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까지 알려진 바 일곱 명의 여성을 살해, 암매장한 강호순의 뉴스가 연일 나온다. 현장검증을 나온 그는 모자 두 개나 쓰고 입까지 올라오는 점프로 얼굴은 거의 다 가렸다. 흉악범의 인권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리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피해자의 고통 보다 그 따위 흉악범의 인권이 대수냐며 얼굴을 공개하라는 분노가 거세어지면서 마침내 인터넷과 티비 뉴스에서 얼굴이 공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에는 사형제가 있지만 문민정부 이후 10년 이상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적으로는 사형제가 사라진 나라에 든다는 뉴스를 작년 연초에 들었다. 온 나라를 경악케 하는 이런 흉악범 뉴스가 보도되자 범죄자의 인권과 함께 흉악범에 대한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도 다시 논란거리로 들썩인다. 찬반은 여전히 갈리고 있다. 영화로도 나왔으며, 내가 가진 책 2007년 2월 5일에 이미 초판 161쇄를 찍어 낸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으며 사형제 존립과 폐지에 대해 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짐승보다 무섭고 잔인한 희대의 살인마들을 살려둘 가치가 있느냐는 사형제를 지지하는 쪽의 의견을  이 책 중에서 '서울구치소소장'이라는 사람이 대표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형제 폐지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중략)....저로서는, 좀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선 교도소 예산 문제가 생겨요. 사형수 일인당 일계호인데, 그럼 교도관들 더 늘려야 해요. 그 비용을 누가 다 감당합니까? 그리고 이건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사건의 피해자들, 결국 자기네 세금 내서 자기네 가족 죽인 놈들 먹여살리란 말밖에 더 됩니까?"-p253
 
   

한편으론 일리는 있지만, 이렇게 다분히 이기적인 잣대로 과연 인간이 인간을 죽일 권리란 있는 것일까.  


소설로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을 풀어 씀으로써, 죄 지은 것들은 무조건 죽여야 돼!,를 외치는 목소리 대신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케 하는 시도가 무척 좋았다. 그리고 공지영 작가의 미덕인 '쉽고, 빨려 들어가는 글쓰기'도 좋았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취재하고 탈고하기까지 숱한 밤을 새었겠지만 이 책을 들고 이삼일을 골머리 앓았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흡입력 있다. 나는 현학적이거나 화려한 문체보다는 쉽게 쓸 수 있는 재주가 더 비상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눈물 한 됫박씩 흘리는 최루성 장치가 눈물 마를만 하면 나타나곤 하기 때문에 책 다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후련해지는 소득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으면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느낀다. 사건을 엮어나가는 얽개가 촘촘하지 못하다. 이 책에서 정윤수의 블루노트와 문유정의 이야기를 병행하는 구성은 신선했지만 이야기 구성은 영화도 못 보고 책 내용 소문도 전혀 들은 바 없는 나일지라도 이야기 초입에 벌써 어떻게 전개되고 절정- 위기- 결말의 코스를 밟을지 뻔히 보였다고 할까. 제발이지 나를 영악한 독자로 만들지 말란 말이다 ㅠㅠ  

 
소설마다 반드시 반전이 있으란 법은 없지만 틀에 박힌 듯, 진부한, 식상한...따위의 소감은 비록 내가 질금질금 눈물은 훔쳤지만 어쩔 수없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걸러지지 않은 편견도 마음에 안 든다. 종교에 대한 편견들. 사람마다 편견은 다 있다 치자. 그러면, 다 아우를 수 없다면, 최소한 작중 인물이라도 내세워 작가가 하는 그런 대사들이 작가의 편견만은 아니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글쓰는 실력을 더 돋우든가 해야 할 것이다. (초베스트셀러 작가한테 이런 말 하면 나더러 미친X이라고 하겠지만)소설 쓰는 실력의 문제이거나 퇴고하는 시간이 턱없이 짧았거나의 문제다.

2009.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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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2-1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공지영 소설은 그래서 손이 잘 안 가는데
베스트셀러 작가란게 참 그래요.
전 이 작품을 영화로 봤어요.
책 읽어봐야 실망할거고 영화는 그나마 이나영이 좋아서 봤다고 해야하려나?
근데 그냥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었다뿐이지
내용도 별로 없더라구요.
사형반대라면 그만한 논리와 설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
이게 인정이나 눈물에 호소한다고 될 일은 아니잖습니까?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다 우발적인 것도 아니고.
그나마 전 눈물도 안 나오고 허탈한 웃음 밖엔 안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영화가 대박인 허 참 거...

진주 2011-02-13 16:25   좋아요 0 | URL
이나영이 그 커다란 눈망울로 연기했다면 완전 최루탄이겠는걸요^^;
지난 번에 책 정리할 때 공지영의 책들도 다 보내려고 하다가 대중들이 그렇게나 사랑해마지 않는(그..그러니까..사랑하니까 많이 사본다는 전제 하에) 공지영의 작품인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라도 읽어서 알아보자 싶어서 남겨뒀었죠. 그래서 공지영 책들을 읽는 게 올해 내 숙제인데...흠냐..숙제는 없었던 걸로..
옛날에 공지영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화가 나서 운전대 잡았다는 사실을 잊을 뻔 한 적이 가끔 있었어요. 그때 제가 공지영을 별로 안 좋아했던 건 문장력이니 글쓰기 실력의 문제라기 보다 사고방식이 저와 맞지 않다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