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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맛있다 -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강제윤 지음, 이상희 사진 / 생각을담는집 / 2013년 7월
평점 :
통영은 아름답다
바다위에 굽이굽이 드리운 섬들의 자태는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통영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탄생해서 통영인들의 자부심 또한 크다
토지의 박경리, 세계적 음악인 윤이상, 유치환,김춘수 등
무엇이 이를 가능했을까?
우선 통영의 역사를 개관해보자
이순신 장군의 한산 대첩 이후 통영에 수군 본부가 만들어지고 통제사가 머문다
군비를 감당하기 위해 공방이 설치된다
일제시대가 되면 이들은 해체되지만 기술은 계속 전수되어 맥을 잇는다
예술가들의 안목은 통영의 아름다움과 만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일제는 자신의 치욕적 패배를 담은 한산 대첩의 고향을 더 강하게 억누르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통영인들의 반발도 커진다
물질적 조건도 중요하다
통영이 일대 물산의 집하지였다 보니 부자들도 많았다
신분도 자연 약화되어서 중인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렇게 자연-통제사-장인-일제시대-오늘날의 예술가
긴 연결이 만들어진다
하나의 예술품은 그냥 불쑥 땅에서 솟는 것은 아니다
박경리의 문학이 깊은 역사성을 갖는 이유는 그가 격동의 시간에서 고민을 압축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구한말에서 근대까지 이어지는 격량, 그 자체에 머물러 있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통영이라는 공간은 그렇게 욕망과 갈등이 모여드는 근대적 공간이었고 작가를 탄생시킨 용광로 역할을 하였다
박경리 선생의 묘와 기념관이 커다랗게 통영의 한자리를 차지하지만 그녀가 고향을 50년을 찾지 않았다는 것 또한 놀라운 역사였다. 이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삶을 세세하게 보아야 한다. 하지만 기념관 어디에도 그녀는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의문을 갖고 있다 이 책을 보았다. 부친의 첩질과 소박, 남편이 전쟁통에 사별한 것 그리고 박경리의 재혼. 여기에 힌트가 있다고 한다. 옛날 고향의 정서는 그녀에게 씻기 어려운 한을 주었기에 고향은 그녀에게 돌아보고 싶지 않은 땅이 되었다고 한다.
신이 한쪽문을 닫으면 다른 문을 연다고 하듯이
그녀의 고통은 글로 풀어져가고 그 덕택에 우리는 위대한 거작 <토지>를 가지게 되었다
남편,아들 모두들 잃고 홀로 남은 그녀가 헤쳐나가려고 살아온 치열한 삶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삶 속에 녹아 있는 통영의 모습이 포개져서 눈에 들어온다
고향은 체험은 버리고 싶어도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통영의 대표적 인물 윤이상의 삶도 모순적이었다
윤이상은 자부심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덕분에 국제음악제는 열리지만 이름은 정작 빠져버렸다
거리는 만들었지만 윤이상 기념관 옆 공원에는 그의 이름은 빼었다
박경리의 문학은 끌어안고 싶었지만 윤이상은 아직 부담스러운가 보다
윤이상 논란의 중심인 동베를를린 간첩 사건을 좀 자세히 보아야 한다.
요즘도 박대통령의 선친 박대통령의 치적과 인간미를 설명할 때 독일에 파견된 광부들과 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 광부들을 받아준 독일은 동베를린 사건에서 윤이상에게 무기형이 선고되는 걸 보고 광부 사업을 중단시킨다.
냉전을 좀 벗어나서 본다면 이는 한국의 과오가 된다
이제 통일 대박 시대에 하나씩 과거를 내려 놓을 때가 되어가고 있다.
통영을 돌아오고 싶었던 윤이상 그의 기억에는 통영의 풍광과 맛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전복, 굴 등 다양한 해물은 통영 앞 바다의 섬 사이 잔잔한 바다에서 많이 나온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더 크게 남아 오랫동안 사람을 지배한다
이렇게 박경리도 윤이상도 삶은 모순적이었다.
커다란 상처를 그냥 아픔으로 놔두지 않고 그들은 예술을 만들었다
박경리 기념관에 남겨진 목소리들을 보면 그녀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예술이 없다는 굳건한 태도를 보여준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삶의 고통이 되고 다시 예술이 되는 것
통영 속의 모순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결과물들에 감탄을 멈출 수 없다
그 멋과 맛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우리들은 더 많이 기뻐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통영에 작가가 머물며 만든 노작이다.
하나 하나 삶을 지켜보고 탐구하면서 만든 작품이라 통영을 이해하려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다 보고 나면 맛과 멋을 찾아 휙 떠나게 만들어 준다
다시한번 작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