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 - 미디어 디스토피아에서 미디어 유토피아를 상상하다
정여울 지음 / 강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다"라는 류의 비판은 매우 타당하지만, 낡았다.

  이 책은 지극히 파편적이다. 아직 꿰지 않은 보석처럼. 
  중간중간 빛나는 문장들이 포진되어 있지만, 그 문장들은 아포리즘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가 되지 못한 까닭이다. 중심을 이루는 이야기가 없으니 산만할 수밖에. 작가가 텍스트로 삼는 '대중문화'가 그러한 것처럼. 

  사실, 이 책에서 사용된 '대중문화'라는 용어는 매우 문제적이다. 적어도 일반적인 용법은 되지 못한다. 작가의 대상 텍스트 중 많은 부분을 '책'이 차지하고 있고, 그 '책' 중의 다시 많은 부분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대로 작가의 사유가 가진 한계가 된다. 작가는 '대중문화'를 표제로 걸고 있으나, 정작 대중적인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문화의 넓이와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재치발랄한 책은 독서광이자, 진지한 드라마 시청자, 게다가 간혹 다른 분야들도 기웃거리는 한 사람의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이것이, 이 책에 수록된 글들에서 고루 발견되는 난삽하고 자의식이 넘처나는 문장의 기원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이 책의 중요한 한계로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하다면 그 지적 역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꼴이 된다. 
  앞서 지적한 내용처럼, 이 글의 형식과 내용은 '대중문화'를 그대로 닮아 있고, 대중문화야말로 일관된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난삽한 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제목 그대로 '대중문화의 숲'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오만가지 식물과 동물들이 얽혀 살고 있는 숲의 다양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앞서의 비판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선뜻 좋은 별점을 주는 일에 주저한다. 

  과연 스스로를 '아가씨'라 부르는 이 작가는 숲으로 들어가 갔는가? 
  의심스럽다. 적어도 나의 독서법에서 본다면, 아가씨는 숲 에 가지 않았다.  그저 숲의 주변에서, 경계에서 머뭇거릴 뿐이다.

  작가는 숲의 일부분만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논의의 집중이나 세밀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집중과 세밀은 전체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가는 전체에 대해서는 한사코 입을 열지 않는다.

 

숲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중문화의 숲에 대한 유쾌한 여행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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