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럴, 날 좋아해? 난 나이도 많고 또 여기 사람도 아닌데."
코럴이 고개 들어 나를 바라본다.
"우린 처음부터 좋아했어요. 그날 인사를 나눈 그 순간부터."
연말의 흥청대는 분위기가 싫어 베네딕의 집에 간 날. 처음 만났던 그 순간. 무심한 눈길로 목례를 주고받던 그 순간부터 난 너를 좋아했구나. 너도.
두 손으로 코럴의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 같은 떨림이 온뭄을 관통해간다. 나의 입맞춤은 집요하고 간절했다. 마치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듯이 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이 비집고 나온다.
"너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언제나 이 순간을 꿈꾸어왔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어. 코럴! 너와 함께라면 다시 한번 사람이 사는 일들을 참아내고 견디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너하고 같이 있고 싶어."
"나도 알아요. 나만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킴만이 나를 수줍게 만들어요. 나를 애타게 만들어요."
코럴을 안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깊고 또 깊었다. 내 심장을 코럴의 심장에 가까이 댔다. 코럴의 나직한 탄성이 내 귓가를 간지럽게 한다. 나는 얕은 파도가 되어 코럴에게 밀려갔다. 이 세상에 나와 코럴, 둘만 남은 것 같다. 코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코럴 역시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이유가 되면서 달빛과 별빛은 선명해져갔다.
그렇게 우리는 시작되었다.(303쪽~304쪽)
-------첫 눈에 반한다는 것,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를 것이다. 물론 변했을 수도 있다. 그때 그 감정 그대로일 수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가끔 그때를 두고 두고 이야기한다. 아직은 여전한데 언제까지일지 알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