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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사장, 어떤 이들 에게는 올라가야 할 목표가 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한 없이 어렵게 느끼는 존재가 된다. 큰 조직이라면 회사 생활을 오래하더라도 사장과 가까이 하는 시간조차 가져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장을 아주 가까이서 보면 어떤 느낌이들까 질문을 가져본다. 아마 그 답 중에 쉬운 것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가 어느 정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매우 혹독할 수 밖에 없는 존재. 하지만 집에서는 어렵게 코너에 몰려가고 다시 회사의 오너와는 정치적 갈등 때문에 승부를 벌려야 하는 존재.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가까운 부하에 대한 약속도 어겨야 하는 그런 악마 같은 존재가 바로 사장이다.
헤겔이 이야기 한 시종의 눈에 영웅이 없다는 말 처럼 가까이서 본 사장은 멀리서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내 주변에도 가까이 지내던 동료가 사장이 된 회사가 있다. 수백명 규모지만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많은 부러움을 가지게 만든다. 사장단 모임에 나가고 강연도 치르고 동문회의 구애도 받는 그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그의 고충은 숨어 있다. 급여날짜가 다가오는데 매출처로부터 수금이 안된다거나 아니면 밖에서 벌인 프로젝트의 성과가 안 좋아 자칫하면 막대한 클레임을 물게 된다거나 하는 고충은 쉽게 끊이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사장은 양면을 갖춘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것처럼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간지 둘을 적절히 겸하지 않으면 리더로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듣는다. 전화해도 쉽게 받지 않고 약속잡으려면 한참 걸리고 그런 불평등해지는 인간관계 덕분에 불만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조직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다. 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연봉이 올라가고 책임 또한 따라가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시간 당 가치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서로 불균등한 시간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시간 내주기가 무척 아까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더해서 인간성이 변해간다. 숫자에 민감하고 비즈니스는 냉정한 것이다라는 말을 바탕에 깔고 이야기하게 된다.
바로 그런 사장들을 가깝게 보면서 그들이 겉으로는 못하는 말을 잘 모은 책이 바로 서광원의 이 작품이다. 통상적인 사장들의 책이 화려함을 잔뜩 담은 홍보용 도서인 데 비해서 이 책은 솔직히 사장의 고충들을 잘 모아놓았다. 그리고 아마 이 쪽이 훨씬 진실을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판단으로 보인다.
회사가 어려울 때 돈 구하라 밖을 다니다 밤에 들어오니 아무도 없을 때 느끼는 비애감. 고충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웠더니 나중에는 회사가 정말로 그렇게 어려웠냐고 되 묻는 철부지 사원들. 마치 월급이 수도꼭지 틀면 나오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원들을 보면서 느끼는 아픔 등. 이야기는 쉬지 않고 이어진다.
그런 사장의 자리는 과연 도전해 볼만 할까? 답은 충분히 자신이 있다면 시도해볼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도 알아야 한다. 전쟁에 나간 장수는 같이 하는 부하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게 된다. 해보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타입이라면 절대로 장수로 세우면 안 된다.
동료의 목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존재 그런 정체성을 원하는 마음가짐으로 사장의 꿈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읽어서 유쾌한 책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사무실의 자리를 차지하고 무슨 일 하는지 주변에 보이지는 않는 그런 중년의 아저씨의 속에서 어떤 생각이 움직이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꽤 유용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꿈, 크게 갖지 않으면 아예 가보지도 못하는 그런 것이 꿈이라면 사장의 꿈에 도전하는 많은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