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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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하략-...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시가 내게로 왔다>에는 이처럼 어여쁜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도 실려 있고, 여백을 많이 둔 채로 한 귀퉁이엔 김용택의 조그만 목소리를 이렇게 달아 놓았다.

한때 이 시를 달달 외우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순전히 '물푸레나무 한 잎'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작년 늦가을 벗들과 지리산을 오르면서 나는 단풍 든 물푸레나무 잎을 보았다. 아, 티 하나 없이 완벽하게 물든 그 샛노란 물푸레나무 잎. 살짝 건드려도 우수수 떨어지는 내 마음을 황홀하게 물들이던 물푸레나무 잎.

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마주치는 것도 반가운 일이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누군가도 좋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나도 그에게 내 이야기도 하고 싶어졌다. '내겐 이런 이런 사연이 있어요.'라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시를 읽으며 김용택의 감상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김용택 시인이 오랜만에 만난 문예반의 친구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급기야는 흉허물 없는 친구한테 하듯 내 속에 있는 이런 말까지 대수롭지 않게 툭 던지고 있었다. " 우쒸~ 누구는, 남이 지은 시 묶어만 내도 책이 팔리고! "

김용택 시인이 한 거라곤 그 옆에 어줍잖은 감상 하나씩 달아 놓은 거밖에 없는데 여기 실린 시인들중 게중에 누구는 감히 꿈도 못 꿀만큼 불티나게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니, 좋겠수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로 시작하는 파블라 네루다의 詩에서 제목까지 따와서 지은 거잖아요? 인기있는 사람은 뭘 해도 잘 되는 구만. 수익금 중 일부는 박용래 시인이나, 황지우 , 나희덕, 안도현, 허만하 등등의 여기 시를 빌려 준 시인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주는지도 궁금하군요. 킬킬킬~"

하는 망언도 서슴치 않았다는 사실. 다행히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데서, 역시나 아무도 안 알아주는 '나'혼자 나지막히 지즐거린 것이다. 하지만 김용택 시인이 그 말을 들었다 해도 인상을 붉히며 화를 내거나 언짢아 하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므로 그의 인품이 실제로 어떠한가는 모를 일이지만 나는 다만 이 좋은 시들- 시인 김용택이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한 시들을 같이 감상을 하다보니 시를 선별하는 그의 안목도 좋아졌고, 저런 싱거운 소리를 맘 놓고 해도 될만큼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 뿐이다.

이 책에는 시인 이름만 나열해 놓아도 시가 될 것 같은,
정호승, 정채봉, 김수영, 신동엽, 천상병, 김남주, 박재삼, 박용래, 서정주, 황지우......등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이 실려 있다. 특히, 황지우의 소나무에 대한 예배-와우! 좋을씨고! /060320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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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03-2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킬킬킬..역시 맛난 리뷰입니다.

blowup 2006-03-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밉지만 좋아요. 저도.

프레이야 2006-03-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택시인, 여러동화작가의 동화도 여러편 묶어서(초등 학년별로) 단편동화집을 냈던데요. 각 단편마다 자신의 해설을 덧붙여서요. '책가방동화'라는 제목으로요.. 진주님 리뷰가 재미나요^^

진주 2006-03-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김용택시인이 제 말을 들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 까요? 우쒸~ㅋㅋ
나무님, 그러게요. 저라는 사람이 막되먹어서 그런지 아무나 존경을 못해요. 김용택시인의 시는 가식없고 꾸밈없어서 언제나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존경하는 시인, 또는 닮고 싶은 시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친구로 지내기엔 더 없이 좋으신 분 같아요. 제 주위에도 저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혜경님, 원래 저는 저런 해설 붙은 시집은 안 좋아합니다. 이 책도 저는 처음엔 오른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어요(오른쪽 하단에 김용택씨 말이 적혀 있어요). 내가 시를 감상하는데 남의 감상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학생들은 시가 너무 어려워 막막해 하다가 옆의 감상을 보면서 조금씩 눈이 열리고 시에 대해 친근감을 갖는 것 같더군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별 넷은 충분히 자격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