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Mazinger 1
나가이 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생각하보면,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끝장을 용납할 수 있는 체제가 부럽기도 하다.   
 

작가인 나가이 고(일본어: 永井 豪/ながい ごう, 1945년9월 6일~)는  
마징가Z에서 그레이트마징가를 거쳐 그랜다이져에 이르는 그 길고 긴 여정을 끝내고도
또 이야기할 거리가 남았다고 한다. 
 

어쩌겠는가? 맺힌 것은 풀어야 하는 법이다. 

문학가, 화가, 시나리오작가, 영화감독, PD, 음악가, 그리고 만화가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란 예술가는 장르를 가르지 않고 모조리 요절해버리는, 혹은 요절을 방조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하자면야,

그 나이를 먹고서도 창작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사회가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설은 전설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작가적 욕심이야 충족시켰을지 몰라도,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새로운 Z마징가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악마적 힘을 가진 거대 로봇을 조종하는 소년의 성장"이라는 단순명쾌한 주제야
로봇만화의 규범을 그대로 따랐던 것이라 차치하더라도, 

매카닉 디자인이나 필살기, 게다가 적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이유 등등의 설정은
마징가Z가 활약했던 1970년대 후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아쉽지만, 아쉬웠겠지만,
멈췄어야 하지 않았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설이 아름다운 것은 비장한 결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Good 

 ▶ 여전히 그리운 마징가Z, 거대 로봇의 선구자

 ▶ 노장의 창작욕이 발현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부러움

 ▶ (물론 팀 작업이겠으나) 한층 세밀해진 액션 및 매카닉 묘사

* Bad

▷ 차라리 재현되지 말았어야 할 그리움

▷ 성장이 사라지고, 선과 악 사이의 갈등도 빠져버린 열혈 소년 이야기

 
▷ 70년대와 다를 바 없는 매카닉 디자인과 필살기

▷ 다를 바 없을 뿐 아니라, 치덕치덕 덧칠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매카닉 다지인

▷ 그리스 올림푸스 신화와 근미래 로봇SF의 억지 결합

▷ <마징가Z>는 그렇다치고, <그레이트마징가> 팬들의 실망감은 어떻게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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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애사
이선미 지음 / 여우비(학산문화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에 주목했던 이유는 오직 한 가지였다. 

  참신한 상상력 - 일제시대를 다루면서도 투쟁과 비탄에 빠지지 않으며, 때로는 발랄하기까지 한 바람둥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의 처음이자 끝이다. 

 
  나머지 부분에는 가치를 부여하기 힘들다. 
  결코 피해갈 수 없으며, 용서되어서도 안 되는 표절 사실은 제외하고라도, 
  아래의 이야기요소는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다. 
 

  ① 피동적 여성과 그녀를 구해주는 마초적 왕자님이라는 컨셉 
  ② 그 왕자님은 바람둥이이지만,
       오이디프스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반항아라는 진부한 설정 
  ③ 순진한 처녀가 바람둥이를 구원한다는 판타지적 스토리텔링 
  ④ 그 과정에서 오로지 남자의 성장을 통해서 여자는 행복을 느낀다는 마조시스틱한 캐릭터



  이 지긋지긋한 잔재들이 왜 이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긴, 이 작품이 '로맨스'를 표방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하도 상상력이 좋기에 논의의 대상이 될 만한 소설작품으로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아쉽다. 그저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이런 로맨스가 먹힌다는 말인가

 

 * Plus + 17

  •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한 기존의 가치를 전복시킨 기발한 상상력 + 10
  • '일제시대'가 가진 문화콘텐츠적 가치에 대한 발견 + 5
  • Best Sentence 나여경을 향한 선우완의 대사 : "모두들 독립투사가 되어야 하나? 너희 이름 앞에 붙은 명예와 명성이 굴레라는 걸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군. 이런 말 할 자격 없는 놈이라고 비꼬지 마. 나라니 민족이니 독립이니, 관념이니 이상 따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백성들에게는 하늘의 뜬 구름 같은 게 아닌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으면 그나마 보지 못하는 하늘의 구름 말이야." - p.182. +2

 * Minus -34 

  • 결국은 '순진한 처녀 바람둥이 길들이기' 이야기 -10
  • 피동적 여성형과 더욱 피동적 마마보이 -5
  • 친숙하다 못해 익숙한 스토리텔링요소 -3
  • Worst Scene : 어머니의 가르침 "여자는 말이다. 여경아, 사내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되는 게다. 사내 넓은 가슴이 온통 한이고 분노인데, 집안 여자들 때문에 두 다리 묶어 주저않혀선 안 되는 법이지.(p.63.)" 그리고 그걸 듣고서는 "비로소 자신이 해야 할 이을 알게 된 것이다."(p.63.)라고 생각해버리는 여주인공. -1

 

 * Total  : basic 75 (C+) + 17 - 34 = 58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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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 - 미디어 디스토피아에서 미디어 유토피아를 상상하다
정여울 지음 / 강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다"라는 류의 비판은 매우 타당하지만, 낡았다.

  이 책은 지극히 파편적이다. 아직 꿰지 않은 보석처럼. 
  중간중간 빛나는 문장들이 포진되어 있지만, 그 문장들은 아포리즘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가 되지 못한 까닭이다. 중심을 이루는 이야기가 없으니 산만할 수밖에. 작가가 텍스트로 삼는 '대중문화'가 그러한 것처럼. 

  사실, 이 책에서 사용된 '대중문화'라는 용어는 매우 문제적이다. 적어도 일반적인 용법은 되지 못한다. 작가의 대상 텍스트 중 많은 부분을 '책'이 차지하고 있고, 그 '책' 중의 다시 많은 부분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대로 작가의 사유가 가진 한계가 된다. 작가는 '대중문화'를 표제로 걸고 있으나, 정작 대중적인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문화의 넓이와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재치발랄한 책은 독서광이자, 진지한 드라마 시청자, 게다가 간혹 다른 분야들도 기웃거리는 한 사람의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이것이, 이 책에 수록된 글들에서 고루 발견되는 난삽하고 자의식이 넘처나는 문장의 기원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이 책의 중요한 한계로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하다면 그 지적 역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꼴이 된다. 
  앞서 지적한 내용처럼, 이 글의 형식과 내용은 '대중문화'를 그대로 닮아 있고, 대중문화야말로 일관된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난삽한 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제목 그대로 '대중문화의 숲'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오만가지 식물과 동물들이 얽혀 살고 있는 숲의 다양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앞서의 비판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선뜻 좋은 별점을 주는 일에 주저한다. 

  과연 스스로를 '아가씨'라 부르는 이 작가는 숲으로 들어가 갔는가? 
  의심스럽다. 적어도 나의 독서법에서 본다면, 아가씨는 숲 에 가지 않았다.  그저 숲의 주변에서, 경계에서 머뭇거릴 뿐이다.

  작가는 숲의 일부분만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논의의 집중이나 세밀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집중과 세밀은 전체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가는 전체에 대해서는 한사코 입을 열지 않는다.

 

숲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중문화의 숲에 대한 유쾌한 여행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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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바다
박예분 지음, 정하영 그림 / 청개구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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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인 '조세이 탄광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에서 해마다 정성껏 제수를 준비해 준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추모제에 참석하는 한국의 유족들에게 해마다 여비(왕복 배삯)까지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국 정부에서는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일본인들 앞에서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의 영정을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떤 유족은 부모의 영정을 나란히 모셨습니다. 유족들은 한결같이 내 나라인 대한민국, 내가 살고 있는 내 집에서 따뜻한 탕국이라도 끓이고 전도 부쳐 제상을 차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루빨리 꼭 이루어지길 기도했습니다.-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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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바다
박예분 지음, 정하영 그림 / 청개구리 / 200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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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한다. 나는 알지 못했다.

  1942년 2월 3일에 일어났던 일본 조세이 탄광 수몰사건.

  아마도 나 혼자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도 나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맞다. 그것은 분명히 죄다.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했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렸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을 과거라고 생각해버렸다. 낯설기 짝이 없는 이 싱싱한 역사의 상처 앞에서, 무지와 무식은 곧 죄다. 변명할 수 없는 죄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다. 이제 식민지 시대는 끝났다고. 그건 역사책이나 TV사극에서나 종종 만나볼 수 있는 과거의 일이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새삼 느낀다. 아직 식민지배는 끝나지 않았다.

  포스트콜로리얼(post-colonail)이란 용어의 특성이 그러하듯이, 식민지는 끝났으나 식민지배의 영향과 상처는 생생하게 남는다. 그림자처럼, 낙인처럼.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눈을 돌린다고 사라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잊어버린다고 아물어버릴 상처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해결방법은 문명하다.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눈 돌리지도 피하지도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기억하고, 기록하여 후대에 전해야 한다. 복수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책의 모든 가치가 역사적 의미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역사적 의미만 충족했을 뿐, 작품으로서의 의미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같은 내용이 증언을 통해서, 학생들의 글을 통해서, 또한 작가의 말을 통해서 반복되는 형식은 작품의 재미를 급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무시해버릴 수 있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위한 책일수록, 분명하고 명쾌한 이야기구조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은 쉬워야 한다. 그러나 '쉽다'는 수사는 내용이 성글기 때문이 아니라, 정교하고도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붙어야 할 것이다. (*) 20080614(초)/20080701(오자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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