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바다
박예분 지음, 정하영 그림 / 청개구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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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한다. 나는 알지 못했다.

  1942년 2월 3일에 일어났던 일본 조세이 탄광 수몰사건.

  아마도 나 혼자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도 나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맞다. 그것은 분명히 죄다.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했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렸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을 과거라고 생각해버렸다. 낯설기 짝이 없는 이 싱싱한 역사의 상처 앞에서, 무지와 무식은 곧 죄다. 변명할 수 없는 죄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다. 이제 식민지 시대는 끝났다고. 그건 역사책이나 TV사극에서나 종종 만나볼 수 있는 과거의 일이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새삼 느낀다. 아직 식민지배는 끝나지 않았다.

  포스트콜로리얼(post-colonail)이란 용어의 특성이 그러하듯이, 식민지는 끝났으나 식민지배의 영향과 상처는 생생하게 남는다. 그림자처럼, 낙인처럼.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눈을 돌린다고 사라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잊어버린다고 아물어버릴 상처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해결방법은 문명하다.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눈 돌리지도 피하지도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기억하고, 기록하여 후대에 전해야 한다. 복수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책의 모든 가치가 역사적 의미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역사적 의미만 충족했을 뿐, 작품으로서의 의미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같은 내용이 증언을 통해서, 학생들의 글을 통해서, 또한 작가의 말을 통해서 반복되는 형식은 작품의 재미를 급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무시해버릴 수 있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위한 책일수록, 분명하고 명쾌한 이야기구조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은 쉬워야 한다. 그러나 '쉽다'는 수사는 내용이 성글기 때문이 아니라, 정교하고도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붙어야 할 것이다. (*) 20080614(초)/20080701(오자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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