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한겨레신문 책과세상을 통해 소개되었던 책들 중에 관심가는 책들을 몇 권 뽑아봤다. 당장 읽기는 힘들겠지만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기회를 엿볼 참이다.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세계문학전집에 관한 기사도 두차례정도 실렸었는데 일단 6권의 책을 찜했다.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는 3권이니까 총 8권인 셈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비평사, 15,000원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다. TV 드라마가 기획되는 등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전망인데 이와 관련한 책들이 출간되지 않을까 싶다. 6월을 전후해서 한국전쟁 읽기를 시도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김동춘교수의 전쟁과 사회라는 책도 있고, 계간지 등에서도 한국전쟁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된다. 분량과 시간이 된다면 브루스 커밍스의 책 한권 정도 엮어서 읽어보면 될 것 같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올해, 이 전쟁을 주제로 한 남한과 독일 학자들의 연구결과물이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역사문제연구소와 독일 포츠담현대사연구센터가 2005년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엄 내용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 책은 냉전시대 최초의 대규모 국제전이었던 한국전쟁이 남북한을 현재의 모습대로 강제한 가장 큰 계기였으며, 국제사회에서도 냉전체제를 공고히 한 전쟁으로 평가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607.html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지음/사이언스북스·1만5000원

진화심리학에 대한 소개와 최신의 연구까지 담은 책이 하나 나왔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분석을 진화론을 통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이긴 하나 앞으로 주목받는 학문분야가 될 것 같다. 환경에 맞춰 생명체들이 진화한 것 처럼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환경 혹은 사회에 맞춰 진화해왔음을 이야기한다. 마음, 생각이 순전히 나의 의지에 의해서 발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진화심리학?

다윈의 진화 이론으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인간의 마음 역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다. 전중환 교수는 인간 심리의 모든 측면에 대한 진화적 접근이라고 요약한다. 어떤 심리현상도 이 틀로 분석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모든 분야를 통합하는 이론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면 연장통은?

나사와 못, 장도리와 톱, 뭐 이런 잡동사니 공구들이 잔뜩 담겨 있는? 맞다. 전 교수는 인간의 마음이 그런 공구들이 빼곡한 연장통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오래된’ 연장통이다. 현대에 비로소 필요성이 대두된 첨단 공구들은 들어 있지 않다. 톱·망치처럼 전통 공구들만 있는 연장통이기에 오늘날에는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마음은 삶은 무엇이며 신은 어떤 존재인가 같은 추상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 어떤 짝을 고를 것인가, 비바람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포식동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이처럼 수백만년 전 인류의 진화적 조상들에게 주어졌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게끔 마음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포’ 정서는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 공포 덕에 인간은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똘똘 뭉쳐 적과 맞서는 적응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웃음은 200만~4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위험하고 허기진 채 보낸 우리 조상이 어쩌다 안전하고 배부른 상황을 맞았을 때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생겨났다고 한다. 심신의 스트레스를 털고 좋은 기분으로 새 지식을 습득하자고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신호가 웃음이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526.html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 1~3〉

송기호 지음/서울대출판문화원·1만4500~1만5500원
서점에 갔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오래된 연장통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했다면 이 책은 우리가 말하는 우리 곧 한국인에 대한 것들을 풀어냈다. 3
 

"우리는 왜 우리인가?
송기호(54·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 질문에 답하려고 십수년간 자료를 모았다고 했다. 이 물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시는가.
‘우리’라는 울안에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에 깃들어 사는 ‘우리’가 먹고 입고 자는 방식은 다른 문화권에 견줘 무엇이 독특한가. 당신은 이를 딴 나라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한발 더, 우리의 고유한 무엇, 그 문화를 찾았다면 그것은 언제부터 비롯된 건가. 
 

젊은 시절 발해 연구에 코를 박아 ‘송 발해’로 불렸던 지은이가 그런 문제의식으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건 1995년. “한국사 전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생활사”를 쓰고 싶었다. 그로부터 15년. 그는 <송기호 교수의 우리역사 읽기>라는 문패로 우선 세 권의 책을 내놓았다. 1권이 <이 땅에 태어나서>, 2권은 <시집가고 장가가고>, 3권은 <말 타고 종 부리고>이다. 이 세 권이 한국인의 삶과 죽음, 가족과 의식주, 신분질서와 그 유토피아를 다뤘다면, 앞으로 나올 4~5권은 국가·제도와 외교·이민족을 키워드로 풀어 놓을 예정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519.html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조지 오웰이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일전에 한번 조지 오웰을 읽었다. 동물농장을 다시 읽고, 박홍규의 평전과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이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카탈로니아 찬가까지 읽을 에정이었지만, 1984를 영문판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흐지 부지 되었다. 1984, 카탈로니아 찬가와 함께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 될 것 같다. 
"그의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년>은 일종의 반공 우화 소설로, 사회주의의 ‘적자’로 군림했던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 소개되고 그렇게 읽힌다. 아이러니다. 아니, 반토막 진실이다. 그가 1937년에 발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그런 독해가 상당 부분 오독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1936년 초 오웰이 좌익 출판단체로부터 영국 북부 탄광지대의 대량 실업 문제에 관한 르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그는 편집자 빅터 골란츠의 부탁을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과 리버풀, 반즐리 등 탄광지대를 집중 취재했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한 노동자와 실업자들이 묵는 하숙집과 탄광노동자의 가정에 머물며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도 박탈당한 노동계급의 삶을 체험했다. <위건 부두…>는 당시 대량 보급되며 반향을 일으켰는데, 오웰은 스스로 <위건 부두…>를 통해 전투적이며 정치적인 작가로 거듭났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훗날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1936년부터 내가 쓴 진지한 작품들은 그 어느 한 줄이건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쓴 것들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99224.html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사회평론, 2만2천원
 
삼성 이건희 회장이 단독특별사면 되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삼성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삼성과 싸운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의 사생활을 담은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한권 펴냈다.
 
 삼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여러가지로 갈려있지만 일단 국가 경제라는 측면이 강화될 때 삼성의 불법은 가려진다. 법 위에 있는 삼성인데, 우리 사회는 이를 용납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2333.html

 


압축 성장, 저항의‘파국’ 힘을 농축시키다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모순적 이중성
과실 커질수록 비판의식 늘어나 '파국'

 

<동원된 근대화〉
조희연 지음/후마니타스·2만원


 

"<동원된 근대화>는 박정희 독재체제를 붙들고 숙고해온 사회학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야심작이다. 지은이는 2007년 출간한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에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조망한 바 있다. <동원된 근대화>는 이 역사 서술을 전제로 삼아 박정희 체제의 근본성격과 작동방식을 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박정희 시대 이해의 지평을 넓혀 놓는다.

지은이는 박정희 독재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로 ‘개발동원체제’를 제안한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르면, 개발동원체제는 후발 국가들이 국민을 동원하여, 개발·발전·성장으로 요약되는 ‘근대화’를 지향하는 체제다. 이 체제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후발 국가들에서 특히 전형적으로 나타나는데, 박정희 체제는 바로 ‘후-후발 국가의 개발동원체제’라고 할 수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978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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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제주도에 세번정도 다녀왔다. 처음 제주도에 놀러갔을 때는 김영갑이라는 사진가에 대해서 몰랐을 때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두모악갤러리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도통 사진에 관심없던 아내와의 짧은 여행동안 두모악갤러리행 시간을 내기에는 빠듯한 여행이었고, 마지막 세번째는 아이들(조카)과 함께 한 가족여행이라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 제주도행이었다. 모 카메라 회사 광고에 등장하는 두모악갤러리를 볼 때마다 그 아쉬움이 기억난다.

사진에 관심을 조금 두면서 사진 관련 서적을 가볍게 한 두권 읽다 중 김홍희의 "나는 사진이다." 이라는 책에서 김영갑이라는 이름을 발견하였다.

 "그는 어느 매체에 발표하거나 유명세를 얻기 위해 보여주는 사진을 찍는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고, 결국 아무도 찍을 수 없는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 먹고사는 일보다 한 통의 필름이 더 소중했던 그는 최소한의 생계와 삶 이외에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자신의 청춘과 열정,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의 제주도를 재창조해낸 유일한 사진가라고 생각한다."(15쪽, 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굵은 글씨로 읽혔다. 어떻게 바람소리를 사진속에 넣을 수가 있을까라는 궁금한 속에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를 찾아 보았다. 그 순간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는 김춘수의 시 '꽃' 처럼 의미있는 사진가가 되었다.

그리고 듣게 된 김영갑 사진가의 사망소식, 그제서야 나는 바람소리에 가려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뒷부분을 읽게 되었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

 "그런 그가 지금 병들어 몸을 제대로 쓸 수도 없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손목과 손가락 정도다. 그지경이 되도록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찾아 온몸으로 인생을 살았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서 그리고 사진을 응시하며 나는 제주도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을 바람소리를 듣기 위해 가만히 바라보아야만 했다. 관광수준의 제주도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유명한 관광지들을 도장 찍듯 방문하고 달리는 렌터카에서 스쳐 지나갔던 제주도의 모습을 그의 사진에서 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통해서.

 "사진은 이미지의 미라이다. 내가 원하는 사진은 박제된 동물이나 새가 아니다. 새의 생김새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다. 새가 숲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모습, 무리끼리 지저귀는 소리에 숲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그런 분위기에 빠져들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그런 숲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표현하려 한다."(136쪽)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180쪽) 

김영갑은 그런 사진을 위해 전화를 반납했고, 어떤 편지에도 답장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치열한 외로움으로 몰아갔다.불현듯 만나게 될 순간을 위해 그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제주도의 분위기와 소리와 바람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한 삶은 예술적 치열함 뿐만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사진 찍겠다고 찾아든 제주도, 주민들이 보기에 그는 수상쩍은 사람일 뿐이었다. 간첩으로 몰려 신고당하길 여러차례. 여름이면 찾아드는 습기와 곰팡이의 공포,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필름을 그렇게 그는 잃어야 했다. 폭우로 삼년동안 고생한 필름이 없어지는 경험까지.

결국엔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그의 사진이 그 갤러리에 걸렸다. 그리고 지쳐버린 그의 체취는 사진속에 남겨두어야 했다.

 "병원에서 루게릭 병 진단을 받고 내 생의 유효 기간이 정해졌을때,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것은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필름들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그것들을 나만큼 사랑하고 아껴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205쪽)

바람소리에 매몰되어 있던 내게 그는 그의 사진에 대해 들려준다. 어떻게 사진을 봐야 할지.

 "그릇의 쓰임이 빈 공간에 있듯, 사진 속의 공간도 최대한 비워놓는다. 도예가가 찾잔을 만든다. 그 잔을 쓰는 사람이 물을 담으면 물잔이 되고, 술을 담으면 술잔이 된다. 옛날 옹기들이 장독대에서 이제는 방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꽃병이 되기도 하고, 우산꽂이가 되기도 한다. 사진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나 자신을 위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한 사진이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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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00년대 문화아이콘 중에 하나는 바로 사진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기능들을 활용하다가 DSRL의 유행까지. 거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그런 사진의 대중화의 장을 마련했다. 나 또한 그런 흐름에 맞춰 8년 동안 5개의 디카를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구입한 하이엔드 디카까지. 그런 와중에 인터넷상에 유명한 블로그를 즐겨 찾아다니기도 하고, 디카 활용법에 대한 책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이미지 만들기의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는 사진들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순 없는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게 되었다. 찰나의 거장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의 사진, 굿을 통해 전통과 그 안에 담겨있는 삶과 사상을 그려낸 김수남, 그리고 사진을 찍는 동안 인간의 예의를 갖췄던 살가도의 사진을 대하며 더 이상 찍기 놀이보다 진중한 자세로 보기에 마음을 두기로 했다.

사진 보기의 관심에서 사진읽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필립 퍼키스의'사진강의 노트'는 제목과는 달리 본질적인 측면에서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이라는 부제처럼 사색으로 가득차 있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가 재 표지 부제를 확인하고는 내 선입견을 탓했다. 물론 책 두께로 미루어 단순히 사진찍기 강의가 아닐 것이라는 것, 그리고 사진책임에도 사진보다는 글과 여백이 많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챘다.

하지만 몇 쪽을 넘어가지도 못해 당혹감에 빠져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책에 밑줄을 치는 대신 살짝 접어두거나 얇은 포스트 잇으로 표시해 두고 있지만, 밑줄을 긋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책의 절반을 접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 챘지만 마치 현자의 삶의 대한 지혜가 담긴 책 처럼, 이 책은 사진의 현자가 남긴 사진에 대한 통찰로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진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이 아닌 본질을 이야기한다.

" 보여지는 것, 그자체. ...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

  그것의 의미를 경험한다는 것,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가 배제된 목소리, 음악의 선율, 도자기, 추상화, 그것의 현존, 그것의 무게, 그것의 존재와 나의 존재의 경이로움. 사실 그 자체의 신비.

  아마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남은 길이의 반만큼을 끊임없이 가고 또 가야 되는 제논의 역설과 같다." (19~20쪽) 

그리고 사진강의와 더불어 예술로써의 사진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예술의 본질까지.

 "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해서 사진을 찍고, 다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까지 카메라를 치워 놓고, 다시 발견하고, 다시 찍고, 다시 치워 놓고... . 대개 사진 촬영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진 매체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은 아니다.

   접시 가장자리에 가만히 놓여 있는 포크를 찍은 앙드레 케르테츠 Andre Kertesz의 사진이 있다. 테이블에는 포크의 그림자가 늘어져 있다. 사진속에 있는 것은 그게 전부다. 그러나 이 사진은 변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누가 세잔의 그림 속에 있는 사과 한 알에 신경쓸 것이며,반 고흐의 우체부 그림에 찍힌 무수한 점들을 누가 문제삼을 것인가? 포크든 사과든, 작품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예술가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 바로 이 점이 예술의 핵심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찍어내는 본성 때문에 이른 사진에서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저 소박한 도자기나 낡은 음반에서 지직거리며 들여오는 레스터 영의 재즈 멜로디가 어째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형태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었다." (71쪽~72쪽) 

분명 이 책은 조금 더 아름다운 사진을 원하는, 실용적인 기술에 대한 소개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족사진, 여행사진찍기를 넘어서 나름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보다 나름의 시각을 갖고 사진을 대하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제자리에 머물다가 내민 첫걸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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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이제는 녹색이 대세다. 물론 환경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 녹색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화두이다. 2MB 정부가 녹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환경에 대한 무지에서인지, 아니면 환경을 보는 순간 녹색이 또 하나의 돈벌이라는 감이 왔는지, 그냥 자신이 하고자했던 건설 경영에 녹색을 입혔다. 이와 관련한 우석훈과 배병삼교수의 시의적절한 2개의칼럼이 있다.

녹색이라는 말,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3582.html
(녹색속의 핏빛,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7169.html )
녹색성장이라는 사기극, 우석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6940.html

Sick Planet (병든 지구)이라는 원제를 가진,  녹색성장의 유혹은 의료산업, 식품가공산업, 농업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어 녹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업들이 어떻게 환경을 맟이고 있는 보여준다.  


 의료산업은 현재 일차리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핵심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건강상식은 중요한 정보가 되었고,의료정보 역시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정보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질병들이 넘쳐나고 의학의 발전 덕분에 그러한 질병들을 치료 혹은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비밀이 있다. 불과 몇 십년전에 비해 증폭된 새로운 질병과 발병가능성을 보게 되면 그런 병들에 걸리지않은 자체가 신기할 정도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숨겨져 있는데,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병들들이 의료산업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이윤에 맞게 많은 질병들이 과장되고 의사들에 대한 지원등으로 인해 필요 이상 처방전이 발행된다. 의료산업의 발전의 또 하나의 토대는 바로 인도를 위시한 저개발 국가이다. 친환경산업 등으로 치장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공장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출해 저개발국가의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넘쳐나는 건강정보는 새로운 경제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특히 닭을 포함한 가금류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미 산업화된 목축업에 이어 가금류 산업은 마트에 잘 포장되어 팔리는 상품의 이면을 가지고 있다. 극도로 낙후된 작업환경은 기존의 공장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문제 뿐 아니라 환경문제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웰빙과 더불어 불어닥친 차에 대한 열풍 역시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 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남아사이의 많은 삼림들이 차 농장으로 바뀌는데 과거의 플랜테이션 농업을 떠올리게 한다. 플랜테이션 농업이 가지고 있던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차 밭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화학비료 및 농약으로 주변 환경이 멍들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경제체계 뒤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우리의 경제체계는 산업에 쓰이는 낯선 화학물질을 방치한 채 남아내며, 천연식품을 사치품으로 취급하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전방식을 고수하며, 천연가스같이 생명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을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며, 사람과 토지를 동시에 남용하며, 소비로 인해 야기된 건강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며,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한쪽 끝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의약품을 강매하며, 그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질병을 가져다주며, 끝없이 유해한 성장을 하는, 그런 종류의 경제체계이다." (258쪽)

지은이는 발빠르게 진화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즉 이윤이 된다면 기존의 산업에 녹색이라는 명칭을 붙여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나타난 그린마케팅은 바로 그런 기업들의 이윤추구에서 나온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녹색의 주인공은 자연속에서의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빗 소로, 스콧 니어링 그리고 녹색평론 등을 위시한 환경생태주의자들이 아니라 기업이 되어 버렸다. 성장의 한계에 마딱드린 자본주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녹색을 찾았고, 기존의 모든 산업, 마케팅에 녹색을 입혔다. 지은이의 책은 바로 이런 인공 녹색이 허구의 녹색임을 밝혀낸다.

책의 결혼에서 지은이는 세권의 책을 소개한다. 모두 100여년전에 씌여진 마르크스의 '자본',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뢰겐의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과정',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의'석탄문제' 이다. 녹색경제의 21세기에 지은이가 오래된 이 책을 제안하는 것은 녹색자본주의는 옷만 갈아입은 자본주의일뿐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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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르몽드 세계사 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 권지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2008년 12월 31일 부터 2009년 1월 1일 까지 두 해에 걸쳐 읽은 책이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신문 르몽드의 시사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한 <르몽드 세계사>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이라는 심상치 않은 부제의 무거움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각종 도표,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 쉽게 읽어나 갈 수 있다. 그렇다고 다루는 내용들이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다. 환경 문제, 9.11 이후 여전히 분쟁으로 가득찬 세계 그리고 세계화에 속에 가려진 각종 문제와 아시아를 두루 담아낸다.   

  90년대 초반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를 강조했다. 아마도 우리에게 세계화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우리와 친하지 않았던 동유럽을 누비고 다니고, OECD 에 가입을 하면서 우리 경제의 문을 열었다가 경제위기를 경험하였지만 이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눈부신 수출을 앞세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외국계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파란색 눈의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의 세계화의 일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세계화는 성공했다고 자부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르몽드 세계사를 읽다가 순간 이런 나의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세계는 무엇일까? 그 안에서 한국은? 어느 순간 경제 문제가 사회의 모든 것이 되어버려 우리는 경제 이외의 것에는 눈을 닫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얼마전 MBC에서 보여준 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타리는 환경 파괴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역사적으로 지구는 반복적으로 빙하기를 거쳐왔다. 하지만 기온변화 그래프(14쪽)와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15쪽)를 보면 지금의 지구의 상태는 정상을 한참 벗어났다. 그 뿐만 아니라 가공할 위험을 가지고 있는 핵은 확산되고 있고 산성화 및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 즉, 산업재앙은 심각하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르몽드 세계사는 세계화가 지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여준다. 자유무역을 내세우지만 실상 세계는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선진국과 개도국과의 갈등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선진국 주도의 세계화는 결국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키고, 개도국들의 교육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 내부에서도 빈곤은 다시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남-북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새천년개발목표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전혀 달성불가능하다.

"새천년개발목표는 구조적으로 빈곤을 낳을 수 밖에 없는 경제모델이 남긴 심각한 상처를 대충 붕대로 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로지 새천년개발목표 달성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현체제의 근간을 수용하고 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커다란 실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기의 냄새까지 풍긴다. 개발목표를 필요하게 만든 현 경제체제를 문제시하지 않은 개발목표는 처음부터 이룩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127쪽)

  전 지구적 문제는 이와 같이 환경의 문제, 남북간의 경제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문제가 남아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라크 문제, 2008년 말 다시금 전쟁의 포화 속에 빠져들어 버린 팔레스타인 및 구소련 지역 및 동유럽의 분쟁은 멈춤없는 전쟁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해결책을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의 사태 역시 지나쳐갈 수 없는 상황이다.

  르몽드 세계사는 이렇게 대한민국 땅에서 잃어버린 전지구적 이슈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뉴스의 경우에는 미국의 시선에 많이 의존하고 전지구화 사회이지만 다른 나라의 이슈들은 이벤트성 혹은 기괴한 사건들만 다루어지는 우리의 언론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점에서 르몽드 세계사는 우리에게 보다 넓은 사회를 위한 열린 눈을 갖게 할 책이다.

  르몽드 세계사를 볼 때 또 하나의 관심 중에 하나는 바로 세계속의 한국이다. 우리는 기계적으로 자랑스런 한국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세계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위치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독도는 국경분쟁지역의 하나이고, 교육등의 지표에서는 아주 높은 수치를 나타내지만 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에서는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6대 주요 생산국에 편입되어 있다. 르몽드 세계사를 읽으며 원자력의 문제가 여전히 안전의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원자력 생산을 많이 하는 현실에 대한 어떤 고민을 해야할까 개도국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은 그런 문제에서 자유스러운지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하게 되었다. 특히나 북한과 맞닿은 우리에게 식량 및 분쟁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게 되었다면 르몽드 세계사는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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ㄳ해요~ 2009-04-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고등학교1학년 수행평가 원고지 쓰기있는데 내용을몰랐는데 이글보고 쉽게썼어요 ㄳ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