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이 타계했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58862

 

이름은 익숙하지만 아직 읽어 본 적은 없는 학자다.

물론 가지고 있는 책은 있다. 작년 감시사회라는 주제로 독서목록을 짜면서 <친애하는 빅브라더>라는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불평등을 주제로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를 독서목록에 올려둔 적이 있고, 도서관에서 발견한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도 눈여겨봤던 책이다. 그리고 읽게 된다면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로 시작할 생각이었다. (로쟈님 추천이기도 하다. http://blog.aladin.co.kr/mramor/7053593 )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학자로 기사들을 좀 살펴봤다.

 

바우만의 지칠 줄 모르는 탐구 정신이다. 일흔 살을 넘어서 그는 자신의 대표 이론인 ‘액체 현대’ 이론을 발표했다. ...

액체 현대 이론은 바우만 사상을 대표하는 사회 이론이다. 그는 우리 시대가 ‘고체 현대’에서 ‘액체 현대’로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액체 현대란 현대의 ‘녹이는 힘’이 재분배되고 재할당되는 것을 말한다. 이 ‘액화하는 힘’은 체제를 ‘사회’로, 정치를 ‘생활 정책’으로, 사회적 공존의 ‘거시적 차원’을 ‘미시적 차원’으로 변화시킨다. 그 결과 우리 시대는 실패의 책임을 개인의 어깨 위에 부과하고 새로운 유형의 삶을 모색하게 하는, 다시 말해 모든 것들이 개인화하고 사적으로 변화하는 시대라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액체 현대의 삶에 대한 바우만의 설명은 사뭇 비관적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1102110005&amp;code=100402 

일흔이 넘어서도 이론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항상 시대를 고민했던 학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유동하는 근대에 띄우는 편지인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세상의 모든 것은 액체처럼 끊임없이 유동하며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우만의 44개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21세기의 지금 이 세계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휴대전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다양한 대화 창구를 가지고 있으며 교제의 다양함은 물론 광역화된 접속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시스템이 서로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접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멀리 떨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심지어는 자신과 만날 시간마저도 침해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사적인 영역으로 지켜져야 했던 프라이버시는 어느 순간 공적인 영역으로 편입되었고 비밀 유지의 권리는 사라졌으며 우리는 지금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익명의 타자에게 노출되어 있다. 

 
고체 근대의 시대는 구조, 제도, 풍속, 도덕이라는 틀 속에서 일정한 사유가 가능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흘러 내리고 있다. 어제의 유행은 오늘은 벌써 유효하지 않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공포를 안겨다 준다.  

그는 말한다. "이 세계에서 우리들의 모든 것, 아마 거의 모든 것들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우리들이 좇으려고 안달하는 패션들과 우리의 주목을 받는 대상들은 끊임없이 바뀐다. 그리고 그 주목이라는 것도 끊임없이 움직인다..오늘 확실하고 타당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내일은 전혀 쓸 데 없고 괴상하거나 유감스러운 실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래서 우리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세계처럼 그 집의 거주자이자 때로는 설계자이며, 행위자이자 사용자이고 희생자이기도 한 우리 자신들도 끊임없이 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잘 감지하고 있다."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457207

 

 

바우만의 이름을 학계에 퍼뜨린 건 1989년작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다. 홀로코스트가 근대성의 실수, 혹은 근대성과 무관한 야만성이라 보는 관점을 뒤집었다. 많은 유대인들을 체계적으로 분류, 학살하는 홀로코스트야말로 근대적 기획의 정점이라 주장했다. 상황에 따라 누구나 그 희생자가 될 수 있는 현대는, 무정한 세상이다.

1990년 정년퇴임 뒤 바우만은 유동성, 액체성을 키워드로 이 무정한 세상을 불안하게 서성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해낸 책을 잇따라 내놨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 발행)에서 바우만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신뢰를 보장해 주지 않고, 장기적인 확실성을 분명히 보여 줄 만큼 오랫동안 유지되지도 않는 이 세계에서는 앉아 있는 것보다 걷는 편이 낫고, 걷는 것보다는 뛰는 편이 나으며, 뛰는 것보다 오히려 서핑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썼다. 이런 경쾌함 덕에 그의 책은 늘 화제였고, 최근 몇 년간 10여권 이상 국내에 소개됐다.

 

바우만은 유동성을 끌어안은 ‘이방인’(Stranger)이 되라고 주문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가 영원히 이 세상의 이방인으로 남을지니.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고, 그게 가장 중요한 의제다.”

http://www.hankookilbo.com/v/53837b926f9a4fee812332f5435784a1

 

           

 

 연초부터 생각해 둔 독서주제가 몇 개 있는데, 또 하나 추가한다. 언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한권이 있으니, 한 두권 정도 더 장만하고, 읽게 될 때 도서관에서 몇 권을 빌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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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1-11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핏 명성만 들어본 학자인데 포스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아갑니다. 유동성 액체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지네요

雨香 2017-01-11 22:20   좋아요 1 | URL
저도 유동성 액체화라는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일단 <희망, 살아있는자의 의무>를 입문서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일단 지금 독서주제들을 좀 정리하고 설 연휴 지나고 시작하려고요.

박람강기 2017-01-11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사회의 속성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 사회학자라고 생각됩니다.

雨香 2017-01-11 22:21   좋아요 0 | URL
현대사회와의 연계에 주목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