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공화국 KT 문화재단 정보통신문화신서 1
김태규.손재권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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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라는 이름이 이제 공화국이라는 거대한 수식어를 붙일 정도의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시가 총액이 10조를 넘어서서 한때 이 책 발간한 KT 문화재단의 모회사인 KT를 넘어서기도 했다. 분당에서 탄천 사이에 두고 본사를 둔 두 회사를 지켜보다 보면 사람도 자산도 KT 보다 훨씬 작은 이 회사는 왜 그렇게 돈이 몰릴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네이버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국의 인터넷 산업 강자들의 명멸을 다룬다. 그 가장 핵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는데 아마 저자들도 쉽게 정답을 내놓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잘되는 집은 원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많지만 과거를 조금 더 깊게 상기해보면 다른 길도 많았다.

벤처붐이 내려 앉는 마당에 거대한 투자금을 끌어안고 시작하지도 못했고(100억 조금 더 정도) 시장에서의 지위도 중위권이었던 네이버가 꼭 이겨야 하는 법칙이 있었을까?

더 앞서 있고 상장해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새롬,한글과 컴퓨터 등이 거의 잊혀져가는 이름이 되어버렸고 외국 브랜드를 가지고 호령한 야후,라이코스 등의 지지부진도 세계적으로 보면 예외적인 현상이다.
한때 다음이야 말로 오늘의 네이버처럼 절대강자라고 주장했는데 지금은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 산업에서는 대중들 혹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과 승부는 서로 다르게 날 가능성이 크다.

조금 깊게 보면 새롬과 네이버가 합병한다고 하자 주주들이 대거 반대해서 무산되었던 점이나 SDS가 지분을 대거 초기에 팔고 수백억 벌었다고 좋아했는 던 점(지금 이라면 수천억을 넘어 조에 달할 수 있는 돈이다...) 등이 그런 예다.

결국 깨닫게 되는 점은 알아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니 너무 자만해서도 안되고 어제의 진리라 해도 오늘 그대로 통용된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는 핵심은 봉이김선달과 같은 물장사와 비슷하다 하겠다.
흐르는 물줄기를 구획해놓고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다.
네이버를 띄워준 지식검색이 좋다고 하지만 그 지식의 대부부은 사용자들이 무료로 만든다. 고수니 명예니 하는 이름표를 붙여주고 싼 값에 비싼 노동의 결과물을 거두어들여 다시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한다. 검색이라는 서비스는 이 과정에서 광고를 붙여가며 일종의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남의 힘을 빌어 남에게서 돈을 버는데 그 대상이 익명의 대중이고 이 과정을 교묘하게 처리해서 이른바 시장지배력까지 획득하게 된다.
이는 분명히 그전에 없던 모델이고 시장도 없었기에 남보다 먼저 개발하고 선점할 수 있는 순발력 등이 동시에 필요했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한 네이버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었다고 보인다. 그것도 창업자 약간명과 소수의 핵심 인재들이 일관된 전략이나 거창한 사업비전 보다 꾸준히 환경변화에 대해 적응하면서 작은 승리를 거두고 점점 키워간 점이 가장 핵심이 아닐까 답해본다.

새롬 등이 일찍 벤처의 단물에 빠져 급속히 몰락해가고 다음이 기업 지배와 의사결정의 구조라는 거버넌스의 문제를 보이며 정체하는 동안 네이버는 꾸준히 한발한발 나아갔다.
작고 위험에 항상 노출된 기업일수록 대응은 민첩해야 한다. 이는 의사결정하는 사람이 올바르게 해야 하고 더구나 늦게 해서는 안된다. 그 점에서 네이버의 경영자는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해서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평을 받았는데 이는 네이버의 기민한 경영과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자는 흔히 자신의 한 일에 자부를 느끼고 아집에 잘 빠져들어가지만 이해진은 그런 점에서도 남달랐다. 코딩 잘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괴하지 않고 반대로 경영에 더 치중해서 사람을 끌어모으는데 재주를 발휘했다.

작은 차이인 점 같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차이는 벌어졌고 타 기업들이 무모한 해외기업 인수 오만한 메일유료화 등을 시행하며 스스로 자기 발목을 묶었던 점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네이버의 검색을 닫혔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한국어 자료가 적은 환경에서 수작업을 대거 가미하여 맞추어 나가는 스타일에서는 아마 정보의 소유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론사와의 관계, 각종 책임 부과 등은 세무조사 첫 시행이나 각종 규제법안 도출 등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규율은 자신이 되는 쪽이 맞을 것 같다.

네이버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한국적으로 차별화된 방법에 의해 생존했지만 거꾸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더 창의적인 고민을 통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구글이 묻기를 너희들은 대부분 아이디어였지 제대로 된 천재급 기술자가 몇이나 있냐고 물어간다면 답이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근래에 네이버를 다룬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훌륭하다. 저자의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고 인정한다. 반면 나머지 상당수의 서적들은 너무나 얕게 1차 자료 짜집기 한 수준의 물건들이 많았다.
그래도 시선은 구글스토리와 같은 걸작에 두고 계속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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