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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중업이다 - 이한동 회고록
이한동 지음 / 승연사 / 2018년 10월
평점 :
이한동은 중진 정치인이다.
대한민국의 총리를 2년2개월 역임했고, 국회의원도 6선에 달했다.
연천이라는 경기도의 작은(인구 17만) 지역 출신으로 대단한 성취다.
사람들이 잘 기억 못하지만 집권당의 대선 후보 경선전에 직접 나섰고 나중에는 작은당을 만들어 직접 출마도 했었다.
하지만 노무현 바람에 비해 너무 미약한 성과를 보면서 씁쓸해했다고 한다.
그의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이 나와서 들여다보았다.
현대사는 격변이다.
그 와중에 이한동은 전두환에게 발탁되어 의원이 되고,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니 매우 독특한 경력인 셈이다.
딱 이 대목 하나만으로도 그는 난세를 헤쳐나간 처세의 대가다.
그 중간에 노태우,YS 정부에서도 결코 무시 당하지 않을 지위를 받아내었다.
사시패스한 검사라는 점에서 자질이 있지만 그의 노력 또한 상당했다.
특히 친화력은 정치인으로 활약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시험 공부할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의형제를 맺는 경우도 있었고 주변에 친교가 다양했으며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출세해 가는 과정이지만 사실 성향 다른 지도자들이 그에게 맡기는 역할은 때로 매우 곤욕스러웠다.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바뀔 때는 백담사에서 나와 최종증언하도록 만드는 협상을 끝까지 맡았다고 한다. 나름 은인에게 고역을 시키다 보니 인간적으로는 괴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궂은 일을 해야만 성과로 인정 받는다.
정치적 감각도 상당했다. YS로 넘어갈 때 민정계중진들이 박태준,박철언,이종찬을 중심으로 반발했는데 여기 처음 참여했다가 잔류해서 집권당 일원을 유지한다. 후일 YS는 다른 기회를 주면서 보상한다
또 이 정권이 다시 DJ로 넘어가는데 JP와 연합해서 참여하고 결국 총리까지 올랐다는 건 대단한 변신이다.
특히 DJ에게서 박식 똑똑하다고 칭찬 받았다는 일화는 쑥스럽지만 주변의 성원에 여기 글까지 올렸다고 한다. 참고로 DJ는 남 칭찬을 잘 안했다고 한다.
보통 정치인의 책에서 기대하는 건 일화다. 일전에 <이종찬>의원의 회고록을 보았다. 두 분이 꽤 치열하게 여러대목에서 경쟁했었기에 책도 대조가 된다. 당시 이종찬 의원의 책에서는 역사라는 색이 매우 짙게 느껴졌다. 독립운동에서 내려오는 기맥, 역사를 알아야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 등. 그렇게 일화로 건져낼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안타깝게도 말을 너무 아낀다.
일화는 극히 빈약하고 지역구에 43번 국도 내주는데 예산 청했다는 등이 있다. 가장 기대했던 DJP 연합 붕괴 과정도 약간 속살이 있지만 거기까지다.
저자의 경력에서 나올 수 있는 일화는 많다.
특히 4명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했으니 대통령학을 지어내도 충분히 사료로 가치가 있겠다.
그럼에도 여행다닌 이야기와 영달에 치우치니 매우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의원은 자기보다 한참 못하다고 생각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어찌보면 거기에서 상한선이 그어진다.
오랜시간 정치를 했지만 진정 국민에게 주려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나 하는 대목에서 자괴감이 들것 같다.
전노,YS,DJ 모두 집권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노무현은 부끄러움을 목숨으로 값을 치렀다.
그 결기가 인물의 크기를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인식이 온다.
그래서 결국 안타깝지만 솔직함과 비전, 재미까지 쳐서 평을 해봐도 별점을 짜게 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