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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열 아홉살의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될까 싶어서 스무 살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한 살 더 먹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냥 막연하게 스무 살의 어감이 좋았고 마치 스무 살만 되면 '어른'으로 바로 승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정작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열 아홉에 꿈꾸었던 그 스무 살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열 아홉까지 지겹게도 긴 시간으로 느꼈던 그 시간들이 스무 살을 넘기면서부터는 고속열차를 탄 기분으로 지나가고 있다. 그 때...열 아홉에는 왜 몰랐을까....... 다시는 그 순수했던 순간으로, 사람을 사랑만으로 사랑할 수 있었던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말이다.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게 된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었고 특히, 그녀는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못생긴 외모를 갖고 있어서 사람들을 기피하고 안으로만 자꾸 숨으려고 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모멸감과 놀림을 당해야 했던 '그녀'는 그를 받아 들이가 쉽지가 않아 다가서는 그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그런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아르바이트 선배인 '요한'은 둘의 마음을 서로에게 납득시켜주고 그 둘과 우정을 쌓아간다. 그만의 고통을 숨긴 채.......
열아홉, 스무 살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더구나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납득' 해야만 하는 이해가 되는 못생긴 그녀에게는 말이다. 단 한 번도 사랑의 눈빛으로 보아 준 이가 없던 그녀에게 '그'는 한줄기 빛과 같다. 그녀는 그 빛이 사라지고 또 다시 어둠만이 가득한 곳에 갇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 그를 떠나게 되고, 그는 그녀의 부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이 진심임을 더 확인하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마지막 라이터스 컷(Writer's cut)이 있어서 두 가지의 결말이 등장한다. 독자들이 본 내용의 결말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려는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마지막 어느 부분까지 화자인 '나'의 시각으로 그녀를 요한을 바라보다가 요한과 그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음엔 살짝 놀랐지만 곧 두 가지의 결말을 음미해보고 소설 속 '나'처럼 소설의 처음 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되었다. 그제서야 그녀가 왜 그렇게 행복해서 눈물을 보였는지, '나'가 그렇게 어른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 그 둘의 마지막 이별의 모습이 얼마나 애틋했는지를 이해 할 수 있었다. 내가 열아 홉, 스물 살이었다면 해피엔딩이 아닌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 했을 텐데, 이제는 또 다른 결말 또한 애틋하게 다가온다. 인생이란 이상한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작가 박민규의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감성이 더 풍부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