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에 다녀왔다.
새마을호를 타고 김천역에 내리면 직지사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직지사에 가게 된 건 순전히 김연수(소설가) 때문이었다.
지난해 혼자 김천에 다녀온 적 있었던 자신감(?) 도 일조했다.
현대문학 5월호에 실린 김연수의 유년시절 이야기에서 만난 직지사. 일명 찌끼사.
김천 사람들의 테마파크 같았던 직지사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해 어린이날 온가족이 찌끼사에서 재미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500미터는 족히 넘게 버스 정류장에 긴 줄이 서 있었다고 한다.
택시 회사에서 일한 적 있는 김연수의 아버지가 택시기사와 협상을 시도했으나,
대목인 마당에 미터기대로 받을 수 없다는 완강한 택시 운전사와 협상이 결렬되었다.
도통 택시를 잡을 수 없어 결국 아버지는 김천역까지 걸어가는 걸로 결정을 보았고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따랐다고 한다.
그리하여 온가족이 걸어 걸어 세시간 만에 김천역에 도착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문득, 나는, 직지사에 가보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마음에 기꺼이 동참해준 어여쁜 지기와 함께.
절은 고요했다.
사천왕상을 지나 대웅전이 멀리 보이자 덜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의 평화가 시작되었다.
사찰에 가는 걸 즐기지만 모든 절이 편하지는 않다.
지난해 공주의 갑사에 갔을 때 나는 어떤 편안함을 느꼈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소리, 나를 위로하는 소리, 마음을 밀어내는 소리...
직지사에서 나는 그 두번째 경험을 하였다.
사찰에 가는 걸 즐기지만 모든 절이 마음으로 스미지는 않는다.
대웅전에서 백팔배를 올렸다.
초등학교 교실처럼 나란히 서 있는 대나무. 이런 풍경들이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제일이면 됐지. 아무렴.
초록을 마음껏 바라보며 눈을 씻는다.
마음은 쉬이 다듬어지지 않지만 눈빛은 초롱초롱 초로롱...
담장이 있고 담쟁이 덩굴이 있고 그 안에 수줍은 듯 정좌해있는 안식처들.
들여다보는 재미란. 훔쳐보는 재미란.
직지사에는 같은 모양의 삼층석탑이 있다. 비로전 앞 삼층석탑.
대웅전 앞 삼층 석탑.
대웅전 뒤뜰의 대나무숲.
돌아오는 길에 새마을호 식당칸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하루 여행이 이렇게 꿀맛이었던가.
직지사에 다녀왔다, 는 문장은 당분간 내게 꿀맛으로 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