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속 이야기 수학 그림동화 4
안노 마사이치로 글, 안노 미츠마사 그림, 박정선 옮김, 김성기 감수 / 비룡소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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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자기 속의 돛단배 하나가 출렁이는 이쁜 그림책이다.

곱셈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수학을 재미없어 하는 이유가 실생활과 연결짓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이 의도하는 바는 1부터 하나씩 커지는 숫자들의 연결이 나중에 얼마나 큰 수로 바뀌어가는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처음에는 공이나 다른 보조도구를 가지고 따라가 보았지만 잠시 뒤에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래서 숫자 계산을 해보니 정말 정말 큰 수 까지 늘어가는 것을 보게되었다.

독자들도 직접 곱셈의 개념을 가리치고 계산을 해보면서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면 한층 인상이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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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본기(史記 本紀) - 신화의 시대에서 인간의 역사로
사마천 원작, 이인호 새로 씀 / 사회평론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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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계의 약점 중 하나가 고전 출판에 너무 인색하다는 점이다. 유명한 고전 중에 제대로 된 번역이 나온 것이 극히 최근인 경우가 많다. 예전에 많이 팔리던 사상전집들의 경우 상당 부분이 일본에서 나온 번역을 적당히 중역한 것이 많았다. 한번 해석된 것을 재해석 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애매모호한 표현속에서 독자들은 헤메야만 했다.

동양 최고의 고전 사기가 전체로 번역된 것도 그리 오래지 않는다. 열전만 몇차례 번역되었지만 본기의 경우 제대로 시도된 적이 많지 않았다. 특히 일본에서 나온 비슷한 주제의 소설까지 번역되어 팔리면서도 정작 원전을 번역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면이 많았다. 까치에서 나온 번역이 좀 낫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번역도 매끄럽지 않아서 내가 사서 권한 분의 경우 읽다가 포기했다고 한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이 바로 이 사기본기다. 저자는 매우 편한 한국어로 번역을 깔끔하게 만들고 곳곳에 과학적 연구성과물들에 기초한 이해를 돕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인어가 실은 유공이라는 물고기라는 점을 지적한 부분은 나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부분이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고전번역에 대한 작가의 노력을 기대하면서 대학생의 경우 절대적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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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ha 2004-11-1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치에서 나온 사기 전집은 한문학자들이 번역한걸로 알아요.

사마천 2004-11-1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의 삼국지가 한글세대에게 폭팔적 인기를 얻은 이유가 매끈한 한글 구사와 함께 평석이라는 구조였는데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앞으로 계속 나오겠는데 관심 두면서 보려고 합니다.
 
시마과장 1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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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마과장

 

일본 경제가 급속도로 확장되며 세계를 뒤흔들어 놓을 시점의 이야기다. 하쯔시바의 실제 배경은 전자업계의 초일류기업 마쯔시다이다. 작가인 히로카네 겐시가 회사생활을 한곳은 마쯔시다의 선전부로서 실제 시마의 초기 역할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시마는 여기서 팜플렛,달력 제작 등 홍보에 관한 일을 하다가 상사의 눈에 들어 미국지사에 파견된다. 여기서 주요 파벌간의 갈등에 끼어들었지만 슬기롭고 원만하게 해결해가면서 점차 발전해나간다. 미국의 뉴욕, LA, 라스베가스 및 필리핀까지 세계 여러 곳을 오가는 시마의 모습은 당시 세계 각지에 나가 활동하던 일본 회사원들 모두의 활약상을 한데 모은 것이다.

 

이 만화의 장점은 뛰어난 사실성이다. 만화를 통해서 일본 대표적인 기업의 내면을 볼 수 있다.

우선 조직은 하나의 봉건 영토이고 조직원에게 충성심은 절대적으로 강조된다. 운명을 같이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곧 배신자로 취급된다. 특히 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인줄 알고 섯불리 받았다가는 자신의 말이 녹음되어 상사의 책상에 놓이는 사태를 맞게된다.

조직의 가치는 때로 극단적으로 미화되어 회사가 곧 신성한 곳이라는 표현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미국지사에서 여자와 애정표현 하다가 상사에게서 호되게 꾸지람을 듣는 대목에서 이 이야기가 나온다.

신성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만큼 절대적이 된다. 시마를 보면 회사의 특명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행한다. 심지어 홍보 관련해서 외부에서 주는 상을 받기 위해서 섹스파트너 교환을 하는 일까지도 감행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족을 얼마간 버린 상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선 본사의 전근 명령을 받았을 때 주저하면 감점한다는 제도도 작품에 나온다. 시마는 마침 와이프와 거리가 있던 상태라 거의 주저하지 않고 사령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덕분에 A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대가는 있게 마련이다. 시마를 비롯하여 부장이상으로 출세하면서 멀쩡하게 가족을 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다른 애인이 있고 본처와는 사실상 별거에 들어간 상태다.

참고로 일본은 간통죄가 없다. 이것이 더욱 가정 파괴를 부추긴다. 거기에 더해서 원조교제의 분위기도 일조를 했다.

 

그러면 이렇게 소중한 가정도 파괴되며 일중독에 빠진 일본 회사원들이 가지는 보람은 무엇일까? 작품의 마지막에 사장으로 오르는 나까자와의 입에서 나오는 한 단계 오를 때 마다 전혀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이사가 되니 개인이라는 단위가 세계의 움직임에 관여할 때 공포감이라는 느낀다.라는 거창한 말이 바로 그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표현해준다.

 

2차 대전에서는 분명 일본이 졌지만 비참한 패전을 극복하고 이제 새로운 경제전쟁에서 이겨나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일본의 위상을 높이는 경제전사들이 느꼈던 프라이드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회사는 그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줄 것인가? 대가는 준다 하지만 공정하게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성장이 정체함에 따라 점점 좁아지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실력보다 세력다툼에 나서는 여러 파벌이 생겨난다. 공동 운명을 가진 파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실성과 실력보다는 정치에 의해 자리가 결정된다. 덕분에 출세하려면 실적과 실력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기껏 과장이다라는 후쿠다 상무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상사에게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인간은 매력이 적다. 대표적으로 내세운 존재는 곤노 주임이다. 상사에게 있는 힘을 다해 충성하는데 황당하게도 부인까지 실은 상사의 첩이라는 설정이 나온다. 자신이 위에 충성을 바쳤으니 다시 아래에도 그만큼 요구를 한다. 그래서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의 주범으로 행동한다. 전형적인 상후하박의 모습인데 실제 직장생활에서 대부분의 출세주의자는 이런 모습을 나타낸다.

 

시마는 파벌활동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런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거기에는 바로 영어라는 포인트가 있다.작가가 합리적으로 제시한 근거는 그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그 후에도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탄탄히 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전공투(한국으로 하면 전대협, 한총련이지만 훨씬 급진적으로 운동을 전개함) 세대라 대학때 거의 공부하기 힘들었다고 보면 시마의 영어실력이 희소성을 가져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덕분에 해외 파견이나 각종 외국인들과의 협상에서 시마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장이 될 때까지 한번도 해외 나가보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여러가지 문화를 오가면서 원만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솔직히 무리다.

 

그래서 설정된 것이 남들의 도움이다. 우선 어디를 가든 입사동기를 찾는다. 멀리 뉴욕이나 필리핀에서도 그리고 오사카 지방이나 다른 곳을 가도 늘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함께하며 회사 분위기를 익힐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동기들이다. 이건 일본이라는 사회를 이해하는데 주요한 특성 중 하나다. 다른 파벌은 공식적으로 불허하지만 동기들과의 모임은 장려하고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조직간의 의사소통과 업무협조를 위한 백도어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자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파벌로부터 독립되어 낭인을 표방하는 시마지만 항상 상사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다. 왜 일까? 시마가 가진 독특한 매력으로 상사들의 가장 어려운 뒤치닥거리인 여자문제를 도맡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냥 치닫거리가 아니라 여자들의 적극적 구애를 적당히 받아들이며 자신도 적당히 못 이기는척 그 분위기에 빠져든다.

여러 여자들은 때로는 몸까지 던져가며 시마의 성공을 위해 헌신적 도움을 준다. 왜 시마에게 이런 행운이 계속 따르냐고 묻는 독자에게 작가가 내놓는 답은 시마에게는 인간미가 있다는 것이다. 만화 곳곳에서 작가의 배려는 쉬지 않고 시마가 보인 선행을 열거한다.

파벌 싸움에서 밀려버린 옛 상사에게 찾아가 솔직하게 암이라고 알려주고 숨겨진 아들을 만나는데 도움을 준다. 인종차별 당하는 흑인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해 머리를 쥐어짜 놓쳐버린 계약을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 아침 전철에서 할머니에게 자리 양보하라고 핏대올리며 싸우기도 한다. 또 경품으로 받은 비싼 옷을 길거리 노인에게 넘겨준다.

어찌 보면 누구도 못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하는 사람은 드문 그런 행동들이 계속 나타난다.

 

이 작품의 디테일한 묘사도 매우 훌륭하다. 한국의 독자로서 내입장에서 이렇게 만화를 통해서가 아니면 언제 긴자의 요정을 가볼 것인가, 직장내 성희롱의 생생한 현장 나아가 일본 이사회의 치열한 권력 암투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을까? 기업가들의 홍보용 자서전을 아무리 보아도 이런 생생한 내용은 결단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생생함은 아주 작은데서도 나타난다. 맨하탄의 일식집에서 요리사가 투덜대며 이 사람들은 튀김을 기름에 바싹 튀겨내기를 원한다고 하는 말도 취재에서 얻은 내용일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새우와 오징어는 기름장이 아니라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맛있다고 하는 팁 하나까지 제공하는 친절함도 보여준다.

 

작품이 리얼하다 보니 찬찬히 보면 거꾸로 일본경제의 약점이 보인다.

무역적자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 의해 엔이 높아지면서 변화되면서 국내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거품이 급속히 형성된다. 거품이 좋지 못한 점은 불로소득을 만들어 결국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처음에 기업은 호황에 좋아한다. 수출에서 본 이익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게 된다. 록펠러 센터를 비롯해서 미국의 부동산이나 심지어 고흐와 같은 그림에까지 투자한다. 하지마 이러한 투자가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일본의 강점은 제조업이었다. 미국과 맞붙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의 철강,자동차,조선,전자 등 제조업 부문의 기술력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각종 항공모함,비행기,탱크를 만들었던 그들인지라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빠른 속도로 산업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효율이란 부분에서 우위를 자랑했던 일본이지만 소프트한 부문에서는 그만큼 경쟁력이 뒤따라주지 않았다.

당장 만화에서 주인공들이 거금을 들여 사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차후 경영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렇게 된 원인 또한 만화를 잘 읽으면 나온다. 에피소드 하나로 자기 뜻을 펴지 못하고 신입사원 이야기가 나온다. 그림에 매우 우수한 재능을 가진 신입사원은 광고 부서를 희망하지만 전혀 엉뚱한 곳으로 배치 받고 만다. 인사팀에서 그를 배제한채 광고 부서에 배정한 그 해 신입사원들은 분명 역량보다는 누군가와의 연줄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풍조가 점점 심해지다 보면 하츠시바는 꽉 막힌 조직이 될 것이고 결국 하드 한 분야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던 조직이지만 막상 소프트한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머리 좋은 엘리트로 뭉친 기업답게 여러가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지만 성공율은 점점 낮아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변해가는 마쯔시다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3DO라는 게임기를 만들어 도전했다. 엘리트 중심의 경직된 조직이 만들어낸 이 작품이 과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의 패미콤과 시장에서 겨루어 얼마나 초라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결과는 일본 기업 최대 실패작의 하나로 기록되고 말았다. 참고로 한국의 LG 그룹도 여기에 수억달러를 투자했다가 똑 같이 날려버렸다.

소니의 성공요인은 역시 학벌보다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조직에 수용한 것이었다. 시마 또한 이러한 문제를 잘 알았고 아마 작가인 겐시 또한 같은 심정이었겠지만 실제 하쯔시바는 그렇게 움직이지 못했다. 차후 사령탑에 오르는 인물들도 이분야에서 큰 개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또 이 만화에는 한국과 중국은 나오지 않는다. 이것 또한 90년대에 와서는 일본의 약점이 된다.

일본은 실은 한국과 중국과는 그리 좋지 않은 사이다. 배경에는 역사적 앙금이 깔려있다. 한국과 중국은 각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따라 두나라 씩 모두 네 나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나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낼 때가 한번씩 있다. 바로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할 때다.

중국은 대범한 나라라 국교 수교할 때도 그렇게 일본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남경에서 벌어진 대학살이나 731부대의 만행을 잊지 않는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일본인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역으로 일본의 해외투자에서 중국의 비중을 낮게 잡는 원인이 되었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는 늦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중국에 투자를 시작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보면 동남아와 중국을 비교해 볼 때 비용과 생산성이라는 측면 모두에서 중국은 동남아에 비해서 높은 성과를 가져왔다. 이는 곧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과 일본의 대표기업들과의 경쟁력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

 

작가가 인식한 이러한 문제점들은 결국 일본기업의 발목을 잡고 후속작 시마부장에서 그 후유증들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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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10-25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입니다.
작품에 비해 리뷰가 아깝습니다.
사실 '시마과장'은 남성들의 환타지지, 그렇게 심오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사마천 2004-10-25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마부장> 막바지에 나오는 기업의 사장 선출 방식과 <정치구단>의 내각제에서 수상 뽑는 방식이 매우 흡사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적 전통이 정치,사회 곳곳에 일관된 특성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보여집니다. 그런점에서 보면 넓은 의미의 리얼리즘이죠. 일본을 배울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특색 중 상당수 가령 후쿠다,곤노 등의 인물은 우리 기업에도 많이 있죠. ^^

바람구두 2004-10-2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마과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손에는 잡히지 않는 만화책이었는데, 사마천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해가 보다 쉬워질 것 같군요. 추천하고 갑니다.
 
신의 봉인 - 상 - 빙하시대의 수몰된 왕국들
그레이엄 핸콕 지음, 오성환, 마도경, 이원기 옮김 / 까치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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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신의 지문을 읽다가 강력한 충격을 받은 대목이 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으면서 이집트 신관과의 대화를 통해 이집트 역사를 추론하는 부분이다. 거기서 내가 읽은 범우사 번역본은 친절하게도 헤로도토스의 오류라고 지적을 한다. 하지만 핸콕은 바로 이부분을 당시 사관의 증언을 바탕으로 파헤쳐서 피라미드의 역사가 우리가 알던 것 보다 오래된 것임을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로 발전시켜 나간다. 아울러 고대의 수많은 신화들에 나온 미세한 대목에서 훨씬 발달한 문명이 과거에 지구에 존재했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리고 그 주장은 계속 전개된다. 이 작품 신의 봉인은 먼저 신의지문을 잘 소화하고 중간중간에 나왔던 신의 거울도 살펴보아야 한다.

저자가 주장한 당시 아틀란틱스 남극에서 찾기 노력은 이 작품에서 얼마간 부정되는 것 같다. 플라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근거로 찾아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하지만 대상이 남극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전 문명 존재의 중요 근거로 사용했던 고지도 부분도 얼마간 비판을 받아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논리는 지켜나가면서 계속 확장을 시도한다. 멀리 일본과 대만 까지 뒤지고 다니면서 이어진다.

저자는 이 책 앞부분에서 일본의 독지가에게 많은 혜택을 입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신의지문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일본에서도 상당한 히트를 쳤다. 덕분에 어느 일본 사업가가 막대한 자금을 공여하여 저자의 지적탐구 노력을 지원했다. 아마 한국의 어느 독지가가 한국 고대문명 - 가야에서 고구려까지 - 에 대해 자금과 지적 지원을 했다면 그것 또한 여기 포함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가 두는 경계는 별로 없는데 신의지문에서 이집트, 남미를 근거로 했고 신의 거울에서 앙코르와트에 확장했다면 이제 이작품에서 동양의 몇몇 나라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여정은 다 끝나지 않았다. 아직 가설을 완전히 입증할 결론은 다 나오지 못했고 자연의 한계를 넘어 추구되는 그의 지적 노력은 기존학계와의 정면 대결을 통해 신선한 충격들을 준다. 참고로 옛문명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서 일부 내용에 핸콕의 저작을 비판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와같이 주장-비판-반비판으로 이어지는 꾸준한 지적 노력을 통해 발전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진행과정을 일일이 따라가기 어렵고 단지 가끔 나오는 책들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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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덫
장하준 지음 / 부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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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자가 장하준교수에게 당신은 좌파요 우파요 하고 물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는 편을 두쪽으로 갈라서 서로 투쟁하기에 몰두했던 한국 사회의 현실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당신이 내 적인지 한편인지 그것부터 알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국에 최근 고민이 생겼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외형적으로 개혁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 임명된 장관들이 펴고 있는 정책은 외교의 숭미주의와 경제의 신자유주의라는 기형적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삶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혁은 대부분 구호에 그치고 피부에 와닿는 것은 냉엄한 신자유주의가 내세우는 자유경쟁의 미덕이다. 더 나아가 자본의 무국적과 지고지선을 주장하는 논리에 별로 맞서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현실의 민초들은 불황과 청년실업 그리고 불투명해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양극화는 더욱 진행되어 부동산을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자 사이에 깊은 골이 나온다. 수출은 호황이라고 하는데 내수는 극도로 침체된다. 자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가지 답을 댈 수 있을 것이다. 기업 경쟁력의 핵을 만드는 기술력의 부족, 기초를 만드는 이공계의 빈약함 다시 이공계가 졸업도 채 안하고 사법고시와 의대편입에 메달리는 현실, 고교 졸업생의 질저하와 로또식 대입에 대한 대학의 불만, 유사 본고사 실시에 대한 비강남 학부형들의 불만.

문제는 계속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하지만 정작 근본 문제는 좌든 우든 논리와 철학이 빈곤하다는 점이다. 집권당의 유력 국회의원인 유시민은 TV토론에 나와서 열린우리당은 좌우에서 동시에 공격받으니까 제대로 가는 것이라고 자기 변호한다. 왜 그러면 좌우에서 동시에 지지받는 정치를 펴지 못할까 고민해봤는지 묻고 싶다. 장교수가 책에 예로 든 스위스,스웨덴 등 여러 나라들이 한때 심각한 대립을 겪었지만 결국 타협으로 끌고갔던 좋은 경험을 놔두고 왜 끝까지 대립해서 싸우다가 외세에게 휘말린 임진왜란과 한일합방의 아픈 경험쪽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까. 반면 지금 베스트셀러가 된 공병호의 10년후 한국을 보면 진단에 동조할 수 있지만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정책대안들에는 문제가 많다고 여겨진다. 공병호가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신자유주의 전도서를 찬양했듯이 과거의 개발독재를 자유주의라고 표방하는 것은 한참 우습다. 도대체 언론 표현, 선거의 자유가 일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를 감히 자유라는 가치를 내세워 포장한다는 기괴한 논리가 어떻게 성립될 것인가? 물론 박정희식 독재가 전제조건이 된다면 다시 고성장도 가능할지 모른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말하고 제값 받고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머리를 마음대로 기르고 저녁 12시 넘어서도 고성방가 할 수 있는 등 거의 모든 자유를 다 포기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유시민이나 공병호 둘 다 좌우로 갈라섰지만 말만 잘할 따름이지 내용에서는 깊이와 가치를 보여줄 게 없는 헛똑똑이 들이다. 이런식으로 현재로서는 좌도 우도 제대로 현재 놓인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상대에게 설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장교수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훨씬 깊은 고민과 경험,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바에 대한 깊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예전의 정운영 박사가 보여준 촌철살인의 묘와 깊은 공부가 같이 보이는 책이다. 그의 글에 좌냐 우냐 하며 딱지를 붙이려는 태도는 잠시 접어두자. 어차피 좌든 우든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상은 아니다. 멀리 유럽에서 수백년간 피터지게 싸우면서 논리를 다듬어 낸 이론에는 당연히 그들의 삶이 담겨 있을 것이다. 절대 피카소나 고흐의 그림에 한국인의 모습이 없듯이 남의 잘난 모습 아무리 떠받들어 봐야 거기에 우리의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할 교조님의 말씀은 찾을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여기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이 창조적 고민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교수의 이 책은 전작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논리적으로 전개된 그의 선진국의 위선 파헤치기 노력과 병행되는 것이다. 핵심적 논리는 논문형식으로 된 사다리 걷어차기가 짜임새 있으나 실제 삶에서 대중들에게 쉽게 와닿는 것은 이 책에서 나온 기고문이나 대담이 더 좋을 듯 하다. 수년간 지속된 장교수의 비판이 위정자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결국 문제가 점점 커져 이제 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오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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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발표된 글을 모아서 그런지 다소 산만한 느낌은 있지만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발언을 한 점은 마음에 들어요 근거 인용이 자꾸 동어반복인 건 좀...어쨌든 그는 미국에 휘둘리지 말고 보호 무역 쪽으로 가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사마천 2004-11-1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F 이후부터 거의 4-5년간 썼던 글들이라 시점이 꼭 통일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가진 순진한 생각 - 미국은 우리를 6.25 때 처럼 도와주는 것이구나 - 을 먼저 버리게 도와줍니다. 그들의 비린내나는 과거역사, 지금의 금융자본의 수탈 의도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하겠죠.

보호주의로 가자고 감히 주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막상 모두 보호로 가면 수출밖에 살길 없는 한국이 잘 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보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어내는데 한국의 시스템 - 관료주도,재벌,그리고 근면한 근로자의 일체 - 이 꽤 효율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계속 살아가면서 문제를 가져가야 하는 진행상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