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밤 대한민국의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했다. 침몰 직후 구조된 58명 이외는 며 칠이 지나도 한명도 구해내지 못했는데 꽃 다운 청년들의 실종소식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비상사태를 위해 존재하는 군의 대응과 뭐 하나 시원한 해명조차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곱게 보일리는 없는 터이다.  

광고 없이 버텨낸 <삼성을 말하다>의 판매부수가 10만부를 넘었다. 사실 독서목록 최상순위에 있었지만 그간 잉카문명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고 회사 때문에 손댈 틈이 없었다. 작년말에 구입한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또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일단 이사후 여기저기 흐트러진 책들을 먼저 정리해야 겠다. 

3월 26일은 안중근의사 순국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천안함이 침몰했다. 안중근 의사와 관련해서 군에서는 안중근장군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듯 안중근의사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 보다 뜨거운 것이 사실이다. 출판계도 당연히 이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안중근의사와 관련해서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는 안중근 의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문이 돈되는 위주로 재편되나 보니 공부 영역이 제한되어 있고 공부를 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물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런 연구 부재의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경향신문 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3251748145&code=960201

3월에는 기존 학자, 작가들의 신작이 엿보였다. 현재 경영학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 나왔고, 강준만 교수의 역사산책 시리즈가 이번엔 미국사를 건들고 있다.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작년도 <신>으로 인기몰이 후 단편 모음집을 내놨고, 장 지글러와 월든 벨로는 신자유주의 문제를 신작에서 조명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김영사 15,000원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 나왔다. 현재 경영부문 출판계에서 흥행보증수표를 들라면 말콤 글래드웰이 단연 돋보인다. 경영학이 아닌 시류를 쫓는 경영서적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대부분이 단지 지금의 현상을 이야기할 뿐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두고 두고 읽어볼 만한 경영서적은 거의 없다.) 가끔씩 챙겨 보는 편인데 말콤 글래드웰 역시 리스트에 올라있는 작가이다.

작은 차이가 만들어낸 큰 차이를 짚어낸 <티핑포인트>, 직관의 힘을 강조한 <블링크>, 누구나 10년간 만시간을 투자한다면 특별한 능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아웃라이어>로 이미 대중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티핑포인트와 블링크는 값싼 페이퍼백 영어 원서로 가지고 있는터라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역시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한주제를 다룬다기 보다는 각 소재를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각 소재들의 엮인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겨레신문 소개기사에서는 인재경영에 대한 흥미로운 부분을 다루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전세계적인 회의를 가져온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의 중심에 섰던 엔론, 엔론은 극단적으로 명문대 출신만을 채용했지만 대규모 투자실패 및 회계비리로 얼룩져 미국 자본주의의 신뢰를 무너뜨린 기업이다. MBA를 거의 뽑지 않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유나이티드 보다 성공한 사례와 인재들로 넘쳐났던 미 해군이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유보트에 크게 당한 건을 보여주며 인재경영의 허상에 대해 보여준다. 책과는 상관없지만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90년대 은행계에서 가장 큰 보수를 자랑하던 서울대 이외는 뽑지도 않았던(서울대 외 출신이 입사하기가 바늘구멍 같았던) 한 은행은 IMF 시절 보통 시중은행에 흡수되어 버렸다. 서울대 생만 뽑았던 80년대 잘 나가던 몇 몇 기업들은 현재 중견기업으로 전락해버렸고 상대적으로 다양한 대학출신을 뽑았던 삼성, LG는 90년대 말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대표기업이 되었다. (90년대 말을 이후로 삼성, LG도 인재경영을 모토로 하고 MBA를 많이 뽑은 현상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인재경영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머스터드는 10여 가지가 넘는데 케첩은 1가지뿐인 이유', '피임약 개발자가 몰랐던 여성의 몸'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니 한번 훑어볼 만한 할 것 같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2556.html 
               

정혜윤 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민음사13,000원  

독서가들에게 정혜윤은 특별하다. 그녀의 독특한 문체와 책에 대한 생각이 독서가들의 관심을 받은 건 오래된 편이다. <런던을 속삭여줄께>를 통해 런던을 배경으로 한 책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속삭여주던 목소리가 이번에는 <세계가 두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이라는 책 속에서 고전을 이야기한다. 

"그의 고전 읽기는 마치 고전 속의 주인공과 나누는 대화 같다. 그의 글에 유난히 슬픔, 기쁨, 분노, 안타까움 등 감정의 묘사가 많은 것도, 지은이가 고전 속 주인공과 이렇게 감정적 교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얼른 달려나가 가련한 청년 베르테르를 껴안는다. 그 또한 “흠모하는 이의 가벼운 뿌리침 한번만으로도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되는, 너무나 가련하고 나약한 몸뚱이가 오히려 활활 타오르는 관능 그 자체였던, 그런 어린 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베르테르뿐이랴. 그는 <위대한 개츠비>, <폭풍의 언덕>, <마담 보바리>,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984>, <설국>, <주홍글씨> 속의 상처 입은 주인공들에게도 문을 열고 손을 내민다.

이 주인공들과의 만남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15살에 처음 <폭풍의 언덕>을 대했을 때, 그는 온갖 기행을 저지르는 히스클리프가 죽기만을 바라면서 책을 읽어나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다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만났을 때, 그는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절절한지 깨닫는다. 아니, 적어도 그 열정에 매혹된다. “지상에 있는 동안 한번만이라도 내가 시작한 일을 끝까지 끌고 가보고 싶기 때문”인데, 이런 변화는 아마도 두 번의 만남 사이에 그 자신이 “격렬하고 쓰라린” 세상살이와 사랑을 겪었던 탓이었으리라.

그가 만나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금 되돌아보라고 조언해주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통제된 빅브러더의 세계 <1984>에서 과거 기억을 잊지 않으려 애쓰는 윈스턴 스미스와의 만남에서 그는 “사상경찰, 통제, 전쟁, 권위주의, 전체주의” 등 소설 속 세계에 충격을 받지 않는다. 지은이는 오히려 “우리가 이미 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란”다. 윈스턴이 어딘가에 끌려가 경험했던 것은 전기고문과 약물 투여, 벌거벗겨짐, 그리고 얼굴을 물어뜯으려는 쥐의 위협인데, 우리는 쥐보다 무서운 개가 위협하는 관타나모 수용소라는 현실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2546.html

           

 
베르베르 베르나르 파라다이스 열린책들 9,800원

개미를 통해 문학이 갖는 상상력의 끝이 어디인가에 대한 감탄을 자아냈던 작가 베르베르 베르나르가 '만약 ~ 라면 어떻게될까'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단편집 <파라다이스>가 출간되었다. <개미>,<타나타노스>를 넘어 최근작 <신>에 이르기까지 베베 신드롬을 낳았던 작가가 <나무>에 이은 7년만의 단편집을 선 보였다. 서점에서 잠깐 본 책의 내용은 흥미로워 보였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개미>를 처음 손에 든 순간 이런 소설을 만들 수 있다니 하는 충격에 손을 놓지 못했는데 이후 <뇌>, <타나타노트>에서 보여지는 그의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다.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한국과 관계가 깊은 작가이다. 그의 첫작품 <개미>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모국 프랑스에서도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한국이 그에게 작가의 명성을 안겨준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작년에 <신>을 출간하면서도 한국을 찾았고, 얼마전에는 EBS 다큐프라임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최근엔 그의 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작 <파라다이스>는 재미있어 보인다. 아울러 <나무>를 챙겨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지구 오존층 구멍이 커질 대로 커져, 일촉즉발 인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의 상황을. 오존층 파괴로 수천만명 사망. 유엔이 특단의 조처를 한다.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에 처해진다. 뉴욕 맨해튼 대로에 환경을 오염시킨 인간들의 목 매달린 주검들이 일상적으로 내걸린다. 그들은 금단의 열매를 먹었다. 겁도 없이 자동차를 운전했거나, 공장을 가동하여 가스를 배출했으며, 감히 모터 오토바이를 몰았으며, 혹은 언감생심 담배를 피웠거나 심지어 폭죽을 터뜨려 지구의 위기를 키웠다. <파라다이스>의 첫머리에 실린 단편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이 그려내는 ‘있을 법한 미래’의 모습이다.

베르베르가 그린 미래상은 이처럼 인류가 존립 위기에 놓여 있거나(<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이미 멸망하여 다른 종에게 지구를 내줬거나(<사라진 문명>), 제3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되었거나(<영화의 거장>), 전쟁광의 책동으로 끝내 멸망(<내일 여자들은>)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2512.html

 


          


강준만 미국사산책 1~5 인물과사상사 14,000원
 
1990년대 실명비판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던 강준만교수가 2000년대에 들어서도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그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시평과 인물사 그리고 정치적 글쓰기에서 한국인에 대한 관찰 <인간사색>,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관찰>, <각개약진공화국>, <한국인코드>  및 소재를 통한 역사읽기 <어머니 수난사>, <전화의 역사>, <입시전쟁 잔혹사> 등 과 함께 진행한 한국근대사, 현대사 산책 시리즈는 강준만교수가 가진 힘을 보여준다. 역사전공자가 아닌 만큼 역사전공자들의 재미없는 통사와 소소한 읽을거리의 소재중심의 역사사건 기술과는 다르게 두가지를 함께 엮어낸 저자가 이번엔 미국사를 들고 왔다.

<미국사산책> 시리즈는 15권을 기획하고 있는데 일단 5권까지 출간되었다.

 

"잘 읽힌다는 것은 노련한 글쓰기 솜씨 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숙고 끝에 채택한 특유의 글쓰기 전략 덕이 더 크다. 강 교수는 먼저 전문성보다는 통합을 택한다. 역사 연구의 전문성이라면 세분화된 특정 분야를 “좁고 길게 파는 것”이고 거기서 뭔가 새로운 사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역사는 오늘날 “주제별·시대별로 파편화된 가운데 학자들이 자기만의 작은 파편에 몰두”하는, 역사가들을 위한 역사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통합한다고 해봐야 “책 한두 권으로 모든 걸 요약하는 교과서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미국사 산책>은 일반인들이 알아먹기도 힘들 만큼 잘게 파편화해서 파고들기보다는 통합하되 사실들을 두루뭉술 적당히 요약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모든 분야를 동시에, 통합적으로 보여주되 필요한 구체성과 전문성은 견지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글 읽기를 재미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주도면밀한 글쓰기가 바로 우리 현실에 대한 그의 집요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사 산책>을 두고 그는 “미국사를 중심으로 한 세계사”라고 했지만, 세계사라는 거울을 통해서 본 한국사일 수도 있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1226.html
                  


 

장 지글러 빼앗긴 대지의 꿈 갈라파고스 12,800원 
 
2000년대 뚝심있는 사회비평가가 하나 나타났는데 나이를 알고 보면 놀랍다. 현재 76세인 그는 2000년대 초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이어 2008년 <탐욕의 시대>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드러냈던 장 지글러가 이번에 <빼앗긴 대지의 꿈>이라는 책을 들이민다.

2000년 부터 2008년까지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한 그는 활동기간동안 그가 발견한 사실들을 책으로 펴냈다. 

"1960년대 후반 아프리카 비극을 상징했던 비아프라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아’나‘내전’이란 말도 함께 떠올릴 것이다. ‘비아프라’보다는 ‘비아프라 내전’이 더 귀에 익은 그 비극이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실은 서방 석유재벌 이권 다툼에서 촉발되고 영국, 프랑스 정부까지 개입한 20세기형 노예무역전쟁이요 식민지쟁탈전쟁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런던과 셸이 지원한 나이지리아 군부 매판세력, 파리와 엘프아키텐이 민 또 다른 매판세력간의 제국주의 대리전쟁.
...

그러곤 그 다국적 석유재벌들끼리 화해하고 다시 석유와 가스를 나눠 먹기로 했고 그것으로 비아프라 독립을 내건 그 전쟁도 끝났다.그렇게 해서 나이지리아는 지금도 셸과 비피(BP), 셰브런, 토탈, 엑손, 엘프아키텐, 아지프 등 서방 석유재벌들이 은밀하게 동의하지 않으면 1966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군부통치 맹주들도 선거 한 번 치를 수 없고(이 선거조차 철저히 사전에 밀약한 각본대로 치러지는 완전부정선거다) 3개월 이상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아프리카 최대인 1억4000만 인구 가운데 70% 이상이 세계은행이 분류한 극빈층에 속한다."
 
"울레 시엔 코트디부아르 외무장관이 2001년 9월 공식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만일 여러분들이 노예제도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주십시오. 내리쬐는 뙤약볕 밑에서 또는 빗줄기 속에서 수백만의 농부들이 여러 달 동안 힘들게 노동한 대가로 얻는 상품의 가격이, 에어컨이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농부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볼 필요 없이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노예제 폐지 이후) 방법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 흑인들은 이제 앤틸리스 제도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배에 강제로 실리는 일은 없어졌으니까요. 그들은 자기 땅에 머물러 살 수 있죠. 하지만 그들이 자기 땅에서 흘린 피와 땀에 대해서 런던이나 파리, 뉴욕에서 값을 매깁니다. 노예상인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노예상인들은 주식투기꾼으로 모습만 바꾸었을 뿐입니다.” 

<빼앗긴 대지의 꿈>이 하고 싶은 얘기가 이 말에 압축돼 있다. 서구의 식민지배 역사는 모습만 바꾼 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방에 대한 증오의 기원, 착취의 계보까지 더듬은 지글러는 타인에게 강제하는 기준을 정작 자신들은 마음대로 유린하는 서방의 이중성을 정신분열증에 비유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9789.html

                

월든벨로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더숲 14,900원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월든 벨로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월든 벨로는 장 지글러와 같이 신자유주의, 제국주의 모습을 띤 자본주의의 모습을 비판하는데 이번 책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에서 농업부문에 주목한다. 


2008년 세계곡물가 폭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자본가들의 연구자금으로 연구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은 중국, 인도의 급성장에 따른 세계 곡물시장의 수급불균형, 바이오연료 열풍에 따른 옥수수 부족 및 유럽의 유전자조작식품 금지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월든 벨로 필리핀 국립대 교수는 이런 요소들이 무관하진 않겠지만(빈국들이 상업농 육성에 실패한 것과 유전자조작식품 유통 금지 같은 건 영 번지수가 틀린 것이라 지적했으나)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순 없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언제 진짜 터질지 모를 ‘식량전쟁’(이게 원래 제목이다)의 근본 원인은 바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다. 장 지글러의 <빼앗긴 대지의 꿈>의 진단과 닮았으나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는 농업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지출 대폭 감축과 무역 자유화를 뼈대로 하는 구조조정이 어떻게 쌀과 옥수수 농사를 망치고 가격을 폭등하게 만들었는지 멕시코, 필리핀, 아프리카, 중국 등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 게 책 내용의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자급적 영세소농과 기업농이 길항해온 자본주의 역사를 훑어본 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망쳐놓은 농업의 대안적 출구로 바로 이 영세소농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9785.html




경향신문특별취재팀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즈미디어 17,000원
 
이와 더불어 〈세계 금융위기 이후-신자유주의를 딛고 다른 사회를 상상하다〉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지난 2008년 11월부터 2009년 9월까지 ‘기로에선 신자유주의’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묶은 책이다. 아이슬란드, 미국, 스웨덴, 덴마크, 영국, 프랑스 등 해외 현지 취재를 통해 세계 금융위기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무엇이 문제이고, 다른 삶의 방식은 가능한지를 탐문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8356.html

김진일완역 파브르곤충기 1~10 현암사 19,500원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파브르 곤충기 완역소식이 들려왔다. 90년대 들어 우리나라 출판계의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완역본의 등장이다. <걸리버여행기> 등 고전의 완역에 이어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완역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번역을 제2의 창작 혹은 연구성과로 생각하는게 불과 몇 년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완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에서 안중근 연구와 관련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완역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파브로 곤충기 완역본을 읽을리 만무하지만 기억해 둘 필요는 있겠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8391.html

http://blog.daum.net/rainaroma/16098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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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간단하게 소개되었던 책 중 오래된 연장통이 2월엔 자세하게 소개되었다. 1월 만큼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알찬 책들이 소개되었던 2월이다.  

 
〈리영희 프리즘-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김동춘·김현진·안수찬·오길영·은수미·이대근·이찬수·천정환·한윤형 지음/사계절·1만3000원.

 

한겨레신문에 소개된 책들 가운데 짧게 소개된 리영희 프리즘이라는 책이 가장 눈에 띤다. 우리시대 지성으로 불리던 리영희 선생 팔순을 기념해서 나온 책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시의적절해 보인다. 2MB 정부의 방향이 대한민국을 20년 쯤 뒤로 돌려버렸기 때문에 -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측면에서도 후퇴했다고 생각한다 - 다시 리영희가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영희, 그는 우리 시대 ‘사상의 스승’으로 불린다. <리영희 프리즘-우리 시대의 교양>은 단순히 그의 팔순을 기념하는, 그에 대한 일방적 존경과 흠모가 넘치는 헌정도서가 아니다. 리영희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시대에 대한 고민과 비판을 담았다.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을 통해 한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고민을 던진 비판적 지성의 상징 리영희. 그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몽롱한 의식에 끼얹은 찬물 한 ”였다. 그는 “지식을 전달한 사람이라기보다는 각성을 전달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바가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5682.html

 
                


〈감정노동〉 앨리 러실 혹실드 지음 /이매진·1만7000원.
이 책 역시 간단하게 설명되고 있는 책인데 몇 일전 서점에서 제목을 보고는 관심을 두었던 책이다.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본디 감정을 숨긴 채 직업상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학자인 지은이는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 항공 임원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참여관찰을 통해, 자본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까지 통제해 활용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자본은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이에게 “낯선 이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하고, 항상 웃을 수 있게” 훈련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사무실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드는 비서,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만드는 웨이터, 호텔 데스크 직원, 잘 나가는 제품이란 확신을 주는 영업사원”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이다. 하지만 그 웃음의 가면 뒤에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과정에서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2007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 노동자의 56.2%가 우울증과 스트레스 질환을 앓고 있었다. 또 감정노동이 여성에게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은 무려 27년전에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번역이 되어 소개된다. 역설적으로 우리사회가 이런 감정노동이라는 부분을 감당하기에 너무 폐쇄적인 노동윤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화점 등 캐셔들에 대한 노동문제가 이슈화된 것이 바로 2~3년 전의 일이니 우리도 이제는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고,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손님은 왕이라는 논리에 밀려 웃음을 파는 서비스직을 당연시 여기는데 이런 생각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박노자도 여러번 지적했던 바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서비스직들은 웃음까지 팔지는 않는다.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에 젖어든 사람들이 유럽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는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유럽의 경우 본인이 사장인 경우 왕왕있어 친절하지만 점원들에게 친절함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파리의 점원들은 지독하게도 불친절하다. 그들의 논리는 바로 상품을 파는 것이지 웃음까지 팔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3117.html

 

특이하게도 2월에는 기독교를 다룬 책이 3권이나 소개되었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김두식 지음/홍성사·1만3000원

그동안 기독교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을 해왔던 김두식교수가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법학자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지금까지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슬픔·절망·희망을 담은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펴냈다. 그에게 교회는 기쁨의 원천이면서 슬픔의 근원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은 쓰고 싶어서 쓴 책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쓴 책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책은 제목처럼 세상 속의 교회가 아니라 교회 속의 세상이 돼 버린 한국 교회의 현실을 비판한다. 세상 속에 있기는 하지만 세상과 구별돼야 하는 공동체가 어느새 철저히 세속화해 ‘교회 속에’ 세상의 가치와 기준이 들어오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속화된 교회는 날로 그 힘을 축적해,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언까지 시작한다. 반공·친미·기복의 기독교를 비판하면 당장 친북·친공·불신의 기독교인으로 낙인찍힌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야 할 역할을 국가와 보험회사에 빼앗겨버렸다. 교인들 모두 부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을 나눠주자는 메시지는 있어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자는 메시지는 없다. 이처럼 샬롬 공동체의 본질을 잃어버린 결과, 교회도 세상도 아닌 중간적 의미의 조직이 급증했다. 기독교 대학, 기독교 기업, 기독교 로펌, 기독교 정당, 기독교 시민단체 등 ‘기독교+거시기’를 만드는 것이 마치 기독교인의 중요한 소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3104.html

 

<한국의개신교와반공주의> 강인철 지음/중심·2만9000원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는 2월에 출간된 책은 아니다. 장정일의 책 속 이슈라는 칼럼에서 소개된 책이다. 

 
"강인철의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중심, 2006)는 우리나라의 ‘개신교 보수주의’는 신학적·정치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개신교 반공주의’의 틀로 보아야 깊고 넓게 보인다고 말한다. 한국 개신교에서 반공이 최초로 명문화된 곳은 1932년 초, 교회 내의 보수주의자들과 자생적인 기독교사회주의자들 사이에 타협책으로 제정된 12개조의 ‘사회신조’(社會信條)다. 여기서 한국 개신교는 “일체의 유물교육·유물사상·계급적 투쟁·혁명수단에 의한 사회개조와 반동적 탄압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넣어, 반공주의를 교리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교회가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이유로 무신론과 같은 신학적 이유야 당연히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6·25를 전후해서 북에서 월남했던 목사들의 김일성에 대한 증오를 빠뜨릴 수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승만과 미국 교회의 지원을 받으며, 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시민종교’가 되어버린 반공주의와 한 몸이 되는 게 ‘선교적 이익’에 부합했던 사실이 크다. 월남한 목사들은 반공주의의 시민종교화에 기여하면서 하나같이 초대형 교회를 일으켰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7079.html

한국의 개신교는 이와 함께 개발독재의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압축성장과 똑같이 성장해왔다. 노동탄압 속에서 한쪽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운동을 통해 권리를 외쳤지만 다른쪽의 노동자들은 일요일 교회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하나님의 은혜를 거론하며 기복신앙이 자리잡으면서 교회는 군사정권에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반 일리히의 유언〉데이비드 케일리 엮음, 이한·서범석 옮김/이파르·1만5000원

신문기사에선 이반일리히의 책을 기독교문명비판이라는 이름으로 이반일리히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반 일리히는 최근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사상가인데 <학교없는 사회>, <그림자노동> 등 그의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교회가 생산·소비의 실물경제에 녹아든 지 오래이며, 대형화·관료화함으로써 복음조차 제도화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은 한낱 ‘서비스에 대한 요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는 게 일리히의 진단이다. 이미 60년대에 일리히는 남아메리카에서 벌어진 ‘미국식 선교화’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최선이 타락한 것’의 모델이라고까지 말한다. 거기엔 무비판적인 신앙이라는 기독교인의 치부가 있다는 지적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7089.html


2월에 소개된 책들은 재밌는 현상이 하나 있다. 기독교를 비판한 책들이 3권 소개가 되었는가 하면 윤리적 소비를 소개하는 책과 비판하는 책이 있었다.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천규석 지음/실천문학사·1만5000원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라는 책을 통해 철학적 논쟁을 불러왔던 천규석씨가 이번에는 윤리적 소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왔다.

 

"기호식품은 상품화 역사 자체가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수탈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전세계 기호식품 주요 생산지들에는 서구 열강들이 무자비한 수탈을 위해 생필품 중심의 자급적 전통농업을 철저히 파괴한 뒤 건설한 기호식품 단작 플랜테이션(모노컬처), 도태당한 현지 노동력을 대체한 추악한 아프리카 노예무역 등 원주민 절멸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천규석도 공정무역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일품목 경작 때문에 외부 의존형으로 바뀐 원주민들의 삶을 온전하게 복원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그 왜곡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 결과 이득을 얻는 쪽은 지금의 뒤틀린 국제분업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기업 등 자본, 그들과 결탁한 지배그룹이 사실상 사유하는 국가다. 게다가 원거리 공정무역은 운반과 이동 등에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함으로써 지구 생태계 파괴를 가속시키고, 자원 거래를 장악하고 있는 강자들의 이익을 더욱 배가시킨다. 이런 불평등·생태파괴 구조를 온존시킨 채 “사실은 자신들의 기호적 필요와 이익사업을 위해 (공정무역을) 하면서도 마치 시혜를 베풀듯”하는 공정무역의 위선을 천규석은 질타한다. 결과적으로 “공정무역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세계시장체제에 예속된 농업의 국제분업을 기정사실화하고 거기로부터 차선이라도 구하는 현실주의자들의 자기위안 행위일 뿐이다.”

대안은 그가 지난 수십년간 계속 주장해온 지역적 자급자치 소농공동체의 복원이다. 소비도 “자급자치적 소비보다 더 높은 윤리적 소비는 없고”, 또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급이다. 제국주의 ‘외세’의 식민지·신식민지 수탈 출발점은 바로 이 자급체제를 강제로 무너뜨려 외부의존체제로 만드는 것이다. 자급이 무너지면 자치도 무너진다. 자급자치 소농공동체를 무너뜨린 이 외세의 대변자, 착취의 실행주체는 자본가와 관료 등 지배세력이 사실상 사유화한 국가다. 제국주의 일본도 외세였지만, 국내적으로는 중앙집권적인 국가도 자급적 소농공동체에겐 외세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4523.html
 

<윤리적소비> 박희진·김유진 지음/메디치·1만1000원

아주 짧게 소개 된 이 책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양적·질적 만족을 얻는 합리적 소비가 과연 최선일까? 생산과 유통, 소비뿐만 아니라 재생까지도 염두에 둔 소비,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 화장품 하나로 누군가의 비참한 삶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비라면? 그렇게 해서 세상을 바꾸는 소비가 바로 윤리적 소비다."가 책 소개의 전부이다. <천규석의 윤리적소비>와는 차별화된다는 것을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69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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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한겨레신문 책과세상을 통해 소개되었던 책들 중에 관심가는 책들을 몇 권 뽑아봤다. 당장 읽기는 힘들겠지만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기회를 엿볼 참이다.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세계문학전집에 관한 기사도 두차례정도 실렸었는데 일단 6권의 책을 찜했다.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는 3권이니까 총 8권인 셈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비평사, 15,000원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다. TV 드라마가 기획되는 등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전망인데 이와 관련한 책들이 출간되지 않을까 싶다. 6월을 전후해서 한국전쟁 읽기를 시도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김동춘교수의 전쟁과 사회라는 책도 있고, 계간지 등에서도 한국전쟁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된다. 분량과 시간이 된다면 브루스 커밍스의 책 한권 정도 엮어서 읽어보면 될 것 같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올해, 이 전쟁을 주제로 한 남한과 독일 학자들의 연구결과물이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역사문제연구소와 독일 포츠담현대사연구센터가 2005년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 내용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 책은 냉전시대 최초의 대규모 국제전이었던 한국전쟁이 남북한을 현재의 모습대로 강제한 가장 큰 계기였으며, 국제사회에서도 냉전체제를 공고히 한 전쟁으로 평가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607.html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지음/사이언스북스·1만5000원

진화심리학에 대한 소개와 최신의 연구까지 담은 책이 하나 나왔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분석을 진화론을 통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이긴 하나 앞으로 주목받는 학문분야가 될 것 같다. 환경에 맞춰 생명체들이 진화한 것 처럼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환경 혹은 사회에 맞춰 진화해왔음을 이야기한다. 마음, 생각이 순전히 나의 의지에 의해서 발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진화심리학?

다윈의 진화 이론으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인간의 마음 역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다. 전중환 교수는 인간 심리의 모든 측면에 대한 진화적 접근이라고 요약한다. 어떤 심리현상도 이 틀로 분석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모든 분야를 통합하는 이론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면 연장통은?

나사와 못, 장도리와 톱, 뭐 이런 잡동사니 공구들이 잔뜩 담겨 있는? 맞다. 전 교수는 인간의 마음이 그런 공구들이 빼곡한 연장통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오래된’ 연장통이다. 현대에 비로소 필요성이 대두된 첨단 공구들은 들어 있지 않다. 톱·망치처럼 전통 공구들만 있는 연장통이기에 오늘날에는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마음은 삶은 무엇이며 신은 어떤 존재인가 같은 추상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 어떤 짝을 고를 것인가, 비바람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포식동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이처럼 수백만년 전 인류의 진화적 조상들에게 주어졌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게끔 마음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포’ 정서는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 공포 덕에 인간은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똘똘 뭉쳐 적과 맞서는 적응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웃음은 200만~4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위험하고 허기진 채 보낸 우리 조상이 어쩌다 안전하고 배부른 상황을 맞았을 때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생겨났다고 한다. 심신의 스트레스를 털고 좋은 기분으로 새 지식을 습득하자고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신호가 웃음이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526.html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 1~3〉

송기호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1만4500~1만5500원
서점에 갔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오래된 연장통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했다면 이 책은 우리가 말하는 우리 곧 한국인에 대한 것들을 풀어냈다. 3
 

"우리는 왜 우리인가?
송기호(54·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 질문에 답하려고 십수년간 자료를 모았다고 했다. 이 물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시는가.
‘우리’라는 울안에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에 깃들어 사는 ‘우리’가 먹고 입고 자는 방식은 다른 문화권에 견줘 무엇이 독특한가. 당신은 이를 딴 나라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한발 더, 우리의 고유한 무엇, 그 문화를 찾았다면 그것은 언제부터 비롯된 건가. 
 

젊은 시절 발해 연구에 코를 박아 ‘송 발해’로 불렸던 지은이가 그런 문제의식으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건 1995년. “한국사 전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생활사”를 쓰고 싶었다. 그로부터 15년. 그는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라는 문패로 우선 세 권의 책을 내놓았다. 1권이 <이 땅에 태어나서>, 2권은 <시집가고 장가가고>, 3권은 <말 타고 종 부리고>이다. 이 세 권이 한국인의 삶과 죽음, 가족과 의식주, 신분질서와 그 유토피아를 다뤘다면, 앞으로 나올 4~5권은 국가·제도와 외교·이민족을 키워드로 풀어 놓을 예정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519.html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조지 오웰이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일전에 한번 조지 오웰을 읽었다. 동물농장을 다시 읽고, 박홍규의 평전과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이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카탈로니아 찬가까지 읽을 에정이었지만, 1984를 영문판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흐지 부지 되었다. 1984, 카탈로니아 찬가와 함께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 될 것 같다. 
"그의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년>은 일종의 반공 우화 소설로, 사회주의의 ‘적자’로 군림했던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 소개되고 그렇게 읽힌다. 아이러니다. 아니, 반토막 진실이다. 그가 1937년에 발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그런 독해가 상당 부분 오독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1936년 초 오웰이 좌익 출판단체로부터 영국 북부 탄광지대의 대량 실업 문제에 관한 르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그는 편집자 빅터 골란츠의 부탁을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과 리버풀, 반즐리 등 탄광지대를 집중 취재했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한 노동자와 실업자들이 묵는 하숙집과 탄광노동자의 가정에 머물며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도 박탈당한 노동계급의 삶을 체험했다. <위건 부두…>는 당시 대량 보급되며 반향을 일으켰는데, 오웰은 스스로 <위건 부두…>를 통해 전투적이며 정치적인 작가로 거듭났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훗날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1936년부터 내가 쓴 진지한 작품들은 그 어느 한 줄이건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쓴 것들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99224.html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사회평론, 2만2천원
 
삼성 이건희 회장이 단독특별사면 되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삼성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삼성과 싸운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의 사생활을 담은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한권 펴냈다.
 
 삼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여러가지로 갈려있지만 일단 국가 경제라는 측면이 강화될 때 삼성의 불법은 가려진다. 법 위에 있는 삼성인데, 우리 사회는 이를 용납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2333.html

 


압축 성장, 저항의‘파국’ 힘을 농축시키다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모순적 이중성
과실 커질수록 비판의식 늘어나 '파국'

 

<동원된 근대화〉
조희연 지음/후마니타스·2만원


 

"<동원된 근대화>는 박정희 독재체제를 붙들고 숙고해온 사회학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야심작이다. 지은이는 2007년 출간한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에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조망한 바 있다. <동원된 근대화>는 이 역사 서술을 전제로 삼아 박정희 체제의 근본성격과 작동방식을 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박정희 시대 이해의 지평을 넓혀 놓는다.

지은이는 박정희 독재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로 ‘개발동원체제’를 제안한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르면, 개발동원체제는 후발 국가들이 국민을 동원하여, 개발·발전·성장으로 요약되는 ‘근대화’를 지향하는 체제다. 이 체제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후발 국가들에서 특히 전형적으로 나타나는데, 박정희 체제는 바로 ‘후-후발 국가의 개발동원체제’라고 할 수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978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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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제주도에 세번정도 다녀왔다. 처음 제주도에 놀러갔을 때는 김영갑이라는 사진가에 대해서 몰랐을 때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두모악갤러리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도통 사진에 관심없던 아내와의 짧은 여행동안 두모악갤러리행 시간을 내기에는 빠듯한 여행이었고, 마지막 세번째는 아이들(조카)과 함께 한 가족여행이라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 제주도행이었다. 모 카메라 회사 광고에 등장하는 두모악갤러리를 볼 때마다 그 아쉬움이 기억난다.

사진에 관심을 조금 두면서 사진 관련 서적을 가볍게 한 두권 읽다 중 김홍희의 "나는 사진이다." 이라는 책에서 김영갑이라는 이름을 발견하였다.

 "그는 어느 매체에 발표하거나 유명세를 얻기 위해 보여주는 사진을 찍는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고, 결국 아무도 찍을 수 없는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 먹고사는 일보다 한 통의 필름이 더 소중했던 그는 최소한의 생계와 삶 이외에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자신의 청춘과 열정,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의 제주도를 재창조해낸 유일한 사진가라고 생각한다."(15쪽, 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굵은 글씨로 읽혔다. 어떻게 바람소리를 사진속에 넣을 수가 있을까라는 궁금한 속에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를 찾아 보았다. 그 순간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는 김춘수의 시 '꽃' 처럼 의미있는 사진가가 되었다.

그리고 듣게 된 김영갑 사진가의 사망소식, 그제서야 나는 바람소리에 가려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뒷부분을 읽게 되었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

 "그런 그가 지금 병들어 몸을 제대로 쓸 수도 없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손목과 손가락 정도다. 그지경이 되도록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찾아 온몸으로 인생을 살았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서 그리고 사진을 응시하며 나는 제주도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을 바람소리를 듣기 위해 가만히 바라보아야만 했다. 관광수준의 제주도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유명한 관광지들을 도장 찍듯 방문하고 달리는 렌터카에서 스쳐 지나갔던 제주도의 모습을 그의 사진에서 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통해서.

 "사진은 이미지의 미라이다. 내가 원하는 사진은 박제된 동물이나 새가 아니다. 새의 생김새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다. 새가 숲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모습, 무리끼리 지저귀는 소리에 숲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그런 분위기에 빠져들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그런 숲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표현하려 한다."(136쪽)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180쪽) 

김영갑은 그런 사진을 위해 전화를 반납했고, 어떤 편지에도 답장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치열한 외로움으로 몰아갔다.불현듯 만나게 될 순간을 위해 그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제주도의 분위기와 소리와 바람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한 삶은 예술적 치열함 뿐만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사진 찍겠다고 찾아든 제주도, 주민들이 보기에 그는 수상쩍은 사람일 뿐이었다. 간첩으로 몰려 신고당하길 여러차례. 여름이면 찾아드는 습기와 곰팡이의 공포,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필름을 그렇게 그는 잃어야 했다. 폭우로 삼년동안 고생한 필름이 없어지는 경험까지.

결국엔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그의 사진이 그 갤러리에 걸렸다. 그리고 지쳐버린 그의 체취는 사진속에 남겨두어야 했다.

 "병원에서 루게릭 병 진단을 받고 내 생의 유효 기간이 정해졌을때,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것은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필름들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그것들을 나만큼 사랑하고 아껴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205쪽)

바람소리에 매몰되어 있던 내게 그는 그의 사진에 대해 들려준다. 어떻게 사진을 봐야 할지.

 "그릇의 쓰임이 빈 공간에 있듯, 사진 속의 공간도 최대한 비워놓는다. 도예가가 찾잔을 만든다. 그 잔을 쓰는 사람이 물을 담으면 물잔이 되고, 술을 담으면 술잔이 된다. 옛날 옹기들이 장독대에서 이제는 방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꽃병이 되기도 하고, 우산꽂이가 되기도 한다. 사진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나 자신을 위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한 사진이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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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00년대 문화아이콘 중에 하나는 바로 사진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기능들을 활용하다가 DSRL의 유행까지. 거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그런 사진의 대중화의 장을 마련했다. 나 또한 그런 흐름에 맞춰 8년 동안 5개의 디카를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구입한 하이엔드 디카까지. 그런 와중에 인터넷상에 유명한 블로그를 즐겨 찾아다니기도 하고, 디카 활용법에 대한 책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이미지 만들기의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는 사진들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순 없는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게 되었다. 찰나의 거장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의 사진, 굿을 통해 전통과 그 안에 담겨있는 삶과 사상을 그려낸 김수남, 그리고 사진을 찍는 동안 인간의 예의를 갖췄던 살가도의 사진을 대하며 더 이상 찍기 놀이보다 진중한 자세로 보기에 마음을 두기로 했다.

사진 보기의 관심에서 사진읽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필립 퍼키스의'사진강의 노트'는 제목과는 달리 본질적인 측면에서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이라는 부제처럼 사색으로 가득차 있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가 재 표지 부제를 확인하고는 내 선입견을 탓했다. 물론 책 두께로 미루어 단순히 사진찍기 강의가 아닐 것이라는 것, 그리고 사진책임에도 사진보다는 글과 여백이 많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챘다.

하지만 몇 쪽을 넘어가지도 못해 당혹감에 빠져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책에 밑줄을 치는 대신 살짝 접어두거나 얇은 포스트 잇으로 표시해 두고 있지만, 밑줄을 긋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책의 절반을 접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 챘지만 마치 현자의 삶의 대한 지혜가 담긴 책 처럼, 이 책은 사진의 현자가 남긴 사진에 대한 통찰로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진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이 아닌 본질을 이야기한다.

" 보여지는 것, 그자체. ...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

  그것의 의미를 경험한다는 것,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가 배제된 목소리, 음악의 선율, 도자기, 추상화, 그것의 현존, 그것의 무게, 그것의 존재와 나의 존재의 경이로움. 사실 그 자체의 신비.

  아마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남은 길이의 반만큼을 끊임없이 가고 또 가야 되는 제논의 역설과 같다." (19~20쪽) 

그리고 사진강의와 더불어 예술로써의 사진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예술의 본질까지.

 "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해서 사진을 찍고, 다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까지 카메라를 치워 놓고, 다시 발견하고, 다시 찍고, 다시 치워 놓고... . 대개 사진 촬영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진 매체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은 아니다.

   접시 가장자리에 가만히 놓여 있는 포크를 찍은 앙드레 케르테츠 Andre Kertesz의 사진이 있다. 테이블에는 포크의 그림자가 늘어져 있다. 사진속에 있는 것은 그게 전부다. 그러나 이 사진은 변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누가 세잔의 그림 속에 있는 사과 한 알에 신경쓸 것이며,반 고흐의 우체부 그림에 찍힌 무수한 점들을 누가 문제삼을 것인가? 포크든 사과든, 작품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예술가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 바로 이 점이 예술의 핵심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찍어내는 본성 때문에 이른 사진에서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저 소박한 도자기나 낡은 음반에서 지직거리며 들여오는 레스터 영의 재즈 멜로디가 어째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형태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었다." (71쪽~72쪽) 

분명 이 책은 조금 더 아름다운 사진을 원하는, 실용적인 기술에 대한 소개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족사진, 여행사진찍기를 넘어서 나름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보다 나름의 시각을 갖고 사진을 대하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제자리에 머물다가 내민 첫걸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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