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도체 전쟁 -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국의 역습
남윤선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5월
평점 :
반도체 전쟁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2015년 반도체산업 진출 특히 한국이 장악한 D램 시장에 전격적으로 매진하기로 선포했다. 거대한 국가자본을 민간에 위탁하고 이를 통해 다각도로 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마이크론, 하이닉스에 연이어 인수 및 제휴 제안을 했다. 일단 양측 모두 거절했지만 선두 삼성전자는 전사적인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에게 여러 차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릇을 하고 있지만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간단하게 보아도 전두환 회고록에는 자신이 주변의 부정적 의견에도 반도체 산업 흥기에 큰 기여를 했다는 걸 강조한다. 이와 반대로 엄낙용 회고록에는 반도체에 대해 무지하여서 제대로 지원 못하고 반대했었다는 고백도 있다.
이와 같이 당시에 성공 여부는 불확실했고 이를 과감히 뚫고 나간 기업가와 금융 그리고 이 모두를 조율해나간 국가적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도널드 그레그 주한대사는 한국을 위해 몇 가지 선물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 지원이다. 당시 미일간의 경제전이 치열할 때 그레그는 한국 반도체를 측면지원해서 일본의 기운을 뺐다.
긴 과거를 열거한 이유는 전략산업의 성장에는 국가 더해서 국제정치까지 작용한다는 점을 환기하려는 이유다.
그럼 이 시점에서는 어떨까?
중국이 무서운 건 기업 한 둘이 덤비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둘 들어오면 당연히 삼성과 하이닉스가 대만이나 일본 기업을 몰락시키듯이 시장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몇십조 정도를 들고와도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가 아예 국가라면, 그것도 넘버 2의 경제대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국의 한국 추격은 LCD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처음 쭈뼛쭈뼛하던 중국 기업들이 어느새 한국을 제치고 가장 최근 세대 투자에 성공한다. 반면 한국은 이미 LCD 경쟁은 포기해가는 분위기다. 이 사이클이 메모리에서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들은 먼저 책 가장 앞부분을 10년뒤를 내다본 가상소설로 암울한 미래상을 전달해준다. 그냥 그 모습은 수년전 나왔던 <반도체패전>이라는 일본 저자의 책을 옮겨 놓으면 될 것이다.
그럼 이 시점에서 어떤 일들이 필요로 하는가?
우선 중국은 정상적으로 싸우지 않는 강국이라는 점을 잘 보아야 한다. 중국의 한국 반도체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은 작년 내내 화제였고, 도를 넘어서 고급 기술 뺴오는 일에 수백억을 베팅한다고 한다. (일설에는.. )
저자 또한 최근 삼성전자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례를 자세히 소개한다.
그럼 중국의 이런 태도만 문제일까? 저자는 서울대 반도체 연구소가 쇠락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해에만 수십만명의 대학생을 쏟아내는데 그 중에서도 공대생의 우수성이 날로 높아져간다. 중국이야기다. 이들의 인해전술은 언젠가는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D램에서 우위는 지켜가고 있지만 삼성이 확장대상으로 삼았던 AP 시장에서 오히려 중국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활약이 놀랍다. 보통 팹이 없는 설계 전문 기업을 팹리스, 거꾸로 생산만 하는 위탁생산기업이 있는데 두 분야 모두에서 중국의 약진은 놀랍다. 반면 한국은 삼성이 둘 다 진출했지만 메모리만한 성과는 아직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건 주변이다. 한떄 잘나가던 코아로직 엠텍비전 같은 회사는 이제 거의 추락 중이다. 쭉 뻗아나갔다면 이 전쟁에서 큰 힘이 되었을 중견기업들이 한국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저런 우울한 내용을 보면 가장 중시해야 할 건, 국가적 산업전략으로 보인다 이게 중국에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자금 지원도, 정책의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저자가 내 걸었던 우울한 미래는 다가올 듯 보인다. 과거의 반대말은 무엇이냐고 누가 물었다. 상상이라는 답이 나와서 내심 놀랐다. 거기에 하나 더 나아가야 한다. 바로 선택이다. 어떤 미래든 본인의 선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디 앞으로 바른 선택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좀 더 지켜주기를 바란다.
책에 대해 총평하지만 시의성을 맞추려고 기자,애널리스트,연구자 셋이 힘을 합쳤다. 시도는 좋았지만 젠체를 꿰는 일관성을 좀 떨어진다. 취재 대상의 제한성도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하지만 전쟁의 맨 앞에서 알림판 노릇을 잘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