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 부가세에서 IMF사태까지
강만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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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최대의 위기 속에 놓인 한국경제.
그 수장 강만수가 야인 생활 하면서 만들어낸 역작.
내용이 꽤 디테일하고 실제 국가 경제 운영은 이런식이구나 하는
생생한 이야기가 두터운 책 안에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사마광의 <자치통감>이 훌륭하다고 해서 왕안석보다 정책을 훌륭히 펼쳤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듯이 강만수가 돌아와 다시 국가 운영을 하면서 보여주는 면모는 매우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막강한 후원으로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그에게 권위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왜 일까?

정책의 세밀함이나 논리의 문제를 차지하고 그가 내리는 판단의 중심에서
우리는 공정함을 찾기 어렵다.

사회의 비효율을 만들어내는 원흉인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에 대한 개선의지는 별로 없었는데
초반에 일없는 공무원 따로 떼어내라는 이명박 지시에 눈가리고 아웅하다가 질타 당한 일화도 있다.

종부세 폐지에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은 최근에 와서
어려움을 빌미로 다주택자 양도세 경감으로 확 나가버린다.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분명 논리에 의한 태도다.
그의 주장이 맞을 수는 있지만 뒤집어서 그에게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기 어렵다.

IMF를 맞은 원인은 여럿이 있을 수 있다.
노조도 문제고 야당도 문제가 국회도 문제가 부정부패였던 대통령도 문제다라는 식으로
강경식 등은 법정에서 사후 변론을 했다.

맞다. 다 문제다.
하지만 다들 어렵다고 뒷짐지는 와중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그때 바로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IMF를 맞은 큰 원인에 대통령의 무지와 잘못된 보좌가 있다.
그 보다 더욱 큰 원인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불법대출을 마구 자행해 한보 등의 대형 부도를
만들어낸 어리석은 대통령의 황태자와 측근들이 있었다.

바로 그 황태자가 이번에 다시 한나라당의 씽크탱크로 복귀한단다.

다시 강조하건데 어려움을 이겨내는 저력은 논리가 아니라 공정함에서 나온다.

지금이라도 다수의 표를 몰아 받은 MB정부의 대오각성을 요청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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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CEO들 - 1%를 꿈꾸는 99%의 도전자들을 위한 로드맵
이형근.한정훈 지음 / 페가수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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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너무 좋은 아이템들이 많았는데 2시간 듣고 판단하느라 기회를 놓침”
- 이준희 옥션 창업자

초기 옥션의 성공을 보고 자금 투자 받으려고 몰려왔던 많은 아이템 – 한게임을 비롯한 -을 그냥 흘려버린 아쉬움을 담은 이야기다. 내가 좀 더 높은 위치에 있었어도 결코 교만해서는 안된다.

“20-30대에 창피해야 50대에 창피하지 않게 될 수 있다”
- 우성화 티켓링크 대표

젊을 때 손에 구정물 안 묻히고 살려고 어려운 일 피하다 보면 나이 먹어서 할 일이 없어진다. 관료나 대기업 고위직으로 지내다가 사회를 나와서는 막상 할 일이 없어지는 그런 분들이 뼈저리게 들어야 할 이야기다.
차와 집은 줄이기 어렵다고 하는데 기업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궂은 일은 제쳐놓고 내가 아는 사람, 내가 할 줄 아는 일만 하면 되는 현실안주형 체질을 키워준다. 편리함이 주는 독이라고도 표현 할 수 있는 부작용이고 회사를 옮기기 어렵게 만드는 이전 비용이 되기도 한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해보야 함”
- 송재경 리니지 개발자

“책읽기는 처음 경영에서 인문사회로 다시 철학정치 마지막에는 진화생물,유전,진화심리로 옮겨 갔다”
- 휴맥스 변대규 사장

경영은 극히 작은 부분을 다루는 기교에 불과하다는 깨우침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싸이월드, 디시인사이드 등의 창업자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모두가 다 노력만큼 보상을 받지는 않았다고 해도 유용하고 재미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초기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부품이나 일본 저작물 등을 유통하는 재미에 사업을 했다고 한다. 큰 돈을 벌었다가 놓치기도 했는데 편한 길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자세가 볼 만 했다.
싸이월드 창업자는 수 없이 새로운 일을 만들고 다시 부수거나 남에게 넘기고 새로 시작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대박을 내지는 못 했지만 한계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 새로움을 주는 창조 작업에 노력하고 있었다.

책의 서술이 팍팍 읽힐만큼 매끈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최근의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는CEO 모습들을 진솔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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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네이버다 - NHN Paradigm, It's NAVER
윤선영 지음 / 창조적 지식 공동체 싱크SYNC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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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이버를 주제로 쓰여진 책 거의 대부분을 읽어보았는데 이 책이 가장 뛰어났다.
그래도 미국의 구글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들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어서 별은 넷에서 멈추었지만 저자의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

기자라는 신분을 잘 활용해 네이버 경영진들을 많이도 만났고 그들과 두루두루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구나 하고 인정할만하다. 길게 보고 책을 만들겠다고 깊게 묻고 꾸준히 자료를 모은 흔적이 나타난다.

가끔 경제신문 기자들이 모여서 여럿이 나누어서 대충 써갈기는 그런 책들보다 훨씬 낫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평가고 책에 나타난 네이버라는 기업을 좀 더 살펴보자.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막강한 힘을 보면서 원래부터 네이버가 다 된 길을 간것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로 시작은 그렇지도 않았고 과정도 그러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역시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친해져야 일이 제대로 된다 바꾸어 말하면 일이란 친한 사람들과 해야 성과가 제대로 난다.
다른 기업을 다룰 때 창업자 한명만 대두 되고 나머지는 보조로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광동제약의 최수부 회장 자서전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확 받았다. 종업원들을 칭찬하는 대목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삼성의 경우를 보면 그래도 얼마간 일 잘한 후배들 이야기가 나온다.

네이버는 어떨까? 유래 없이 경영자가 순환되면서도 큰 무리 없이 좋은 성과를 내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삼성 출신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내었다.
이해진, 김범수라는 두 걸물 이외에도 가려서 조금 작게 보이지만 제 몫을 단단히 한 인물들이 많다. 얼마전까지 공동대표 역할을 하다가 단독으로 변화되자 그 자리에서 큰 절을 했다던가, 유료화 과정에서 고심고심하면서 아주 교묘한 해결책을 내어 놓았다던가
이런 순간 순간의 창발력이 결국 기업의 성공을 만들어내었다.

여기서 작가의 이야기는 베끼는 것도 잘 하지만 남이 아직 아이디어에 머물러 있을 때 이를 빨리 실행에 옮겨 자리 잡는 능력은 네이버가 탁월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해진 대표가 가진 겸손함이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는 다음의 이재웅과 다르게 아래의 이야기를 두루 들었고 옳다고 생각되면 힘을 싫어주었다. 반면 다음은 연세대 출신 측근들에 의해 인의 장막을 만들었고 이 세력이 독단을 견제하지 못하다보니 큰 부분에서 실착해서 결국 2등에 굳어져버렸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 하나 하나 살펴보면 원인 없는 결과 없고 일이란 다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이치가 그대로 작용했구 하는 깨달음이 나온다.

이야기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남의 떡이 크게 보인다고 달려들었다가 내자리가 흔들린다는 대목이었다. 다음이 메일,카페에서 앞서가자 흉내내보려고 자원을 재배치했더니 오히려 검색에서 후발주자인 엠파스 등에 쫒기게 되는 아픔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 후일 다음이 국내 보다 라이코스 인수 등으로 해외로 나가게 되자 발전이 멈추어버렸던 점이나 NCsoft가 열심히 PlayNC라고 퍼블리셔 해보았더니 잘 안되더라 등. 유사한 일은 많다.
덕분에 네이버가 핵심 역량에 더욱 집중해서 할 사업과 안 할 사업을 잘 구분했고
남들이 하는 일을 나중에 따라잡아도 더 잘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반면 욕심을 내다가 망해버린 부분은 아크로드였다. 무려 100억을 들여서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고 했지만 돌아보면 다 해서는 안될 짓들 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행성 방지한다고 성실하게 만들었지만 이는 오히려 온라인게임의 본질을 모르는 우행이었다. 리니지가 자리를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사행성에 더욱 밀착한 운여이었기에 말이다.

검색과 관련해서 한장의 그림으로 핵심을 보여주는 시도도 상당히 좋다. 작가의 성실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다 읽고 나니 네이버가 한계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구글이나 타 외국 기업에 맞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무엇을 해나가기를 기대해보게 된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의 사업이 향후 이 기업의 진로를 정말 현대나 삼성과 같은 세계에 내어 놓을 수 있는 자랑거리가 될지 그렇지 않고 로컬에서 독점에 안주하는 SKT 수준에 머물지 가름 할 것 같아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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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8-04-2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검색할일 있음 네이버부터 찾게 되더라구요. 구글이나 야후보다, 좀더 제가 원하는 글들(여행관련 글들 ^^)을 금방 찾아주더군요. 오랫만이에요, 사마천님. 요즘은 리뷰가 뜸하게 올라오네요.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

사마천 2008-04-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1년간 주변에 손대는 일이 점점 늘어나더니 아예 글에는 손이 못 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생각도 잘 정리가 안되요. 밀린 글들로 대표적인 숙제가 영화 <색계>입니다. 아 하고 머리를 스쳤지만 지금까지도 마무리가 안되더군요. ^^
 
네이버 공화국 KT 문화재단 정보통신문화신서 1
김태규.손재권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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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라는 이름이 이제 공화국이라는 거대한 수식어를 붙일 정도의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시가 총액이 10조를 넘어서서 한때 이 책 발간한 KT 문화재단의 모회사인 KT를 넘어서기도 했다. 분당에서 탄천 사이에 두고 본사를 둔 두 회사를 지켜보다 보면 사람도 자산도 KT 보다 훨씬 작은 이 회사는 왜 그렇게 돈이 몰릴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네이버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국의 인터넷 산업 강자들의 명멸을 다룬다. 그 가장 핵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는데 아마 저자들도 쉽게 정답을 내놓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잘되는 집은 원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많지만 과거를 조금 더 깊게 상기해보면 다른 길도 많았다.

벤처붐이 내려 앉는 마당에 거대한 투자금을 끌어안고 시작하지도 못했고(100억 조금 더 정도) 시장에서의 지위도 중위권이었던 네이버가 꼭 이겨야 하는 법칙이 있었을까?

더 앞서 있고 상장해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새롬,한글과 컴퓨터 등이 거의 잊혀져가는 이름이 되어버렸고 외국 브랜드를 가지고 호령한 야후,라이코스 등의 지지부진도 세계적으로 보면 예외적인 현상이다.
한때 다음이야 말로 오늘의 네이버처럼 절대강자라고 주장했는데 지금은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 산업에서는 대중들 혹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과 승부는 서로 다르게 날 가능성이 크다.

조금 깊게 보면 새롬과 네이버가 합병한다고 하자 주주들이 대거 반대해서 무산되었던 점이나 SDS가 지분을 대거 초기에 팔고 수백억 벌었다고 좋아했는 던 점(지금 이라면 수천억을 넘어 조에 달할 수 있는 돈이다...) 등이 그런 예다.

결국 깨닫게 되는 점은 알아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니 너무 자만해서도 안되고 어제의 진리라 해도 오늘 그대로 통용된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는 핵심은 봉이김선달과 같은 물장사와 비슷하다 하겠다.
흐르는 물줄기를 구획해놓고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다.
네이버를 띄워준 지식검색이 좋다고 하지만 그 지식의 대부부은 사용자들이 무료로 만든다. 고수니 명예니 하는 이름표를 붙여주고 싼 값에 비싼 노동의 결과물을 거두어들여 다시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한다. 검색이라는 서비스는 이 과정에서 광고를 붙여가며 일종의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남의 힘을 빌어 남에게서 돈을 버는데 그 대상이 익명의 대중이고 이 과정을 교묘하게 처리해서 이른바 시장지배력까지 획득하게 된다.
이는 분명히 그전에 없던 모델이고 시장도 없었기에 남보다 먼저 개발하고 선점할 수 있는 순발력 등이 동시에 필요했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한 네이버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었다고 보인다. 그것도 창업자 약간명과 소수의 핵심 인재들이 일관된 전략이나 거창한 사업비전 보다 꾸준히 환경변화에 대해 적응하면서 작은 승리를 거두고 점점 키워간 점이 가장 핵심이 아닐까 답해본다.

새롬 등이 일찍 벤처의 단물에 빠져 급속히 몰락해가고 다음이 기업 지배와 의사결정의 구조라는 거버넌스의 문제를 보이며 정체하는 동안 네이버는 꾸준히 한발한발 나아갔다.
작고 위험에 항상 노출된 기업일수록 대응은 민첩해야 한다. 이는 의사결정하는 사람이 올바르게 해야 하고 더구나 늦게 해서는 안된다. 그 점에서 네이버의 경영자는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해서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평을 받았는데 이는 네이버의 기민한 경영과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자는 흔히 자신의 한 일에 자부를 느끼고 아집에 잘 빠져들어가지만 이해진은 그런 점에서도 남달랐다. 코딩 잘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괴하지 않고 반대로 경영에 더 치중해서 사람을 끌어모으는데 재주를 발휘했다.

작은 차이인 점 같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차이는 벌어졌고 타 기업들이 무모한 해외기업 인수 오만한 메일유료화 등을 시행하며 스스로 자기 발목을 묶었던 점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네이버의 검색을 닫혔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한국어 자료가 적은 환경에서 수작업을 대거 가미하여 맞추어 나가는 스타일에서는 아마 정보의 소유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론사와의 관계, 각종 책임 부과 등은 세무조사 첫 시행이나 각종 규제법안 도출 등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규율은 자신이 되는 쪽이 맞을 것 같다.

네이버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한국적으로 차별화된 방법에 의해 생존했지만 거꾸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더 창의적인 고민을 통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구글이 묻기를 너희들은 대부분 아이디어였지 제대로 된 천재급 기술자가 몇이나 있냐고 물어간다면 답이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근래에 네이버를 다룬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훌륭하다. 저자의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고 인정한다. 반면 나머지 상당수의 서적들은 너무나 얕게 1차 자료 짜집기 한 수준의 물건들이 많았다.
그래도 시선은 구글스토리와 같은 걸작에 두고 계속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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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없다
이명박 지음 / 김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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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없다.
단지 주변의 여러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노력하는 자세를 가진 인간이 있을 따름이다.

정주영, 이병철 모두들 그렇게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 오늘의 한국경제의 신화를 만든 사람이다.
그 이면에 전문경영인으로 이명박이라는 독특한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를 잘 몰랐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쉽게 정치에 입문하는 점을 별로 좋지 않게 느꼈고 얄팍한 행동이 너무 많았다고 보였다.
종로 선거에서 이겼지만 결국 선거법 위반으로 사퇴한 점이나 최근의 BBK 등등...

하지만 샐러리맨으로 성공을 다뤘던 10년도 더 넘은 이 책에서는 배울 점은 분명 있었다.

1. 감옥에서
6.3사태 주동자로 감옥에 갔는데 느낀 점들이 많았다고 한다.
우선 위를 보면 비관주의자가 되고, 아래를 보면 낙관주의자가 된다고 한다.
작은 차이지만 밥 속의 콩을 밀어 놓았더니 금방 힘이 빠졌다고 한다.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적응력을 길러준 곳은 이 때의 감옥 체험이라고 한다.

2. 현대건설 입사
건설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정주영 질문
창조라고 생각함 - 이명박 답
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니까....

맞다. 건설,조선 등 굴지의 한국 기업들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들이었다.
업의 본질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었다.

3. 관리직원으로서의 탁월함
관리하라고 보내면 숫자만 세다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현장의 돌아가는 맥을 파는 사람도 있다.
다른 예로 삼성 이학수 비서실장의 성공담을 보면 제일모직 생산현장에서 여공들 움직임 기계의 작동을 보고 관리회계의 원리를 세웠다고 한다.
이명박도 매한가지로 관리에만 머무는 관리가 아니라 깊게 현장을 잘 이해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태국에서 정주영에게 공사가 적자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고 신임을 두텁게 했다고 한다. 그의 위에 있던 과,부장들이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게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에 비해 제대로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해나가는 솜씨는 지금 보아도 대단했다.

오히려 태국의 금고 지기 신화가 덜 하지 않을까...

4. 페낭대교 수주 건...
말레이지아 총리 마하티르는 오마에 겐이치가 하도 귀따갑게 칭찬하는 소리를 읽어서 익히 알았지만 여기를 다시 보니 정말 큰 인물인지 알게되었다.

공정하게 현대에게 주고 기공식 때 자신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현대를 앞에 두고 이들은 도둑놈이니 빨리 배우고 쫓아내자고 할 정도의 걸물이었다...

5. 이라크...
현대건설이 위험하다고 하면서 이라크 미수금 대량 발생을 들었다.
결과는 그렇게 되었지만 처음에 이를 벌인 사람은 이명박의 교묘하고도 신화적인 수주노력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과 외교부가 공가로채기에 바뻤다는 지적도 예리하다.
아마 지금 정부에서 관료들 다루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맥락에서 일 없이 공만 가로채고 권한만 행사하는 많은 관료들을 정리하고
정부를 작게 가져가는데 큰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하여간 이 일 때문에 정회장과는 사이가 많이 벌어졌다..

6. 현대건설 아파트 짓기 시작하다
공장 주변의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아예 역발상으로 공장을 옮기고
그 자리를 아파트를 짓는데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좋다.
정주영이 많이 발휘한 순간적인 재치에 해당하는 것 같다.

7. 정부의 과잉 횡포
국정원에 끌려가 정치자금 줄 대라고 고문 위협받고
회사 빼앗기는 위험에 처하고
심지어 회사를 아예 해체하라고 협박받는다.
회사 해체 건은 보다 못해 별도의 채널을 동원해서 아예 청와대 윗선의 힘을 빌려
장관의 막무가내 지시를 꺽어내버린다. 한번 이렇게 해버리면 사실 그 다음부터는
일하기가 쉬워진다. 상대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보수도 이제 스펙트럼이 꽤 넓어졌다.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골통보수들은 모든 것을 과거로 하고 외치지만
그것도 이명박이 원하는 정답은 아닐 것이다.

당장 제기되는 작은 정부 논쟁도 박정희 식으로만 하면 강하고 큰 정부가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더 이상 그쪽 방향은 아니고 이명박도 원하지 않는다.

교육부를 최소화시키고 자율에 맞기자는 정책은 정말로 대환영이다.
이해찬 세대의 절규에서 지금 88만원 세대까지 아픈 구석이 많은 부분인데
근본적인 해답은 다양성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도록 제약을 풀라는 점이다.
절대로 관료들의 생존논리에 말리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통신,금융 등 각종 부문에서 규제를 풀어 기업간 경쟁을 강화시키는 것도 답이다.
방통융합의 시대에 고집과 헛된 논리에 밀려 중요한 결단을 못 내리며 경쟁력을 갉아먹는
소모적 집단은 사라져야 한다.

대북정책은 아직 미지수이긴 한데.
개인적 예측으로는 이명박이 다니는 교회 목사님인 곽선희 원로 목사가 활약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보인다. 일찍부터 북한에 연변,평양 과기대 등을 만들며 원조에 나섰던
곽목사의 화해정책은 일면 김대중의 햇볓정책과 상충되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북한이 미국과 화해하게 되면서 한반도의 대지각이 변화되는 순간에
무조건적인 과거의 부정과 이회창식 강경외교로의 회귀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성공은 결코 운에 의해서만 주어지지 않는다. 외부 인사들의 빽도 한 두번이지
그 사람이 실제로 그 일을 감당 못한다면 내어 놓는 것이 답이다.
성공에는 원칙이 있고 그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관되게 낙관성을 유지해나가며 기본을 배운다음 응용을 잘하라, 인간미를 갖추어라 등등...

새로운 선장의 이면을 잘 이해하면서 더 잘되기를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 아직 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능력은 인정 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아마 김훈의 남한산성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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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후회하지 않을 책
    from 감똘나라님의 서재 2010-01-27 20:32 
    대통령이 현대에 있던 시절,어린 시절,고대다니면서 학생운동하다 수감된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왕회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대통령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우리도 이런 도전정신을 배워 기업가정신을 가지는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