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달력을 펼쳐놓고 오늘의 날짜와 같은 날을 확인한 후 요일은 대충 어제 기준으로 (커피프린스를 보았다, 는 기준) 짐작한다. 이사한다는 말을 모두에게 하지 못했다. 이십년지기 친구들에게 아직 그 말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대전에 도착하여 짠~ 하며 서프라이즈 전화를 할까. 디데이를 남겨놓고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다 마지막에 사실은 나... 라는 서두와 함께 시작할까. 싸이 홈피가 있는 친구들에게는 방명록에 '나 이사 가' 달랑 네 글자만 남겨 놓고 나올까. (그럼 내게 바로 전화 할까, 안할까. 안하면 집들이 명단에서 제외 시켜버릴까. 말까.) 뭐 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경주에서 뜨거운 휴가를 보내던 중 한 시간 거리의 통도사에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 하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는 그곳, 통도사.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마음대로, 꿍짝이 잘 맞는 여행 파트너로서 남편은 더없이 좋은 벗이었다.








저 맑고 푸른 하늘길. 자기야, 달려~~~!







대웅전에 들어가 잠시 앉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너무 더워 사진 촬영을 거부했으나 남편이 기념 운운하는 바람에 억지로 뙤약볕에 나섰다.
저 찌그러진 표정이란...







숙소에서 경주 월드가 보이고 보문호를 떠다니는 오리배도 보인다. 저 오리배는 아침에 살짝 나타나는데 (더위 때문에 승객이 없는듯) 줄행랑 치듯 빠른 속도로 돌아보고 슝~ 지나간다.
저 귀여운 오리배를 타고 싶었으나 더워서 통과.
연애 시절, 남편과 하도 할 일이 없어서 한탄강 까지 거슬러 올라가 오리배를 탄 적 있다.
남편 혼자 열심히 오리배를 움직였었지 아마...ㅎㅎ 저 배는 단체로 탑승하는 거라서 혼자 노동할 필요는 없을 듯.  

앞선 두 번의 경주 여행에선 거의 굶다시피 했었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은 경주 맛집 기행. 너무 맛있어서 그랬나. 음식 사진들은 거의 다 초점이 맞지 않았고 저 사진 한 장 건졌다. 저긴 그야말로 꼬불꼬불 산 길을 따라 찾아간 '화산한우단지' 내 화산한우숯불갈비센터? 다. 고기를 주문하면 바로 떠서 갖고 오기 때문에 그 싱싱함이란, 그 야들야들함이란, 어디 비할 데가 없다. 가격도 서울에 비하면 착하다. 공기밥에 딸려나온 된장찌개와 시래기국은 그야말로 시골 된장 맛. 아흑~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홍수맘 2007-08-2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희는 이번 여름에 통토유원지를 갔다왔다지요.
홍/수 핑계로 바로 곁에 있는 통도사를 못 들렀네요. 아쉽다~.
우리 컴이 문제가 있는지 사진이 다 안 보여요. 그래도 한장이라도 보여 다행이다. ^^.

플레져 2007-08-28 11:04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통도사엔 담에 꼭 가보셔요.
사진은....이상하네요. 저두 안보여요 ㅠㅠ
수정도 안돼요. 힝. 나중에 다시 올려볼게요. 휘리릭~

플레져 2007-08-2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지금은 잘 보이네요 ^^

비연 2007-08-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마음대로, 꿍짝이 잘 맞는 여행 파트너로서 남편은 더없이 좋은 벗이었다..아 부럽슴다. 저도 이런 신랑 만났으면...^^ 경주까지 가서 통도사를 못 들르고 온 게 아쉽네요. 전 안동 봉정사 갔었는데 거기도 참 좋더라구요^^

플레져 2007-08-28 23:15   좋아요 0 | URL
통도사를 욕심내길 잘 했단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가봐야 할 곳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찰은 두루두루 다 둘러보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남편은 또... 더 없이 좋은 파트너지요 ^^!
안동 봉정사, 기억할게요.

잉크냄새 2007-08-2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플레져님은 구름을 잘 담아내시는군요. 청명한 하늘과 구름입니다.

플레져 2007-08-28 23:16   좋아요 0 | URL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구름을 담아낼 수만 있다면! ^^

프레이야 2007-08-2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뙤약볕에 찌그러져도 이뻐요<^^>
통도사는 여기서 가까워 자주 가는 절이에요. 갈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지요.
큰딸 세살때 그곳의 모 나무에 기대어 세워두고 사진을 찍으며 매년 와서 여기서
사진 찍어주자고 했는데 지키지 못하고 사네요. 그딸이 저보다 훌쩍 자라버렸지요.
곳곳에 추억을 심어두시고 옆지기님이랑 알콩달콩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와!! 하늘, 그리고 구름, 너무 멋있어요.

플레져 2007-08-28 23:18   좋아요 0 | URL
가까운 곳에 좋은 사찰이 있어 참 좋으시겠어요.
통도사의 그 낡음에 절로 숙연해졌답니다.
나는 겨우 미물에 지나지 않는구나 싶은 새삼스러움에
조금 벅차기도 했지요.
혜경님의 마음 씀씀이도 참 남다르셔요.
좋은 아이디어, 슬쩍 훔쳐 갑니다. 히히.

산사춘 2007-08-2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풍경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너무 단아하세요.
게다가 여행사진으로도 충분히 절 죽이실 수 있는데,
마지막 사진으로 절 두 번 죽이셨어요.

플레져 2007-08-28 23:20   좋아요 0 | URL
춘님~ 와우~ 하이 헬로! ^^
저 고기는 저를 좀 아프게 했답니다.
그만 저 왕소금이 튀어서, 숯불에 달궈진 왕소금이
눈두덩이로 튀어서 며칠 흉터가 생겼었다지요. 흑.

2007-08-28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8-2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거리 사진 찍을 때 촛점이 안맞는 이유는 먹는 것 앞에서 발생하는 손떨림 본능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오리배 말씀하시니 이 페이퍼는 말 그대로 플레져 버젼의 "생활의 발견" 이군요 ㅋㅋㅋㅋ

플레져 2007-08-28 23:23   좋아요 0 | URL
본능은 숨길 수 없더라구요 ㅎㅎㅎ
음식을 많이 찍어본 적도 없는 터라 늘 헤매곤 하는데
어쩜 그렇게들 초점이 흔들렸을까요?
하물며 식당 인테리어, 소품 사진도 흔들흔들이어요.

책읽는나무 2007-08-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너무하세요..ㅠ.ㅠ
지난번 홍수맘님께도 너무하셨다고 떼를 썼지만...님마저도 어쩜..
내가 있는 이곳에 님은 그렇게 멋진 구름을 바라보며 마구 달려오셨단 말이지요!
정말 느낌이 다른~ 새로운~ 신선한~
그리고 마지막엔 님의 풍경에 가슴까지 떨려오네요.
만약...만약 연락이 닿아 내가 슬리퍼를 질질 끌고서 애를 업고(지금은 지수를 업었겠지만)
님을 만났다면?....음~
상상만해도 정말이지~~
연락않고..그냥 가시길 잘하셨습니다..^^;;

플레져 2007-08-30 13:21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어느새 그날의 하늘이 멀게 느껴지네요.
차라리 이번 주에 갈 걸 그랬나 싶은 것이
날씨가 너무 선선하고 좋아서 경주를 다 못 보고 온 게 못내 아쉽네요.
담에 연락드리면 첨성대 앞으로 나오세욧! ^^ ㅎㅎㅎ

2007-08-29 0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포에 가는 길이었다. 영덕에 게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제주의 다금바리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너무 더웠다. 더위에 지친 몸, 가까운 곳으로 가는 데 쉽게 타협하고 말았다. 경주 사람들은 감포를 동해안, 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표지판에 동해안, 이라고 써 있고 영문 표기는 east coast. 동해안이라고 해서 강원도의 동해안을 떠올렸다가 east coast에서는 싱가포르 east coast beach 를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또 하나의 표지판. 감은사지 3층 석탑.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 감동의 장이었다.

감은사지 3층탑은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서탑은 현재 보수중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도 크기지만 소박한 마을에 아무렇지 않은듯 서 있는 문화유산.
경주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상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


감은사지 석탑이 있는 마을.







감포에 도착해 바다를 보며 맛나게 회를 먹었다. 모처럼 맥주도 한잔. 어스름해지던 바다와
갈매기들. 뚱뚱한 갈매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그 갈매기일런지도.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경주에 왔을 때 감포 어느 허름한 집에서 회를 먹었다. 감포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SUV 자동차도 감당 못할 만큼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비게이션의 카랑카랑한 설명만큼 반듯한 길이 나 있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7-08-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와우~ 상상했던 모습과 거의 비슷해요. 멋지십니다^^
감포바다와 바닷길, 횟집은 제 스물 한 살의 잊지 못할 곳이지요. 옆지기랑 처음으로
하루 데이트 코스로 간 곳이에요. 그때 참,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한 대학원생이었던
옆지기가 횟집의 비싼 밥값 내느라 엄청 돈 모아왔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추억으로 미운정도 다독이며 사는 게지요. 님, 감은사지 석탑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턱하니 버티고 있지요. 그래서 좋아요. 님, 여행이야기가 도란도란 그러네요^^

플레져 2007-08-27 19:44   좋아요 0 | URL
넘 더워서 풍경 사진도 제 사진도 많이 못 찍었어요 ^^;;
그나마 사람답게 나온 사진이 저 한장 뿐이랍니다.
옆지기님의 풋풋한 마음이 바닷물처럼 푸르네요.
그마음을 읽는 혜경님도 멋지시구요 ^^!
우리들의 연애는 참... 따스했어요. 그죠? ㅎㅎ
추억이 너무 많아 못 헤어져!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답니다 ㅋ

미설 2007-08-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도도 없는 신혼때 여름휴가로 경주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무지 더웠던 것이 젤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디카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터라 필름 사진이 몇장 남아 있네요^^

플레져 2007-08-28 08:40   좋아요 0 | URL
선선한 가을에 가면 경주는 또다른 모습일 것 같아요.
한여름과도 잘 어울리는 경주였지만..ㅎㅎ
미설님, 잘 지내셨지요? ^^

Mephistopheles 2007-08-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문화 유적지 중에 저렇게 덩그라니 홀로 서있는 경우가 제법 많아요..
전..그 중에(많이 본 것도 아니지만..^^) 강릉에 있는 객사문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아주아주 오래 전 페이퍼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음)

플레져 2007-08-28 08:41   좋아요 0 | URL
아주아주 오래 전 페이퍼...가 떠오르지 않네요. 에궁 ^^;;
강릉에도 몇 번 갔었는데 또 들를만한 구실이 생겼네요.
객사문 기억하겠습니다.

2007-08-28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길이 그리 멀 줄은 몰랐다. 수학여행을 다녀왔고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던 경주. 세 번째 방문에서야 나는 경주가 서울에서 얼만큼 떨어져 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기억도 훗날엔 빛바래져 경주와 서울의 거리를 서울과 뉴욕 혹은 정릉에서 혜화동 쯤의 거리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석굴암으로 향했다. 경주에 왔으면 석굴암과 불국사를 먼저 봐야 한다는 남편의 지론은 꽤 비장하여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남편은 그런 식으로 귀엽게 고집 부리곤 하는데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한여름 뙈약볕인데도 관람객들이 많았다. 다보탑과 석가탑은 열일곱에 보았던 그대로였다. 아무런 감흥없이 바라보았던 그때, 지금처럼 감동과 전율은 없었던 그때.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시작된 사춘기였으므로 그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초콜릿을 들고 졸졸 쫓아다니는 남자애들이 암만 나를 보고 있어도 콧방귀를 뀔 수 있었던 건 가혹한 사춘기 때문 아니었을까. 다시 돌아오라, 보이프렌드여!

 

경주 시내 거리마다 가로수들과 함께 저 분홍빛의 꽃나무가 말 잘듣는 누이처럼 다소곳 서 있었다. 불국사에서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저 꽃나무를 만났을 때 기쁨이란. 꽃나무의 이름은 <배롱나무>

-배롱나무, 지식 검색-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백일홍나무라고 하며,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즈름나무 또는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높이 약 5m이다. 나무껍질은 연한 붉은 갈색이며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무늬가 생긴다. 작은가지는 네모지고 털이 없다. 새가지는 4개의 능선이 있고 잎이 마주난다. 잎은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길이 2.5∼7cm, 나비 2∼3cm이다. 겉면에 윤이 나고 뒷면에는 잎맥에 털이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불국사 건너편, 경주 출신의 두 문인 동리 목월 문학관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휴관이어서 실내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아사달 사랑탑이 뜨겁게 불타고 있는 광장, 문학관 입구의 연꽃 늪지들, 쉴틈없이 지저귀는 새들과 빈 벤치들. 문득 여름의 절정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름은 이렇게 지나고 누군가의 원고지에선 뚝뚝 땀이 흐르고 있을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8-2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돌아오라, 보이프렌드여!
이런 위험시런 발언을 하시다닛...
경주는 여전하군요..그런데 전 경주가서 먹었던 경주빵이 제일 기억에 남는군요..
금방 나온 경주빵은 너무 뜨거워 손으로 못잡았더랬죠 그걸 호호 불면서 입천장
홀라당 벗겨버리면서 한입 베어물면 질리지 않는 팥의 단맛이...
으...먹고 싶어지네요..

플레져 2007-08-25 01:56   좋아요 0 | URL
보이프렌드는 결코 부메랑과는 다른 속성을 갖고 있으니... ㅎㅎㅎ
너무 더워서 경주빵 먹을 생각도 못했어요.
차를 타고 지나면서 아, 사먹어야지 했는데 시원한 음료수가 먼저더라구요.
다음에 경주에 갈 핑계를 하나 찾았네요.
경주빵 먹으러 ^^

라로 2007-08-2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본곳이 별로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경주엔 여러번 가게됐어요.
경주의 깨긋함이 전 좋던데,,,
님의 글을 보니 다시 가보고 싶어지네요.
메피님 말대로 입천장 홀라당 벗겨버리는 뜨거운 경주빵도 먹고싶고,,,

플레져 2007-08-25 01:58   좋아요 0 | URL
매끈한 길, 한적한 길, 인공미가 물씬한 길, 야트막한 건물들이 인상적인 도시였어요.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른 걸 보니 경주도 위대한 고전문학 작품인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2007-08-25 0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8-25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혼여행도 경주로 갔었답니다 ^ ^
동리, 목월 문학관은 최근에 생긴 곳인지, 저도 못 가봤네요.
작년 겨울에도 경주 갔었는데...
역시, 사진 찍은 앵글이 남다르셔요.

플레져 2007-08-26 14:45   좋아요 0 | URL
경주와는 인연이 깊으시군요 ^^
요샌 수학여행도 해외로 떠나는 터라
누가 이 도시를 찾아올까 싶은 괜한 걱정도 했어요.
우리처럼 불볕더위를 이겨내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괜히 안심이 되더라구요 ^^
경주의 맛집도 좋았구요, 다음엔 가을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너무 더워서 첨성대는 멀리서 힐끗 보고 지나쳤거든요.

비연 2007-08-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7월 말쯤에 경주 다녀왔었는데요^^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
어딜 가나 릉이 보이고 불국사, 석굴암 같은 멋진 사찰들도 있고요...^^

플레져 2007-08-26 14:46   좋아요 0 | URL
버스정류장 뒤로 왕릉이 보이고
어딜가나 문화유산의 터, 라는 분위기가 물씬해서 감동이었어요 ^^
 

직지사에 다녀왔다.
새마을호를 타고 김천역에 내리면 직지사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직지사에 가게 된 건 순전히 김연수(소설가) 때문이었다.
지난해 혼자 김천에 다녀온 적 있었던 자신감(?) 도 일조했다.

현대문학 5월호에 실린 김연수의 유년시절 이야기에서 만난 직지사. 일명 찌끼사.
김천 사람들의 테마파크 같았던 직지사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해 어린이날 온가족이 찌끼사에서 재미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500미터는 족히 넘게 버스 정류장에 긴 줄이 서 있었다고 한다.
택시 회사에서 일한 적 있는 김연수의 아버지가 택시기사와 협상을 시도했으나,
대목인 마당에 미터기대로 받을 수 없다는 완강한 택시 운전사와 협상이 결렬되었다.
도통 택시를 잡을 수 없어 결국 아버지는 김천역까지 걸어가는 걸로 결정을 보았고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따랐다고 한다.
그리하여 온가족이 걸어 걸어 세시간 만에 김천역에 도착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문득, 나는, 직지사에 가보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마음에 기꺼이 동참해준 어여쁜 지기와 함께.



절은 고요했다.
사천왕상을 지나 대웅전이 멀리 보이자 덜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의 평화가 시작되었다.



사찰에 가는 걸 즐기지만 모든 절이 편하지는 않다.
지난해 공주의 갑사에 갔을 때 나는 어떤 편안함을 느꼈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소리, 나를 위로하는 소리, 마음을 밀어내는 소리...

직지사에서 나는 그 두번째 경험을 하였다.

사찰에 가는 걸 즐기지만 모든 절이 마음으로 스미지는 않는다.
대웅전에서 백팔배를 올렸다.



초등학교 교실처럼 나란히 서 있는 대나무. 이런 풍경들이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제일이면 됐지. 아무렴.



초록을 마음껏 바라보며 눈을 씻는다.
마음은 쉬이 다듬어지지 않지만 눈빛은 초롱초롱 초로롱...



담장이 있고 담쟁이 덩굴이 있고 그 안에 수줍은 듯 정좌해있는 안식처들.
들여다보는 재미란. 훔쳐보는 재미란.



직지사에는 같은 모양의 삼층석탑이 있다. 비로전 앞 삼층석탑.



대웅전 앞 삼층 석탑.



대웅전 뒤뜰의 대나무숲.

돌아오는 길에 새마을호 식당칸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하루 여행이 이렇게 꿀맛이었던가.

직지사에 다녀왔다, 는 문장은 당분간 내게 꿀맛으로 통하리라.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6-1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자주 다니시는 플레져님..^^
2.0의 시대가 드디어 와버렸군요..^^
공사가 다망하셔도 자주 들리세요 호호호

플레져 2007-06-13 23:53   좋아요 0 | URL
어어. 뭘 누를 때마다 새로운 것의 연속이네요.
아~ 새로와~~
여행 자주 다닌다는 수식어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캬캬~

2007-06-14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4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4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4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달 2007-06-1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천 사투리 특이하다던데.... (생뚱맞은) ㅋㅋ

플레져 2007-06-15 12:51   좋아요 0 | URL
사투리를 구분할 수준이 안되어서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

2007-06-15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7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24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30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벌써 앙코르에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나는 앙코르에 점점 더 빠지고 있다. 어젯밤엔 밤을 새워 앙코르 관련 서적을 읽기도 했다.
꿈엔 앙코르에 있거나 앙코르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다.
드라이브를 하는 중에도, 아카시아 향기는 맡는 동안에도 나는 앙코르만 생각한다.
어떡해 ㅠㅠ



반띠아스레이 사원. (여성의 궁전)
앙코르에 대해 막연히 꿈을 꿀 때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여성을 위한 궁전이라니. 여성을 위한 무엇, 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내가 귀여웠다고나 할까.
므흣~



붉은 사암으로 만든 사원.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을 '여성' 이라 생각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공통인듯.



오르골처럼 문이 열리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도는 요정이 나타날 것만 같은 앙증맞은 사원.







한옥의 담장처럼 야트막한 담에 둘러쌓인 사원.
당시 여성들은 아주 작은 체구였던 것 같다.
문도, 소품도 자그마하다.
개구리가 폴짝 뛰어다니고 도마뱀은 부조에 붙어 꼼짝을 않는동안 어김없이 스콜이 내리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룰루오스 초기 유적지)



뚝뚝이 (인력거 혹은 택시) 를 타고 유럽인들이 모인다는 펍스트릿에 갔다.
비닐 장막을 거두고 달리는 순간, 무지 추웠다는.



펍스트릿의 책방.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들렀다는 '레드 피아노'




다음날, 똔레삽 호수 가는 길.
운전하는 사람과 배를 정비하는 소년은 부자지간이 아니라 형제지간이라고 한다.
큰 형과 여덟번째 동생쯤 된다고...
두 사람의 검은 의상이 멋스러웠다.
나도 이날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지 ^___^



소년은 우리가 배를 타고 내릴 때 이렇게 말한다.
"머리, 조씸, 하쎄요"

소년은 배를 정비하는 일이 끝나면 맨 뒷자리에 앉아있거나 형 옆에 걸터 앉아 무연한 시선으로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소년은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브이를 하라는 주문에 겸손한 브이를 들어보였다.
새우깡처럼 살짝 휜 소년의 손가락.

똔레삽 호수의 수상민족들.
똔레삽 호수의 종착역에 도착하자 밀짚모자를 눌러쓴 베트남 소녀들이
입을 스카프로 가리고 (이를 닦지 않아 냄새가 나므로...) 원숭이 바나나를 내밀었다.
갑자기 배 주위를 둘러싸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웨스턴 바레이 - 거대한 인공 저수지.



와트마이 사원.
와트마이 사원 뜰에는 해골탑이 있다.
1975년 크메르 루즈 대학살 당시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시신들의 유골들이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없이 처형당했다.
잔인하고 잔혹하다. 잔혹하고 잔인하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생각한 것보다 더 잔인했다.
그것은 누구나 '관광'하고 놀라워해야 하는 기념품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위안과 평온속에 잠들어야 하는 영혼이 아닐까.

<진정으로 그 영혼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 화장을 하고 진혼제를 올린 후 똘슬렝의 마당에 진혼탑을 세워야 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캄보디아. 그것이 오늘의 캄보디아이다 - 유재현,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중에서>

돌아오는 마지막날, 압살라춤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너무나 예쁜 크메르 미녀들. 섬세하고 귀여운 압살라춤.

전날, 친구들과 함께 평양랭면관에 들렀었다.
두번째 만남이라고 우리를 단박에 알아본 ㄱ양과 ㅅ양이 버선발로 튀어나왔다.
막 공연을 마친 ㅅ양 이마에는 오돌도돌 땀방울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었다.

그냥 막, 뜨거운 동포애를 느꼈다고 하면 오바일까.
서늘한 장조의 음성과 억양이 매력적인 북한 처녀들.
함께 찍은 사진을 랭면관 홈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어이하여 나는, 명함 한 장 갖고 오지 않은 것일까.

여행은 끝났다.
말이야 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기약할 수 없는 일.
유적지에 반한 것인지, 그 나라의 사람들에게 반한 것인지,
친구들과 함께 였다는 첫 흥분에서 못 깨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찾으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조만간 나는 앙코르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 
내 문장으로 탄생한 앙코르가 보고싶다.
천년의 시간이 고여있는 앙코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5-20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반년내에 다시 방문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플레져 2007-05-2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여행기를 다 정리하고나니 조금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아요.
이제 들뜬 기분이 좀... 사그라들었단 말씀 ^^
(반년 내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호곡)

비로그인 2007-05-2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책방을 본 뒤로부터 다른 사진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늘상 저런 사진에 가장 마음이 두근거려요.

플레져 2007-05-2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이 그닥 크지 않고 아담해요. 딱 저만한 공간이 옆에 더 있다 생각하심 될거에요. 역시나 주드님은 책 앞에선 꼼짝마,군요 ^^

세실 2007-05-2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또 가고 싶을 만큼 그렇게 매력이 있나요? 음.....
친정엄마도 올해 이곳 다녀오셨는데 사원 계단 올라다니기가 많이 힘들었다고 하시네요.

플레져 2007-05-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물론입니다. 어머님들께는 조금 힘든 여정일 수 있을거에요.
많이 걸어야 하고 더위와 싸워야 하거든요.
저처럼 모험심(?)이 많은 겁장이에게는 더없이 인상적인, 멋진 공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