿨는데 투명한 작은 유리병에 진갈색 술이 3분의 2쯤 담겨 있는데
단풍나무술이라는 누군가의 설명이다.
'메이플주'라고도 한다고......
한잔  따라 마셔보았더니 향이 보드랍고 달고 끈적끈적했다.

자기 전에 마신 매실주와, 어제 오후 딸아이가 충전해 달라고 조르던
메이플스토리 게임이 결합하여 탄생한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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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1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른 봄 포르토와인 님, 우와 이름도 멋지네요.
전 한잔을 마시더라도 독주가 좋더군요.;;
단풍나무술 그 색상이며 향이 너무 생생해서
페이퍼로 남깁니다.
서양단풍 색깔은 처음 알았어요. 신기합니다.
언제 우리 꼭 술잔을......

sandcat 2007-06-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이플시럽을 누군가에게 받아서 먹어봤는데 되게 이상하대요. 단풍나무를 갉아 단물을 빨아 먹는다는 기분이 들어서요.옥수수대도 아니고, 비버도 아닌 것이...

마냐 2007-06-1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월한 '꿈의 해석'..ㅎㅎ

Mephistopheles 2007-06-1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팬케익에 뿌려 먹는 메이플 시럽 생각했었는데....
또는 로드무비님이 캐나다로 여행을 가시나..생각했었는데..
비약이 심해도 좀 심하죠..?? ^^

홍수맘 2007-06-1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이플주" 참 이름이 예뻐요.
정말 이런 술이 있다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 ^ ^;;;;

로드무비 2007-06-12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 님, 짭짭, 저도 실제로 먹어보고 싶어요.
메이플 시럽을 소주에 타서 한 번 먹어볼까요?^^

메피스토 님, 그래요, 비약이 좀 심하시네요.=3=3=3
(캐나다하고 메이플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보죠? 아, 국기의 단풍?)

마냐 님, 탁월할 것까진 없는디.
개나 소나.=3=3=3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오는 '개나 소나' 노래 들어보셨수?^^)

샌드캣 님, 핫케익 위에 뿌려 먹으면 좋다는데 전 한 번도
안 먹어봤네요. 은근히 비싸더라고요.
옥수수대, 비버, 님의 상상력은 끝이 없습니다.^^

새벽별 님, 달달한 술 좋아하시는 것 보니
진정한 의미의 주당이 아니시구먼요.=3=3=3

날개 2007-06-1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라지만 거 괜찮네요. 단풍나무술..
혹시 진짜 있는거 아니예요?

로드무비 2007-06-13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 님, 없다면 제가 만들어 보겠습니다. 불끈=3

2007-06-13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1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이플 브랜디 님, 헤헤, 님이 말씀하시니 뒤늦게 저도 기억 나는군요.
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보겠습니다.^^

혜덕화 2007-06-1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실쥬스를 만들고 남은 매실과 설탕이 아까워 매실주 만들어 놓은게 있는데, 4년이 넘었네요. 도통 쓰임이 없어 요즘 고기 절일 때, 조림할 때 넣어 쓰는데, 가까이 있다면 한 병 담아주고 싶네요. 3주밖에 안된 술을 마셨다니......^^

로드무비 2007-06-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 님, 아쉽습니다.
님과 같은 동네에 살지 않는 것이.
사시는 곳이 예전 제가 살던 동네(연산동)와 멀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다행히 3주밖에 안 되얐는데도 먹을 만하더군요.)
 

언젠가 내용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강의를 듣던 중,
강사가 별 신통찮은 말 끝에  "고무적인 일이죠"라는 말을 두 번이나 덧붙이길래
"고무가 뭡니까?" 하고 빈정댄 적이 있다.
껄렁한 나의 질문 같지 않은 질문에 그때 그 젊은 강사, 얼굴이 붉어졌는데......

버스고 강의실이고 찻집이고 간에 어둑한 구석자리만 기어들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는커녕 질문이라곤 던져본 적이 없는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에 스스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통쾌했다!)

어제, 20여 년이 지나서 내가 쏜 화살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왔다.
어느 출판사에서 책으로 묶기로 한  원고를 좀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의 의견을 메일로 보냈다.

--그런 부분은 너무 고답적이더군요.

사실 '고답적'이라고 쓸 때 그 뜻을 정확하게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그냥 '지나치게 형식적이다'는 뜻으로 썼는데
뭔가 다른  내용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고답적'이라는 말이 뭔가  고상하게 여겨지고 마음에 들어서
지우고 다른 말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어젯밤 담당자에게서 메일이 왔다.

-- 고답적'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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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합니다. 사전을 찾아봐야겠어요. (웃음)

Mephistopheles 2007-06-1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는데 왠지 사필귀정 인과응보..라는
사자성어가 마구마구=3=3=3

로드무비 2007-06-1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SHIN 님,
1. 속세에 초연하여 처신하는 모양.
2. 형식을 귀하게 여기고 귀족적인 사상을 존중하는 모양.

메피스토 님, 퍽퍽=3
(무신 소릴까요?)

2007-06-12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뻔 + 심술모드 님, '고루하다'가 정답입니다. 하하~
사전 찾아보면 될 걸, 어떤 날은 책꽂이에서 사전 꺼내는 게
중노동으로 느껴집니다.
(기실- 알려진 대로- 그러니까-
'그러니까'를 생략해도 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네꼬 2007-06-1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퍽퍽=3" <------- 이런 멋진 방법이 있었군요!!

paviana 2007-06-1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편집자가 너무 한거 아닌가요? 메일 보내면서 국어사전 하나 클릭하면 되는것을...제가 알기에도 로드무비님이 쓰신 뜻이 맞는거 같은데...다들 저런 뜻으로 쓰는말 아니었나요?

로드무비 2007-06-1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 님, 처음 함께 일을 하게 된 사람인데
다짜고짜 신랄하게 원고에 대해 지적을 해댔으니
마음이 좀 편치 않았던 듯.
'고답적'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정확한 뜻을 묻는 것이었어요.
너무하기는 제가 너무했죠.^^

네꼬 님, 주먹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랍니다.=3=3=3

네꼬 2007-06-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스타일! 아이, 좋아라.

blowup 2007-06-1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가끔 그렇게 먼데서 늦게 답장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죠.
고무적, 고답적.
만담처럼 재미나군요. 살짝 뜨끔도 하구요.

마늘빵 2007-06-1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고무와 고답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느낌은 알지만 설명하라면 못하겠더군요 저도. :)

로드무비 2007-06-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님, 확실하게 뜻을 모르는 말은 안 쓰는 게 낫다는 교훈.^^
(님은 그런 적 없으세요? 물귀신 작전-)

namu 님, 먼데서 늦게 받는 답장.
머리가 무지 나쁜데, 이상하게 어떤 건 안 잊혀져요.
남 무안 준 것, 내가 무안했던 장면.^^

네꼬 님, 사진 보니 지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시더구만요.
보이시할 땐 보이시하고 청순할 땐 청순하고.^^
(님의 미모와 젊음 앞에서 입을 딱.......)




비로그인 2007-06-1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친절하신 로드님. ^^

로드무비 2007-06-1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하신 L-SHIN 님.^^

따꺼 2010-05-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답적인..고답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
현실성이 없는....
현실과 거리가 먼...
썪은 생선같은 소리만 반복적으로 써먹고 또 써먹을때...
쾌쾌먹은 구닥다리같은 것을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여기며 써먹을때...
이 모든것이 현실과 맞지않을때 써먹는 말...
중어론 脫離現實
 
 전출처 : 에로이카 > 독서문답

(에로이카 님의 명을 받들어 썼습니다.)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그럭저럭......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먹는 것 다음으로 좋아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일이 제일 편하고 좋았어요.  단, 교과서는 빼고요.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평균 7 ~ 10권 내외.
만화는 금방 읽잖아요. 그래서 따로 잡았습니다.  만화는 대략 열 권에서 스무 권 사이?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소설이나 산문집, 시집 등.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멋을 부려 말한다면  '마음의 지도'.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미팅 혹은 소개팅.  나 자신과  또 세상을 만나는.......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르겠어요.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김진숙의 <소금꽃나무>.
엊그제 홈빡 빠져들어 읽은 책입니다.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무현 정권의 필살기는 투쟁이나 구속이나 수색 같은 특수하고도 전문적인 분야들을
좀 더 대중화해 일반인들도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한 점과 음지에서 했던 일들을
양지에서 내놓고 하게 한 것 아닐까. 
이게 절차적 민주주의다.
저 시절엔 기가 질려 "동네 사람들아!"를 못했다면, 이 시절엔 절차대로 한 일이니
아무리 불러도 동네 사람들이 안 오는 거다.(26쪽)

어제 리뷰에 못 쓴 구절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니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  버럭=3  그것도 질문이라고.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이른바 사람들이 말하는 문학.
그런데 전 무엇이 문학이고 비문학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 생각 없습니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전래동화를 새로 풀어 써서 책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 작가라고 할 수는 없지요.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 최승자 시인,  브레히트와 노신.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떨려서......

 

--------------------------

에로이카 님에게 언제 마음 내킬 때 쓰겠다고 했는데 사실 이 설문의 문항들은
별로 제 흥미를 못 끌었습니다.
모레부터 서재 지붕이며 뭐며 몽땅 바뀐다고 하니 이사 가기 전 서랍 한 개 정리하는 기분으로
써보았습니다.
말투는 퉁명하지만 솔직하게 썼으니 어여삐 봐주시길.^^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 애정(?)도 확인할 겸 남부럽지 않게 바톤을 넘겨보고 싶지만,
누가 쓰고 안 썼는지도 잘 모르겠고, 호명을 하면 부담스러워 하실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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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7-06-0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보면서 씨익~

2007-06-04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7-06-0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라고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2007-06-04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7-06-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금꽃나무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저를 덮치고 있습니다.^^

blowup 2007-06-04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고 나니 메밀묵이 먹고 싶어졌어요.
로드무비 님의 가지가 아니라 줄기를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로드무비 2007-06-0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메밀묵은 저도 좋아하는데.
그런데 양념장이 맛나야지요.
'가지가 아니라 줄기를 보고 있는 기분'이라니, 너무 앙상했나요?^^

꼬마요정 님, 그 생각이 물러나기 전에 꼭 읽어보시길요.^^

마음이 동하던 터 님, 기다릴께요.
둘 다.^^

날개 님, 안 그래도 우리 집에서는 거의 작가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책장수님 앞에서만.
(서재활동도 창작활동의 일환이라고 우깁니다.ㅎㅎ)

그럴 리가 님, 앗, 반가운 소식입니다.
요즘 무지 궁했는데.
챙겨주셔서 감사.^^
(언젠가 쓴 내 식모 기질에 대한 페이퍼 안 읽으셨나 보다.
이 시인에 대해 거의 흐느끼며 썼는데......)

건우와 연우 님, 저도 씨익.^^


에로이카 2007-06-0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감사... ^^ 소금꽃나무 읽으셨군요. 봐야지 봐야지 벼르고만 있고, 정작 못 읽었는데... 김진숙 님 (적당한 호칭을 못 찾겠네요)은 입담과 필력이 모두 대단한 것 같아요..

2007-06-05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6-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님, 제 행보가 어때서요?
님보다는 바지런하고 훨씬 열정적이구만.=3=3=3

에로이카 님,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네요.
호송 중 활짝 웃는 젊은 날의 모습이 사진으로 실렸는데요,
확대해서 책상 머리맡에 붙여두고 싶을 정도랍니다.^^

 
 전출처 : 하루(春) > 플루토에서 아침을(Breakfast on Pluto)




난, 심각한 건
딱 질색!

눈물을 흘리는 대신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
그게 내 삶의 방식이야

내가 라디오에서 들은 게 맞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보고 "Two thumbs up!"이라 했단다. 이딴 영어 집어치우고, 그러니까 "최고"였다는 거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시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조만간 서울에 가서 볼 거다. 언제나 그렇듯 큰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기대는 하련다. 왜냐하면 포스터의 저 문구가 딱 내 스타일이거든.

(이상은 하루 님의 페이퍼입니다.)

----------------------------------

어찌어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잡았다며 어젯밤 책장수님이 의기양양
고친 컴퓨러를 들고 왔는데 어찌된 셈인지
사진이나 그림을 싣고 활자를 지정하는 등의 시스템이 보이지 않아
궁리 끝에 하루 님의 페이퍼를 퍼왔다.

어제 오전 광화문 극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니
조조 관람은 힘들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나온 탄식이,
"아이고, 나 죽어!"였다.
(30분에 한 대 오는 직행버스를 25분 기다려 타는 바람에......)
처음 써본 말인데, 입 밖에 내뱉고 보니 너무나 익숙하다.
생각해 보니 오래 전 소설가 *** 선생의 입에 달려 있던 전유물 같은 말.
배가 너무 고파도 "아이고, 나 죽어!"
약속 시한은 다가오는데 원고가 잘 안 써져도 "아이고, 나 죽어!"
어찌저찌 연락을 안하고 산 지 몇 년이 되어 가는데,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그 말은 내 속에 납작 매복해 있었나 보다.

더 웃긴 건 영화를 보는데 서른번째인가의 에피소드 제목이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아이고, 나 죽어!'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영화를 보다가 어둠 속에서 혼자 낄낄 웃었다.

컴이 고장나 잠시 연결이 되다말다 하던 지난 한 달여 동안
메일로 어렵게 '재입고' 소식을 접하고 미친듯이 달려가 장바구니에 담고
몇 번 껐다 다시 켰다 하며 주문을 완료하고 결제까지 그 어려운 장정을 마치고
엊그제 내 손에 무사히 들어온 상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바쇼의 詩句 광고문안이  그토록 인상적이던 펀숍의 스노우돔 '겨울단상'.

5분 안에 써야 할 글이 있을 리 없고 5분 안에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상품이
있을 리 없다고 페이퍼를 써서 올린 지 불과 며칠 뒤의 일이었던가?

고장난 컴 궁둥이를 두드려 가며 한 시간 여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룩해낸 쾌거이고 보니
스노우돔을 내 두 손에 받아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 말을 언제부턴가 믿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단상' 때문에라도 슬며시 수정해야 할까.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보고 나와 오랜만에 극장 안내원을 붙잡고 졸랐다.
포스터를 한 장 살 수 없냐고.
이 얼마나 모처럼 맛보는 생의 알토란 같은 집착이란 말이냐.
살 수 없다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포스터를 갖고 싶기는 또 오랜만이어서, 거절을 당하고도 무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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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하게 마음에 드는 포스터군요. 저도 가지고 싶은걸요.

2007-04-0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7-04-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겨울 단상.
바쇼의 하이쿠에 대한 답가로
로드무비 님의 短想도 들려 주세요.
포스터는요. 혹시 수입사에 전화해 보면 안 될까요?
(택배비 정도만 내면 보내 줄 것 같은데...)


비로그인 2007-04-0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포스터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산다는 건데
굳이 불가하다는 냉담함은 뭐람?
저라면 홍보를 위해서라도 적극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할 텐데요.
그 사람 센스 참...!

로드무비 2007-04-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 2 님, 포스터를 달라는 사람이 많았나 보죠.
그래도 조금 서운하긴 합니다. 헤헤~

namu 님, 수입사에 전화라니, 너무 먼길 같습니다.
그 정도로 갖고 싶은 건지 생각해 보고요.ㅎㅎ
겨울 단상, 기대했던 그대로더라고요.
단상은 떠오르는 거이 없어서 패쓰!^^

타인의 삶 님, 컴이 먹통이다 보니 프로그램 상영 시간을 몰라서
<씨네21>에 의지, 닥치는 대로 나선 길이었습니다.
타인의 삶은 오후 2시 지나서 시간이 잡혀 있더군요.
님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L-SHIN 님, 묘하게...그죠? 묘하게 마음을 끄는......^^

하루(春) 2007-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보셨군요. 저도 볼 거예요. 꼭!! 포스터도 이왕이면 손에 넣고 싶네요.

히피드림~ 2007-04-0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나 죽어!! ㅎㅎ 나도 평소에 그 비슷한 말 잘 써요^^
그나저나 닐 조던 감독작품이군여
그 분은 동성애소재 영화를 좋아하시는군여 그래두 그 감독영화중 본 건
다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7-04-1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 님, 닐 조던 감독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좋더군요.
극장에서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요.
역시 영화는 극장 가서 봐야 해요.
"아이고 죽갔구만!"은 저도 몇 번 써봤는데. 헤헤~~

하루 님, 포스터 혹 두 장 얻으시면 제게 한 장. 비굴비굴.^^
 

토리(햄스터)를 데리고 바깥에 잠시 나갔다 왔다.
지루한 얼굴로 피아노학원 차를 기다리고 있는 딸아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마시던 커피 잔까지 챙겨서 나가니 딸아이 얼굴이 활짝 펴졌다.
꿈틀거리고 뭉클쿵클한 거라면 그것이 뭐든 무서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토리에게 푹 빠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토리가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
마루로 달려 나간다.
기척을 느끼고 창살에 붙어서서 두 손을 맞잡고 있는 앙증맞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딸아이는 하루에도 열두 번 토리를 꺼내어 안고 놀다가 집에 넣어주고
손을 씻느라 손등이고 손바닥이고  꺼칠하다.
토리를 만진 후에는 그것이 아무리 잠시라도 꼭 손을 씻는 딸아이.
침대에 내려놓으려고 하면 기겁을 하며 말리는데 이유인즉슨
토리의 몸에 있는 세균맨이 이불에 묻으면 우리가 잘 때
세균맨의 침공을 받기 때문이란다.

2주 전 토요일 아침에는 토리로 인해 작은 소동이 있었다.
딸아이는 학교에 가고 그 틈에 토리를 마음껏 주무르며 놀던 나,
운동 좀 하라고 마루에 내려놓았더니 순식간에 에어컨 설치를 위해
파놓은 벽의 동그란 구멍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속이 무슨 미로처럼 되어 있는지 토리가 나올 줄을 모르는 것이다.
구멍 속으로 손을 넣고 한참을 휘적이던 남편,
단안을 내렸다. 벽의 구멍을 더 크게 뚫기로.
이사 오기 전 텔레비전 홈쇼핑으로 충동구매 했던 전동공구 세트가
이렇게 요긴하게 사용될 줄이야!
토리 구출작전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무심코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영문 모를 어둠 속에 30여 분 갇혀버린 토리.
딸아이가 돌아오기 전 무사히 구출해서 다행이었다.
남편은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토리를 꺼내다가 손등을 심하게 긁혔다.
영광의 상처......

토리를 두고 가는 게 아쉬워 딸아이는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피아노 차량에 오르고, 나는 열린 창문으로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우리 토리를 소개시켰다.
“그거 쥐 아니에요?”
얼굴을 찡그리시는 아저씨.
‘에잉? 토리가 쥐라니!’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기분이 나빴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토리는 쥐 종류였다.

아파트 화단에 토리를 풀어놓고 서서 싸늘하게 식은 커피를 마셨다.
“아줌마, 그거 뭐예요?”
처음 보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온다.
지나가는 여고생에겐 “얘 예쁘죠? 햄스터예요. 운동 나왔어요.” 하고
내가 먼저 말을 걸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흙과 풀이 깔린 화단에서 토리는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하루에 10분씩 꼭 맑은 공기를 쐬어 줘야지.
우리 집 토리는 주인을 정말 잘 만났다.
지난 주말에는 경춘가도까지 달리지 않았는가.
양평과 가평을 지날 때 딸아이는 창문을 조금 열고 토리에게
강바람을 맞게 해주었다.
친한 네 가족이 콘도에서 만나 놀고 하룻밤을 잤는데 토리는
아이들에게 대인기였다.


토리 재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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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쓴 글을 이제야 긁어 올린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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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7-04-03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산책은 어떻게 하시나요? 목줄같은거 매나요?

플레져 2007-04-0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행복한 토리네요.
토리를 구출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쯤에서 이야기가 멈출까봐 괜히 조마조마했어요 ^^

마노아 2007-04-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리는 정말 주인을 잘 만났네. 완전 가족이잖아요^^

비로그인 2007-04-0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 미치겠군요 정말!!! >_<

BRINY 2007-04-0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바람까지 쐬다니...우리집 녀석들은 창문 열고 창가에 갖다대주는 게 전부였는데.잉...정말 주인 잘 만났구나, 너!!! 근데, 새로운 사진 안 찍으시나요? 토리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더불어 저도 새로운 햄돌이를 데리러가고 싶어요~~

2007-04-03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4-0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 님, 몇 달 미루다가 카메라를 사고 보니 컴이 고장나고, 쩝.
새로운 햄돌이라니 지금은 식구가 몇인데요?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컴이 정상화되면 새 사진 무더기로 올리겠습니다.^^

체셔고양 2 님, 더 미치게 해드릴게요.^^

마노아 님, 책장수 님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녀가 겪어야 할 토리의 부재로 인한
정신적 공황.(그대로 옮겼습니다.^^)

플레져 님, 어쩐지 전동공구 풀세트를 사고 싶더라니요.
만물과 모든 행위에는 심오한 뜻이......^^

라일라 님, 손에 받치고 품에 꼭 안고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