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적 없는 물건이

등록일 | 2006-03-03

분야 : 상품정보 > GIFT

오늘 우리집에 배달되어 왔어요.
알라딘에서 누군가가 선물을 보내주신다는 분이 있어서 저는 그건 줄 알고 받았거든요. 그런데 보내는 사람의 이름도 없고, 속에 메시지도 없고, 물건도 예상 외의 물건이 왔어요. 누군가가 보낸 제게 온 선물인지, 아니면 잘못 배달되어 온 건지 궁금하네요.

운송장번호 : 902-4053-7833
로젠택배,
보내는 이: 캐릭원 02-322-4106


이것은 고객센타에 문의한 내용입니다.

바로 요런, 주문한 적 없는 물건들이 왔거든요.
보내는 사람은 "캐릭원"이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죠. 이때가 마침 신학기라서 파일들을 학교에서 갖고 오라고 하던 차라 군침을 실실 흘렸습니다. 그러나 정의로운(흐흐..)저는 배달실수라고 생각하여 아까운 마음을 꾹 누르고 고객센타에 저렇게 신고하였습니다.

저녁 때, "딩동~" 다시 울리는 벨소리. 나가보니 이번엔 친근한 알라딘 책박스가 오더군요.


바람돌이님이 윤이 입학선물로 책선물을 해주신 거예요!
그리고 또 속에 메시지를 읽어보니,

"이모가 문구류도 약간 샀는데 그건 따로 배송된다네.
이모의 경험상 중학교 가면 의외로 많이 필요한거다 싶어서 샀는데...맘에 들었으면 좋겠어."

뜨아!
그럼 오전에 온 그것이 바람돌이님이 보내신 선물이었단 말여? 저는 허둥지둥 고객센타에 제가 남긴 문의사항 아래에 '죄송합니다. 제게 오는 선물맞습니다...'하고 리플을 달았답니다.

아닛! 바람돌이님, 이거 위반이잖아요! 이렇게 많이 보내주시면 어떡하냐구요! 책도 영이꺼까지 두 권씩이나 보내시고...환장을 하며 좋아서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그리고 저 문구들요, 제가  탐을 낼만큼 너무 너무 이쁜 것들만 보내주셨어요. 파일이면 다같은 파일인줄 알았더 머스마들이 좋아할 케릭터 그림이 얼마나 깜찍하고 귀여운지! 수첩(다이어리)과 저것 데코라인이라는 것, 그리면 꽃무늬 라인이 조르륵 그려지는 것이 참~ 저건 윤이한테 졸라서 하나는 제가 쓰고 있답니다^^; 기마이(이거 일본말인지 사투린지 아니면 표준말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영이는 학교 들고 가더니 가스나들 책 장식해 준다고 원없이 다 쓰고 왔더군요 문디 자쓰가.-.-

받은지 한 달 넘어서 사진 올려서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엉겨 붙으며)으이잉~/060410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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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랑 한권 준 제가 넘 미안시럽습니다 ㅠ.ㅠ

진주 2006-04-1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무슨 말씀을요!만두님~~~
저는 몸둘바를 모르겠는데요..이잉..

chika 2006-04-1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랑 한 권조차 선물 안한 저는 어쩌구요...;;;;;
추천만 디립다 날리며 댕기고 있슴다..

진주 2006-04-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왜들 이러십니까 만두님 치카님, 자아비판대 같습니다^^;;;
저도 사진을 너무 늦게 올려서 자아비판을 세게 가하고 있는 중인디...
(추천 고맙습니다^^)

하늘바람 2006-04-1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좋은 이모님 이셔요 아 저도 추천이라도 날릴랍니다

mong 2006-04-1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걍 진주님과 같이 기뻐하면서~추천
=3=3=3

진주 2006-04-10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하늘바람님, 좋은 이모들이 알라딘에 많이 계셔서 우리애들은 행복합니다^^

몽님은 저으 기쁨에 순수하게 함께 기뻐해 주실 줄 알았어요~~부비부비~~

별님, 오옷 전 결백하다구요. 저 데코라인 하나밖에!!!!

바람돌이 2006-04-1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글 보다가 설마 예전에 보낸것이 이제야 도착한건가 하고 잠시 착각을.... ^^;;
글고보니 예전에 진주님께서 잘 받았다고 제 방명록에 글 남겨주셨었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윤이와 영이가 좋아했다면 저도 너무 좋아요. 뭐 진주님이 하나쯤 슬쩍 하긴건 눈감아드리죠.... ^^

진주 2006-04-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방명록에 남겼었지요.
그 까만 수첩말예요. 머스마라서 짜다라 비밀스런 글을 요모조모 쓰진 않았지만 매일 가방에 넣어 다니더라구요. 오늘 밤에 살짝 볼까요? 뭐라도 써놨는지?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외 24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몇 해전부터 한동안 젊은이들 입에선 '상실의 시대'니 '하루키'니 하는 낱말에 중독이라도 된 듯 너도 나도 입에 달고 살았고 각종 광고들도 마음껏 우려 먹을 듯이 그러했다. 그런 와중에도 난, 소설류를 별로 안 좋아하고, 더구나 일본풍 소설(내가 지극히 좋아하는 미우라 아야꼬를 비롯한 몇 작가를 제외한)에 그다지 흥미 없었다.

"참새 코빼기보다 짧은 꼬맹이 소설"로 단편소설이 수모를 당했다는 단편의 거장 체호프의 말이 무색하게 나는 단편 소설도  좋아한다. 짧게 스치며 지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도 하고 담백함 때문이기도 하다. 장편 소설의 찌릿찌릿한 절정과 위기 부분의 전율, 밤을 홀딱 새며 눈이 새빨개지도록 끝을 보도록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긴장감, 무엇보다 그물처럼 촘촘한 묘사들을 한없이 좋아하는 나로서는 장편소설의 지루한 숨막힘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단편소설은 단편만의 상큼한 매력이 있다. 이 책도 전문가들의 말을 빌자면 하루키의 뛰어난 문학적 특성을 잘 살린 단편만을 모아 놓았다고 한다.

난 아직도 하루키의 문학적 특성이 뭔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몸으로 직접 체득한 바는 아니지만, 이 책을 보니까 하루키는 일본작가이면서 일본풍의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진다. 그가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스티븐 킹을 비롯하여 트루민 카포티, 리처드 브로우티건, 단편 작가 폴 세로 등 미국의 중견작가들이란 점이 이채롭다. 물론 내가 고작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정도 밖에 접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들과 하루키 작품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더 힘든 일이지만, 또, 장편이 아닌 하루키의 단편들과 견줄 수 있기나 한지도 오리무중이지만. 확실한 건, 이 책에서 느낀 하루키의 문체가 본인은 의도적으로 자국소설을 기피하며 어릴 적부터 미국소설 페이퍼 본으로 섭렵하여 미국적인 문체를 가지려고 했다지만 아무래도 온전한 미국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가 왜 그런 노력을 했는지도 이해가 안 된다. 자국 소설을 버리고 싶을 만큼 미국 냄새가 뭐 좋다고?). 

아무튼, "감정의 군더더기 없이 가벼운 문체. 대화체에서 톡톡 살아나는 신선한 감성"
이라고 하루키의 문체를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하게 된 게 이 책을 읽은 소산이라면 소산이다.
참고로 하루키는 자신의 문체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잠시 옮겨 보겠다.

"저의 문체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저는 한 문장 속에 절대로 필요한 것 이외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둘째 문장에는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음악, 특히 재즈에서 배운 것입니다. 재즈에서는 훌륭한 리듬이 훌륭한 즉흥 연주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모든 것은 가벼운 발놀림에 달려 있습니다. 그 리듬을 타려면 여분의 무게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무게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불필요한 무게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분의 지방은 빼야합니다."
-버클리 대학에서의 대담 중에서-

짧고 가벼워 스쳐가는 이야기 속에서 하루키가 말하는  '자아'와 '존재증명'의 가볍지 않은 주제를 온전히 파악하진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단편 소설이 주는 짧은 길이에 대비한 심오한 주제의 접근은 가슴에 여운이 남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꼭지씩 읽어 보면 머리가 개운해지는 단편의 장점을 충분히 살렸다.

25편 작품 중에 <캥거루 구경하기 좋은 날씨>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글의 소재가 전혀 될 것 같지 않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가볍게 스케치하는 솜씨와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를 독자에게 전혀 강요하지 않는 듯이 짤막하게 끝내 버리는 모습이 한마디로 "쿨~"하다./050327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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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3-2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해요.

진주 2006-03-2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방금 따개비님 서재에 다녀왔는데~
(저는 아직...하루키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원래 제 취향은 아니라서...그래도 이 책은 짤막하니 담백해서 오며가며 즐겁게 봤어요)

물만두 2006-03-2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읽어본 적 없어요 ㅠ.ㅠ

진주 2006-03-2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추리소설은 안 썼나 보군요.추리소설도 쓰라고 하루키를 찔러야 하나? '모든 추리소설을 죄다 섭렵하시는 물만두씨' ㅎㅎㅎㅎ

2006-03-27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100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탄탄한 구성과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잘 표현하는 황선미 작가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이다. 보통 저학년 아동도서의 인물들은 아름답고 곱게만 표현하려고 드는데 이 책의 주인공 건우를 보면 현실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내아이를 만날 수 있다. 건우 또래의 남자 아이들이라면 속이 후련하게 뚫릴만한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스티커>로 상벌을 가리는 것 같았다. 발표를 잘 하거나, 숙제를 잘 하고 친구를 도와주는 등 선생님 보시기에 ‘착한’ 일을 하면 “초록 스티커”를,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숙제 불량, 청소시간에 도망가면 “빨강 스티커”를 받아 칠판 옆 게시판에 자기 이름 앞에 스티커들로 울긋불긋 성적표처럼 달고 있었다. 그 장면만 봐도 교실 풍경이 상상이 된다. 선생님은 효율적으로 아이들을 통제해야하고 생활을 지도해야 한다. 그건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약간 더 교활한(?) 엄마들은 용돈을 무기삼아 아이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간섭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할 만큼 아이들은 영리하다. 영악한 아이들은 칭찬과 ‘착한 어린이표’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고 거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어른들은 결과에만 상을 주니 아이들은 동기와 과정은 무시해도 되는 줄 알게 되고, 착한 어린이표를 받기 위해서는 교묘한 거짓말과 진실을 말해서 자신에게 손해가 미친다면 침묵까지 지킬 줄 안다. 착한 어린이표를 많이 받은 아이들 속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만큼 과연 순하고 착하고 예쁘기만 할런지?/060327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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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3-2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드는 생각. 우리 어른들은 왜 우리의 어린시절을 그다지도 새까맣게 까먹고야 마는 것일까요.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진주 2006-03-2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나도 어릴 적엔 한없이 싫었으면서도 왜 어른이 된 지금의 나 역시 "나쁜 어린이표"를 섬약한 아이들에게 줄줄이 주고 있는지...ㅡ.ㅡ

진주 2006-03-2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저, 자백합니다.
'용돈을 무기 삼아 아이들 생활을 송두리째 간섭하려고 든 약간 더 교활한 엄마'가 저였음을. iQi

반딧불,, 2006-04-1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자유로운 엄마가 몇이나 되려는지..;;

진주 2006-04-1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아이큐로 애 키우기 너무 힘들어요^^;

푸하 2006-04-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와 과정.... 교육에서 참 중요한 주제 같아요. 결과만 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라는 교육이 너무도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진주 2006-04-1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동기와 과정이었다면 결과에 대해 관대해질 줄 알아야 겠어요^^ 반갑습니다. 푸하님^^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난 책읽기가 좋아
다니엘 포세트 글, 베로니크 보아리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개수업을 가보면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이 제비새끼 주둥이처럼 “저요! 저요!”하며 서로 발표하려고 재재거리며 앞 다투어 손드는 모습이 흐뭇하다. 발표가 때론 너무 과열되어 봉숭아 학당 분위기가 될 만치 소란스러워져도 좋다. 자기 속에 답이 있고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답이 틀렸건 말았건 일단은 발표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발표는 자신감의 문제이다. 한번만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쉽다. 쉬울 뿐 아니라 재미있고 학교생활에 활기를 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발표를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일부러 웅변학원이나 마인드 컨트롤을 가르치는 곳에 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삽화로 보는 노랑머리의 프랑스 소년 ‘에르반’의 찡그린 표정은,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심각한 고민이 드러나 있다. 칠판 앞에 나가서,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목요일, 어릴 적의 나도 이런 날엔 저절로 배가 아팠고 전날부터 학교가 싫어졌다(심하게는, 왜 살아야 하는지-인생의 쓰디쓴 고통까지 맛보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자신감이 약한 아이가 스스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서는 아주 간단한 사건을 통하여 자신감의 비약을 스릴감 있게 표현하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읽으며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060327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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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3-2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증세가 심했던 아이였어요. 지금은 지나치게 무모하거나 수줍어하거나죠. 실은 같은 거죠. 저 둘이...^^

진주 2006-03-2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남들 앞에서 일어서는 걸 싫어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진데..아마 그래서 대중 강의보다는 그룹 수업이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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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하략-...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시가 내게로 왔다>에는 이처럼 어여쁜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도 실려 있고, 여백을 많이 둔 채로 한 귀퉁이엔 김용택의 조그만 목소리를 이렇게 달아 놓았다.

한때 이 시를 달달 외우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순전히 '물푸레나무 한 잎'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작년 늦가을 벗들과 지리산을 오르면서 나는 단풍 든 물푸레나무 잎을 보았다. 아, 티 하나 없이 완벽하게 물든 그 샛노란 물푸레나무 잎. 살짝 건드려도 우수수 떨어지는 내 마음을 황홀하게 물들이던 물푸레나무 잎.

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마주치는 것도 반가운 일이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누군가도 좋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나도 그에게 내 이야기도 하고 싶어졌다. '내겐 이런 이런 사연이 있어요.'라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시를 읽으며 김용택의 감상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김용택 시인이 오랜만에 만난 문예반의 친구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급기야는 흉허물 없는 친구한테 하듯 내 속에 있는 이런 말까지 대수롭지 않게 툭 던지고 있었다. " 우쒸~ 누구는, 남이 지은 시 묶어만 내도 책이 팔리고! "

김용택 시인이 한 거라곤 그 옆에 어줍잖은 감상 하나씩 달아 놓은 거밖에 없는데 여기 실린 시인들중 게중에 누구는 감히 꿈도 못 꿀만큼 불티나게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니, 좋겠수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로 시작하는 파블라 네루다의 詩에서 제목까지 따와서 지은 거잖아요? 인기있는 사람은 뭘 해도 잘 되는 구만. 수익금 중 일부는 박용래 시인이나, 황지우 , 나희덕, 안도현, 허만하 등등의 여기 시를 빌려 준 시인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주는지도 궁금하군요. 킬킬킬~"

하는 망언도 서슴치 않았다는 사실. 다행히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데서, 역시나 아무도 안 알아주는 '나'혼자 나지막히 지즐거린 것이다. 하지만 김용택 시인이 그 말을 들었다 해도 인상을 붉히며 화를 내거나 언짢아 하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므로 그의 인품이 실제로 어떠한가는 모를 일이지만 나는 다만 이 좋은 시들- 시인 김용택이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한 시들을 같이 감상을 하다보니 시를 선별하는 그의 안목도 좋아졌고, 저런 싱거운 소리를 맘 놓고 해도 될만큼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 뿐이다.

이 책에는 시인 이름만 나열해 놓아도 시가 될 것 같은,
정호승, 정채봉, 김수영, 신동엽, 천상병, 김남주, 박재삼, 박용래, 서정주, 황지우......등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이 실려 있다. 특히, 황지우의 소나무에 대한 예배-와우! 좋을씨고! /060320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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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03-2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킬킬킬..역시 맛난 리뷰입니다.

blowup 2006-03-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밉지만 좋아요. 저도.

프레이야 2006-03-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택시인, 여러동화작가의 동화도 여러편 묶어서(초등 학년별로) 단편동화집을 냈던데요. 각 단편마다 자신의 해설을 덧붙여서요. '책가방동화'라는 제목으로요.. 진주님 리뷰가 재미나요^^

진주 2006-03-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김용택시인이 제 말을 들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 까요? 우쒸~ㅋㅋ
나무님, 그러게요. 저라는 사람이 막되먹어서 그런지 아무나 존경을 못해요. 김용택시인의 시는 가식없고 꾸밈없어서 언제나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존경하는 시인, 또는 닮고 싶은 시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친구로 지내기엔 더 없이 좋으신 분 같아요. 제 주위에도 저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혜경님, 원래 저는 저런 해설 붙은 시집은 안 좋아합니다. 이 책도 저는 처음엔 오른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어요(오른쪽 하단에 김용택씨 말이 적혀 있어요). 내가 시를 감상하는데 남의 감상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학생들은 시가 너무 어려워 막막해 하다가 옆의 감상을 보면서 조금씩 눈이 열리고 시에 대해 친근감을 갖는 것 같더군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별 넷은 충분히 자격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