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에 가는 길이었다. 영덕에 게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제주의 다금바리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너무 더웠다. 더위에 지친 몸, 가까운 곳으로 가는 데 쉽게 타협하고 말았다. 경주 사람들은 감포를 동해안, 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표지판에 동해안, 이라고 써 있고 영문 표기는 east coast. 동해안이라고 해서 강원도의 동해안을 떠올렸다가 east coast에서는 싱가포르 east coast beach 를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또 하나의 표지판. 감은사지 3층 석탑.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 감동의 장이었다.
감은사지 3층탑은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서탑은 현재 보수중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도 크기지만 소박한 마을에 아무렇지 않은듯 서 있는 문화유산.
경주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상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
감은사지 석탑이 있는 마을.
감포에 도착해 바다를 보며 맛나게 회를 먹었다. 모처럼 맥주도 한잔. 어스름해지던 바다와
갈매기들. 뚱뚱한 갈매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그 갈매기일런지도.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경주에 왔을 때 감포 어느 허름한 집에서 회를 먹었다. 감포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SUV 자동차도 감당 못할 만큼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비게이션의 카랑카랑한 설명만큼 반듯한 길이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