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귀혼(鬼魂)이라는 게임에 필이 꽂혔다.
오늘 저녁 동네의 새로 생긴 막걸리집에서 어른들은 간단하게(과연?) 저녁 겸 술을 해결하며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이들을 먹인 후, 그것도 모자라 두 녀석의 손에 몇 푼 쥐어보내
근처 문방구에서 2차 향응을 제공했다.
그런데 아이가 사온 것 역시 '귀혼' 딱지다. 동주도 누나를 따라 덩달아......
"귀혼이 그렇게 유명한 거야? 딱지로도 나와 있네?"
신기해서 물었더니, 아이가 하는 말.
"'유명'이 아니고 '유행'이지. 엄마는 그것도 몰라?"
가끔 아이의 언어 구사에 깜짝깜짝 놀란다.
우리 아이가 특별해서는 아니다.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에게 빌린 EBS 다큐영화 비디오테이프를 급히 돌려주려
대학로의 한 카페에 잠시 들른 적이 있다.
그 친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잠시 시인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 귀퉁이에 궁둥이를 걸쳤는데,
이진명 시인이 자신의 어린 딸이 한 말을 친구들(황인숙, 조은, 김형경 등)에게 읊는데
너무너무 신기했다.
무슨 말을 한 건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이가 방귀를 뀌었다고 해도
그렇게 신기하고 부러웠을 것이다.
(그런 걸 알지 못하고 그때는 시인의 딸이어서 그런가? 하고 무지 부러워 했다.)
최근 알라딘 서재에서는 건우와 연우님의 남매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연우의 말들이
그렇게 신통방통할 수가 없다.
물론 마이 도러가 오늘밤처럼 어쩌다 실수로 내뱉는 말도 사랑스럽기 짝이 없고......
(아무튼 '유명'과 '유행'을 구별하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요?)
막걸리집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준비한 추억의 양은 도시락.(2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