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속으로 1 - 기도에 힘쓰더라,사도행전 1.2장 이재철 목사의 사도행전 설교집 1
이재철 지음 / 홍성사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회를 다니면서도 목사들의 글을 잘 읽지 않는다. 대단한 이유야 있을리 없고, 나는 평신도니 같은 처지의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나는 더 궁금하다. 내 고민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유명 목사의 집회를 찾아 나설 때도 별무심이었다. 그런 중에도 꼬박, 꼬박 찾아 읽는 게 이재철 목사의 글이다. 이상한 대한민국과 더 이상한 한국 교회에서 이상함을 이상하다 말하고, 참된 개인과 교회, 사회를 세우려는 이재철 목사의 글에 늘 자극을 받곤 했다.  

  그렇게 10년을 이재철 목사를 봐오면서 물론 내가 변했을테지만, 생각이 갈리는 부분이 많아졌다. 근래 김두식 교수의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이 더욱 또렷해진 감도 있다. 이재철 목사는 여러 자리를 빌어 국가와 민족에 대한 크리스천의 의무를 말하곤 했다. 그가 말하는 애국주의가 편협한 자민족 중심주의 따위가 아닌 건 분명하다.  

  그는 국가와 민족에 제 할 일을 다한 신앙인으로 우찌무라 간조를 든다. 우찌무라 간조는 보통 진보적 기독교인으로 한국에 수입된다. 무교회주의를 주장하며, 서양식 기독교의 무조건적 수용을 반대하기도 한다. 교사 시절 천황에 대한 불경죄로 해직당하기도 한다. 특히 김교신과 함석헌이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가르침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명성은 한국 기독교계에선 꽤 널리 알려졌다.  

  근래 일본의 근대와 관련한 책들을 보며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우찌무라의 면모를 알게 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정점에 서 있는 천황에 반대했으니 그에게선 제국주의를 찾아볼 수 없을까? 청일전쟁 때 '문명 대 야만론'을 가장 강력하게 펼친 이가 우찌무라이다. 물론 문명은 일본일테고, 야만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였다. 물론 이 시기의 우찌무라가 전부는 아니겠다. 러일전쟁 때는 반전론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이미 일본의 지배를 받던 당시 조선이나 대만에 대한 식민 정책을 비판하거나 저항하지 않은 점은 고민해 볼 지점이다.  

  큰 적에 반대했대서, 작은 적을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이재철 목사가 누누히 강조하는 "진정한 크리스천은 진정한 애국주의자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근래 부담스레 다가오는 이유이다. 나는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이 나라를 좀 덜 사랑했으면 한다. 나부터도 그리되려 한다.  

  김선일씨의 죽음을 놓고 이재철 목사가 신앙적으로 나무라는 모습을 보고, 옳은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석연찮았다. 예수도 죽음 앞에선 "어찌 저를 버리십니까?"라며 기도했는데 말이다. 김두식 교수가 한 책에서 김선일씨를 여러 면에서 바라보고 그의 삶과 죽음을 재조명하던데 공감이 갔다. 한국 사회 비주류 청년의 삶과 죽음을 두고 나무랄 자격이 나는 없다.  

  이리 말해도 나는 이재철 목사를 좋아한다. 출판사에 물어보니 <사도행전 속으로>는 12권에서 15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라는데 시작을 했으니 함께 가보련다. '사도행전 속으로' 말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0-08-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일씨의 죽음은 참 가슴 아픈 일 입니다.

당시에 군복무중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군대라는 조직이 참 징그러운게 나라 안에서는 2004년에 노무현이 탄핵됬을때

싸재인이어었다면 여러 생각을 많이 했을텐데 내 몸 안위 하나 급급해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죠~

얼마전에 수능 강사가 군대가 살인을 배우는 곳이라는 발언으로 사회적 파장이

있었는데 저는 그 말에 공감을 합니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이 참 좋고 그 녀석들

만나는게 가장 반갑고 즐겁지만, 사람과는 별개로 군대라는 시스템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3 00:24   좋아요 0 | URL
오늘 예비군훈련 가는 날인데요^^;
근래 홍준표 의원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 그래도 저 사람이 전당대회에서 군대 기피한 경쟁자를 두고 아득바득 군대 얘기를 하던데, 서민이 갖는 마지막 자존심이 군대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서 배운 건 별로 없지만, 갖은 핑계 대며 기피한 사람들 앞에선 그거라도 떳떳하니 말이죠.
홍세화 선생이 칼럼에서 군대 기피한 동창생 정운찬 교수를 비꼬던데 후련한 감이 있었어요. 밑으로 국방부도 거느리는 총리인데 말이죠. 국군 통수권자라는 대통령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평소 존경하는 교회 장로님이 아들 병역 문제를 놓고 유학 보내 군대 안 보낼 생각이라는 말을 듣고 꽤 놀랐죠. 군대가 힘든 곳이지만 교수이고 장로인 자신의 위치는 다 팽개치고 그저 한 아들의 아버지 역할만을 하려는 모습을 보고 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식을 안 가져봐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다이조부 2010-08-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 과 효 중에 어떤것이 우선이냐 하는 문제 같네요~

뭐 자식이 효 로 상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얼마전에 강규형 이라는 명지대 교수가 쓴 칼럼을 신문에서 봤는데

그 아저씨 왈 좌파대학 이라고 통칭되는 곳에서 교수 들이 연구년 되면

자식들 데리고 영어권 국가 간다고 비아냥 되던 게 생각나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3 15:55   좋아요 0 | URL
부모의 부나 사회적 위치가 자식에게 특권을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에요. 거기엔 진보, 보수의 구별이 따로 없을테구요.

노이에자이트 2010-08-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찌무라가 청일전쟁 때는 일본의 정당성을 주장하다가 러일전쟁에 이르러서는 반전평화주의의 기치를 든 것은 긍정적 발전이었다고 봅니다.그때 일본의 분위기는 러시아에 대한 공포감에 자위전쟁이라는 명분이 강했으니까요.

그가 집필한 성서주석서 번역본을 구경했는데 엄청난 방대함에 놀랐습니다.하지만 역시 그가 일본인이라는 경계를 벗어났을까...하는 의문에는 후학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기는 하지요.파고닥세운닥나무 님도 그 점에 관심이 있는 것 같구요.그가 사이고 다카모리에 대한 책을 썼는데 번역이 되어 있다면 읽고 싶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4 14:13   좋아요 0 | URL
공자 밑에 안회 같은 제자만 있었던 건 아니죠. 우찌무라 아래서도 사상을 극단적으로 달리하는 제자들이 나왔으니까요. 근래 읽었던 아리시마 다케오는 삿포로에서 우찌무라로부터 가르침을 얻은 후 말년에 자신의 농장을 소작농에게 모두 나누어주었다고 해요. 일종의 농지 해방이죠.
하지만 우찌무라의 제자 중 대부분은 제국주의에 소극적으로나마 찬동하죠.
일전에 우찌무라의 기독교 회심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가 말하는 일본적 기독교의 단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일본적 기독교로 서양과 대결하려 한 것이겠죠. 기독교에서 평화 사상을 찾기 보다는요.
우찌무라는 <로마서>를 깊이 연구했는데, 구원의 핵심을 말하는 이 서신서에서도 신자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의무를 찾거든요. 물론 바울도 그 이야기를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닌 듯 한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0-08-1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나는 어떻게 크리스천이 되었는가>말씀하시는군요.말씀을 듣고 보니 그 책을 읽어야겠군요.일본적 기독교론을 전개했다면요.

아리시마 다케오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요.저는 아무래도 유부녀와 불륜관계 맺은 일화가 더 기억에 남아서요...홋카이도에 우찌무라의 발자취가 많기는 하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4 15:56   좋아요 0 | URL
저는 말씀하신 책의 개정번역판인 <우찌무라 간조 회심기>로 보았습니다. 기독교 국가 미국에서의 유학 경험을 말하는데, 이후 우찌무라의 기독론을 엿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
아리시마는 정사가 워낙 커다란 인상을 주거든요. 가쿠슈인 출신의 아리시마가 사회주의 실천가로 변모하는 데 우찌무라의 역할이 꽤 크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그를 사회주의 작가라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어떤 여자>를 보며 한 생각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14 18:23   좋아요 0 | URL
가쿠슈인 출신이라...더욱더 관심이 갑니다.아리시마 소설은 단편만 몇편 읽었는데 <어떤 여자>를 읽어야겠군요.

다이조부 2010-08-1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홍세화가 한겨레에 정운찬과 관련된 칼럼을 실었네요~

두 사람이 초딩때부터 친구였는줄은 몰랐네요.

의식과 정서 인가 하는 제목의 칼럼인데, 홍세화의 정운찬 비판이 결국은

애정에서 비롯된것 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5 20:46   좋아요 0 | URL
고학생 정운찬에게 가졌던 애정이 이젠 변한 듯 합니다만.
두 사람이 현재 갖는 사회적 처지가 달라지며 더 이상 애정으로만 동창생을 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손호철 교수는 동창생 김문수의 눈이 여전히 맑다던데, 홍세화의 눈에 정운찬은 그리도 보이지 않는 듯 하구요.

다이조부 2010-08-16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호철이 김문수를 비판하는 칼럼을 본 기억이 나네요. 그 글도 홍세화 글과 밑바탕 정서가

비슷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 번 하는 6.3 동지회 인가 하는 모임에 얼굴 좀 비추

라고~


saint236 2010-10-09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설교자입니다. 이분의 설교를 통해서 20대 초반에 참 많은 것을 배웠고, 책도 많이 선물했으니까요. 다만 언젠가부터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신실하게"와 "인간의 일생"은 몇번을 읽었는지 모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10-09 08:44   좋아요 0 | URL
그러잖아도 어제 saint236님의 리뷰를 보고 이 글을 먼댓글로 달려고 했는데요.
저보다 오랜 시간 이재철 목사님의 글을 대하신듯 한데,저는 근래 그 분이 변하신 건지 제가 몰랐던 모습인지,아니면 제가 변한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종종 블로그에 들릴게요. 제 의문을 풀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역사가의 시간 - 강만길 자서전, 2010년 제25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강만길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자서전을 꽤 좋아한다. 우선은 진실의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진실일까?’하는 의문은 늘 갖는다. 사건이 이루어진 시공간을 떠난 상태에서 인간은 과연 얼마나 진실할 수 있을까? 자신을 객관화했기에 진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이 곳에 주관으로 똘똘 뭉친 내가 서 있는데 객관화가 쉬울 리 없다. 인간은 자기 연민과 자기 합리화에 능한 존재다. 다음은 내 자신에 대한 계몽을 수행하고자 함이다. 덜 된 인간인 내가, 좀 더 된 인간을 보며 무언가 배우고자 한다.  계몽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역사학자 강만길의 자서전이다. 1933년생이니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모두 겪은 분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유소년기에 8.15와 6.25를 체험한다. 역사학도로서 4.19와 5.16을 목도하고, 역사학자로서 5.18과 6.10을 몸소 겪는다. 퇴임 후에는 사학 비리로 말썽이 많았던 상지대 총장을 지내고, 민주정부 10년간 통일고문을 맡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한다.  

  저자는 '역사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라고 답한다. 일제강점과 전쟁의 잿더미에서 민주와 통일의 시대를 열고자 직접 역사 속에 뛰어든 역사학도의 삶을 따라가보니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란 답이 눈물겹다. 이명박 정부를 두고도 저자는 어떻게든 역사는 앞으로, 앞으로 나가고야 만다고 말한다.  

  자서전을 남기지 않는 우리 역사학계에서 이만한 기록을 갖게 됨이 소중하다. 저자도 한 인터뷰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위험했던 시대를 이유로 들던데, 그러고 보니 역사학자 김성칠 선생의 일기(<역사 앞에서>)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다. 책에서 '역사론'을 쓰는 게 역사학자로서 마지막 바람이라고 하시던데, 그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着語 :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신영복 교수의 스승이기도 한 노촌 이구영 선생의 자서전인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는 현대사를 기록한 자서전으로 꼭 기억해야 한다. 두 자서전은 계몽의 역할을 적어도 내겐 충분히 해냈다.

 

         黎史 姜萬吉(1933-)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지 2010-08-1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책이 나올 때 눈여겨 봐둔 책인데. 제 리스트에도 올려두어야겠습니다. 이구영 선생의 자서전이 있었군요. 저도 기억해 두겠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1 20:58   좋아요 0 | URL
무더위를 역사학자와 현대사를 추체험하며 보냈습니다. 이구영 선생님의 일생을 후학인 심지연 교수가 기록했는데 슬픔이 묻어나는 자서전입니다. 속절없이 돌아가셨다는 얘길 듣고 더욱 슬펐습니다.

미지 2010-08-11 21:30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야겠습니다.

반딧불이 2010-08-1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자서전이 안읽히더라구요. 평전은 좀 나을까 싶었는데 박홍규의 카프카 평전때문에 또 평전마저 등돌린지 꽤 되었네요. 리스트까지 만들어두었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책도 함께 읽어야할 듯 싶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2 10:36   좋아요 0 | URL
박홍규 교수의 평전은 저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래 오웰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했구요. 그가 존경한다는 오웰과 사이드에게 그의 이념적 지향성을 덧씌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가의 시간>은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자서전입니다. 분량이 조금 많긴 하지만요.

다이조부 2010-08-1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강만길 선생의 강연을 들었던게 생각나네요~

자기연민과 자기합리화 에 단어에 찔리네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2 10:40   좋아요 0 | URL
저도 찔리는 말입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 -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
김상률.오길영 외 지음 / 책세상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2003년 세상을 떠난 에드워드 사이드를 추모하며 영문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추모랬지만, 머리글과 1부를 제외하곤 사이드를 대상으로 한 논문을 모아놓았다. 이런 형식의 책이 으레 그렇듯 고인에 대한 상찬이 주를 이룰 듯 한데, 논문 몇 편은 화끈한 비판도 하고 있다. 당시 창비쪽에서 활동하던 윤지관 교수와 설준규 교수는 사이드가 푸코에게 휘둘림을 못마땅해 하고, 태혜숙 교수는 페미니즘 입장에서 사이드의 제인 오스틴 읽기를 비판한다.

  윤지관은 '푸꼬에 들린 사람들'(<놋쇠하늘 아래서>, 2001)이란 비평을 쓴 적도 있는데, 푸코의 냄새만 맡아도 호들갑을 떠는 분이다. 설준규도 이 책에 실린 논문에서 '푸코의 잔영'이란 장을 빌어 푸코와 사이드를 엮는다. 두 논문 모두 사이드의 초기작인 <오리엔탈리즘>을 과녁으로 삼고 있는데 다른 필자들도 이야기 하듯 사이드의 이후 행보는 푸코와는 꽤 거리가 멀다.  

  사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처음 대했을 때 내가 가졌던 느낌은 이랬다. 근대에 다다르기까지 동서양의 뒤틀린 관계를 비판하지만 근대 이후를 어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선 말하지 않음이 답답했다. 대안이라 달리 말해도 되겠다. 여기서 푸코의 냄새를 맡은 이들이 사이드를 공격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중세에 대한 공부를 더욱 철저히 하면 무언가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후 사이드는 현실 정치에 적극 나서게 되고 중세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는다. 이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후학들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창비가 펼친 민족, 민중문학론을 구하려는 창비쪽의 영문학자들과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을 구하려는 태혜숙을 보며 나도 에드워드 사이드를 억지를 펼치면서까지 구하려는 건 아닌가 자문해본다. 그들의 주장이 억지스럽진 않지만 설익은 느낌은 갖는다. 나도 에드워드 사이드를 다시 읽어보련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지 2010-08-0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드에게는 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대안적 삶을 여는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푸코에 과민한 분들이 계시는군요, 재밌습니다^^
혹시 권할 만한 동양과학연구자 아시는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8 15:34   좋아요 0 | URL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서, 소경이 길 가르쳐주는 느낌이네요. 김영식 교수의 글을 종종 읽는데, 이 분의 이력이 독특해요. 화학 박사인데, 역사학 박사이기도 하구요. 서울대에서도 동양사학과에 계셨구요. 최근에 펴낸 <인문학과 과학>에도 동양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있네요.
조지프 니덤 책도 조금 보았는데, 외국 학자로선 꽤 특유한 모습을 보인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이드의 학문은 <오리엔탈리즘>만 놓고 평가해선 안 된다고 봐요. 대안은 이후 글들에 더 나타난다고 보구요. 말씀 드린 논문들이 좀 오래된 감이 있구요.

2010-08-08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지 2010-08-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식 교수,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이조부 2010-08-0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슬램덩크 였군요

의외인데요 ㅋ

최근에 슬럼프여서 슬램덩크를 다시 꺼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는데

여전하더군요. 저에게는 고전의 반열 ㅎㅎ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8 21:11   좋아요 0 | URL
저도 이리 저리 치여 힘들 때 빼든답니다. <슬램덩크> 예찬론을 펴는 제게 친구 하나가 뭐가 그리 좋냐며 자기도 한 번 본다길래 1권을 빌려줬어요. 그 친군 어떨지 모르겠네요.
 
<공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부 - 김열규 교수의 지식 탐닉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열규 교수는 학부 시절 민속학 관련 논문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읽은' 기억만 있달 뿐이지,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하질 못한다. 비슷한 시기에 한 출판사에서 주관한 독서장학생으로 활동했는데, <고독한 호모디지털>을 보내주어 읽어 보았다. 책은 최신 정보 기술과 연계된 학문의 변화를 말했는데 민속학자로만 알던 그의 새로운 면모였다. <공부>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전공을 넘어 여러 이야길 하는 건 좋지만 시구(詩句)마냥 훅 던지고 마는 문체가 성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고독한 호모디지털>을 보면서도 했던 생각이다.   

  '공부'란 제목은 너무 커다랗다. 김열규 교수가 노학자인 건 맞겠지만, 거장인 듯 과장하는 책 앞날개의 저자 소개는 눈에 크게 거슬린다. 한국학의 한 분야를 완성했다는 평을 듣는다는데 누가 그런 평을 하고 있는지 출판사에 묻고 싶다. 이어령을 한국학의 거장으로 주워 섬기는 행태에 이젠 김열규까지 보태야 하나?  

  책은 이 내용, 저 내용 많이도 담고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문학 이론을 거쳐 글쓰기 방법을 지나 최신 정보 기술도 슬쩍 말한다. 문제는 슬쩍 말하는 행태인데, 슬쩍 말하니 교양에도 도움이 되질 않고 문학 혹은 글쓰기 개론서라 말하기도 부족하다. 저자가 친절히도 책 속에서 출판사 편집자가 '이런 걸 요구하더라'고 말해주던데 그 요구를 맞춰주다 보니 책이 이 모습일까? 아니면 김열규 교수 고유의 스타일일까? 난 후자에 더 혐의를 둬 본다.  

  인문학계에서 '공부론'을 펼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둘이다. 국문학의 조동일과 철학의 김영민인데 두 사람의 공부론-조동일의 <세계.지방화 시대의 한국학>, 김영민의 <공부론>-을 읽은터라 이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역사학의 정수일을 보태고 싶은데, 그는 파란만장한 삶 때문인지 아직 학문론을 쓰지 못했다. 옥중서신인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에서 잠시 공부 이력을 이야기 하던데, 본격적으로 써 나가면 값진 업적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냥 공부에 대한 회고담으로만 삼았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게 독자편에서도 부담이 덜할 듯 하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고쿠 2010-08-0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조동일 교수님 책 중에 좋은것이 많지요. 국문과생들의 바이블, 한국문학통사를 비롯하여...
저 역시 <공부>를 읽고, 공부론이라기보단 그냥 수필류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굉장히 밀어주는 책이라 기대했건만, 기대했던 만큼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6 22:04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저자 이름 확인하고선 기대 안 했는데 말이죠^^;

미지 2010-08-0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한겨레신문 기사로는 엠비가 휴가 때 이문열을 만났고, 이문열은 엠비 휴양지에서 1박을 했다는군요...
한국에 이른바 '거장'이 각 분야마다 몇몇 있죠. 먼저 인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재능과 힘을 타고난 덕으로 거장 행세하는 그 괴물들의 행진이 역겹습니다. 괴물과 인간의 차이는, 자기만의 고통말고 타자의 고통에 관심이 있는가 여부로 거의 정확히 판정이 되는 것 같습디다.
실은 뭐 여쭤보려고 들렀다가, 살짝 흥분했네요.
요사이 제가 왕후이 책을 틈틈이 아껴 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모택동 전집과 루쉰을 읽어얄 것 같습니다. 좋은 번역본과 가이드 부탁드려도 될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6 22:35   좋아요 0 | URL
왕후이를 보시는군요? 중국 신좌파 가운데 개인적으로도 가장 주목하는 학자입니다. 왕후이가 번역된 게 2권 정도 있지요? 왕후이를 비롯한 신좌파는 서강대 이욱연 교수가 열심히 소개하는데,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문화>를 한 번 보시면 그를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루쉰은 선집 번역이 있어요. 집단번역을 신뢰하지 않아서 이 번역보단 소설과 잡문을 따로 번역한 판본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김시준 교수의 소설전집 번역이 괜찮습니다. 최근에 을유문화사판으로 나온 전집은 서울대출판부 번역을 손 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전형준 교수의 선집 번역을 더 좋아합니다. 이 분은 비평가이기도 한데 문장이 좀 더 좋아요. 아쉽게도 선집만 있구요. 최근에 창비세계문학전집에 이욱연 교수의 번역이 있던데 대표작은 이 걸로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범우사에서 마오쩌둥의 선집을 냈어요. 그래도 정본 번역이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하고 저는 80년대에 번역한 글들로 마오를 만났거든요. 그 번역본들은 지금 구하기도 어렵구요. 최근에 신봉수 교수가 <마오쩌둥>이란 책을 썼는데 그 책에 마오에 대한 참고 자료들이 세세히 정리되어 있다고 하네요. 길잡이가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미지 2010-08-07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 감사드립니다!
제가 읽고 있는 왕후이 책도 이욱연 교수가 번역한 것이군요-<새로운 아시아를 상상한다>... <포스트...>도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루쉰은, 김시준/전형준/이욱연의 번역.
마오는, 범우사 선집과 신봉수의 해설서를 보면 되겠군요.
거듭 감사드립니다^^

다이조부 2010-08-0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장학생 활동은 혹시 한길사 아닌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7 11:57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3년간 활동 했더랬죠.

다이조부 2010-08-0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상당히 오랫동안 활동하셨네요~

아쉬운 점이 어쩌면 같이 활동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ㅎㅎ

저도 01년도에 지원서를 정성껏 써서 가지고 있다가 술 퍼마시다가 분실했거든요. --

뭐 지원했다고 한길사에서 선발했을지야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제 기억으로는 활동기간이 2년 이었고, 매달 2권의 책을 보내주는 시스템으로 알고있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7 16:16   좋아요 0 | URL
같이 활동할 수도 있었겠군요? 아쉬워라~
2003년말까지 했으니 3년이 조금 안되죠. 매달 2권씩 읽었구요. 고전을 비롯해서 좋은 책 많이 읽었는데 말이죠^^

거리산책자 2010-08-1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랜만에 닥나무님 글들을 쭈욱 훝어보았는데 옛날보다 서평의 길이가 길어지셨어요. ㅎㅎ 그건 그렇고 '독서장학생'이란 게 있었군요. 학교 다닐 때 왜 그리 시야가 좁았는지... 이제야 좀 후회되요. 어쩌면 닥나무님 독서실력(독서에도 실력이 있다고 봅니다)은 그때 다져졌는지도. :)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2 18:01   좋아요 0 | URL
그 활동하며 다양한 책을 많이 봤어요. 한길사가 지금도 그렇지만 인문학의 고전이나 사회과학 관련 책을 많이 내는데, 꾸준히 보는 일종의 훈련을 받은 것 같아요. 스스로 찾아서 읽기는 힘든 책들도 덕분에 읽었구요. 지금 생각하니 고마운 일인 것 같네요. 그 땐 벅찼는데 말이죠.
<나는 행복합니다> 보셨어요? 지난 주말에 후배 두엇이 보여달래서 봤는데, '어때?'랬더니 '음, 난해한걸요.'라던데요. 뭐, 난해까진 아닌듯 싶지만요.
 
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구효서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소설을 손에 잡은 건 순전히 서경식과 윤이상의 삶을 작가가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는 이야길 들어서다.  

  소설의 중심엔 재일조선인 야마가와 겐타로(김상호)와 일본인 여인 하나코가 있다. 둘은 젊은 날 사랑하던 사이인데, 겐타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끊어졌던 인연이 다시 시작된다. 겐타로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독일로 음악 공부를 위해 유학한다. 이 때 임진왜란으로 독일로 건너간 18세기의 유랑민 작곡가 힌터마이어를 발견한 그는 힌터마이어의 흔적을 찾으려 평양에 간다. 무작정 떠난 평양 여행이 빌미가 되어 겐타로는 한국에서 17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이후 그는 독일에 거주하다 생을 마친다.  

  겐타로의 삶 속엔 여러 실존 인물들이 녹아있다. 서경식과 윤이상이 각각 큰 부분을 담당한다면 서승과 서준식이 나머지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살로 생을 마친 건 프리모 레비를 떠 올리게 한다. 힌터마이어의 음악과 관련지어 소설의 중간에 아우슈비츠 경험이 잠깐 나오기도 한다.

  작가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로서 겐타로를 상정했는데, 실은 그의 연인 하나코 역시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집안은 불가촉천민인데 신분해방 후 아버지의 극성과 본인의 열심으로 황족과 화족만 입학할 수 있었던 가쿠슈인(學習院) 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재일조선인 겐타로를 사랑하는 데서 보여지듯이 그녀는 중심에 진입하는 삶을 택하기보단 어중이 떠중이로 살아가려 한다.   

  실존 인물의 삶과 무엇이 같고 다른지 비교하는 게 이 소설의 한 재미였다. 소설을 읽으며 상당히 놀랐던 게 두 주인공의 인연이 음악으로 맺어지는데 실제 서경식도 부인과의 만남이 음악을 통해서였음을 최근에 알았기 때문이다. 예스이십사에 연재하는 <서경식의 서양음악 순례> 중에 부인 F를 합주단의 단원과 관객으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고 하는데, 소설과의 일치를 보며 꽤 놀랐다. 부인과의 첫 만남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이야긴데, 작가 구효서의 꾸려가는 이야기가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내겐 꽤 의미있는 발견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0-08-0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는것 같네요. 구효서 의 산문집 인생은 지나간다 를

무척 좋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내주신 영화를 다운은 받았는데, 어디 숨어있는지 이리저리 20분 가까이

뒤졌는데 찾기가 힘드네요. 아 컴맹은 참 애로사항이 많아요 --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4 22:06   좋아요 0 | URL
아, 피시 어딘가에 있겠죠. 영화 제목으로 검색해 봐도 될 듯 하구요. 메일에서 다시 다운로드 하셔도 될테구요.
구효서의 작품들은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서경식 선생을 고리 삼아 읽어본 소설입니다. 수월히 읽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란 생각을 했습니다.

반딧불이 2010-08-0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정말 꾸준히 읽고 쓰시는군요. 저는 요즈음 완독하는 책이 하나도 없이 이것저것 뒤적이고만 있는데 말이에요. 아래 '버마시절'도 그리고 '뮌헨'도 글이 예전보다 좀 길어져서 저는 훨씬 좋아요. 고맙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5 22:58   좋아요 0 | URL
저는 본디 대여섯권을 돌아가며 읽는 스타일이에요. 갈래를 달리 해서 말이죠. 제겐 이 방식이 더 생산적인 것 같아요.
더우니 저도 찔끔, 찔끔 읽고 있답니다.
글을 길게 못 쓰는 게 제 고질병이에요. 대학 때는 연극 대본을 많이 썼는데, 늘 글이 짧다고 혼났어요. 선배들의 가필이 들어가기도 했는데, 그럼 저는 자존심 상해 했구요.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데 말이죠.

Seong 2010-08-0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효서 작가의 소설은 『낯선 여름』 한 권 밖에 읽어보지 않아서... 『랩소디 인 베를린』은창작 블로그에서 띄엄 띄엄 읽어서인지 무슨 내용인줄 알 수 없었는데, 이렇게 리뷰를 접하고 나니 관심이 당겨지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파고세운닥나무 2010-08-06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연재 당시에는 몰랐는데, 출간되고 신문 기사 통해 내용을 알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서경식 형제 분들과 윤이상 선생을 소재로 했다기에 얼른 읽게 되었구요.
실존 인물들의 삶을 잘 몰라도 충분히 흥미를 끄는 소설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