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2016년~17년에는 나쓰메 소세키를 읽어보려고 했다. 사망 100주년에 출생 150주년이기도 했다.그래서인지 마쓰야마시에서 소세키 관련 행사 포스터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현암사에서는 소세키 전집을 완간했다. 소세키 전집을 출간했다는 건 독자로는 행복한 일이고, 출판계에서도 기념할 일일 듯 하다. 소세키 전집은 잘 만들었다. 책장에 꽂아두기에 좋다. 


몇 해 전 구마모토행을 예약했을때도 소세키를 염두해뒀고, 작년에 도쿄에 다녀올 때도 소세키를 고려했다. 물론 구마모토는 가지 못했고, 도쿄는 동선이 안나왔지만. 이번 시코쿠에서는 자연스럽게 소세키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코쿠 에히메현에서 영어선생을 한다. 그 뒤 구마모토에서도 선생을 하고.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은 시코쿠를 배경으로 한다. <도련님>이라는 소설이 갖는 의미는 나중에 후기를 다시 쓰기로 하고, 페이퍼에는 도고온천과 관련된 부분을 일부 발췌한다. 


일본이 매력적인 것은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유명한 문학가, 예술가에 대한 문화화가 잘 되어 있다. 돗토리가 유명 만화가 세명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로 만든 것 처럼 시코쿠 에히메현 마쓰야마에서의 <도련님>은 하나의 문화다. 


    

도고온천 앞에 작은 광장에는 <도련님> 봇짱 坊っちゃん의 등장인물이 캐릭터화 되어 있다. 도고온천 역 앞 시계는 아예 봇짱 시계탑으로 불린다. 


    


<도련님>에 나오는 기차는 봇짱 열차라 하여 지금도 운행을 한다. 그리고 도고온천역은 스타벅스가 고즈넉하게 위치하고 있다. 앞 상가에서는 도련님이 먹은 봇짱경단이 팔린다. 


* 도련님 관련 영상은 아래 따로 링크를 걸어둔다. 도고온천은 따로 페이퍼를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그로부터 사흘간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나흘째 되는 날 저녁에 스미타라는 데까지 가서 경단을 먹었다. 스미타는 온천이 있는 마을로, 성안에서 기차로 가면 10분, 걸어서도 30분이 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음식점도 있고 온천장도, 공원도 있는데다 유곽도 있다. 내가 들어간 경단 가게는 유곽 초입에 있는데, 경단 맛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온천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러 먹어 보았다. 이번에는 학생들과 마주치지 않았으니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첫 수업에 들어가니 칠판에 “경단 두 접 시 7전”이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나는 두 접시를 먹고 7전을 냈다. 정말 성가신 놈들이다. 둘째 시간에도 분명히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 데 “유곽의 경단, 맛있다, 맛있어”라고 쓰여 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놈들이다. 경단 사건이 이것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빨간 수 건이라는 게 화제가 되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는 소동이다. 나는 이곳에 온 뒤로 매일 스미타의 온천에 다니고 있다. 다른 곳은 뭘 보나 도쿄의 발뒤꿈치에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스미타의 온천만 은근사하다. 모처럼 온 것이니 매일 다녀야겠다는 생각으로 저녁식사 전에 운동 다녀오곤 한다. 그런데 갈 때는 반드시 큼직한 서양 수건을 들고 간다. 빨간 줄무늬가 있는 수건이라 물에 젖으면 언뜻 선홍색으로 보인다. 나는 이 수건을 오가는 길에, 기차를 탈 때도 걸어갈 때도 늘 들고 다닌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를 “빨간 수건, 빨간 수건” 하고 부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좁은 곳에 살다 보니 조용한 날이 없다. 


또 있다. 온천은 3층으로 된 신축 건물로 고급탕은 유카타를 빌려 주고 때까지 밀어주는 데도 8전이면 된다. 게다가 여종업원이 차를 따라 차탁에 올려 내온다. 항상 고급탕을 이용했다. 그러자 40엔 월급으로 매일 고급탕에 들어가는 것은 사치라며 수군댔다. 쓸데없는 참견이다. (47-48쪽)


역 시계를 보니 이제 5분만 있으면 기차가 출발한다. 나는 이야기 상대도 없어지고 해서 빨리 기차가 오면 좋을 텐데, 하고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이 황급히 역 안으 로 뛰어들었다 빨간 셔츠였다. 

...

이윽고 부우웅 하는 기적 소리와 함께 기차가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기차에 오른다. 빨간 셔츠는 맨 먼저 일등칸에 올랐다. 일등칸에 탄다고 으스댈 건 없다. 스미타까지 요금은 일등칸이 5전이고 이등칸이 3전으로 겨우 2전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 문이다. 그건 나조차 큰맘 먹고 일등칸에 타려고 흰색 표를 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시골 사람들은 쩨쩨해서 단2전의 지출도 굉장히 마음에 걸리는지 대개 이등칸을 이용한다. 빨간 셔츠의 뒤를 따라 마돈나와 그녀의 어머니가 일등칸에 올랐다. 끝물호박은 늘 이등칸만 타는 사람이다. 이등칸 입구에 서서 망설이는 것 같았는데, 내 얼굴을 보자마자 과감히 올라탔다. 나는 그때 왠지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끝물호박의 뒤를 따라 같은 이등칸에 올랐다. 일등칸 표로 이등칸에 타는 것이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온천장에 도착해 3층에서 유카타로 갈아입고 탕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끝물호박을 만났다. (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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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8-01-14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쿄대 안의 산시로 연못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고즈넉한 겨울오후였지요. 마쓰야마 도고온천 봇짱열차 타러 가야겠습니다. 페이퍼 잘 보았어요.

雨香 2018-01-15 10:19   좋아요 0 | URL
산시로 연못에 가보셨군요. 도쿄에 갈 때 몇 권의 책을 읽어봤는데. 소세키를 언급한 책들이 몇 권 있었습니다. 저는 애들도 같이 움직여서 애들과 같이 좋은 곳으로 동선을 잡았습니다.

붉은돼지 2018-01-14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걸어서 세계속으로 를 즐겨보는 편인데 이건 처음이군요...덕분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현암사 소세끼 전집은 다 가지고 있지만 도련님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도고온천 페이퍼도 기대할께요...조용한 료칸에서 온천하고 책 읽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 최고의 도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ㅎㅎㅎㅎ

雨香 2018-01-15 10:36   좋아요 0 | URL
소세키 전집 다 가지고 계시군요. 저는 일단 6권 정도 가지고 있는데, 몇 권 더 구매할까 생각중입니다. <도련님>은 좀 묘합니다. 그냥 그런 소설 같기도 한데, 현대 사회에 어떻게 꿋꿋하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