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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
빈첸초 체라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나는 정말 그를, 그녀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나를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하면서 가 본 적이 없는 이탈리아의 골목골목 거리를 '그녀' 모레나와 함께 헤매이게 한다.
모레나는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고 변화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인물을 상상해내고, 하나의 피조물을 연기하면서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고 예전의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원하는 모습대로 살고 싶어 실행에 옮긴다. 영화감독 클라우디오의 완벽한 연인이었던 모레나의 다른 분신 안젤라로 삼년간을 살았다. 그와의 사랑이 끝나 감을 느끼고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 모레나는 그의 곁을 말없이 떠난다. 클라우디오는 그녀를 찾고자 하지만 삼년간 그가 알았던 안젤라는 그 어디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가 사랑했던 뮤즈 안젤라에 대해 진심어린 관심이 아닌 자신이 보고 싶었던 안젤라의 이미지와 자신 스스로에게만 몰두했었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안젤라의 모습에서 벗어난 모레나는 이번엔 소시민들의 삶 속에 들어가고 싶어 상상 속의 인물 가브리엘라로 변신하여 그들 속에 숨는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서로를 결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체 자신들의 보고 싶은 모습만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또 다시 떠나게 된다.
모레나는 안젤라에서 가브리엘라로 다시 자신의 본 모습인 모레나로 돌아오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마음 속 고통을 겪게 된다. 음악계의 거장 콘스탄치 딸로서 아버지의 명성과 그 명성에 먹칠을 하는 스캔들 속에서 아버지 곁을 지켜야 했고 모레나가 사랑했던 작곡가 조르조는 그녀의 아버지 콘스탄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한 채 방황을 하게 된다. 그녀 모레나를 사랑했던 클라우디오, 조르조는 각기 다른 환상 속에서 살면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한 채 서로를 보고 싶은 이미지대로만 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조르조와 조르조가 사랑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사랑한 게 진정 서로였을까 하는 의문을 가득 안은 채 서로의 자아 찾기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모레나가 진정한 모레나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미로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목소리만으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나 역시 끊임없이 묻고 싶고 또 한 외면하고 싶은 지금의 내 모습 속에서 수많은 갈등을 일으킨다.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다른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되는 지인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얼마만큼 같을까? 아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실의 내 모습이 초라하다고 느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인정했을 때 모레나가 자아 찾기 미로에서 벗어났을 때 느꼈을 한줄기 안도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난 여전히 자아 찾기 미로 속에서 서 있다. 내가 누구인지, 그들이 바라보는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면서.......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는 등장인물들이 쉴 새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머릿속이 멍멍해진다. 자신이 누군인지, 자신이 되고 싶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이해하려고 발버둥 친다. 어쩌면 한 평생 살면서 해야 하는 일이 '자아 찾기'가 아닐까 하는 마음의 짐이 생긴다. 이 책은 제목처럼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미로같은 책이다.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후에 다시 꼭 읽어보고 느낌을 적어보리라 하는 생각이었다. 그만큼 심란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