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은 유대민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민족이다라고 배워왔다. 많은 한국인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서 거둔 좋은 성적들, 기능 올림픽에서의 1등(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각종 음악회에서의 1등에다 요즘은 유럽의 영화제에서까지 1등을 하고 있다.(1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민족은 학문적인 분야에서는 아직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노벨상만 획득했어도 각 민족마다 노벨상 몇 개인지를 산출해 1등, 2등을 갈랐을텐데 말이다. 물론 요즘은 황우석교수로 인해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우리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줄 아주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물론 우리만의 생각이겠지만)
서열문화, 민족마저도 1등, 2등으로 가르는 문화는 우리 교육이 낳은 가장 큰 폐단이 아닐까? 독일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는 그런 의문에서 부터 우리 교육문화의 문제점에 접근한다. 서울대가 1등, 연대 혹은 고대가 2등,3등으로 쭈욱 순서 매김을 외국 대학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해대는 모습에서 저자는 우리 교육의 폐단을 읽어낸다. 각 대학마다 특성이 있고, 같은 학문이라고 하더라도... 학문에 중심을 두는 대학도 있고, 실용적인 면에 중심을 두는 대학이 있음에도 무조건 1등, 2등을 붙이기를 좋아한다. 이는 대학의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까지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우리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실, 그것은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각 민족들을 1등, 2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결과이다.
'위장된 학교'는 크게 세부분에서 교육의 문제에 접근한다. 첫째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서열문화이다. 결국 교육의 문제는 서열문제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서열문제를 풀지 못하는 교육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서열문화가 점점 확대재생산 되는데 있다. 예전과는 달리 대학 입학 후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휴학 후 다시 수능시험에 도전한다던지,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 학벌이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둘째, 교육의 전근대성이다. 현대교육이 등장한 100여년 전부터 교육의 형식은 현대적이 되었다. 현대적인 교육이 되었다 함은 개인을 객채화시켰던 전근대적인 교육이 아니라 자아를 하나의 주체성있는 개인으로 교육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교육은 겉으로는 현대적인 교육의 방법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끊임없이 감시하고 처벌하는 규율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셋째, 경쟁력없는 대학의 문제이다. 교수와 학생의 사이가 위계질서로 잡혀져 있고, 각 교수들간에도 사제관계 혹은 선후배 관계로 묶여 있어 생산적인 논쟁은 ?을 수 없고 주례사 비평 수준의 토론만 있을 뿐이다.
비판의 소재들이 명확하고, 저자의 전공인 사회학이나 철학적인 측면에서 잘 짚어내고는 있지만, 사례를 적용하는 부분에서는 지나쳐 보인다. 때론 지나침의 본래 비판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분명한 약점이다.
저자의 서열문화에 대한 비판이나, 교육의 전근대성에 대한 비판은 교육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치열하게 생각되지 않는 것은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가 짚어내는 문제는 이미 많은 진보적인 사람들에 의해 지적되었더 왔던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미를 갖는것은 교육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제시는 줄기차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똑같은 비판만 계속해 온다고 생각하면서, 한국사회의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그 때야 말로 한국 교육에 희망이 없는 때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교육의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일지는 몰라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