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2 - 엄마, 아빠, 우리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는 이야기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김혜란 지음, 보리 그림 / 국민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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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1편에 이어 나온 두번 째 이야기.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당하고 고통받는 어린이들 이야기에 그저 한숨만 나온다. 김혜란씨는 이 끔직한 일들을 행복에 겨웁고 우리나라 바깥 사정은 전혀 모르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조곤조곤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펼쳐 준다. 작가의 부드러운 말투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내용들이라 이것이 실화가 아닌 지어낸 '동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 또는 지어낸 이야기이길 바라는 맘까지 들지만- 그때마다 생생하게 찍힌 사진들이 이것이 실제 상황임을 증명한다. 사진은 거짓없이 아이들의 모습을 다 보여준다. 그 애들이 얼마나 헐벗고, 얼마나 절망적인지 하나도 남김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이 책 제목이 상당히 이기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책 펴내는 사람들이야 그럴 의도 없었겠지만 책 속의 불쌍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상대적으로 '아아..난 이 아이들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가!'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정도에서 그칠까봐 그게 걱정이다. 처참한 사진 속의 아이들을 보면 내가 너무 포시랍게 사는 것이 미안하다고 느껴야 정상적으로 인성이 자라는 아이 아닐까. 상대방의 불행을 통해 나의 행복을 확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제목보다 좀 더 이 책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담는 근사한 제목 없을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우리 아이들을 포함하여)우리가 가진 행복을 그 아이들도 동등하게 누릴 권리가 있음을 알고, 우리가 가진 행복을 조금이라도 '나누고자'하는 마음을 품어야 할 것이다. 독서란,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며, 손발로 실천까지 할 수 있어야 모름지기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세상 돌아가는 사정도 알게 되길 바라며 가슴과 손발로 그 아이들의 고통을 나누는데 동참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2009.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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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2-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목은 좀 바꿔줬음 좋겠네요. 왠지 저 아이들을 이용하는 느낌이 드니 말이죠.
이런 책들이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진주 2009-02-03 16:14   좋아요 0 | URL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데 그죠...
 
김치찌개 질린 날은 일본 요리
김정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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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회사에서 바이어를 대접할 때 손님의 중요도에 따라 그저그런 손님에겐 미국 본토의 스테이크를, 꽤 중요한 손님에겐 이탈리아 요리를, 상당히 이문을 남겨 줄 우수 고객에겐 프랑스 요리를, 가장 극진한 귀빈용으로는 일식 요리를 대접한다는 말을 들었다. 서양요리 다 제치고 동양음식이 최고급 요리로 인정받고 세계화되는 것에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일본이라면 까칠한 알러지가 돋는 한국백성으로서 나는 묘한 '배아픔'과 안타까움도 느꼈다. 우리나라 한국음식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는 세계화에 진작에 노력을 쏟았더라면 일식보다 더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식과 우리음식 조리 방법이 크게 생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식요리를 할 줄 알고 집에서 해먹는다'고 하면 왠지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대단한 일 같지만  김정은씨의 『김치찌개에 질린 날은 일본 요리 』를 보면 작은 관심만 기울인다면 누구라도 가능하다. 김정은씨는 일본에서 자라고 요리 공부를 하여 관련 칼럼과 광고도 제작하다가 현재 귀국하여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전임교수에 재직하며 각종 요리 잡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일본 요리들도 친숙하게 느끼도록 레시피를 만든 것은 그녀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있다. 한국실정에 맞는 일본요리를 위해 수년간 정성을 쏟아 만든 레시피들이다.  


원래 일본 요리를 '눈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할만큼 예쁜데 게다가 이 책엔 사진도 얼마나 잘 나왔는지! 금방이라도 군침 돌게 만드는 음식 사진이라 이 책은 야밤에는 보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 포토리뷰가 적절했는데 촛점 흐릿한 내 카메라로는 감당 못할 것 같아서 말았다. 음식 차린 것을 보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 먼저 감으로 오는데 레시피와 사진만 봐도 '맛있는' 요리책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요리책을 봤으면 요리실력도 늘어야 책 본 보람이 있다. 따뜻한 두부샐러드, 따뜻한 버섯샐러드, 주먹밥구이, 삼치데리야키조림은 당장 따라 해먹어 보았다.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미 익숙한 맛이다. 대합맑은국, 스키야키, 아귀맑은전골, 해물볶음우동, 일본식안심스테이크와 양파소스 등은 재료를 구입해서 해먹어 볼 작정이다. 제대로 맛 낼 자신있다.흐흠..과연? 그러나 앞서서도 말했지만 일식요리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 없으니까,까잇그, 레시피대로 자신있게 따라해보자. 


오사카식 오코나미야키 같은 건 우리나라 '전'과 비슷하다. 동래파전과 비슷한데 채소와 해물들을 넣어 굽는 것까지는 같고 위에 소스들을 좀 더 다양하게 뿌린다는 점이다. 보니까 한때 우리애들이 짱구만화를 보면서 만들어 달라고 조르던 문어빵(타코야끼) 위에 얹는 소스다. 돈가스소스처럼 거무스름한 오코노미야키소스를 바르고 마요네즈, 가츠오부시를 솔솔 뿌리고, 오징어와 새우, 김가루로 장식하면 끝. 해물샤브샤브란 것도 평소에 우리집에서 자주 해먹던 음식이었다. '한국실정'에 맞추기 위해 저자가 노력한 덕분인지 아무튼 우리음식 조리방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일식요리도 그리 낯설지는 않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 받았던 부분은 생선조림 부분이다. 생선을 달군 팬에 식용유로 굽다가 데리야키소스를 끼얹어 조리는 방법(삼치데리야키조림), 무와 함께 조리는 방법(우럭무조림)-이때 무를 쌀뜨물로 미리 삶는 소소한 팁이 실제 요리에 얼마나 맛이 깊어지는지! 


일본요리에선 국물맛을 내는 몇가지 소스를 알아두면 좋은데, 사실 내겐 별스럽진 않았다. 왜냐면 그동안 일본에서 살던 동생이 건네준 '혼다시'나 '가츠오부시'라는 훈제가다랑어 얇게 포 뜬 것을 이미 써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요리소스는 대부분 가츠오부시와 다시마 등의 '낭낭한'그 맛이 기본이다. 그래서 소스 마다 그 둘이 약방의 감초처럼 꼭꼭 들어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정종(맛술)도 그렇고. 일부러 일식 소스를 메모하지 않더라도 멸치,다시마,표고버섯,새우 등으로 다신 물을 우려낼 때, 가츠오부시만 더 넣으면 웬만한 일본 국물은 흉내낼 수 있을 것 같다 - 물론 요 부분을 김정은씨가 본다면 다소 기가 막힐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 머릿속에는 그렇게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중요한 몇가지 소스를 메모하자면, 

<가츠오부시국물>
대부분의 국물요리에 많이 쓰며, 기름들어가지 않는 샐러드드레싱에도 깊은 맛을 낸다.
1)물과 다시마를 넣어 중불에 끓인다 
2)끓을 때 가츠오부시를 넣고 불을 끈다
3)가츠오부시가 가라앉으면 체에 거른다 

<데리야키소스>
생선,닭고기,쇠고기,돼지고기 등을 구울 때 주로 쓴다. 주먹밥에 발라먹음.
1)냄비에 간장,표고버섯,대파,설탕,물엿,정종,맛술을 넣고 중불에서 15분 졸인다
2)졸여지면 가츠오부시를 넣고 불을 끈다. 식으면 체에 거른다. 

<쯔유>
가장 많이 쓰이는 일본의 대표소스.메밀국수,튀김의 소스, 감자조림,생선조림,스키야키소스,우동국물에 넣는다.
1)물 2리터에 큼직하게 썬 양파,마른표고,다시마를 중불에서 끓인다
2)끓을 때 가츠오부시 60g을 넣고 가라앉으면 황설탕, 정종, 맛술을 넣어 20분 정도 끓인다
3)다시 가츠오부시25g을 통후추,마른고추와 함께 넣고 10분 끓여 식혀 체에 거른다.  

*책에는 초밥물 등 몇 가지 더 있지만 평소에 김밥, 초밥 쌀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가츠오부시가 얇은 대팻밥처럼 생겼기 때문에 우려낸 후엔 꼭 걸러야 한다. 처음에 나는 이걸 몰라서 다 풀어지고, 맛도 버렸다. 가츠오부시가 오래 퉁퉁 불으면 씁쓸한 맛이 난다.

 

 <갖춰두면 좋은 조리도구>에 '오토시부타'라는 조림용 뚜껑이 맘에 들었다. 어디 있으면 구입하고 싶다. 조림할 때 냄비 속으로 뚜껑이 쏙 들어가도록 디자인 되었고 구멍도 적당히 조절하며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진 좋은 아이디어 제품이다.  


전체요리와 후식에도 먹음직하고 예쁜 요리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벚꽃차가 인상적이었다. 벚꽃봉우리를 소금에 절였다가 다른 요리에도 가끔 쓰이는데 차로도 마신다고 한다. 투명한 잔에 담긴 연분홍 벚꽃차는 너무 예뻐서 마시기 아깝지 싶다. 벌겋게 양념한 고춧가루로 입안이 얼얼하게 먹는 우리나라 음식도 좋지만 개운하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고 싶다면 이 책의 레시피대로 따라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요리에도 고춧가루 쓰지 않고 개운하고 담백한 맛 내는 요리 많지만. 암튼, 갖고 있으면 유용한 요리책이다. 신혼부부에게 선물해도 좋겠다.

2009.1. 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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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3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당장 생각나는 일본국물의 조리법은 아주 단순합니다.'가쯔오부시이빠이데쓰요'입니다.
근데 일본 본토 음식은 제법 심심하기에 한국사람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하더라고요.

진주 2009-01-31 20:23   좋아요 0 | URL
ㅋㅋ맞아요~가츠오부시의 그 낭낭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바로 일본음식의 핵심? ㅎㅎ 우리끼리 하는 말


그나저나, 이 조용한 서재에(댓글도 추천도 없다죠^^; 그저 모두들 조용히 소리없이 다녀가시기만 해요)그것도 요리책 리뷰에 메피님께서 추천과 댓글을 주셨군요! 역시 신세대! 마님이 쌀밥을 주는 덴 다 이유가 있다니깐~ 쌀밥 많이 드시겠어요ㅎ

서연사랑 2009-01-3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사고 싶어지고, 먹고 싶어지는 리뷰예요^^
포토 리뷰였다면 이 야밤에 주린 배를 부여잡고 진주님을 원망했을지도..ㅎㅎ

진주 2009-02-02 19:14   좋아요 0 | URL
제가 사진 올리지 않길 잘 했죠? ㅎㅎ
서연사랑님 억수로 오랜만이네엽!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맞춤법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시리즈 3
장수하늘소 지음, 윤정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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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맞춤법에 대해선 그다지 첨삭을 하지 않았다. 맞춤법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하면서'100% 다 맞게 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라는 말로 안심까지 시켰다. 그것은 쓰고자 하는 '중심 생각'이 더 우선이라는 뜻이지 맞춤법을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누구라도 자기가 쓴 원고가 융단폭격(정말이지, 맞춤법 틀린 부분을 죄다 고친다면 그야말로 융단폭격 맞은 모습)을 맞은 처참한 상황을 눈으로 본다면 단박에 기가 죽어 중심생각이고 뭐고 오금이 저려 글 쓸 용기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핑계로 나도 적당히 맞춤법에 대해 무감각하게 내버려둠으로써 날마다 이렇게 날림글을 마구 쏟아내는 얍삽한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모순되게도 남의 나라 말은 'L'과 'R'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소리 내면서 우리말 '애'와 '에'의 발음은 신경도 쓰지 않거니와 쓰는 법도 자주 틀리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나의 이중적인 모습을 냉정하게 판단하면 내가 정확하게 아는 것을 남이 틀리면 속이 터지는 것이고, 나도 헷갈리는 것은 어물쩡하고도 후하게 넘어가 주길 바라는 간사스러운 마음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핫하...^^;;; 궁극적인 결론은, 역시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방법은 '제대로 쓰는 것'이고, 제대로 쓰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익혀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니까 맞춤법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여 제대로 써보자는 이야기.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맞춤법』은 그런 내 생각을 꼭 집어 잘 만들어 낸 흡족한 책이다. 만화를 적절히 이용하여 골치 아프고 깐깐한 맞춤법을 재미나게 소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잘못 쓴 우리말 찾기'라는 코너를 넣어 앞에서 배운 내용을 제자리에서 확인해보는 시험 과정도 있다. 지금 사진기('디카'라고 썼다가 '사진기'로 고치는 이 열의를 보라 ㅋ~)가 없어서 보여주지 못해서 답답한데, 왼쪽은 한 쪽은 7칸짜리 만화로, 오른쪽 상단에는 '우리말 규칙 알기'로 설명이 있고 하단에는 퀴즈 형식으로 '잘못 쓴 우리말 찾기'코너가 있다. 먼저 함축적이고 재밌게 구성된 만화를 보면서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리는 표현들이 명확하게 알게 되고, 그 다음으로 설명을 통해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퀴즈를 진지하게 풀며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여태 내가 본 맞춤법 관련 책 중에서 보기 드물게 흡입력 있는 책이다. 


어린이 도서로 출판되었겠지만 굳이 어린이들만 보란 법 없다. 나처럼 말랑말랑하게 맞춤법 좀 배워보고 싶다는 어른, 중고생한테도 아주 좋겠다. 이런 책은 연령 제한 없이 한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집에는 온 가족이 들락거리는 화장실에 비치하는데, 요것이 참 안성맞춤이더란 사실. 한 가지 내용이 두 쪽으로 구성되어 잠깐 앉았다 일어나면서 보기에 적절한 분량이었다. 우리 집에선 화장실에 두지만 뭐 식탁이나 거실에 두고 잠깐씩 한 꼭지씩 온 가족이 봐도 된다. 군더더기 없이 짧지만 한 번에 한 가지씩 배우기에 좋게 구성되어 있다. 맞춤법은 한꺼번에 왕창 배운다고 해서 그대로 다 입력되는 것도 아니라서 옆에 두고 자주 본다면 조금씩 점차적으로 맞춤법 실력이 좋아질 것이다.  

 

2009.1. 이 리뷰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틀렸을까..ㅡ.ㅡㅂㅊㅁ

덧: 책이 하도 좋아 '누가 썼지?'하고 보니까, 역시 장수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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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1-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눈을 크게 뜨고 보는데 발견된거 없습니다. 퍼팩트^*^
요즘 3학년 아들내미 독후감 쓰는 연습 시키고 있는데 사소한 맞춤법 많이 틀리지만 꾹 참고 그저 큰 흐름 알게 합니다. 에휴.

진주 2009-01-31 13:04   좋아요 0 | URL
제가 국어과 전공했다는거 절대 비밀로 지켜주세횹~ㅋ
 
예스만화성경 - 성경 66권을 단숨에 한 권으로 읽는
아킨.시쿠 지음, 강주헌 옮김 / 위즈덤로드(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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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신앙의 첫걸음이 성경을 아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는다,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할 때의 믿음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이다. 하나님의 메시지를 통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뜻을 알고 ,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며, 삶 속에서 그 말씀을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항상 말씀을 듣기와 읽기를 강조한다. 말씀을 풀어주는 설교를 경청하고 또한 스스로 성경을 읽을 때 믿음이 자라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신자라면 영의 양식인 말씀을 날마다 읽고 묵상하며 행하기를 생활화해야 하는데, 문제는 성경을 꾸준히 읽어내기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구약과 신약, 전체 66권, 1189장, 31173구절-이라는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내용 또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특히 초신자에게는 생소함까지 더해져서 성경을 통독한다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는데 이 책은 그런 점을 보완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된 것 같다. 보다 쉽게 성경에 접근하도록, 그래서 아예 성경 읽기를 포기하는 사태를 막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것인가 보다. '만화'라는 표현수단은 '쉽게'접근하는데 좋은 매체이다.   

 

그러나 성경을 각색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쉽게'한발짝이라도 다가설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열의는 가상하지만 자칫하면 잘못 해석되거나,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소소하게 성경과 합일되지 않지 않는 부분이 잦았다. 아무래도 만화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성경을 이해하는 돕는 방편이다. 무오한 것은 성경 자체일 뿐이다. 이 사실을 단단히 기억하며 보조적인 수단으로 본다면 이 만화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만화를 이용하여 쉽게 읽혀지고, 빠르게 성경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게 하며, 어떻게든 성경과 친숙해지는-그런 객관적인 소득이 없는 책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에 별로 호감을 받지 못했다. 먼저는 내가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때문일 것이고, 이 만화의 그림풍이라고 해야하나, 펜 터치가 너무나 강렬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일본만화에 익숙한 우리 눈에 영국사람들의 만화라서 그런가? 그림이 낯선 듯해서 찾아봤더니 아킨과 시쿠가 영국사람이었다. 추천사를 쓴 어떤 분은 '기독교 만화는 부드럽기만 하다는 선입견과 달리, 매우 힘 있고 강한 펜 터치가 인상적'이었다는 분과 달리 나는 좀체로 그 만화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힘 있고 강한 표현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섬뜩하고 날카로웠다. 어쩌면 내가 기독교 만화는 부드럽기만 해야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그렇지 인물의 표정은 인물의 성격에 맞게 어느 정도 그려야 할 텐데 신랑 신부인 이삭과 리브가의 얼굴은 무슨 음모를 꾸미는 악당들처럼 사악하고 음흉한 웃음을 흘리고 있어서야.. 원! 모세고 뭐고 대부분의 인물이 뱀이나 사단과 구분이 안 되는 섬뜩한 표정과 이야기 진행도 스팩터클하게 전개되다 못해 너무 거칠게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간까지는 오타나 잘못된 표현(예를 들면, 32쪽의 '하나님은 노아와 그 가족에게 축복을 내리면서'라는 부분에서 '축복'이라는 말은 잘못 된 표현이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복을 내리시는 분이지, 복을 빌어주는 분은 아니시다. 하나님이 누구한테 복을 빈다는 말인가? )이라도 있으면 출판사에 말해주고 싶어서 정독하며 읽었지만 끝내는 후딱 읽어치우고 말았다. 만화 그림풍도 갈 수록 거슬리고, 안 해도 될 각색으로 첨가된 부분(예를 들면 75쪽의 '고맙소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겠소. 그런데 동산에 뱀을 몇 마리 풀어놔야겠소. 물론 뱀은 정탐꾼이고,동산은 여리고를 뜻하는 것이오'라는 부분, 성경의 중요사건 위주로 빠르게 전개시켜 단시간에 성경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게 해준다는 이 책의 장점과도 위배되는 부분이다. 왜 성경에도 없는 저런 대사를 넣었을까? 뱀과 동산이 어딨다고?)들이 내게는 방해거리였다. 그리고 번역자 강주헌씨 번역이 무성의하게 느껴졌다. 또한 이 분은 아무래도 기독교인이 아닌 것같다. 성경은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책이 아니고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책이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초고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하나님의 영감이 부족한 이야기 전개였다.

 

2009.1.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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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빨강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황의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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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 외양이 우리('나'가 아닌 빨강머리 앤에 열광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앤, 딱 그만큼 앙증맞고 예쁘다. 200쪽도 안 되는 얄팍하고 자그만 양장본인데, 빨강 저 겉표지보다 나는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하얀 하드커버가 훨씬 예쁘다. 새하얀 하드커버 한가운데 반짝거리는 빨강의 자전거 타는 앤의 실루엣이 조그맣게 박혀 있는 것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책을 갖고 싶다는 욕심부릴 때를 보면 어이없는 기준도 가끔 있는데, 이 책처럼 책표지가 겁나 예쁜 경우도 해당된다.  


 지난 2008년, 빨강머리 앤 출판 100번째 돌을 기념하여 세계적으로 관련 책자들이 쏟아졌고 이 책도 그 즈음을 겨냥하여 펴낸 책이다. 앤의 집필 과정과 출판되기까지의 여정을 포함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어린 시절부터 마흔 세 살까지의 생애를 자서전 형식으로 쓴 글이다. 자서전 의뢰를 받았지만 그런 글을 쓰기엔 아직 너무 젊어서 적잖이 부담스러워한 흔적이 프롤로그에 보인다. 책 맨 뒤에 실린 연보에 향년 68세(1942년)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죽기 25년 전, 인생의 ⅔지점에서 쓴 글이 되겠다. 마흔 셋이면 흔히 인생의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는 시기라고 말한다. 100년 전의 여성으로서는 상당히 늦은 나이인 37세에 결혼하여 두 아이를 출산하였고, 작가로서 한창 물이 오른 시기이며, 자서전을 쓰기엔 이르긴하지만 더 늦기 전에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아직은 감수성이나 유년의 추억들이 녹슬지 않았을 테니까.  


두 살이 채  되기 전에 어머니를 여위었 때를 추억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어떻게 21개월밖에 안 된 아기적의 일을 초롱초롱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일까? 아기였던 자신이 흰 모슬린 드레스를 입었고, 아버지의 팔에 안겨서 내려다 보던 관 속의 창백하고도 아름다운 어머니의 얼굴, 그 뺨의 차가운 감촉, '가엾은 것'이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조객의 말, 그 날의 창 너머 햇빛과 풍경까지 몽고메리는 눈으로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유년기의 기억은 자라면서 거의 다 잊혀지는데 아주 충격적인 사건만 기억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죽음이 몽고메리의 의식,무의식의 세계 뿐만 아니라 각 세포마다 각인되었던 것이다. 충격적인 작가의 이 경험이 고아인 빨강머리 앤의 고독한 의식을 그리는 데 충분한 자양분이 된 것이 틀림없다. 


'태양의 흑점 같은 한두 가지 결점'밖에 없다는 더없이 아름다운 프린스에드워드섬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빨강머리 앤에서 어떻게 모티브로 사용했는지, 책에 등장하는 장소와 실제 장소와 연관성도 소개해 놓았다. 읽다보면 빨강머리 앤 속에 몽고메리가 얼마나 많이 녹아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책 곳곳에서 몽고메리는 거듭 강조하길, 책 속의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이 창조해 낸 인물'이란 걸 꼭 알아달라고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오래 전 (그러니까 사춘기였던 중고등학교 때)소원이었던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 여행'을 다시 한 번 희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아주 조그만 계집아이였을 때, 뜻도 모르면서 세로쓰기로 된 삼중당문고의 손바닥 크기의 『앤의 청춘』을 읽었다. 빨강머리 앤은 그보다 훨씬 뒤-초등학교 고학년 때-였거나 아니면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라는 노래로 전국에 Anne 마니아를 양산하던 에니메이션으로 접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은?'이라는 국어선생님의 질문에 내 내답은 장전된 총알처럼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이 튀어나갔고, '오호~그린게이블즈!'라고 마주 외쳐 주셨던 도미란 국어선생님, 어디 계시나요? 선생님도 그때 빨강머리 앤의 열렬한 팬이셨죠?  


여성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몇 갑절이나 힘든 시기에 굴하지 않고 치열한 글쓰기를 해냈던 몽고메리, 출판 이후 100년간 전세계에서 식을 줄 모르는 사랑을 받는 빨강머리 앤도 여러차례 퇴짜맞고 하마터면 낡은 트렁크에서 사장될 뻔한 것을 살려낸 것도 몽고메리의 포기하지 않는 치열한 글쓰기 덕분이다. 오죽하면 글쓰기 행로를 돌아보며『험한 길』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글은 타고난 재능만으로 쓰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배우며 내내 부끄러웠다. 원제 『험한 길』이라는 표현이 작가로서 마흔 셋의 삶을 함축하는 의미로는 어울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내 안의 빨강머리 앤』이 더 좋다. 이 제목을 고른 것은 출판사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한표 주고 싶다. 끝으로 각 쳅터마다 나오는 몽고메리의 흑백 사진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을 찍었다. 에니메이션으로 형상화된 앤의 모습에 사람처럼 살을 붙이면 이 얼굴이 되지 않을까? 어디까지가 앤이고 어디까지가 몽고메리인지 더 분간하기 힘들어졌다.

   
/어린시절의 몽고메리

 

2009. 1. 몽고메리가 자서전을 쓰던 나이 마흔 셋, 올해 내 나이도 꼭 그 만큼.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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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1-2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몽고메리 참 예뻐요. 마흔셋에 자서전을 썼다구요. 빠르긴 합니다. ㅎㅎ
빨간 표지도 사랑스러워요.

진주 2009-01-28 23:48   좋아요 0 | URL
속 흰표지가 훨씬 더 이뿌다니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