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에게 물린 날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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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북한 공산당(또는 김정일)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는?

답 : 대한민국 중2가 너무 무서워서.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씁쓸하다. 중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또 가르쳐 본 선생님이라면 저 말에 무리없이 수긍할 것이다. 이 땅의 중학생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핵폭탄보다 더 무섭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오리무중. 제맘에 안 맞다고 친구를 팬다. 왕따 시킨다. 양심의 가책 따윈 모른다. 되려'왕따 당할만하니까 왕따시키는 거예요'라고 뻔뻔하게 말 한다. 뉴스에서 연일 중학생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이 시기 남학생은 남학생대로 여학생은 여학생대로 미쳐 날뛰니 다루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오죽하면 이 무렵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동서고금을 통해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주자고 약속까지 해놓지 않았던가. 성장통이라 당연하게 여기고 그저 지혜롭게 잘 넘기기만 바랄 뿐이다. '엄마도 다 거쳐온' 것을 너희만 더 유난을 떠냐고 아이들에게 역정을 내다가도 요즘 아이들이 우리때보다 더 큰 집채만한 파도와 싸우는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만다.

 

 

지각해서 벌 청소로/껌을 뗀다/ 껌 떼는 칼에 / 힘이 적게 들어가는 놈은/ 뱉은 지 얼마 안 되는 껌/

아직도 약간 말랑말랑하다 / 손이 아프도록 힘을 주어도 / 꿈쩍 않는 놈은 / 오래된 껌 / 돌처럼 딱딱하다 /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 엄마와 살고 있는 / 나도 껌이다 / 엄마 아빠의  아픈 말들이 / 나를 밟고 지나갔다/

점점 납작해지는 나 /

 

 

지난 봄에 나는 이장근 선생님의 『악어에게 물린 날』을 보며 많이도 울었다. 애를 학교 보내놓고 시를 읽다간 울고 덮어놓고 또 울었다. 지난 봄 작은애가 중3 올라왔을 적. 내 아이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났다. 큰애도 무사히 잘 지나왔으니, 또 이 엄마가 '눈동자처럼'아들을 챙기니 무서운 일들은 비켜갈 것이라고 믿었다. 아이는 공부는 빼어나게 잘 하진 못해도 그럭저럭 '우수(80점만 넘으면 우수하다는 내 기준)'하고 학급 임원도 줄곧 맡고 선생님들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항상 좋은 평을 받았다. 성격이 활달하고 붙임성이 있는 아이라 나는 정말로 작은애 학교 생활에 대해선 걱정 한번도 안 했었다.

 

 

그 날 나는 몸살로 신열이 나서 운신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아빠가 없는 틈을 타 작은 애가 내 머리맡에 와서 나즈막한 목소리, 간첩이 접선할 때나 낼 법한 그런 낮고도 음산한 목소리로,

 

        "엄마, 내일 학교폭력위원회 소집한다고 부모님들 부를거래요.

         선생님 전화받고 놀라실까봐 미리 말씀드려요."

 

도둑놈과 눈이 딱 마주쳤을 때처럼 나는 '뭐라구!' 외마디 소리도 못질렀다.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앉을 뿐이었다. 애는 벌써 제 방으로 쫒아 가고 없었다. 겨우 정신 차려 "이리 와봐..'라고 모기만한 소릴 내었다. 아이는 달려와 사색이 되어 내 앞에 납짝 무릎 꿇었다. 나는 머릿속이 온통 하얀 걸 겨우 수습하여 이윽고 한다는 첫 소리가 이랬다.

 

        "네...네가...때렸니?"

 

        "아니예요! 저는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예요" 란다.

 

        "휴.........." 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애가 때린 게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엄마는 알까

 

창문에 김이 서렸다 / 안과 밖의 /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밖이 보이지 않는다 / 밖에서도 / 안이 보이지 않을 거다 / 답답하다 /

생각과 행동이 다른 / 나를 보며 / 답답하다고 가슴을 치던 / 엄마 생각이 난다 /

엄마와 나 사이에 / 김이 서린 거다 / 나도 엄마만큼 답답하다는 걸 / 엄마는 알까 /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한 반 친구가 있는데 이 녀석이 얼마 후에 자기 생일이라면서 돈을 달라고 하더란다. 생일이 아닌 건 이미 알았다고 한다. 생일 운운하는 건 그 아이가 '삥' 뜯는 수단일 뿐. 작은애는 처음엔 "난 너와 친하지도 않는데 왜 내가 너한테 생일을 챙겨야 해? 생일 선물을 주고말고는 내 마음이야! " 하면서 조리있게 반항했다고 한다. (자존심은 있어서  이 부분을 꼭 강조해달라는 아이의 요청에 의해 빨강색으로) 그러자 그 애는 날이면 날마다, 시간나면 시간나는대로 계속 와서 협박과 공갈로 괴롭혔다고 한다. 이미 아이들 거진 반이 어거지로 돈을 뺏긴 상황이었고 돈 줄 때까지 집요하게 공격-일테면 주먹으로 어깨나 신체부위를 계속 때린다거나,지나가면서 책상을 쾅 치거나, 화장실 간 사이 가방을 뒤진다거나, 복도나 운동장에서 이름을 불러 돌아보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손가락 욕을 하거나, 심지어 하교길에서는 다른 반에 있는 자기 패거리들과 우루루 떼지어 다니면서 길모퉁이 으쓱한 곳으로 끌고 간다거나 하는 아주 다양한....-을 하면 사람을 들들 볶아서 학교 생활을 생지옥으로 만든다고 했다. 안 주고 버티면 버틸 수록 고달파지고,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한번 돈을 줘버리고 나면 그게 끝이 아니고 줄창 돈을 대줘야 하기 때문에, 아이로는 안 주고 버티기도 무섭고 주기도 힘들어 무진장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제 말대로 담임 선생님 연락이 왔고 나는 학교로 갔다. 가 보니 학부모님이 꽤 많이 모였다. 입학식이나 신학기초 보다 훨씬 많았다. 선생님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더 놀라웠다. 가해자라는 애가 우리 반 반장이라니...아연실색...  폭력을 일삼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결손 가정의 아이일거라는 편견과 달리 부모가 멀쩡하게 있었고 교육열도 지대한 사람들이었다. 반장과 심복이라는 애와 함께 둘이서 온 반을 휩쓸며 반 친구를 괴롭힌 것이다. 폭력위원회 소집에 본인이 원하지 않아서 빠진 여학생과 다른 반 애들까지 다 합하면 상당수가 당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이 두 놈한테 꼼짝없이 당했는지.

 

 

 

3000원, 5000원 정도로 뺏긴 돈이 적은 애도 있고 기십만원이 넘어가는 애도 있었다. 즉, 그 애들이 한번에 뺏는 액수가 2~3000원인데 한 번 상납하기 시작하면 주기적, 지속적, 점진적으로 쌓이게 되니까 액수가 큰 것이다.  1년 넘는 세월동안 빼앗긴 애도 있었다. 가해한 두 아이의 부모 네 사람이 우리에게 무릎 꿇고 울면서 용서해달라고 빌자 '자식 키우면 그럴 수도 있지' 눈물에 약해져 급기야 큰 피해 당한 것도 아닌데 폭력위원회 조직하고 어쩌구 하면 번거로우니까 그냥 묻어주자는 말도 나왔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지난 해부터 친구 삥 뜯고 때리는데 재미를 붙인 애들이 이젠 간댕이가 커져서 온 반을 불법천지로 만든게  어찌 가벼운 일이냐고 반문했다. 지금까지 이런것도 모르고 애를 학교 보낸 것도 어른들 잘못인데, 사태를 알고도 묻어둔다면 우리 애들한테 '정의는 죽고 없다'라고 가르치는 것밖에 더 되냐고 했다. 하필 가해 피해 부모가 한자리에 있다보니 가해 부모가 빈다고 무릎 꿇었으면서도 내 얼굴을 쏘아보고 있어 가슴이 선뜩했다. (진정으로 무릎 꿇었다면 쏘아보진 않았을텐데..)

 

 

 

그때 한 엄마가 울부짖었다. 지난 해 아이가 너무나 심한 폭력과 왕따로 시달렸고, 담임과 교장에게 몇 차례 건의를 해도 뾰족한 수없이 그냥 당하기만 하고 살았노라고, 폭력은 눈 감아주면 더 크게 돌아오니 할 수만 있다면 이 참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해내자고 마음 모았다. 일이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는데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든 기간이었다(아무리 다이어트해도 안 빠지던 살이 그때 3kg이나 빠졌다).  궁금해 할 분들을 위해 결말을 잠시 말하자면, 강력한 형사고발조치는 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접고 정학 및 '자진해서 전학'가도록 요청했고 그렇게 판결났다. 생기부에 나쁜 이력을 남기지 않는 퇴출조치였다. 그 아이들에겐 기회를 한번 더 주는 셈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서되지 않으며 부모가 아무리 무릎 꿇고 울어도 지은 잘못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 학교를 떠나 가서는 부디 새출발 하길 바랐다. 우리 시에서는 아무 학교도 받아주지 않아 멀리 시골로 퇴거신고를 해서 전학갔다고 들었다. 그애들 패거리들이 다른 반에도 더 있어서 두 아이가 전학가고도 사고가 터져 두 명 정도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두 차례 강경 조치로 인해 그동안 골머리를 앓던 폭력은 교내에서 사그라 들게 되었다.

 

 

 

변신

 

클립의 한 부분을 눌러서 구부리면 / 하트 모양이 된다 / 두 부분도 아니고 딱 한 부분/

"열려라 참깨!" / 알리바바가 도적들의 보물 창고를 열어주던 주문처럼 / 내게도 나를 변화시킨 / 한 마디가 있다 /

올해 처음으로 교사가 된 영어 선생님 / "믿는다!" / 딱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 가슴이 뜨거워졌다

 

 

비로소 학교에는 평화가 찾아와 애는 까칠하게 굴지도 않고 예전처럼 까불고 웃고 그랬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으기 안심이 되면서도 나는 우울해졌다. 아이가 마음에 그런 고통을 앓고 있어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으니 내딴엔 애 잘 키운다는 자만에 빠졌던 것이 가슴을 후벼팠다. 그때 집어든 책이 바로『악어에게 물린 날』이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장근 선생님이 지은 청소년시집이다. 세상엔 시집이 세고 셌으며 어린애가 보는 동시집도 흔해 빠졌는데 어째서 청소년 시집은 잘 없는 걸까? 어른들은 말로만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 진정으로 그 질풍노도를 잠 재우고 위로해줄 방법은 간구하지 않는단 말인가. 하루도 가만있지 못하고 마음이 울렁대는 청소년들이야말로 시를 읽어야 한다.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아이들은 시를 읽으며 위로 받고 마음을 정화시키고 새힘을 얻어야 한다. 선생님 시를 읽어보면 아이들 눈높이에 마치 맞다. 처음에 나는 아이들이 직접 쓴 시인줄 알았다. 어른답게 선생답게 가르치려 들지 않고 아이들 있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놓았다. 그래서 힘이 있다. 읽으면 위로가 된다. 속이 후련하다. 그러면서 역시 힘들어도 바른 길로 가는 것이 옳다는 깨닫게 된다. 착하고 예쁜 마음을 가져야 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악어에게 물린 날

 

책상 위에 놓아둔 스테이플러가

악어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놈이 물고 간 자리에는

이빨이 박혀 있다

 

....중략.....

 

오늘은 내가 악어에게 물렸다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피웠다고

생활지도부에 불려 갔다

아무도 나의 결백을 믿어 주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과 친하다는 이유로

한통소으로 묶여 버렸다

겨우 오해가 풀려 이빨은 빠졌지만

집에 걸오오는 내내

마음에 구멍 두 개가 뚫긴 기분이었다.

 

 

 

어제는 작은 애 졸업식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를 무사히 보내고 드디어 졸업했다. 작은 녀석은 졸업하는 날까지도 지각할까봐 뛰어갔다. 시간이 늦었는데도 아이는 입던 교복을 한 반 여자애한테 준다고 꿈지럭거리며 싸고 있었다. 그 여자애는 내년에 남동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한다고 얻어 입힐거란다. 참 야무지고 어진 누나이다.

 

        "차 조심해서 길 건너. 설마 마지막 날인데 벌 주시겠어?"

 

        "에이~엄마도 참! 벌 받기 싫어서 뛰는 게 아녜요. 마무리를 잘 하고 싶은거지!"

 

하면서 베란다에 서서 소리치는 나에게 손 한 번 흔들고 번쾌같이 뛰어가고 없었다.

 

 

보호색

 

친구야 / 슬플 땐 울어 / 내가 어깨 빌려 줄게 / 내 앞에서까지 / 웃으려고 애쓰지 마 /

네 웃음이 보호색이라는 거 / 알아 그러나 난 / 천적이 아니잖니 / 네가 울면 / 같은 색으로 울어 주는 /

친구잖니 / 내가 바로 네 / 보호색이잖니

 

 

 졸업식에 애를  먼저 보내고 나는 머리를 감으면서 좋은 생각이 났다. 그때 함께 당했던 친구들에게 뭔가 선물을 해줘야겠다는! 돈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일 해결할 땐 시도때도없이 상담실로 불려가서 진술을 하고 진술서를 썼던 우리 애들. '어휴~넘사시러버서 못 살겠다. 어째서 내 자식이 매나 맞고 다니고 돈이나 뜯기냐? 밥은 뭐러 먹어? 밥값도 못 하는 자식아~차라리 때리고 다녀라! 등신같은 자식아! 내가 치료비 다 대 줄게! 사내자식이 어디 맞고 다니냐!!'하는 소리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로부터 들은 아이도 있다고 들었다. 그 부모는 아이를 두 번 죽인다는 걸 알기나 하는 걸까. 우리 아이들이야 말로 이런저런 상처를 가장 많이 받았는데 위로는 못 해줄 망정.......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부디 이번 일로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허용되어선 안 되며 불의를 눈 감지 말고 지혜와 힘을 모아 끝까지 싸워야 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좋은 세상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모두들 힘든 고비 잘 넘기고 쑥 자라길 바란다. 그런 뜻에서 나는 악어 시집을 부랴부랴 사러 갔다. 진작에 생각했으면 알라딘에서 미리 주문해두는건데, 서점 두 군데를 뒤져 원하는 권수를 맞출 수 있었다. 

 

이제 각기 다른 고등학교로 다 흩어진 아이들, 앞으로 공부하느라 힘들 때 간간이 여기 실린 시로 마음을 풀었으면 좋겠다. 20120211ㅁ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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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1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과 파비아나님,
약속했던 질풍노도 체험담 올려드립니다.
페이퍼로 쓴 다면 '엄마를 부탁해'같은 책 한 권 분량이 나오겠지만, 이정도로 갈음합니다. 님들도 애 키우다보면 별별일 다 겪을 테니까요..ㅋㅋ 그리고 이 리뷰의 이야기는 실화라서 우리 아이 및 다른 애들 사생활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가로늦게 들어서 좀 있다 그 부분만 삭제하려고 해요. 나비님, 파비아나님, 중학교도 사람 사는 곳이니 헤쳐 나갈 방법도 반드시 있겠지요? 너무 걱정마세요^^

차트랑 2012-02-1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운 사연을 잘 읽었다고 말씀드리려니,
어린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교내폭력(돋을 달라는 행위 포함)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절대로...

이럴 때마다 늘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은
교.육.의 본.질.입니다.
'교육만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지만
매우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시'을 읽는 사회가 더욱 건강한 사회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
겨털나기 시작하는 중 2들 때문에 공산당이 남침을 못 한다는...
허거걱~ ^^

진주 2012-02-12 21:41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은 '칼빵' '담배빵' 들어보셨어요?
짐작하시는대로 담배불로 몸을 지지고, 칼을 그어서 칼자국을 피해학생 몸에 남긴대요.
소름끼치게 무서운 일이죠! 어른이 당해도 공포로 노이로제가 걸릴텐데!
대구에서 자살한 남중학생은 목에 개 리더끈을 채워 끌려다니고, 낚시줄로 칭칭 감기고...
요즘 십대들의 잔인성은 상상을 뛰어넘어요ㅠㅠ

차트랑 2012-02-13 08:37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세상이 어찌 되려는건지...ㅠ.ㅠ

BRINY 2012-02-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얼마나 맘고생 하셨나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을 '애들이니까''애들의 장래를 위해 한번 덮고 넘어가자'로 나가는 사람이 가해자 부모 뿐 아니라 교사들 중에도 꽤 있습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나마 자진해서 전학갔으니 다행입니다만, 가해자 부모가 떼를 쓰면 전학도 안된다고 합니다.

진주 2012-02-12 21:47   좋아요 0 | URL
우리는 담임샘 연관시키지 않고 바로 '학교폭력위원회'소집했어요.
그래서 빨랐겠죠.폭력위원회 속히 진행되지 않으면 경찰서에 바로 신고한다고 학교측에 강력하게 의사표현을 했어요.물론 담샘과 교장샘이 많이 지지해주신거죠. 그분들이 '덮자'고 주장하면 힘들었을거예요.현재 교과부에서 정해놓은 선생님 역활이라는게 이럴 때 별 힘을 못 쓰게 되어있더만요.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봐요. 피해당했다고 담샘한테 말하면 역효과 나기 쉬워요.담샘이 가해학생 불러서 타이르면 그 학생들이 가만 있겠어요? 꼰질렀다고 보복하죠ㅡ.ㅜ이러니 당하는 애들이 의지할 데가 없는거에요.

우리는 올해 교장샘이 새로 오셨는데, 작년에 정년퇴임하신 그 교장은 오히려 피해학생에게 견디기 힘들면 전학가는게 어떠냐고 그러더랍니다...허이그...브레니 말씀대로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드는 경우죠..

그애들은 안 갈래야 안 갈수가 없었거든요.
가해자 부모란 사람들은 안 갈려고 빌다가 협박하다가 별짓을 다했어요. 교무실에 가서 깽판지기고 교장샘께 행패부리고....ㅡ.ㅡ그러나 물러설 우리도 아니죠 여기서 해결 못 보면 경찰서 신고 및 언론에 퍼뜨리기 할 수 있는거 다할거라고 강경하게 말햇어요. 피해학생 아버지 중에 선생님도 계셨고, 나름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아서 우리가 힘이 있었죠. 참 무서운 세상아닌가요. 피해자도 힘이 있어야 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니요ㅠㅠ 물론 저는 그런 아버지들이 없다고 해도 저 혼자서라도 반드시 해결을 보려고 결심했구요.

2012-02-12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12-02-12 21:53   좋아요 0 | URL
자세한 상황이야 모르겠지만, 애들 머리 크기대로 사건도 커져 가는게 아니겠어요?^^; 가벼운 사건이라도 초1 애한텐 가벼운게 아일 수 있죠... 아이 마음이 다치지 않았는지, 자존감이 쫄아들진 않았는지 잘 다독여주셔서 구김살없는 아이로 자라게 신경써주세요^^

실은 저는 아이 키울 적에 그부분에 주력해서 키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우리애들 정직하고 당당하고 멋있단 칭찬도 곧장 듣곤 했답니다.
그러고도 이런 일을 당하니 제가 너무 슬프더군요.....
아무리 무장을 한다고해도 세상의 풍파가 다 피해 가진 않는 모양이죠?
풍파가 와도 겁낼 건 없다고 생각해요. 힘을 길러서 헤쳐 나가면 되니까요^^
저는 이번에도 아이에게 나름대로 맞서 싸운 건 잘 했다고 칭찬해줬어요.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고 불의가 득세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정의가 이긴다고
이야기 나눴어요. 불법 앞에서 굽혀지지 않는 우리으 아들들이 되길!!!


북극곰 2012-02-1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충 덮자는 분위기에서도 소신껏 목소리내신 진주님같은 부모님들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도 만만히 있진 않았겠지만 가해자 부모의 쏘아대는 눈빛 앞에선(아니, 쏘아보면 더 발끈할 수도 있겠군요!!) 소심해졌을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런 어른들이 아이들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거겠죠. 결국의 우리 어른들의 몫인데. 무튼,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시집 선물에 왠지 제가 더 감사해져요.^^

진주 2012-02-14 10:40   좋아요 0 | URL
한 아이 부모들은 나름 점잖케 사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아이의 아버지는 알고보니 동네 건달로 추태를 많이 부리고 다닌 모양이더라구요.그 사람이 교무실과 교장실을 난장판 만들고 막가파로 나오니까 일이 해결된 다음에 학교에선 우리애들 하굣길을 걱정해서 애들을 픽업해 가라고 하더라구요. 불안한 세월들이었죠...

paviana 2012-02-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 겪으셨네요. 그래도 아이가 씩씩하게 헤쳐나가서 다행이에요.
전학 간 아이들이 이번일이 자기를 내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생에 기회를 한번 더 주었다고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이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을때 도움을 구하는 것이 너뿐만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도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에효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을 이렇게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진주 2012-02-13 21:5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부모도 자식 살리려면 차후에 잘 대처하겠죠. 부모가 용돈도 넉넉하게 주고 좋은 옷,좋은 신...해달라는 걸 다 해줬는데 애는 학교에서 친구들 푼돈을 갈취했다는 걸 알고 부모들도 믿기지 않더래요.
자식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드네요...부모는 풍족하게 줬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자식은 뭔가에 목말라 있으니까요....

2012-02-13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2-1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와 가해학부모에 강하게 맞서기가 쉽지 않은데...대단합니다.

진주 2012-02-13 22:22   좋아요 0 | URL
현실적으로 우리 애 하나만 두고보면 '사건화'시키긴 힘들었죠.
고작 몇 천원 뺏기고 3주 정도 갈굼질 당했다고 해서 그애들을 처벌하긴 무리잖아요.
그러나, 그 아이들이 한 반을 완전 폭력으로 장악해 나가는 건 아주 큰 사건이죠.
중1때부터 일진 비슷한 무리가 있는데 거기 들어서 친구들을 괴롭혀 오다가
중2때는 각서까지 쓰고 그랬다는데 중3 올라와선 더 무섭게 변한거죠.
그 일당들이 다른 반에도 있고 후진들도 있어서 선생님들이 힘들었대요.
선생님을 우습게 알아 여선생님을 울리는 일도 있고 하여튼 수업 방해도 많이 했대요.

저희는 학교와 맞선건 아니고 당당히 우리 권리를 행사한것 뿐이예요.
새로 부임해오신 교장샘께서 폭력 근절을 위한 의지가 있으셔서 다행이엇어요.
그전에 있었던 옛날 교장은 편하게 은퇴하려고 계속 쉬쉬한것에 비하면요.

노이에자이트 2012-02-14 17:12   좋아요 0 | URL
역시 누가 교장이냐가 중요하군요.

편한 은퇴...하하하...

차트랑 2012-02-1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죄송해요~
악어에게 저 좀 한 번 야물게 물어주라고 일러주세요 ㅠ.ㅠ

진주 2012-02-13 22:23   좋아요 0 | URL
웬 악어? ㅎㅎㅎ
 
그 누구를 위해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았다
강은교 / 동화출판사 / 1995년 2월
절판


사랑法

떠나고 싶은 者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者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時間은
沈默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者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者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17쪽

양수리에 가서

가을이면
양수리에 닿고 싶어라
가을보다 늦게 도착했을지라도
양수리에 가면
강르보다 먼저
물과 물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가장 차갑고
가장 순결한
물과 물이 만나
그저 뼈끝까지 가난하기만한
물과 물이 만나
외로운 이불 서로 덮어주며
서러운 따스함 하나를 이루어
다둑다둑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가난한 것을
왜 그저 외롭다고만 하랴
외로운 것을
왜 그저 서럽다고만 하랴

양수리에 가면
가을보다 늦게 도착했을지라도
가을보다 먼저
물과 물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헐벗은 가을나무들
제 유언을 풀 듯
조용히 물그림자 비추어
스스로 깊어지는 혼자 외로움
거울같이 전신으로 대면하고 있으니

가을이면
양수리에 가고 싶어라
어디선가 나뉘였던
물과 물이 합하여
물빛 가을이불 더욱 풍성해지고
가을나무 물그림자
마침내 이불 덮어 추위롭지 않으니

홀로 서 있다 하여
어찌 외롭다 하랴
하늘 아래 헐벗었다 하여
어찌 가난하다고만 하랴

-김승희-41쪽

비망록

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문정희-109쪽

너를 우한 노래 9

산은
산만큼의
말줄임표

침묵 속에서
차고 빛나는
하나의 정신으로 남기 위하여

나는
나의 사랑만한
말줄임표

-신달자-145쪽

너를 위한 노래 10

문 잠긴 방에도
새벽 오듯

창 없는 감옥에도
봄 오듯

눈감고 있는 내게
너 온다.

빛의 속도로
어둠을 뚫고.

-신달자
-146쪽

입술자죽

따귀 맞아 부르튼
조 귀싸대기에
오오 입맞춤한 입술자죽
요 이쁜 꽃잎
씀바귀꽃 피었다

삶은 쓰거워도
소태맛이어도
사랑은 피어나고
웃음도 고와라
눈물겨워 아름다워라.

-유안진-153쪽

편지 쓰기

네가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가
발견하고 사랑하며
편지를 쓰는 일은
목숨의 한 조각을
떼어 주는 행위

글씨마다 혼을 담아
멀리 띄워 보내면
받는 이의 웃음소리
가까이 들려오네

바쁜 세상에
숨차게 쫒겨 살며
무관심의 벽으로
얼굴을 가리지 말고
때로는 조용히
편지를 써야 하리

미루고 미루다
나도 어느 날은 모르고
죽은 이에게 편지를 썼네

끝내 오지 않을 그의 답을
꿈에서도 받고 싶었지만
내 편지 기다리던 그는
이 세상에 없어
커다란 뉘우침의 흰 꽃만
그의 영전에 바쳤네

편지를 쓰는 일은
쪼개진 심장을 드러내 놓고
부르는 노래

우리가 아직 살아 있음을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기 위하여
때로는 편지를 써야 하리

四季의 바람과 햇빛을
가득히 담아
마음에 개켜 둔 이야기 꺼내
아주 짧게라도
편지를 써야 하리
살아 있는 동안은-

이해인-186쪽

바람 부는 날

또 한 번 천지는
흔들리누나

꽃잎은 펑펑
눈처럼 쏟아지고

고꾸라질 듯 고꾸라질 듯
내 영혼 흐느끼느니

알고 싶구나
愛人아

바람 부는 날은 그 마음에도
아픈 금이 그이는가.

-허영자-213쪽

봄 한나절

마음도 달뜨는
봄 한나절에는

쓴냉이 쓴물조차
짙어 스며오르고

초록 아래 진초록
겹쳐 피어나듯이

그리움 머언 그리움
울음처럼 복받쳐라.

-허영자-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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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까지 알려진 바 일곱 명의 여성을 살해, 암매장한 강호순의 뉴스가 연일 나온다. 현장검증을 나온 그는 모자 두 개나 쓰고 입까지 올라오는 점프로 얼굴은 거의 다 가렸다. 흉악범의 인권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리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피해자의 고통 보다 그 따위 흉악범의 인권이 대수냐며 얼굴을 공개하라는 분노가 거세어지면서 마침내 인터넷과 티비 뉴스에서 얼굴이 공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에는 사형제가 있지만 문민정부 이후 10년 이상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적으로는 사형제가 사라진 나라에 든다는 뉴스를 작년 연초에 들었다. 온 나라를 경악케 하는 이런 흉악범 뉴스가 보도되자 범죄자의 인권과 함께 흉악범에 대한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도 다시 논란거리로 들썩인다. 찬반은 여전히 갈리고 있다. 영화로도 나왔으며, 내가 가진 책 2007년 2월 5일에 이미 초판 161쇄를 찍어 낸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으며 사형제 존립과 폐지에 대해 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짐승보다 무섭고 잔인한 희대의 살인마들을 살려둘 가치가 있느냐는 사형제를 지지하는 쪽의 의견을  이 책 중에서 '서울구치소소장'이라는 사람이 대표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형제 폐지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중략)....저로서는, 좀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선 교도소 예산 문제가 생겨요. 사형수 일인당 일계호인데, 그럼 교도관들 더 늘려야 해요. 그 비용을 누가 다 감당합니까? 그리고 이건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사건의 피해자들, 결국 자기네 세금 내서 자기네 가족 죽인 놈들 먹여살리란 말밖에 더 됩니까?"-p253
 
   

한편으론 일리는 있지만, 이렇게 다분히 이기적인 잣대로 과연 인간이 인간을 죽일 권리란 있는 것일까.  


소설로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을 풀어 씀으로써, 죄 지은 것들은 무조건 죽여야 돼!,를 외치는 목소리 대신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케 하는 시도가 무척 좋았다. 그리고 공지영 작가의 미덕인 '쉽고, 빨려 들어가는 글쓰기'도 좋았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취재하고 탈고하기까지 숱한 밤을 새었겠지만 이 책을 들고 이삼일을 골머리 앓았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흡입력 있다. 나는 현학적이거나 화려한 문체보다는 쉽게 쓸 수 있는 재주가 더 비상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눈물 한 됫박씩 흘리는 최루성 장치가 눈물 마를만 하면 나타나곤 하기 때문에 책 다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후련해지는 소득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으면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느낀다. 사건을 엮어나가는 얽개가 촘촘하지 못하다. 이 책에서 정윤수의 블루노트와 문유정의 이야기를 병행하는 구성은 신선했지만 이야기 구성은 영화도 못 보고 책 내용 소문도 전혀 들은 바 없는 나일지라도 이야기 초입에 벌써 어떻게 전개되고 절정- 위기- 결말의 코스를 밟을지 뻔히 보였다고 할까. 제발이지 나를 영악한 독자로 만들지 말란 말이다 ㅠㅠ  

 
소설마다 반드시 반전이 있으란 법은 없지만 틀에 박힌 듯, 진부한, 식상한...따위의 소감은 비록 내가 질금질금 눈물은 훔쳤지만 어쩔 수없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걸러지지 않은 편견도 마음에 안 든다. 종교에 대한 편견들. 사람마다 편견은 다 있다 치자. 그러면, 다 아우를 수 없다면, 최소한 작중 인물이라도 내세워 작가가 하는 그런 대사들이 작가의 편견만은 아니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글쓰는 실력을 더 돋우든가 해야 할 것이다. (초베스트셀러 작가한테 이런 말 하면 나더러 미친X이라고 하겠지만)소설 쓰는 실력의 문제이거나 퇴고하는 시간이 턱없이 짧았거나의 문제다.

2009.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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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2-1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공지영 소설은 그래서 손이 잘 안 가는데
베스트셀러 작가란게 참 그래요.
전 이 작품을 영화로 봤어요.
책 읽어봐야 실망할거고 영화는 그나마 이나영이 좋아서 봤다고 해야하려나?
근데 그냥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었다뿐이지
내용도 별로 없더라구요.
사형반대라면 그만한 논리와 설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
이게 인정이나 눈물에 호소한다고 될 일은 아니잖습니까?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다 우발적인 것도 아니고.
그나마 전 눈물도 안 나오고 허탈한 웃음 밖엔 안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영화가 대박인 허 참 거...

진주 2011-02-13 16:25   좋아요 0 | URL
이나영이 그 커다란 눈망울로 연기했다면 완전 최루탄이겠는걸요^^;
지난 번에 책 정리할 때 공지영의 책들도 다 보내려고 하다가 대중들이 그렇게나 사랑해마지 않는(그..그러니까..사랑하니까 많이 사본다는 전제 하에) 공지영의 작품인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라도 읽어서 알아보자 싶어서 남겨뒀었죠. 그래서 공지영 책들을 읽는 게 올해 내 숙제인데...흠냐..숙제는 없었던 걸로..
옛날에 공지영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화가 나서 운전대 잡았다는 사실을 잊을 뻔 한 적이 가끔 있었어요. 그때 제가 공지영을 별로 안 좋아했던 건 문장력이니 글쓰기 실력의 문제라기 보다 사고방식이 저와 맞지 않다고 봐야겠죠...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 - 텃밭 다섯 평을 오십 평처럼 써먹는 비법
유다경 글 그림 사진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 것도 모르고 8평 정도의 텃밭농사를 덤볐다가 실패한 재작년의 경험을 떠올리며 유다경 씨의 『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를 보았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 호미 한 번 쥐어본 적 없다는 점과 첫 해 농사가 실패에 가까웠다는 점이 저자와 나의 공통점이라면 실패 이후 텃밭을 묵혀버렸던 나와 다르게 그녀는 실패한 것을 공부하고 극복하고 보완하여 다음 해에 또 도전하고 다시 도전하여 7년차 베테랑 텃밭지기가 되었다는 것은 차이점이다.   

 

책도 어찌나 재미나게 썼는지 손에서 책 놓기가 싫을 정도였다. 내가 한 해 동안 텃밭을 가꾸며 궁금했던 것과 몰라서 엉뚱하게 했던 부분들을 꼭꼭 찝어서 원인 따위를 설명해주고 자기가 체득한 노하우가 담긴 대책, 방법을 알려줘서 연신 '아하!' '오호라!'하며 바보 도 터지는 소리를 냈다. 내용도 알차고 전직 방송작가답게 이런 종류의 책이 주는 건조함 대신 손수 그린 귀여운 삽화와 말랑말랑한 문장력도 좋았고, 내용에 꼭 필요한 현장의 사진까지 꼼꼼하게 실려있어서 놀랍다. 알고보니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 날마다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7년간의 블로그질 82.8기가의 방대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편집한 것이란다.    

 

보통 텃밭 가꾸는 것을 전업농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그 둘은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전업농은 효과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지만 텃밭은 식탁을 풍성하게 꾸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맞고, 텃밭은 수확만 늘이는 것이 주목적으로 두지 않고 여가를 풍성하게, 몸과 마음의 수양도 겸할 수 있다. 여유롭게 취미로 텃밭을 가꾼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면 약간 어려움이 올 것이다. 텃밭을 가꾸면서 내가 느낀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인데 손바닥만한 텃밭에서도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니 겪어본 사람은 동의할 것이다. 씨를 뿌리고 싹이 돋는 것을 보는 긍정적인 경이로움과 장마 후 무서운 세력으로 뻗어나가는 잡초와의 한 판 승부는 뼈저리는 경이로움이다. 내가 텃밭에 두손두발 다 들고 물러났던 이유도 왕성한 번식력의 잡초 때문이다. 진작에 이 책을 탐독하고 텃밭을 시작했더라면 풀과 전쟁에서 내가 이겼을 텐데.  

 

농사 짓는 어르신께 물어봐도 그분들의 건성으로 해주시는 대답(물론 그분들이 친절하게 대답해주셔도 우리한테는 건성으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분들한테는 세부설명을 당연지사의 일이라 설명하지 않고 건너뛰는데 농사짓는 것을 본데없이 자란 왕초보 텃밭지기한테는 무슨 말인지 알수가없다)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적도 많고, 일일이 물어보기도 힘들다. 책이나 인터넷에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이 책 한 권이면 흙 고르기부터 시작해서 씨앗고르는 방법, 밭을 갈고 이랑과 두둑만드는 방법, 심을 작물의 계획짜기, 파종, 솎아주고 김매고 북주고 순지르며 작물 기르는 방법, 거름주기, 텃밭에서 기르는 각종 작물들의 재배법까지 꼭 필요한 정보들이 세세히 알려주는 친절한 네비게이션처럼 한 해 농사를 안내해준다. 더구나 농사 지은 것을 버리지 않고 말리고 장아찌 만드는 등의 갈무리 방법과 음식으로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것까지 사진과 함께 설명해줘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참 좋은 실용서이다. 20110212ㅌㅂㅊㅁ.

 올빼미화원 블로그 blog.naver.com/manwha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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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2-13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나오기 전부터 이분의 글을 종종 읽어오고 있었는데 책 나왔다는 것만 알고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텃밭 가꾸기에 관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분의 사는 얘기도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책에는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진주 2011-02-13 16:31   좋아요 0 | URL
저만 몰랐지 꽤 유명한 분이신가보네요!
이 책도 텃밭 가꾸기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살짝 살짝 비추는 그녀의 내면세계가 참 이뻤어요.

서두에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이렇게 써놨더라구요^^

홀로 있는 텃밭은 외롭다.
외로운 것이 좋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머리는 깨끗해지고 마음은 여백을 찾는다.
아무 잡념없는 무년무상의 경지에서
흙을 만지면서 한 시간 넘게 명상을 한다.
새소리, 바람소리, 풀잎소리뿐.
침묵의 세계에서 비로소 마음은 서서히 차오르고
땀에 젖은 몸과 함께 가득 찬 마음을 갖고
밭을 떠난다.

라로 2011-02-13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찾던 종류의 책인데 값이 만만치 않군요!! 일단 보관함에 넣어줘야겠어요,,,적립금 쌓이면 사야지,,^^;; 진주님은 아시는 책의 종류도 참 다양하셔요~.

진주 2011-02-13 16:34   좋아요 0 | URL
책이 굉장히 두꺼워요. 크기도 크고요. 저도 처음엔 가격 땜에 후덜덜했는데 농사를 짓기로 했다면 이 정도 투자는 손해는 아닐 듯 싶어요.

찾으면 길이 있다고, 제가 필요한 분야를 뒤베다 보니 이 책을 만났네요ㅎ


혜덕화 2011-02-1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부터 우리집 처사도 농사 지으러 주말엔 나갈거라는데,
이 책 사서 읽으라고 줘야겠어요.
정말 다양한 책을 읽으시는군요.^^

진주 2011-02-21 09:33   좋아요 0 | URL
부군께서 텃밭을 가꾸시겠다고 나선다니 저한테는 참 기묘한 풍경이군요! 우리집에서는 상상 못할 일이라서요. 남편이 시골 출신이라 텃밭 농사 걱정도 안 하고 시작했었는데 막상 닥치니까 일도 전혀 못하고 흙 만지는 거 끔찍하게 싫어하더만요.생전 처음하는 저보다 곡괭이질 더 못하고 말예요.남편은 9살까지만 시골에서 살아봐서 일 전혀 안 했다고 하는 걸 나중에 들었네요 ㅎㅎㅎㅎ

다양한 책을 읽는 건 정말 아닌데..ㅎㅎ
10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야 한다는 책도 있더라구요. 저는 3~4권의 다른 분야의 책은 섞어 읽으려고 노력할 뿐이예요. 너무 편협해지지 않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시도했는데 그것도 결국은 내 좋아하는 위주이다 보니 편협함에서 벗어니간 힘들군요. 정치, 경제, 과학, 추리소설류는 손도 못 대고요, 소설류 별로 안 좋아해요. 특히 일본소설 손이 안 가죠.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처음에 이것을 "꽃은 피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러고 며칠 있다가 담배를 한 갑 피면서 고민고민 끝에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놨어요. 그러면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입니다.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소설은 몽매해집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의미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해서 끌고 나가는 그런 전략이 있어야만 내가 원하고자 하는 문장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기별』「 회상」中 (p140~141)  
   

 김훈이 20대 초반에 처음 읽던『난중일기』가『칼의 노래』로 태어나는데 37년이 걸렸다고 한다. 오랜 세월 김훈의 독에서 곰삭혀 잘 익어 만들어진 『칼의 노래』를 '나'라는 독자는 그때 하룻밤 지새며 쥔 자리에서 다 읽었었다. 원래는 단박에 읽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가속도 붙어 저절로 읽혀나가는 숨을 어디쯤에서 끊어야 할지 몰라 내달린 끝에 이미 잠은 달아나 버렸고 정체 모를 전율을 내 속에 개켜 넣으며 희뿌윰한 새벽에 앉았었다.  

내가 정체 모르겠다고 했던 그 전율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아차린 것이 이번 책 읽기의 소득이다. 에세이『바다의 기별』을 통해 칼의 노래를 포함한 여러 작품들을 집필하게 된 배경 뿐만 아니라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달프리만큼의 진지함을 읽었다. '꽃은 피었다'가 '꽃이 피었다'로 고쳐지기까지 며칠의 시간과 담배 한 갑이 필요했다. 대단한 작가니까, 또 문학하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았으니까 입으로 글이 쏟아지듯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을녀(갑남을녀)의 생각은 빗나갔고 역시 글을 짓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런 작업임을 보았다. 

더우기 그는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글을 쓴다니 더욱 고될 수밖에.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나는 컴퓨터를 다룰 수가 없지만, 컴퓨터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연필로 글을 쓸 때, 어깨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작동되는 내 몸의 힘이 원고지 위에 펼쳐지면서 문장은 하나씩 태어난다. 살아 있는 몸의 육체감, 육체의 현재성이 없이는 나는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다. 글은 육체가 아니지만, 글쓰기는 온전한 육체노동인 것이다. 『바다의 기별』「무너져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것」中 (p110~111)  
   

나는 컴퓨터 워드기능을 전적으로 이용하는 부류이지만, 하루에 한 시간씩은 손으로 책 쓰기를 진행하고 있어서 '육체노동'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필사본 성경을 가보로 물려주겠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꼬박 앉아서 글자를 쓰자니 무척이나 힘들다.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완필할 수 있을지, 자신 없다. 오른손 새끼손가락부터 어깨와 목줄기가 아프고 욕심을 더 내서 무리하게 쓰고나면 눈도 침침하고 골반이며 복사뼈까지 온 몸이 아파 벌렁 드러눕는다. 김훈이 쓰는 연필과 내가 사용하는 필기구의 차이도 있겠고 자신의 사유를 풀어내는 글쓰기와 (가능한)정확하게 베끼려는 작업에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튼 손에 필기구를 잡고 종이에 글을 쓰는 작업은 녹록찮은 육체노동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육체노동도 행복으로 여기니 그는 천상 작가이다. 한 손으로 활을 쥐고 손으로 줄을 문질러서 소리를 뽑아내고 다른 한 손으로 줄을 통째로 쥐었다 폈다 눌렀다 풀었다 하면서 소리를 내는 해금연주에 매료되는 것도, '오치균이 손가락으로 물감을 으깰 때 재료가 육체와 섞이는 그 확실한 행복감을 나는 짐작할 수 있다'라고 하며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는 화가의 작업에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것도 육체노동에 대한 동질성이 기저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몸을 던져 문지르는 작업이고 연필심이 닳듯이 그의 몸이 닳은 후에 가까스로 태어난 것이 작품이다.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 '에세이가 더 근사하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 그의 소설에 성이 안 찬다고 말하기엔 내 역량이 부족할 뿐더러 작품도 많이 접하지 못한 조악한 처지이니 소설을 폄하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소설이란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하고 탄력있는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의한 사건의 유기적인 배열' 즉 구성보다 사물의 내면 묘사라든가 문체에 더 마음이 끌렸던 건 사실이다. 그의 문장 하나하나는 벼루어 놓은 듯 단아하고 그러면서도 그의 사유는 담담하다. 내가 막연히 에세이를 기대하게 되었던 건 아마도 이 담담함 때문이 아닐까. 그의 나이 60, 귀가 열린다는 이순에 펴낸 이 에세이집은 더욱 담담하여 만추의 하늘같다. 나는 수필 읽기를 좋아하지만 쓰는 입장에선 수필만큼 어려운 갈래도 없을 것이다. 김훈의 작품은 시보다는 산문에 강하고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다의 기별』을 곁에 두고 자주 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20110208ㅎㅂㅁ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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