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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봉인 - 상 - 빙하시대의 수몰된 왕국들
그레이엄 핸콕 지음, 오성환, 마도경, 이원기 옮김 / 까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전작 신의 지문을 읽다가 강력한 충격을 받은 대목이 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으면서 이집트 신관과의 대화를 통해 이집트 역사를 추론하는 부분이다. 거기서 내가 읽은 범우사 번역본은 친절하게도 헤로도토스의 오류라고 지적을 한다. 하지만 핸콕은 바로 이부분을 당시 사관의 증언을 바탕으로 파헤쳐서 피라미드의 역사가 우리가 알던 것 보다 오래된 것임을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로 발전시켜 나간다. 아울러 고대의 수많은 신화들에 나온 미세한 대목에서 훨씬 발달한 문명이 과거에 지구에 존재했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리고 그 주장은 계속 전개된다. 이 작품 신의 봉인은 먼저 신의지문을 잘 소화하고 중간중간에 나왔던 신의 거울도 살펴보아야 한다.
저자가 주장한 당시 아틀란틱스 남극에서 찾기 노력은 이 작품에서 얼마간 부정되는 것 같다. 플라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근거로 찾아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하지만 대상이 남극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전 문명 존재의 중요 근거로 사용했던 고지도 부분도 얼마간 비판을 받아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논리는 지켜나가면서 계속 확장을 시도한다. 멀리 일본과 대만 까지 뒤지고 다니면서 이어진다.
저자는 이 책 앞부분에서 일본의 독지가에게 많은 혜택을 입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신의지문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일본에서도 상당한 히트를 쳤다. 덕분에 어느 일본 사업가가 막대한 자금을 공여하여 저자의 지적탐구 노력을 지원했다. 아마 한국의 어느 독지가가 한국 고대문명 - 가야에서 고구려까지 - 에 대해 자금과 지적 지원을 했다면 그것 또한 여기 포함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가 두는 경계는 별로 없는데 신의지문에서 이집트, 남미를 근거로 했고 신의 거울에서 앙코르와트에 확장했다면 이제 이작품에서 동양의 몇몇 나라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여정은 다 끝나지 않았다. 아직 가설을 완전히 입증할 결론은 다 나오지 못했고 자연의 한계를 넘어 추구되는 그의 지적 노력은 기존학계와의 정면 대결을 통해 신선한 충격들을 준다. 참고로 옛문명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서 일부 내용에 핸콕의 저작을 비판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와같이 주장-비판-반비판으로 이어지는 꾸준한 지적 노력을 통해 발전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진행과정을 일일이 따라가기 어렵고 단지 가끔 나오는 책들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