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독일민담 - 새롭게 풀어보는 상징과 은유의 세계
이혜정 지음 / 뮤진트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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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그림이라서 그림책이라 생각하면 안되고, 독일민담이라서 민담만이 적혀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민담(이야기는)은 요약으로 정리 되어 있고, 그 민담에 대한 평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보다 평론이 위주라고 보면 더 좋을 것이다. (, 어렸을 때 재미나게 읽었던 이야기 거리가 잔뜩 담겨져 있는 동화책을 기대하고 구입하지 마시라고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우리가 동화책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알고 보니 적나라한 성인물이었네이런걸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 물론 저도 약간 기대하고 구입했던 터라. 하지만 알고 보니까 아니었네 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주 안 나오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림 동화가 그림형제(형이 야곱, 동생이 빌헤름) (저작권을 행사할 만큼)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라기 보단,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를 그림네 형이 원어 그대로 채득한 이야기를 정리하였고, 잔인한 내용도 원문 그대로 모으다 보니까 비난이 일어, 그림네 동생이 약간 수정하여 형제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 민담이 전해져 우리가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더 자세한 내용은 책의 서문 참조). 구전해오던 민담이다 보니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고 결론이 바뀌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로 연결되기도 하고, 흐지부지 끝나기도 하고, 중간에 끊기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민담이라 그런지, 지구 저편의 독일에서의 이야기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콩쥐팥쥐 이야기 라던가, 권선징악에 관한 이야기들도 독일에서도 발견 된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네 이야기가 주로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다면(어린애들 말 잘 들으라고, 착하게 살라고), 독일의 민담은 꼭 권선징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괄량이 삐삐>를 보면 삐딱한 이야기도 있다(물론 현대물이지만).

하지만 이야기와 설명을 한꺼번에 담고 있는 책이라서, 그래서 주로 이야기가 요약위주로 되어 있다 보니 이야기를 읽는 재미보다 (읽을만하면 끝나, 소위 깬다)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끝나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나의 기대가 잘못됐을 수도 있지만) 물론 평론이 이어져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상징하는지, 그 결과 현대사회에서 이런 관습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아는 장점도 있었다. 약탈혼, 비나혼의 개념도 새로 알게 되었다. 왜 신혼여행가서 첫날밤에 신랑이 신부를 안고 문지방을 넘어야 하는 지도. 특히 KHM 21 <재투성이>(신데렐라)의 해설을 보면서 새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재의 의미(새로 태어난 처녀), 신발을 주는 행위(청혼, 약혼), 신발 한 짝의 의미(오이디푸스 신화) 등 단순히 낮은 신분의 여자가 남자 하나 잘 만나 팔자 피는 신분상승의 행운의 의미가 아니었다. 이외에도 막내의 이야기(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결과는 장대하리라), 민담에서 아버지의 역할(늘 문제를 방관하는 입장), 약속을 함부로 하면 딸을 빼앗긴다(성경에서 나오는 입다의 이야기)와 같은 수 많은 상징을 해설로 만나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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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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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책은 처음이지만, 왜 그의 소설이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짜임새 있는 구조, 새로운 형식, 줄거리,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외국어 소설은 등장인물도 낯설고(실은 이름도 낯설고 때로는 길다) 그래서 이게 아까 그 사람이던가? 때로는 집중하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편의상 구성한 소설에서 그들의 연결고리도 이렇다.

<주요 등장인물 인맥 구조도>
                                             변호사 에릭
                                              |
마크 해서웨이 =결혼= 니콜 해서웨이(코틀랜드) - 다니엘 그르뱅
              ||        |                                         (라일라 친부)
마약상    친구     라일라 =동일= 제레미
(2)    |     ||                              | 
        커너 맥코이 ----------- 앨리슨 해리슨
(의사)    |         |                       |
로리나 맥코믹     |                  (아버지) 리처드 해리슨
(스승) ------  에비 하퍼 
                     |          |
         (엄마) 테레사     (나쁜의사) 
                    하퍼        크레이그 데이비스

 

형식은 이렇다. 에피소드적인 사건이 생기고, 극적인 인맥이 설정되고, 사건의 진도가 나가며(이 때까지만 해도 왜 그런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러면서 주요 등장 인물의 플래시 백(회상), 그러면서 사건이 진행되고, 다시 주요 인물의 회상, 그러면서 사건이 하나씩 조합되면서 앞의 사건들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이 된다(독자들은 이해가 된다) 그러다가 맨 마지막에 종결(독자들은 결론을 보면서 중간에 약간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나쁘지 않다) 등장인물이 연결되고, 사건이 연결되면서 사건이 해결되고 전말에 대해 소상히 왜 일어났는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 알게 된다. 마치 영화의 장면장면을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특이한 형식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했더라면, 복선이 되었겠지만, 이 소설은 사건이 미리 진행되고, 그 이유가 설명과 설명 따라 나오는 형식이다. 여러 사건이 각 등장인물의 관점에 따라 독단적으로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연결되면서 해소되는 구조와 같다.

몇몇 과거 소설처럼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다가 나중에 꿈이었지요 라고 마치는 다소 허무한 결론과 약간 다른 형식인, 알고보니 심리치료 였지요로 마친다는 것이 좀 다르고(21세기 소설 답다), 등장인물들의 이후의 이야기도 소개함으로써, 말끔히 해소된다는 점에서 책을 놓는 순간 안도로 마음에 남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소설은 현실에 있을만한 허구이고 즉 거짓이고, 소설가는 거짓말장이라는 것, 그런 면에서 기욤 뮈소는 훌륭하고 앞뒤를 잘 짜놓은 명석한 거짓말장이 이고, 어쩜 세계 최고의 거짓말장이중 하나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 참고적으로 죽은 사람 : 라일라(교통사고), 시카고 마약상 둘(방화), 테레사 하퍼(고의적 의료사고), 리처드 해리슨(자살) - 죽을 뻔한 사람은 많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죽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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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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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각박한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준다. 어제의 일을 반성하고, 내일의 일을 계획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 삶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 주변의 시선과 다른 가족들의 기대와 주위의 경쟁을 의식하면서 속도를 내고 나와 내 주변을 다그치며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실제로 나를 잊고 살아 결과적으로 나를 잃고 산다. 잠시나마 정신차리고 주변을 돌아 본다면 지금의 나와 내 주변을 다그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리산... 대척점에 있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더 열망하고 더 희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오지게 먹지 않는한 갈 수 없기에 지금 당장은 동경의 곳이기도 하다.

이 책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친절하게 살자고 하던 어떤 생명보험사의 정신교육 후 주고 간 책이다. 부상으로 다른 직원에게 준 책이다.(박수를 크게 쳤던가 아니면 간단한 퀴즈를 맞췄던가 그랬다, 내가 받은 상도 아니었다. 다른 직원이 받은 책을 돌려 보자고 했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거 같아 내가 달라고 해서 읽었다. 아마 다른 직원들은 이 세상의 속도에 맞춰 좀 더 오랜 시간을 달려야 이 책의 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재미있었다, 작가 특유의 입담이 살아 녹아져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 더욱 흥취가 느껴졌다. 단편을 모아, 때로는 한 사람을 탐구하고, 때로는 한 사건을 탐구하고, 때로는 한 지역을 어울러 그 지역과 그 지역의 구성원과 주변을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옆에서 엿볼 수 있는 구성도 좋았다. 그녀가 웃길때 나는 웃었고, 그녀가 심각해지자고 할 때 나는 심각할 수 있었다. 즉 작가는 한 독자를 가지고 놀았으며, 꼭뚝각시의 기분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책의 중간중간에 언급되던, <육담-팔도 음란서생들의 남녀상열지사>

  이원규 | 김주영 (지은이) | 지성사 | 2006-02-20
찾아 보니 이런 책이 있긴 한데, 작가가 지칭했던 바로 그 책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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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의 탄생
이강숙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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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상적인 음악 교육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담은 책이다.(음악교육에 관한 논문에 있는 주제를 소설이라는 방법을 통해 보다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는 교육이라고 하면 빨리빨리, 하면된다, 밀어부쳐, 스파르타식 교육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모든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 드린다. 백화점식 교육방식에 따라 모든 과목을 잘하지 못하고, 한 분야에만 특출한 사람은 낙오자가 되고, 아인쉬타인처럼 한분야는 무지 잘하더라도 그 외에 분야는 잘하고자 하는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저능아 수준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또한 우리네 교육은 비교적 관심이 없어서 못하는 과목이 나오는 경우 게으르다, 너는 왜 옆집 누구만 못하다는니 하는 식으로 비교하고 경쟁시켜, 일등 이외엔 모두 패배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버리고 만다. 요샌 점차 없어지는 추세라 정말 다행인데, 열심히 하고자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경우엔,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그렇다고 치부되어 정신을 차리게 하는 방법(다시말해 매)이 있다. 여기가 군대냐 말이지... 덕분에 우리네 교육은 독수리도 발톱이 빠지건 말건 달리기 연습해야 하고, 사자나 호랑이도 나무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빨리달리기 위해 모든 재능을 포기해야 했던 치타 같은 사람은 4년제 대학도 가지 못하게 하여 자신감을 스스로 찾지 못한다면 자괴감에 빠져 사람 구실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물론 음악교육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음악도 다른 영역의 학문처럼 밀어 부치면 다 잘하는 줄 알고, 다 잘해야 하는줄 안다. 재능은 없지만 열심히는 할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힘들었겠냐... 피아노를 몇년 배웠어도 유행가나 동요도 악보 없으면, 연습없으면 반주하지 못한다고 얼마나 힘들었냐 이 말이다.(근데 저희 형은 했거든요)

이 책은 미국 음악교육학 박사답게 작가의 교육 철학을 담은 책이다. 혹시 그냥 (입다물고) 열심히 해라 하는 책이 아닐까 의심의 눈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정말 동감동감 하면서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왜 이 책의 작가인 이강숙씨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이 되지 못하냐...

이 책은 어린아이(현영민=gifted)가 등장하고, 엄마(악역담당=현실교육)가 등장하고, 큰 선생님(강주섭=작가 자신?)과 새끼 선생님들(차근차근 교육도구)이 등장한다. 이 등장인물들의 중심에는 피아노와 음악이 있다. 작가는 이 등장인물들과 피아노를 통해 자신의 교육 철학에 대해 이끌어 간다. 즉 아이의 재능을 알아 내고, 재미를 통해 관심을 갖고, 차근차근히 아이의 내면에 있는 재능을 끌어낸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재 사교육이 주교육이 되는 현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이 알리고자 하는 교육방식이나 철학에 대해 꼬투리를 잡고 싶을 만큼 잡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장이 더욱 심적으로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 책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현실의 밀어부치기식 교육적 방향이 너무 한방향으로만 치우쳐 있어 그 반대급부적인 생각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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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0-10-1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정, 교회에서 성가대 반주를 몇 년씩 하면서 매주 똑같은 기도송 축도송도 악보 없으면 긴장해서 꼭 틀리고마는 그 심정을, 저도 알아요. 훗- 이강숙 작가를 교육부 장관으로 밀어줍시다! (장관할려면 시험 봐야 되나요? ㅎ_

밀어준다 2010-10-13 09:17   좋아요 0 | URL
항상 고맙습니다. 동감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어깨가 으쓱으쓱~
 
악마의 시 - 상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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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까...

그리 재미를 못 느낀 책이다. 말 안듣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어디론가 가야 하는 일종의 숙제처럼 느껴졌다. 읽고 있으면서 지금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문화적인 차이와 작가의 언어적인 교묘한 트릭과 유머에 어울어져 읽기 어렵게 느껴졌다. 그 원인이 번역의 문제 일 수도 있고, 원래 원전이 어려울 수도 있고, 책을 읽어 나가는에 영미권의 언어적인 깊은 지식이나 인도와 영국의 문화적인 깊은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혹시 나에게만 안 맞을 수도 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건 (내가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이슬람교에 대한 신성모독적인 부분이었다. 이슬람 일부 과격분자들이 공개살인을 천명하고 작가가 숨어다닐 정도였으니까(책의 소개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슬람교에 가장 추앙받는 성인인 모함매드를 비꼬거나 조롱하는 내용은  그것의 내용은 이 책의 2부에 나와 있다. (물론 그 내용은 열받을만 하다)

250 페이지쯤 읽다가 중단하기로 하였다. 아무리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책도 조금만 지나면 재미있겠지 혹은 반전이 있을거야 하면서 끝까지 읽는 편인데, 책을 읽다가 중단하기엔 정말 오랜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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