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개월된 둘째와 네살짜리를 데리고 다니는 생활이 편하지는 않다. 아이가 없을 때야 여행에세이 등은 심심찮게 읽었었는데, 이제는 꼭두새벽부터 정신없이 준비해야 겨우 어딘가를 다녀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행서적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된다.  

기차로 만나는 여행은 어떨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유명한 첫 장면,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췄다”를 읽었을 때는 그저 좋은 문장으로만 생각했지 그 풍경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몇 년 전 노르웨이의 뮈르달로 가는 기차 속에서 <설국>을 느꼈다. 해발 2m의 플롬에서 해발 866m의 뮈르달로 가기 위해서는 눈 쌓인 계곡을 통과해야 했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나는 그게 눈의 터널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보아도 눈뿐이었다. 눈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어떤 나라가 나올까.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기차를 타보았지만 노르웨이의 산악기차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세계기차여행>(윤창호 외 지음, 터치아트)이라는 책이 있는데, 노르웨이의 산악기차를 포함해 스무 개의 낭만적인 기차여행이 나온다. 사진이 아름답고 풍경은 너무 아득해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차의 덜컹거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스무 개의 루트를 모두 다녀볼 생각이다.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쩐지 반갑다. 가수이자 글도 잘 쓰는 오지은씨의 책 <홋카이도 보통 열차>(북노마드)를 보고 동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철덕후’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는데, 철덕후란 ‘철도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철덕후 중에서도 철도 여행을 사랑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철도 노선과 기차 시간표, 차량 부품 등을 사랑하는 부류도 있다는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랑이 있구나 싶었다. 나는 철도 노선을 사랑하긴 힘들 것 같고, 기차 여행을 사랑하는 철덕후로 남을 것 같다. <홋카이도 보통 열차>에는 제목과 달리 열차에 대한 얘기가 많지 않다. 당연하다. 열차여행이란 열차를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열차를 통해 창밖의 ‘나’를 보기 위한 것이니까. 기차를 사랑하는 이유는 느리게 달리는 기차 창밖의 풍경을 통해 무수히 많은 나를 만나게 되고, 나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기차가 타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거린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건데 일본에는 ‘청춘 18티켓’이란 게 있다고 한다.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발매되는, 5일간 무제한으로 보통열차를 탈 수 있는 기차표다. 청춘이 아니어도 18살 이상이어도 표를 살 수 있단다. 이름이 너무 멋져서 소설 제목으로 쓰고 싶을 지경이다. ‘청춘 18티켓’ 외에도 일본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차표가 있어서 다양한 경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김혜원 지음, 씨네21북스)이나 <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심청보 지음, 테라출판사) 같은 책을 읽어보면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86.html  


"이 세상에는 공항서적이라는 게 있다. 이 특수한 목적의 서적들은 전세계 모든 공항에서 똑같이 발견된다. 세계 어디를 가나 공항서점의 규모는 가판대 수준인데, 그 이유는 비행기 이코노미석의 악조건을 견딜 수 있는 책은 겨우 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행안내서와 회화책과 지도와 잡지를 제외하고 이들 공항서적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공항소설이라는 게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공항소설이란 매우 두껍지만 빠르게 읽히는 모험, 혹은 음모에 관한 소설로 공항서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공항과 기내에서만 읽고는 버리는 흥미 위주의 소설이다. 한가한 사람들의 말재간에서 나온 용어인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장르의 역사는 오래됐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소설을 ‘철도소설’(romans de gare)이라고 불렀다. 비슷하게 우리에게는 휴게소 편의점에서 할인판매하는 ‘휴게소 소설’이 있다.
 

 


전형적인 공항소설로는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시공사),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조디 피콜트의 <19분>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소설들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너무 심오하거나 철학적이지 말아야만 한다는 점이다. 공항 대합실과 기내에서 책을 읽는 일은 혼자 집에서 책을 읽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가능한 한 두꺼워야만 한다.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환승에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페이퍼백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다 읽고 나면 바로 버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항철학서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일 것이다. 여객기에서 바로 옆에 앉았다는 인연으로 시작되는 연애를 다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나 여객기 창의 풍경을 표지로 삼은 <여행의 기술>, 혹은 더 노골적으로는 영국 히스로 공항의 호의에 힘입어 쓴 <공항에서 일주일을>(청미래) 등은 공항서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책으로 느껴지리라. 너무 심오하거나 철학적이지 말아야만 한다는 원칙과 명색이 철학서라는 이 책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합일하는가는 직접 책을 펼쳐보면 알 수 있으리라. 하이데거도 좀 노력해서 알랭 드 보통처럼 썼더라면…. 그런 상상이 가능한 것도 다 이코노미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석에만 앉았어도 반대로 생각했을 텐데.
 

             


마찬가지로 공항서점에 가면 공항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들은 무엇보다도 두껍다. 공항여행기의 대표적인 작가들이라면 폴 서루, 빌 브라이슨, 세스 노터봄 등을 들 수 있다. 서루의 경우에는 <중국기행>과 <유라시아 횡단 기행>이 나와 있다. 세스 노터봄 역시 <산티아고 가는 길>(민음사)과 여행소설에 더 가까운 <이스파한에서의 하룻저녁>이 나와 있다. 

              

           


빌 브라이슨은 상대적으로 많은 책들이 번역됐다. <나를 부르는 숲>과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을 비롯한 ‘발칙한 산책’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폴 서루와 빌 브라이슨은 전세계의 어느 공항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여행기는 공항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두 사람 모두 시니컬한, 혹은 유머러스한 여행자로서 자신이 목격한 이국의 관습들을 기록했는데,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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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휴가 특집편이 단순히 가벼운 책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대해 고민해 볼 입문서로 제격인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한번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다가오는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정치의 해’다. 현실 정치가 구질구질하다고 느낄수록 ‘정치 혐오증’에 빠질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치철학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 정치철학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굴 정치 문제에 대해 좀더 심도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들,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검증된 인기도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있다. 이 책은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등 현대 정치철학의 주요 쟁점들을 피부에 와닿는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대신 이 책은 지은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또렷하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일본 지바대학 교수 고바야시 마사야가 쓴 <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황금물고기)은 <정의란 무엇인가>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등 샌델의 주요 저작들을 살피며,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샌델의 정치철학에 대해 들여다보는 책이다. 지은이는 “샌델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좋은 삶’에 대한 추구, 곧 선이 있는 정의”라며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고전적인 정의론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공공철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샌델이 말하는 공동체가 역사적인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동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인문학자 강유원씨가 쓴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라티오)는 플라톤의 <국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정치사상을 다룬 서구의 고전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일러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고전이 쓰여진 시대의 상황을 고려할 것, 기본 개념을 철저하게 익힐 것 등 고전을 읽을 때 주의할 사항을 정리해준다. 지은이는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며 “인간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존재인데, 공동체 속 인간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은 말에 의한 설득으로써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설득의 궁극적 근거를 제공해주는 정치사상은, 결국 공동체에 사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삶을 두루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정치철학에 대한 고민을 생각해보려면 철학자 김상봉 전남대 교수와 정치학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참된 공화국의 건설’을 주제로 펼친 대화를 묶은 <다음 국가를 말하다-공화국을 위한 열세 가지 질문>(웅진지식하우스)이 있다. 정치철학과 역사, 용산 참사와 같은 현실 등을 넘나들며 ‘민주공화국’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지은이들은 “민주국가가 모두에 의한 나라라면, 공화국은 모두를 위한 나라”라는 핵심을 짚어준다. 두 사람의 사유에는 ‘씨알’이란 개념으로 개인과 전체의 관계성을 고민했던 함석헌의 생각이 녹아들어 있다. 정치의 목적, 국가의 본질과 구실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주제들을 철저하게 우리 삶에 기반해서 펼쳐냈다. 최원형 기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81.html 

‘필독도서’ 목록에 실린 셀 수 없이 많은 교양·인문서의 이름들은 늘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층층이 쌓여온 고전들도 마찬가지다. 내 관심사와 연결되는 책들은 무얼까? 어떤 책부터 봐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해 ‘입문서’가 있다. 폭넓은 지식 세계를 간추려서 쉽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읽지 않은 책도 대강 ‘어떤 책이구나’ 감을 잡게 만들어준다. 평소 쏟아져나오는 책들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는 인터넷 서평꾼 로쟈가 책 선정에 도움을 줬다.
  

            


서양 정신문화의 뿌리는 그리스다. 그리스 연구에 평생을 바친 앙드레 보나르가 쓴 <그리스인 이야기>(전3권, 책과함께)는 서양 문명의 발원지인 그리스에 대해 종합적인 이해를 돕는 책이다. 호메로스부터 에피쿠로스까지, 그리스인들이 처했던 환경적 조건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살피며 그리스인들의 실질적인 삶과 생각이 어떠했는지 드러냈다. 딱딱한 글로서 전해지기 쉬운 그리스 문명의 전체적인 모습을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전해준다. 많은 그리스 고전들이 탄생한 문명사적 배경을 알 수 있다.

언론인인 데이비드 덴비가 쓴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씨앗을뿌리는사람들)은 이름난 서양 고전들을 다루는 책이지만, 접근 방법이 독특하다. 중년의 지은이가 집 근처 컬럼비아대학을 다시 찾아 학부생들이 듣는 교양필수 과목을 1년 동안 청강하고 책을 읽은 경험을 풀어놓은 것이다. 오랫동안 고전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지은이는, ‘지금 여기’만 강조하는 미디어 중심의 세상 속에서 “타자와 맞닥뜨리는 만남의 지점이며, 현실을 성찰하는 힘을 준다”며 고전 읽기의 새로운 의미를 강조한다.  


 
입문서의 가장 큰 함정은, 그저 간략한 소개와 해설에만 치중할 경우 독자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이자 시인인 허연씨의 <고전탐닉>(마음산책)은 그런 함정을 뛰어넘은 고전 소개서다. 자신의 작업을 ‘사적 고백’이라고 일컫는 지은이는, “내가 그 책들을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이해했으며, 그 책들이 내게 와서 무엇이 되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같은 문학작품에서부터 엘리아스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과 같은 사회과학 서적까지 동서양의 명저 56권을 읽고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했다. 짧은 글 속에 명료한 해설과 감상을 담았다.
 
사회과학에 대한 입문서로는 최근 출간된 우석훈 박사의 <나와 너의 사회과학>(김영사)을 추천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큰 부담 없이 사회과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안내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사회과학의 핵심적인 개념들을 강의처럼 쉽게 풀어놓았다. 과학주의와 해석학, 환원주의와 다원론, 실존과 선택 등의 딱딱하게 느껴지는 개념들에 좀더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한다. 지은이는 엘리트 남성의 전투 용어로 뒤덮인 사회과학의 언어가 여성을 포함한 생활인들의 일상용어로 바뀌어야 ‘사회과학의 르네상스’가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청소년들에게 권하는 입문서로는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가 있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지은이가 아들과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국제 기아 문제를 폭넓게 다룬다. 2005년 기준으로 10살 미만의 어린이가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등 적나라한 기아의 실상도 충격적이지만, ‘왜?’라는 질문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지은이는 절망적인 굶주림의 현실 반대편에는 다국적 금융자본과 이를 유지하는 과두적 권력이 있다는 사실을 까발리며, “기아에 대한 범세계적 투쟁이 어려운 것은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의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질타한다. 서아프리카의 작은 국가 부르키나파소에서 개혁 정치를 펼치며 식량 자급자족을 이뤄냈지만, 프랑스 일부 세력의 사주로 살해당한 상카라 대통령의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본보기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단지 빈곤에 대한 보고서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생각을 변화시키려 하는 인문학 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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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에 여름휴가 특집 책이 실렸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공포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추리소설은 꽤 읽었다. 초등학교 시절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 모든 아이들이 다니던 곳이 있다. 바로 주산학원. 나는 매일 빠짐없이 학원에 갔는데 주산 보다는 학원 상담실이던가에 비치되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 때문이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학교때는 괴도 루팡을 섭렵했고, 007에 이어 여명의 눈동자로 유명한 김성종의 작품 중 도서관에 있던 모든 책을 읽었다. 앞으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포, 추리소설 특집을 정리해본다. 추리소설은 모르겠지만, 공포영화는 아무래도 손도 뻗지 않을까 싶다. 무서우니까.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에서는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툇마루, 그 마루에 같이 앉을 사람 한 명만 있다면 여름은 반딧불처럼 반짝반짝 행복한 계절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툇마루나 옆에 앉을 사람 한 명 없다 해도 장르소설 독자들은 여름엔 울지 않는다. 추리소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딴 데 신경 쓸 틈이 없으니까. 해거름에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맞으며, 비 오는 밤에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추리평론가 박현주씨와 소설가 이종호씨가 올여름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켜줄 추리소설과 공포소설들을 골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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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작가 루이즈 페니의 <스틸 라이프>(피니스아프리카에)는 정통 추리소설의 양식을 계승하면서 전원의 가을 풍광을 담아 아기자기한 재미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퀘벡주의 스리파인즈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비밀을 감춘 소박파 회화를 소재로 하여 인간의 선의와 악의를 들여다본다. 영어권 추리소설의 주요 작품상을 휩쓴 소설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사건 수사 분야에서 여성의 불리함을 토로하면서도 박력 있는 서술을 보여주는 추리소설들도 있다. 하드보일드 탐정 무라노 미로가 스너프 필름의 여배우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기리노 나쓰오, 비채)과 수사 전문 기자 안니카 벵트손이 올림픽 경기장 폭파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폭파범>(리사 마르클룬드, 황금가지)이 대표적이다. 일본과 스웨덴이라는 문화도 다르고 홀로된 여자와 가정주부라는 개인적 배경도 상이하지만 사회인으로서 여성이 느끼는 쓸쓸함은 유사하다. 

             

<완전 연애>(마키 사쓰지, 문학동네)는 케이블 채널의 데이트쇼 같은 제목과는 달리 되레 남자 독자들이 좋아할 수도 있는 추리소설이다. 언뜻 보기에는 어릴 적 만난 한 여인에게 평생을 바치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하면서도 어리석은 애정을 묘사한 로맨스이지만 여기에 불가능한 원거리 공간이동 살인사건이 섞여서 기묘한 추리소설이 탄생했다. 또한 페미니스트를 가장한 마초 주인공의 가장 좋은 견본인 007 시리즈가 재출간되어 강한 남자를 원하는 독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이언 플레밍, 웅진 뿔)에서 제임스 본드의 대사와 행동을 보면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저릴 정도지만 007의 뻔뻔한 매력 덕분에 책장은 휙휙 넘어간다. 

            
 
지하철에서 미국 드라마를 보는 대신 책을 읽고 싶다면 유럽 추리소설에 눈을 돌려 봄 직하다. 상반기 베스트셀러인 독일 추리소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넬레 노이하우스, 북로드)은 오래전의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의 미국 드라마 <콜드 케이스>와 성격이 유사하다. 한창 예쁠 나이에 죽은 소녀들이 있다. 그 죽음으로 인생이 바뀐 남자가 사건 발생 후 10년 뒤에 진실을 찾아 나선다는 설정은 새롭진 않지만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대칭적으로 촘촘히 배열하여 긴장감을 높였다. <로앤오더: SVU (성범죄 전담반)>의 팬들에겐 이탈리아 추리소설인 <속삭이는 자>(도나토 카리시, 시공사)가 적격이다. 어느 날 발견된 여섯 개의 왼팔. 그중 다섯 개는 실종된 여자아이들의 팔이었고 수사관들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여섯 번째 아이를 찾기 위해 정체 모를 연쇄살인범과 두뇌 게임을 벌인다. 실제 범죄 심리학자였던 작가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악과 그를 부추기는 속삭임에 주목한다.

한국 추리소설로는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3탄인 <정신 자살>(도진기, 들녘)이 있다. 삶이 못 견딜 정도로 괴로운 이들에게 정신만 자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상한 연구소와 집을 나간 아내를 찾는 남편, 4년 전 일어난 등반 사고 등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소설이다. 현직 판사로 재직중인 작가는 현실적인 법률 사례들을 주 사건에 엮어가며 서사를 구축했다. 결말 부분의 과잉 요소가 아쉽지만 시리즈물로서 개성이 쌓였다. 
 

           

추리소설을 지적인 유희로 여기는 독자들에게 어울리는 두 작품이 있다. <추상오단장>(요네자와 호노부, 북홀릭)은 책에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비블리오 미스터리로서, 다섯 편의 단편과 그 결말이 되는 다섯 개 문장의 짝을 맞추면서 과거 사건의 진상을 찾아낸다. <죽음본능>(제드 러벤펠드, 현대문학)은 프로이트의 후기 사상인 죽음본능에 의거하여 1920년의 월가 폭탄 테러 사건을 해결하고 살인 납치 사건의 범인을 찾는 스릴러이다. 이 책은 야심만만하게도 테러 수사, 추격전과 로맨스, 추리, 정치와 심리학, 사실과 허구 등 대중소설의 모든 요소를 집어넣었다. 
 

 


도둑과 사기꾼들이 주인공이 되어 벌이는 좌충우돌 모험담을 일컫는 케이퍼 소설 계열의 작품으로는 <마리아비틀>(이사카 고타로, 21세기북스)이 있다.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가는 신칸센 열차에서 돈 가방을 두고 벌어지는 킬러들의 대결을 속도감 있게 그린 오락적 소설이다. 전작인<골든 슬럼버>와 비교하면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감상은 약하지만 결말은 여전히 여운이 있다.

여름의 문제는 너무 빠르게 지난다는 것이다. 방학은 짧고, 휴가는 더욱 짧고, 추리소설 독자들에게는 더더욱 짧다. 이미 나온 소설들과 앞으로 쏟아져 나올 책들을 읽으려면 한 계절로 충분할까. 미처 다 오지 않은 여름이 벌써부터 아쉬워진다. 박현주/추리평론가 

 

  
공포문학은 독자 성향에 따라 작품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뉜다. 연쇄살인마가 등장하거나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탐구하는 현실적 공포를 선호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미지의 공포나 원혼 같은 초자연적 공포만을 찾는 독자도 있다.
현실적 공포를 다룬 대표소설로는 일본공포문학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창해)이 있다. 사이코 연쇄살인마를 다룬 소설로 추리기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미저리> 이후 사이코 캐릭터를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읽는 내내 오싹한 공포를 선사한다.

공포를 말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스티븐 킹이다. 얼마 전 출간된 그의 신작 <언더 더 돔>(황금가지)은 그가 왜 오랜 세월 ‘호러 킹’으로 군림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돔이 생기면서 외부와 단절된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악이 어디에 숨어 있고 어떻게 창궐해 사람들을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는지 너무나 현실적인 묘사로 보여주고 있다.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처럼 인류 종말의 어두운 미래를 다루는 작품인 코맥 매카시의 <로드>(문학동네)도 추천 1순위 작품이다. 문학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들이 즐겁게, 그리고 굉장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걸작으로, 스티븐 킹이 극찬하며 추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지의 공포를 말하면 단연 러브크래프트다. 그중에서도 <광기의 산맥에서>(동서문화사)는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남극대륙에 도착한 탐사대가 거대한 얼음 속에 묻힌 고대의 유적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에게 쫓기는 과정은 흡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에일리언>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 <에일리언>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수많은 에스에프(SF)와 공포영화들이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역시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즈키 고지의 <링>(황금가지)은 원혼을 소재로 한 공포소설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영화가 워낙 유명해 책은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언컨대 그 생각을 재고하라고 말하고 싶다. 링은 심리공포소설이기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영화보다 추리적인 재미에서 월등하고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긴박감과 오싹한 공포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각광을 받는 공포소설로 좀비물이 있다. 좀비물의 효시라 일컬어지는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황금가지)는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인류 마지막 생존자의 고독과 절망적인 공포의 깊이를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간 수작이다. 흔히 좀비물이라 하면 정신없이 달아나고 쫓아가서 물어뜯는 액션과 잔혹한 장면을 떠올리지만 이 작품을 접하고 나면 그런 선입견 대부분이 걷힐 것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좀비물이기 이전에 로빈슨 크루소보다 더 고독한 어느 남자의 처절한 생존기인 것이다.

벌써 5년째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국공포문학단편선(황금가지) 시리즈는 국내 공포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검증된 작품집이다. 이전 국내 공포소설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싸구려 괴담에 가깝다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것에 반해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시리즈는 탄탄한 필력을 갖춘 국내공포문학 작가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쓴 다양한 장르의 공포소설을 모아놓은 단편모음집이다. 공포소설에 입문하는 독자들이 선택하기에 가장 무난한 작품이란 생각이다.


이종호/소설가, <분신사바> <이프> 지은이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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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서인지 소설이나 시집을 손에 들 틈이 생기지 않는다. 1년에 두어권 읽는게 전부인 듯 하다. 몇 달 전에 읽은 허수아비춤이 가장 최근에 읽은 문학작품이다.
사실 문학을 손에 잘 대지 않은 것은 90년대를 장식했던 작가들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90년대 작가 중에 윤대녕, 공지영, 공선옥 등을 제외하면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2000년대 신진 작가들의 선전에 관심은 갔지만 한번 손에서 떨어진 문학이 다시 손에 들어오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6월에 소개된 문학 중에 단연 눈에 들어온 것은 김이설이라는 작가의 환영이다. 이름부터 독특한 그의 작품 소개 역시 인상깊었다. 소개글에서부터 치열함을 읽을 수 있었는데 조만간 그의 작품을 손에 들 생각이다.
  
 
환영
김이설 지음/자음과모음·1만원

"김이설(36)은 동세대 작가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소설 세계를 구축한 이다. 이즈음의 젊은 작가들이 청년백수로 대표되는 ‘젊은 가난’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직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한 주변부적 존재들의 이야기라 해야 옳다. 그와 구분되게 김이설의 소설은 사회의 최하층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생존의 몸부림을 처절하게 그리곤 했다. 장편 <나쁜 피>와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그 몸부림들은 징그럽게 수집되었다.

그의 두번째 장편 <환영> 역시 앞선 작품들의 기조 위에 서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무능력한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윤영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소설에서도 작가는 윤영이 놓인 비참한 현실을 호도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작가는 가엾은 주인공을 끝 간 데까지 밀어붙인다. 동정도 연민도 없이, 잔인할 정도로. 수렁에 빠진 한 발을 빼내려 다른 한 발을 내디뎌 보나 결국은 두 발과 몸뚱이 전체가 하릴없이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이 여자 윤영은 자신을 옥죄어 오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고자 있는 힘껏 발버둥쳐 보지만 무위에 그칠 따름이다.

외진 물가 식당의 서빙으로 시작한 일은 차츰 성격을 달리하며 윤영을 인간성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인다. “버티다 보면 버티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릇을 나르다가 삶은 닭고기의 살을 찢고, 닭고기를 먹여주다가 가슴을 허락하고, 가슴을 보여주다 보면 다리를 벌리는 일도 어려운 일이 못 되었다.”
 
 
아내가 밖에서 노동력에 더해 몸을 파는 동안, 남편의 시험 준비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어린 아들을 돌보고 아내 대신 살림을 사는 것이 본업처럼 되어 버린 남편은 툭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만, 악에 받친 아내의 언사는 험상궂기만 하다. “듣기 싫어! 미안하단 말은 공짜지! 당신이 뭘 안다고! 시끄러워!”

남편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듯, 운명은 윤영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어떤 일이 더 생겨야 최악이 되는 걸까.”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파도처럼 연이어 밀어닥친다. 알량한 지하 셋방의 전셋돈을 알기고, 아이는 병에 걸리고, 공장 일을 시작했던 남편은 차에 치여 중상을 입는다. 병원비도 없어 퇴원시킨 남편을 등에 업고 힘든 걸음을 떼는 말미의 장면은 희망도 절망도 속단할 수 없는 엄중한 현실을 상징하는 듯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3396.html 

    


근래에 가장 주목받는 작가라면 김애란을 들 수 있다. 일찌감치 김애란을 찜해두고 '달려라 아비'를 준비해두었지만 아쉽게도 몇 년째 책장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김애란이 첫번째 장편을 들고 나타났다. 이제 '달려라 아비'를 손에 들 시간이 된 것 같다.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창비·1만1000원

"김애란(31·사진)이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을 때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80년대산 문인이 등장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 2000년대 문단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애란은,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문단 선배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꾸준히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사이 <달려라 아비>(2005)와 <침이 고인다>(2007) 두 권의 소설집을 냈고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피해 갈 수 없는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첫 장편이라는 관문이 그것이었다. 김애란이 좋은 단편 작가라는 사실은 알겠다, 그런데 그가 뛰어난 장편 역시 쓸 수 있을 것인가? 그가 잡지 연재를 거쳐 단행본으로 내놓은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에 대한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웅변하는 작품이다. 올 상반기에 나온 장편 가운데 주저 없이 첫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

<두근두근 내 인생>의 묘미는 외양만큼이나 의젓하고 낙천적인 소년 아름과 그의 철부지 부모가 연출하는 부조화와 아이러니에서 온다. 아름이는 조로와 이른 죽음이라는 운명을 상대로 씨름하느라 속이 깊어진데다 다양한 책을 읽는 것으로 학교 교육을 대신하면서 한층 성숙하고 지혜로워진다. 반면 이른 나이에 ‘사고’를 치는 바람에 졸지에 어른이 된 부모는 서투르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 “나는 식성 좋고 혈기왕성한 아버지를 손자 보듯 흐뭇하게 바라봤다”와 같은 문장에서 확인되는바 이 소설이 뿜어내는 뜻밖의 따뜻한 유머 감각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구도에 말미암은 바 크다.


아름이 불편한 심신으로 자신의 탄생담을 글로 옮기는 동안 그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성금 모금 방송에 출연하고, 그 방송을 본 동갑내기 여자아이 서하와 속 깊은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받게 되며, 서하를 상대로 싹트던 풋풋한 연정이 뜻밖의 암초에 부닥쳐 좌초한 다음, 시력을 잃고 마침내는 죽음을 맞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을 채 수락하지 못한 아름이 어쩔 수 없이 절망과 분노를 폭발하듯 분출하는 장면이 없지 않지만, 그의 태도는 시종 담담하고 어른스럽다. 가령 두 눈이 완전히 안 보이게 되는 사태를 기술하는 소설의 문장은 이러하다. “첫눈이 왔다. 그리고 나는 혼자가 됐다”

자신이 쓴 이야기를 부모가 읽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름의 의식은 꺼져 가는데, 에필로그도 모두 끝난 소설 말미에는 그가 쓴 이야기 ‘두근두근 그 여름’이 부록처럼 덧붙여져 있다. 아름의 부모가 처음 몸을 섞고 아름을 잉태하던 순간을 그린 그 이야기에서 “나뭇잎 하나가 어머니의 손등 위로 살포시 내려앉”고, 어디선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로 바람이 불어오는 장면은 한 아이의 탄생에 자연과 우주 전체가 관여하는 ‘우주의 하모니’를 보여준다. 그것은 아울러 죽음이 끝이나 단절이 아니라 탄생과 출발의 거울상일 수 있다는, 모종의 희망의 메시지 역시 전달해 주는 듯하다.

첫 장편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작가는 “장편 쓰기의 기술적 감각을 익힌 것 같다”며 “단편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되도록이면 장편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3399.html 

     



2000년 초반 10년 후반 문학계에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여파가 있었다. 지지부진하던 문학시장에 '완득이', '위저드베이커리' 등으로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 그 창비청소년문학상이 4년째이고, 이번엔 캄보디아를 소재로 한 작품이 문을 열고 나왔다. 캄보디아라~ 몇 해전 다녀온 곳이라 반갑다.

내 이름은 망고
추정경 지음/창비·9500원
  
   
 
창비청소년문학상의 4번째 모험은 캄보디아다. 2007년 첫 수상작 <완득이>(1회, 김려령)부터 <위저드 베이커리>(2회, 구병모) <싱커>(3회, 배미주)까지…. 이 상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년 작품의 완성도나 장르의 파격 등 여러 면에서 한국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모험을 해왔다. 그런 기대감 속에 선정된 추정경씨의 4회 수상작 <내 이름은 망고>는, 집과 학교와 학원을 훌쩍 뛰어넘어 독자들을 캄보디아라는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가이드는 수아라는 여고생이다. 그는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캄보디아에 왔다. 이름 ‘수아 리’가 캄보디아어로 망고를 뜻하는 ‘스와이’와 비슷해 별명이 망고다. 엄마는 한국 관광객 여행가이드로 생계를 꾸려 가는데, 우울증 때문에 그마저도 위태롭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사라진다. 뒤이어 엄마 대신 닷새 동안 가이드 노릇을 떠맡아야 하는 ‘난감한 현실’이 들이닥친다. 악재는 계속된다. 수아한테는 쩜바라는 앙숙이 있다. 머리채를 붙들고 흙바닭을 뒹군 ‘구원’도 못 풀었는데… 둘은 함께 일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

수아는 닷새 동안 엄마의 이름인 ‘지옥’의 삶을 살고 나온다. 오직 ‘현실도피’가 꿈이었던 소녀는 이제, 엄마와 손을 맞잡고 순간순간을 이겨내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주변과의 갈등이 해소되고, 자기 자신도 좋아하기 시작한다. 익을수록 달고 부드러워지는 망고처럼, 성장통을 통해 크게 한뼘 자란 것이다.

<완득이>는 2008년 출간 첫해 20만부를 돌파했고, 연극과 영화로 옮겨졌다. <위저드 베이커리>와 <싱커> 역시 큰 화제를 낳았다. <내 이름은 망고>가 이런 성공을 이어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블루오션’이라 불릴 정도로 큰 수요에 비해 작품과 작가가 부족한 청소년문학계에는 올해도 단비가 내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22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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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띄는 경제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폐해들이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한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의 경우 역시 이와 다르지 않고 있다. 집권 초 부터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폈지만 통계와는 달리 경제적으로 좋아진 것은 없다. 70년대식 수출위주 정책으로 환율을 방치해 대기업에는 막대한 이익을 던져주었지만 손해는 고물가로 전이되었지만 이에 대한 대책 조차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4대강에 의해 가뜩이나 농산물 재배면적이 줄어든데다가 4대강 물난리로 인한 농산물값 급등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를 보면 경제에 대해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시기에 재미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경제운용을 잘 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정부를 보면 경제맹이 경제를 잘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듯 하다.

경제학의 배신-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제현주 옮김/북돋움·1만4800원
 
 
"안톤-바빈스키 증후군을 아는가? <경제학의 배신>은 시작부터 요상하다. 일명 ‘안톤의 실명’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뇌졸중이나 외상에 의한 두뇌손상 이후 생기는 시력상실을 말한다. 이 환자는 볼 수 없는데도 자신이 볼 수 있다고 확신하여 정상인의 눈에는 환각증세처럼 보인다.
이 책은 자유시장에 대한 환상을 ‘안톤의 실명’에 비유한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눈이 멀었는데도 볼 수 있는 척 이야기를 꾸며대는 환자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책에 따르면 우리를 이끄는 이는 눈먼 자요, 지팡이 끝을 잡은 우리 역시 눈먼 자들이다.

지은이 라즈 파텔은 옥스퍼드대학, 런던 정경대학을 거쳐 코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세계은행과 세계무역기구에서 일한 바 있는 경제학자다. 그는 책의 전반부를 온통 시장경제 비판에 할애한다.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그린스펀 의장, 그리고 그린스펀의 정신적 지주인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를 시작으로, 그들이 금과옥조로 삼은 ‘호모 에코노미쿠스’, ‘보이지 않는 손’ 등의 이론적 배경을 존 스튜어트 밀, 홉스, 존 로크, 애덤 스미스를 거슬러 올라가 비판한다.

요는 시장만능주의자의 정책은 힘 있는 자들, 특히 기업을 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곧 법인은 인간으로 치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는 거다. 거짓말, 가명 사용, 사기행위를 일삼고, 걸핏하면 폭행에다 소송을 벌인다. 또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 복지를 희생시키고 하청업체·노동자한테 줄 돈을 미루면서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인위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몬샌토, 맥도널드,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면서 파생하는 비용은 사회에 떠맡긴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법인의 간부들이 정부의 관료로 들어가 기업과 정부의 경계를 흐리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세계화를 빙자해 자원을 약탈하고 오염발생 산업을 수출하면서 오존층 파괴, 남획, 삼림 벌채, 기후변화 등 생태적 손실을 빈곤국에 전가하는 것이다.

책의 미덕은 미쳐 돌아가는 시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점이다. 새 공유지의 발견과 대항운동이 그것. 공유지란 노동계급을 강제창출한 인클로저 운동, 인간을 상품화한 식민지 개척 이전에 누구나 출입하여 그곳에서 나는 과실과 식량을 가져갈 수 있었던 공공의 땅을 말한다. 대항운동은 눈먼 기업과 정부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가질 권리를 되찾으라는 주문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4476.html 


20세기 초 우리는 장하준이라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를 얻었다.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역사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재벌과의 타협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경제학자는 관심만큼이나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장하준과는 다른식으로 세계화를 비판한 경제학자가 소개되었다.

자본주의 새판 짜기-세계화 역설과 민주적 대안
대니 로드릭 지음·고빛샘·구세희 옮김/21세기북스·1만5800원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비주류 경제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유시장과 세계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사람들이 보려 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과감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당신에게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쏟아진 관심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때 장 교수와 함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경제학자가 있다. 대니 로드릭(사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다. 맹목적 세계화를 비판하는 시각은 장 교수와 비슷하지만, 세계화-국민국가 논의를 넘어 민주주의와의 상관관계나 제도적 접근 등 색다른 통찰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새판 짜기>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삼아 자본주의의 최근 역사와 구조를 폭넓게 풀이한 로드릭의 최신작이다.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로드릭은 “최근 금융위기는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1980년대부터 겪어온 여러 금융위기 시리즈 가운데 하나”라며 “세계화 전략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최근의 위기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맹목적인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를 비판하지만, 반대를 대안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세계화를 둘러싼 역설을 밝혀내는 데 주력한다.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로서, 로드릭은 세계 경제가 민주주의·국민국가·세계화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좇을 수 없는 정치적 ‘트릴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국민국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은 높은 법인세, 강력한 노동 관련 법규, 금융 규제 등에 대한 정치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을 뜻한다.” 톰 프리드먼의 주장대로, 세계화를 이루려면 국민국가를 지키기 위한 정책들을 ‘황금구속복’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반대로 국민국가를 지키고자 한다면 민주주의 아니면 세계화,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한편 로드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는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이다. “몇몇 사람들에게 득이 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짐이 될 때 세계화는 ‘나쁜 말’이 된다”는 것. 또 하나는 “세계화는 국민국가에 보험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중심이 되어 국가의 혁신적 역량에 대한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의 복지국가 논의에 대해선 “초세계화 추구에 대한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 대한 의존은 다양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가져오는데, 그것들은 결국 사회보험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국가 규모가 작지만 세계 시장에 크게 개방했던 스웨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이 걸었던 길을, 지금 한국이 걷고 있다는 풀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2255.html 


간혹 식당이나 마트에서 와이프는 비싸다라는 말을 종종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동의를 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노동의 가치(인건비)에 대해 인색한 편이다. 재료비를 들먹이며 가격이 비싸니 싸니 하는데 그런 비교를 할 것은 명품이지 일반 음식이나 공산품은 아니다. 내가 공정무역주의자는 아니지만 품(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최근 가격을 소재로 한 책이 꾸준히 출간되었다.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이지만 그 내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을 다룬 또 하나의 책이 출간되었다.

가격파괴의 저주

"지난해 한 대형 마트에서 통닭을 다른 업소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한마리 5000원에 ‘통큰 치킨’이란 이름으로 판매한 바 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반응에서부터 동네 치킨집 다 죽인다, 경쟁 촉진의 계기다 등 수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매장에는 긴 줄이 섰다. 소비자들이야 싸게 사면 좋지 않을까?
  
 
<가격 파괴의 저주>는 ‘통큰’ ‘1+1’ ‘착한’ 등의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값싼 물건들의 뒷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지은이 고든 레어드는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뉴멕시코는 물론 중국 광둥성 선전, 후난성 창사, 신장의 야르칸드(사처), 캐나다 툰드라 지대 등을 찾아가 현실을 살피고 대형 할인점 임원, 노숙자, 불법 이주노동자, 원주민 등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해 우리가 즐기는 값싼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것이 끼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무엇인지 추적했다. 460쪽에 이르는 책을 한마디로 줄이면? “당신들은 할인점한테 낚였다.”

지은이는 생산 없이 이익을 누리는 점에서 할인점을 도박장에 비유한다. 어떤 제품에도 할인점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가치는 없다. 그들의 가치는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매기는 데 있을 뿐이다. 그에 따라 제조업체는 유통업체가 제시하는 값으로 상품을 납품하든가 아니면 판돈을 가지고 꺼지든가 해야 한다. 체제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원가를 줄일 수밖에 없다. 만만한 게 인건비다. 노동자를 줄이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쓴다. 결국 노동자인 소비자들은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그들은 다시 할인점 고객이 된다. 낚여도 제대로 낚인 거다.

.....

가격 파괴를 위해 더욱 값싼 화석에너지를 추구하는 개발 바람은 단순히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 북부는 흙과 기름이 뒤섞인 타르 샌드가 매장되어 있어 현재 3% 정도 채굴된 상태인데, 울창했던 삼림대가 파괴됨은 물론 채굴이 끝난 곳은 50~70m 깊이의 시커먼 웅덩이로 변하고 있다. 또한 채굴 뒤 생긴 오폐수가 북극해로 흘러들어 2차 오염을 진행시키고 있고, 온난화 문제도 야기시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도 문제다. 대부분 공해 상을 오가는 컨테이너 운송선은 규제를 받지 않아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북미해안 지역을 배기가스 통제구역으로 지정해 해안선에서 400㎞ 이내에서는 2015년까지 황 배출량을 96% 줄이기 위해 깨끗한 연료를 써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컨테이너 한개당 18달러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값싼 물건에의 중독은 결국 ‘제 발등 찍기’다. 자기 세대와 다음 세대의 주머니에서 빼내온 돈으로 번영을 구가해온 할인경제 시대는 끝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3348.html 

     


리오 휴버먼의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휴버먼의 자본론
김영배 옮김/어바웃어북·1만6000원
"리오 휴버먼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책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1936) 마지막 장을 당대에 전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의 등장에 맞췄다. 그는 탐욕 때문에 결국 파멸하는 동인도 제도의 원숭이 이야기를 ‘자본가를 위한 교훈’으로 들려주면서 끝을 맺었다. 1950년에 출간된 이 책 <휴버먼의 자본론>은 대공황 이후 1930~40년대를 다뤘다. 시장경제의 맹주인 미국의 사회경제시스템을 본격적으로 해부한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어떤 대통령이 통치권을 장악하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정치인도 아니고, 사회 사상가도 아니다. 우리는 부자들이다. 우리는 미국을 소유하고 있다. (…)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국을 끝까지 장악할 생각이다.” 미국 은행가 프레더릭 타운센드 마틴이 한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기회의 땅, 풍요로운 생활 수준, 민주주의 원리, 자유경쟁적 기업, 자유와 평등 같은 “당신들이 믿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신화와 달콤한 환상은 현실을 바로 보도록 눈뜨게 해주는 풍부한 논픽션 속에서 명쾌하게 무너진다. 때로는 미 의회 보고서와 대통령 연두교서를, 때로는 어느 시인의 시구를, 때로는 의회의 증언대에 선 노동자의 발언을 통해 불평등과 독점이 판치는 현실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풍경이 생동감있고 흥미로운 필치로 드러난다. 오직 이윤을 위해 생산하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 미국에 만연한 궁핍과 공황 그리고 전쟁은 자본주의가 피할 수 없는 본질임을 역설하며 여전히 그리 달라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33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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