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원에 드디어 6살짜리 꼬마가 들어왔다.

그네들만의 취약점이 있으니...

1. 한글을 모른다. ㅡㅡ;

2. 숫자도 헷갈린다.

3. 손도 작고, 짧다.

4. 오른손/왼손이 헷갈린다.

대체 아는게 뭘까...ㅡㅜ 내가 선생님이라는 건 안다.

그런데 오늘 레슨을 하는데...

"빨리 쳐봐.. 3번.. 미~ 잖아.. 3번.."

...

나를 슥 쳐다보더니..

"...자신감이 없어요. 못치겠어요.."하고 속삭이는 거다.  정말 자신없는 목소리와 불쌍한 표정으로...

허걱...

가슴이 아팠다. ㅡㅜ 불쌍한 것...

그러더니..

"선생님한테 혼날까봐 못치겠어요." 하는 거다...

우흐흑!!!

역시 난 나쁜 선생인가부다.. 애들 좌절시키고.. 신경질만 내는.. ㅡㅜ

그래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큰 소리로 하하하하 웃고는...ㅡㅡ;

"오늘은 화 안낼꼐~ 다시 해보쟈아~" 하며 애교를 떨었다.

OO야 미안..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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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10-01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6살짜리가 벌써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안다니...
아이가 음악에 엄청 재능을 보인다거나, 혹은 엄마가 내 아이를 기필코 전공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너무 일찍 시작 안 해도 되지 않나요?
우리 애, 피아노가르쳐주는 유치원 다니다가 피아노에 정이 뚝 떨어져서 지금은 우리집 비싼 야마하피아노(중고지만) 거미줄만 쳐집니다.

Hanna 2004-10-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래도 말 안하고 속으로 앓는 애들 보담은 나아요. 참으로 바람직한 배움의 자세 아닌가요..흐흣.. 저도 레슨 받을 때 그럴 때 많거든요. 선생님 앞에만 앉으면.. 아무 생각이 안나요. ㅡㅜ
와.. 야마하를 벌써... ^^ 아깝네요. 야마하는 중고라도 가격을 왠만큼 유지하거든요. 관리만 잘 해주시면 괜찮을꺼에요. 암튼.. 가구가 되는 피아노들은 참 아까워요!!
 

추석 때 내내 우울모드에 있다가 어제는 급기야..

가족들을 버리고..ㅡㅡ; 그냥 혼자 지냈다.

학원에 와서 연습을 좀 했다.

바흐... 역시 소스가 너무 모자르다... 나에겐 뭔가를 나타낼만한 재료가 부족한 것 같다.

오후에는 그냥 버스를 타고 나와버렸다.

푸흡. 내가 한 선택은.. ㅡㅡ; 경복궁에 가는 거였다.

사실 조용하고 한적한 고궁을 거닐면서(!) 생각을 좀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냥. 조용하면 시간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경복궁은 어제, 터진 창자에서 밀려들어오는 내용물들로 점점 가득차서 점점 더 붐볐다. 이런...

그래도 혼자서 유유히 다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다 들어가면서.. 이건 아닌데...쓰읍...

암튼 한 동안 다니니 다리도 아프고.. 재미도 없고.. 조용하지도 않고.. 먼지만 먹다가.. 교보에 들렀다.

아... 안되는데.. ㅡㅜ Hot tracks 를 지나면 안될터인데..

문 앞에 있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또 들어가고야 말았다.

2시간은 있었나...

쉬프의 영국 조곡과 네빌 마리너가 지휘한 브란덴 부르크 협주곡을 들고는 ...

나에게 카드가 있는 것을 저주하며 교보를 걸어나오고 있었다.

역시.. 들어보니 쉬프의 연주는 참 교과서적이다. 맑고 깨끗한 음색에 다소 메마른듯 들리지만, 바흐의 냄새를 살려가며 연주하는 그의 English suite는 참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내가 공부하는 학생이기에 굴드나 리히터의 연주가 있었지만, 굳이 쉬프의 연주를 고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페라이어의 연주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페라이어는 쇼팽이 어울린다. (하지만 그의 베토벤 연주와 모차르트 소나타도 내가 사랑하는 연주다.)

쉬프의 연주는 아르게리히의 몰아치는 듯 달려가는 폭풍과도 같은 바흐 연주와는 확연히 달랐다.(그녀의 연주는 참으로 힘이 있다.) 그의 연주는 침착했고, 깊이가 있어서 신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렐류드의 테마를 나도 이렇게 맑고 투명하게 연주할 수 있으려면.. 음..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

아, 아무튼 또 일상이 시작되었고, 나는 또 학원에 와 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시작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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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3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에는 더 더 더 화이팅입니다요^^

mannerist 2004-09-3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저도 어제 오후 내내 종각 - 종로 - 대학로 거닐었었는데요. 마주쳤으면 피아노 미소녀와 커피나 한 잔. 하는건데 아쉽네요. 그리고 핫트렉... 마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셨군요. 하하. 저는 요즘 세일기간중인 시사영어사 지하 아이뮤직에서 한 장 샀습니다. 세상에, mid가 만원 안 넘더군요. 세일 중순까지니 여유 되면 나들이 해 보세요.

그나저나. 음악을 밥숟가락으로 삼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합니다. 별다른 부담 없이 리히테르와 굴드의 연주를 듣고, 그저 즐기면 되니까요. 이 점에서 Hanna님보단 제가 행복한 거라고 염장. 지르고 갑니다. ^_^o-

Hanna 2004-09-3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네에.. ! 화이팅!
매너님// 아하핫..^^; 미소녀라니요.. 커피한잔(마침표) 탐나네요. ^^ 아이뮤직..맞아요. 거기 음반 매장 싸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잊어버리고 안 가봤다. ㅡㅜ

^^ 굴드의 연주를 들어도, 리히테의 연주를 들어도.. 이 세상 어느 누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해도, 조금씩 완성해 갈 나만의 음악이 있기에, 들을 수 있는 특권에 비길 수 없는 기쁨이 있으니깐, 이 점에서 mannerist님보단 제가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

sweetmagic 2004-09-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 ~~ 두분다 네 염장을 푹푹 지르시는군요... ~~ ^
두분 다 또~~~옥 같이 행복하세요 헤헤

Hanna 2004-09-3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크흣.. 매직님.. 추석 잘 보내셨어요? 님의 재미있는 글.. 잘 읽고 있답니다.
점점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조교들이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지요.. ^^ (우리 학교 조교언니들이 생각났음..)
 

진짜 싫다.

3일 동안 어디 여행 가재도.. 차도 밀릴 것이고...

일을 할 수도 없고.. 학교도 쉬고...

집에 있자니 답답하고..

난 명절이 싫다.

내가 느낀 것을 말할 수 있을 때 부터 난 명절이 싫었다.

내년부터는 어디라도 갈 꺼다.

이제 나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가도 될 만큼 컸으니까..

이번 명절은 다르리라고 믿은 내가 잘못이었다.

나의 명절은 단 한번도 기쁜 적이 없었으니까.

난 이따위 명절 때문에 한국이 더 싫다.

빨간 날 신나지도 않고, 휴가도 아니고, 그러면서 즐거워야 하는 날.

그런 날이 3일이나 연속되어 있다니.

진짜 진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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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9-2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가기 전날 밤새고 주방에서 일 하다 그냥 방에 들어가 잡니다. 잡소리 그나마 덜 들을 수 있는 방법. 이더군요. 일산. 올해는 그래도 좀 나았어요.

떠나는 날까지, 그래도 행복하시길.
마음이나마, 옆에 자리잡은 라떼 향기 날려봅니다. =)

Hanna 2004-09-2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고맙습니다..(이 말 자주 하네요..) 올해는 그래도 좀 나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떠나는 날이라고 하니까.. 몇 일뒤엔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걸요.. 그치만 님의 말씀도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떠나던, 지구를 떠나던.. 떠나는 게 맞으니깐요.

라떼. 향은 맡을 수 없지만.. 감사해요. 남은 오늘 하루.. 가족과 함께 보다는 그냥 저 혼자 보내기로 했어요. ㅡㅡ; 에잇~
 

최민식. 그는 '배우'다. 지극히 당연한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연예인은 많지만 진정한 의미의 배우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서, 최민식이라는 이름 석 자야말로 '배우'라는 보통명사와 가장 잘 등치되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보는 이를 지독하게 사로잡고 열광케 하며 길고 깊은 잔영을 남긴다. 

오래 전의 최민식을 기억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꾸숑'을 떠올린다. 1990년 출연한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 이름의 터프가이로 출연,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민식의 연기생활은 그보다 훨씬 전 연극무대를 통해 시작됐다. 1982년 극단 '뿌리'의 [우리 읍내]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4학년 때인 88년에는 선배의 추천으로 박종원 감독의 영화 [구로아리랑]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로 두 번이나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고, 기어이 [올드보이]가 올 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대한민국 최고 배우로 우뚝 서 있지만 최민식의 이런 오늘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그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좌절의 시간이 있었다. [야망의 세월] 이후 그의 존재는 대중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졌다. [정든 님] [일월] 등에 출연했지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추락을 거듭했다.

그가 새로운 면모로 대중 앞에 선 것은 94년 MBC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다. 우직한 시골청년 '춘섭'으로 출연한 그는 눈과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뺀 채 자연스럽고 곰살맞은 연기를 펼쳐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때 알았을 것이다. 대중의 사랑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를. 배우가 자신을 지키는 일은 오직 탄탄한 연기력뿐이라는 사실을. 그의 이런 생각은 인터뷰 와중에도 자주 드러났다. 그는 "인기는 무슨 얼어 죽을 인기예요? 인기는 덧없어요"라고 되뇌었다.

"배우는 대중과 호흡하는 직업이지만 인기 유지를 위해 대중에 아부할 필요는 없어요. 전 작품으로 얘기할 뿐이에요. 어떤 작품에서 어떤 퀄리티의 연기를 펼쳤느냐가 배우의 생명력이거든요."

그는 말을 많이 한다. 스크린 안에서나 밖에서나 열정적이다. 어떤 질문이 던져지면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이 최대한 정확히 인식하도록 열변을 토한다. 내용의 밀도도 높다. 특히 '배우'와 '연기'에 대한 철학은 견고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항아리 속에 채워진 물이 어느 순간 흐르고 넘치는 것마냥. 그는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하는 게 재미있냐구요? 취미로 하면 재미있겠죠. 그런데 전 이게 밥벌이거든요. 빵 굽는 아저씨도 철학이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직업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 사회의 고민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뇌가 저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세익스피어가 '배우는 그 시대의 거울이다'라고 말했잖아요. 재미로 할 일은 아니에요.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배우는 그들 각각의 캐릭터를 끊임없이 연구해가는 과정을 밟아야 해요. 때문에 죽을 때까지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직업이지요."


[서울의 달]을 끝낸 후 주무대를 충무로로 옮긴 그는 스크린에서 시종 탄탄한 연기로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넘버3]에서 욕 잘하는 거친 검사로, [쉬리]에서 냉혹한 북한의 테러리스트로, [해피엔드]에서 아내 대신 딸을 돌보며 가사일을 하는 실직자로, [파이란]에서 오락실을 방황하는 3류 양아치 '이강재'로 분해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취화선]을 거쳐 출연한 [올드보이]는 최민식 연기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을 15년 간이나 감금한 원수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의 구두를 핥으며 개짓는 소리를 하고, 스스로 혀를 깨물며 원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오열하는 '오대수'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충분히 전율케 했다. 

그런 그가 [올드보이] 직후 선택한 영화가 9월 23일 개봉하는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감독 류장하, 제작 씨즈엔터테인먼트)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서울생활에 지쳐 탄광촌 중학교에 내려가 관악부를 지도하는 트럼펫 연주자 '현우'로 분했다. 잔잔한 감동이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기분 좋은 영화이지만 '꼭 최민식이 아니어도' 될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그는 "쉬고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종전 출연작들이 하나같이 극한 상황까지 가는 캐릭터였잖아요. 그렇게 서슬퍼런 칼날같이 예민해지고 거칠어지고, 자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었어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연애의 상처를 가장 빨리 치유하는 방법은 또다른 남자 또는 여자와 연애하는 것이라고요. 마찬가지예요. 전 저를 지독히 달달 볶아댄 [올드보이]의 잔영을 없애기 위해 [꽃피는 봄이 오면]을 골랐어요. 특별한 메시지도 없고 제목부터 촌스러운 작품이지만 왠지 친구의 넋두리 같고, 빛바랜 앨범 같고, 꼭 내 얘기 같은 영화. 그래서 오히려 편안하고 진정성이 느껴지잖아요. 실제로 전 제 모든 각을 없애고 물 흐르듯하는 이 영화에 출연해서 푹 잘 쉬었어요."

배우마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최민식의 경우에는 철저한 시나리오 분석이 우선이라고 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은 후 감독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시나리오는 영화의 기본설계도이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는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질퍽거릴 순 없다"고 했다. 
그의 앞에는 연일 수많은 시나리오가 쌓인다.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한 번에 읽히고,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시나리오다. 그는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작품도 감독이나 출연배우, 개런티 그런 걸로 '잔대가리' 굴리지 않고 처음에 시나리오를 딱 봤을 때 매혹돼야 내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것 계산하지 않다보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놓친 게 [공동경비구역 JSA]와 [친구]다.

"[쉬리] 끝난 지 얼마 안 돼 또 인민군이 되는 게 싫어서 [공동경비구역 JSA]는 안 했고요, [친구]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대신 제가 출연한 게 [파이란]이었죠. 당시 [친구]가 8백만 명 들었다고 전국이 들썩일 때 [파이란]은 1주일만에 극장에서 간판을 내렸어요. 완전히 추풍낙엽이었죠. 하하하. 그래도 전 후회하지 않아요. '파사모'(파이란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모임이 자발적으로 결성됐고, 재상영운동도 일어났잖아요. 요즘 1백만 명, 2백만 명 하면서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그러는데요, 사실 10만 명이라는 숫자도 엄청난 거예요. 우리 영화와 10만 명의 관객이 소통을 했으니 전 그게 소중하고 행복해요."

<중략>

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팬클럽의 골수 회원들을 만나 술 한 잔을 걸치기로 했단다. 특이하게도 그의 팬 대다수는 다양한 직업의 30대 직장인들이다. 그런 그에게 "배우 혹은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계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그다웠다.

"전 항상 여름이에요. 아직 나이도 젊고 할 일도 많기 때문에 지금은 뒤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가늠해볼 여유가 없어요. 그저 뜨거운 가슴으로 하루하루 일에 몰두할 때죠."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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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2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식 씨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좋아해요. 이거 가져갈께요.^^

Hanna 2004-11-2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최민식의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참 많이 와 닿아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니, 여기저기 만날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어제는 친구를 만나서 영화를 봤다. '우리 ,대학다닐 때가 좋았지.. 이렇게 시간이 없진 않았는데..!'를 반복하며 우리는 이렇게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에 약간 우울해 하면서 극장안을 누볐다.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살아간다.

  이 영화는 특히나 어떤 보잘 것없는 무능한. 그러나 음악을 꿈꾸는 한 남자. 무능력한 남자. 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이렇다할 직업도 없고, 잘 생기지도 않았으며, 돈도 없다. 그렇다고 연주를 뛰어나게 잘 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음악을 뒷바라지해줄 만한 집안 형편도 안 된다.

  그렇지만, 그는 꿈이 있다.

  아니, 꿈만 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지만, 그는 그 여자를 잡을 용기도 없다. 그 여자는 떠나려 한다.

  아니, 떠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우울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도 우울한 현실 속에 코메디같은 일들이 또,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처럼, 그의 삶에도 쉴 새 없이 여기 저기에서 여러가지 폭탄들이 터져 웃음을 자아낸다.

  문을 열고, TV를 크게 틀어놓고, 담배를 피우며 똥 누는 아들을 향해 어울리지 않는 배낭을 메고 들어와 잔소리를 끌어붓는 어머니, 결혼한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애꿎은 곳에 돌을 날리는 장면, 여자친구에게 폼잡으며 색소폰을 불어 주는 아이의 뒷 모습, 자신은 그렇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생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해대는 그의 모습. 다 큰 아들을 아직도 10살짜리 꼬마 대하듯 하는 어머니.

  그러나 당연히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으니,

  관악부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탄광앞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순간 울컥하는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이 영화는 어른들의 성장 영화라고나 할까..

  큰 꿈을 갖고 있었지만, 이룰 힘도, 뭔가를 시작할 만한 열정도 없는 어른 아이가, 깜깜한 현실 속에서 뭔가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으려 하는 영화이다.

  극 중 '현우(최민식)'는 시골에 내려가서 엉망진창인 관악부를 연습시키지만, 그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그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영화 속에서 내내 말하고 있듯이, 결국 관악기 경연대회의 결과도, 그가 앞으로 뭘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결론도 영화는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지 않다. 영화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한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에서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강원도 산골 마을 아이들의 가슴에 '꿈'이 새겨졌다는 것과, 꿈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자신의 꿈을,  이제는 확실히 보이지 않아도,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서, 꽃 피는 봄이 오듯,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찾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엄마의 꿈이 아들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연인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감과 앞으로 반드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홀랜드 오퍼스>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설정이었지만, 그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다른, 일반적인 '교훈'을 넘어선 '삶'에 관한 이야기라서 공감이 갔다. 시골 약국의 약사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도시 여자보다도 훨씬 세련되고 예쁘고 하얀 약사와, 도저히 시골 카센타의 정비공으로는 보이지 않는 강한 인상의 정비공은 캐스팅이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반면에 최민식(말할 것도 없고...)과 그의 여자친구로 나온 여자는 좀 낯선 얼굴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감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현우가 꿈을 찾아가는 강원도 산골 마을 '도계'는 현실의 장소가 아니라 그가 꿈을 찾고, '삶'을 알아가는 가상의 공간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렇다면 캐스팅도 괜찮다! 꿈속의 환상적인 공간이라면야 무언들 불가능할까!)

나에게도, '삶'을 알아가는 공간이 있다. ^^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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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sea 2004-09-2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예매를 해둔 영화인데, 최민식의 연기도 영화의 말걸기 방식도 모두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위의 최민식 씨 인터뷰 기사 퍼갑니다. 감사합니다^^

Hanna 2004-09-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담없이 따듯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처음 뵙네요? ^^ 반갑습니다. 즐겁고 뜻깊은 추석 되세요.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