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내내 우울모드에 있다가 어제는 급기야..
가족들을 버리고..ㅡㅡ; 그냥 혼자 지냈다.
학원에 와서 연습을 좀 했다.
바흐... 역시 소스가 너무 모자르다... 나에겐 뭔가를 나타낼만한 재료가 부족한 것 같다.
오후에는 그냥 버스를 타고 나와버렸다.
푸흡. 내가 한 선택은.. ㅡㅡ; 경복궁에 가는 거였다.
사실 조용하고 한적한 고궁을 거닐면서(!) 생각을 좀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냥. 조용하면 시간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경복궁은 어제, 터진 창자에서 밀려들어오는 내용물들로 점점 가득차서 점점 더 붐볐다. 이런...
그래도 혼자서 유유히 다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다 들어가면서.. 이건 아닌데...쓰읍...
암튼 한 동안 다니니 다리도 아프고.. 재미도 없고.. 조용하지도 않고.. 먼지만 먹다가.. 교보에 들렀다.
아... 안되는데.. ㅡㅜ Hot tracks 를 지나면 안될터인데..
문 앞에 있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또 들어가고야 말았다.
2시간은 있었나...
쉬프의 영국 조곡과 네빌 마리너가 지휘한 브란덴 부르크 협주곡을 들고는 ...
나에게 카드가 있는 것을 저주하며 교보를 걸어나오고 있었다.
역시.. 들어보니 쉬프의 연주는 참 교과서적이다. 맑고 깨끗한 음색에 다소 메마른듯 들리지만, 바흐의 냄새를 살려가며 연주하는 그의 English suite는 참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내가 공부하는 학생이기에 굴드나 리히터의 연주가 있었지만, 굳이 쉬프의 연주를 고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페라이어의 연주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페라이어는 쇼팽이 어울린다. (하지만 그의 베토벤 연주와 모차르트 소나타도 내가 사랑하는 연주다.)
쉬프의 연주는 아르게리히의 몰아치는 듯 달려가는 폭풍과도 같은 바흐 연주와는 확연히 달랐다.(그녀의 연주는 참으로 힘이 있다.) 그의 연주는 침착했고, 깊이가 있어서 신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렐류드의 테마를 나도 이렇게 맑고 투명하게 연주할 수 있으려면.. 음..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
아, 아무튼 또 일상이 시작되었고, 나는 또 학원에 와 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시작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