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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네로가의 영원한 밤
플라비오 산티 지음, 주효숙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보스코네로 가의 영원한 밤'은 괴테가 이탈리아를 여행한 후 집필한 '파우스트' 가 실제로 괴테가 악마를 만나 겪은 사건임을 죽음을 앞둔 마지막 시기에 고백하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평소에도 인간과 악마, 선과 악에 관심이 많던 괴테는 1786년부터 1788년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지중해 섬 시칠리아에서 한 달을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칠리아의 묘한 분위기와 선술집에서 괴테는 얼굴에 깊게 파인 흉터가 있는 중년의 한 사내에게서 보스코네로 남작 가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악에 대한 묘한 지적 호기심과 함께 그 사나이의 이야기 솜씨에 빠져들게 되고 최근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에서 일어난 기이하고 공포사건들을 듣게 된다. 머리만 몸통에서 잔인하게 뜯겨진 시체들과 심하게 훼손된 농부의 시체, 그 사건을 수사하던 경감의 실종 이야기는 괴테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심연 속으로 몰아가며 그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보스코네로 남작 페데리고로 이어진다.
보스코네로 가의 둘째 아들인 페데리고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아들이었고 이를 시기하던 첫째 아들 아담이 아버지를 살해 후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면서 실질적인 보스코네로 가의 주인이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보스코네로 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 때문인지 기억상실증, 수면발작증을 번갈아 가며 평생을 겪게 된다.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인간 거울' 역할을 하는 하인들만을 두고 기이한 생활을 한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던 괴테는 답답하게 죄어오는 공포감을 느끼며 잠을 들게 되고 드디어 공포의 실체인 페데리고 보스코네로 남작의 초대를 받게 되어 진정한 '악'의 힘을 경험하게 된다.
페데리고의 스승 텔라모니오가 해준 이야기는 소설을 이끄는 암호이자 전체 이야기를 암시하는 "삶은 피를 먹고 산다." 는 수없이 반복되는 환각과 수면발작증,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던 페데리고를 지탱시켜주는 말이자 알 수 없는 암시가 담긴 말이라 스승을 찾아 그 답을 듣고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독자들을 괴테가 겪은 그 악의 중심에 독자들을 이끄는 말이 되기도 한다. '보스코네로 가의 영원한 밤'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는 듯 느낌을 준다. 현실과 환상 속을 더 이상 분간하기 힘들고 환상 같은 현실의 악몽이 시작되고 끝없이 이어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의 보스코네로 가의 성에서 겪게 되는 악몽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탐욕과 잔혹성이 내재되어 있는 한 악은 영원히 우리 주위를 맴돌면서 괴이한 호기심을 부추기며 살게 될 것라는 불길한 징조를 듣고 본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다. 읽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묘한 분위기를 주는 독특한 소설이었고 그래서 더 읽고 나서도 잔상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