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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 -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네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도 잘해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 본문 중 -
'월플라워'인 찰리는 고등학교 생활을 앞두고 불안해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고자 편지를 선택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다. 15살인 찰리는 학과 공부에는 뛰어난 성적을 보이지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매사에 서툴고 어딘가 좀 이상한 아이, 항상 저 멀리에 가 있는 아이로 보여 진다. 하지만 찰리는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하고자 노력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친구 마이클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찰리는 감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러한 눈물은 찰리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올 때마다 억제할 수가 없게 되어 주위 친구들을 당혹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찰리의 진심을 알게 된 친구 패트릭과 샘은 찰리의 가족들만큼이나 찰리가 찰리답게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에서 일어서는 것을 격려해주고 사랑을 보낸다. 마지막 장면인 찰리의 픽업트럭에 올라 커다랗게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터널을 통과하면서 행복의 눈물을 흘리는 찰리가 앞으로도 더 행복해지고 찰리다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뭉클해졌었다.
누구나 십대 시절은 조금씩 불안하고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진다. 나 역시 어서 이 시기가 지나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던 것 같다. 찰리와 친구들은 몸은 어른이 다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미성숙한 단계여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도 받고 때론 상처를 주면서 섹스, 근친, 동성애, 술, 약물복용을 하면서 어른인 것처럼 보여 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성장단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걸치고 있는 것이고 찰리는 그 일년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을 다듬고 마음 속 상처와 대면하게 되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찰리가 한번은 걸쳐가야 하는 단계였다. 사실 마지막 부분까지 가면서 찰리와 친구들이 들려주는 음악과 빌 선생님이 추천해주시는 책들과 영화를 찰리와 함께 읽고, 느끼는 기분으로 읽다보니, 찰리가 슬그머니 이야기했던 그 상처에 대해서 짐작은 했지만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직도 청소년 소설은 아름답게 희망차게 상처 없이 끝나야만 해 하는 고리타분한 마음이 남아있었던지라 마지막 부분에서 찰리가 그 긴 세월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람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는데 걸림돌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울컥해졌다. 하지만 찰리는 과거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도망가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아무도 증오하지 않는 찰리가 되어 픽업트럭 위에서 행복의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읽는 나도 너무 행복해졌었다. 찰리의 마지막 편지대로 모든 일들이 잘 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고 꼭 그렇지만은 아닐지라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졌다.
'월플라워'는 섹스, 근친, 동성애, 술, 약물복용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들은 찰리와 친구들이 겪어 나가야 하는 한 단계의 부속품 같은 것일 것이다. 찰리와 친구들이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을 한 부분만을 보고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월플라워'였던 찰리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껍질 속에만 있었던 자신을 열고 스스로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점과 친구들과 가족들의 사랑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음악, 영화, 책들을 한 책 속에서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더불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