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야기 그림 이야기 -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종수 지음 / 돌베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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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그림 이야기'라니 제목이 생소하다. 제목만 놓고 보면 관심이 당기는 책은 아닌데, 내용은 기대보다 충실하다. 제목을 풀이하자면 '이야기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 그림은 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그려져 그 이야기를 짚어가며 감상해야 하는" 그림을 이른다. 책에서도 정선과 김홍도의 그림이 등장하지만 오랜 시간 한문 문화권을 이루었던 중국과 우리나라이니 이야기 그림이 꼭 중국만의 그림일리는 없다.   

  이야기 그림을 그린 중국의 화가들은 생소하다. 하지만 그림의 바탕이 되는 문학 작품들의 작가들은 꽤 문명(文名)을 얻은 이들이다. 조식, 소식, 이백, 도연명, 왕실보, 루쉰 등인데 화가들은 이들의 작품을 소재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들은 중국 문학의 대표격인데, 이들의 작품들은 서정, 서사, 극, 잡문을 망라한다. 문학 작품의 갈래가 이리 다양하듯, 그림의 갈래도 권, 축, 병풍, 삽화로 다양하다.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 화가들의 이름과 그림의 갈래를 몰라도 책은 충분히 잘 읽힌다. 물론 미리 알면 좀 더 수월하겠지만 말이다. 저자 이종수는 짧은 편폭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고 친절하게 작품과 그림을 설명한다. 그 설명 속엔 그림과 화가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겼다.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는 저자는 문학 작품과 그림을 맛깔나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작품은 루쉰의 잡문 <도우미 문객 식별법(幇閑法發隱)>을 삽화로 그린 부부 화가 치오우샤(裘沙)와 왕웨이쥔(王偉君)의 작품이다. 두 부부는 문화대혁명 시절 고초를 겪는데 그 시간을 루쉰 읽기로 버텨냈다고 한다. 문혁이 끝나고 1981년부터 20년간 루쉰을 소재로 한 그림을 200점 발표한다. 이들은 특히 루쉰의 잡문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작업을 하는데,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잡문은 루쉰 문학의 본령이다. 그의 잡문은 독자의 마음을 부추기고 충동질하는데 늘 묘한 서늘함을 갖게 한다. 실제 '개 패는 이야기'가 그의 잡문 속(<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에 있기도 한데 개를 패도록 충동질도 하지만, 우선 내 마음부터 서늘해진다. 왜일까? 내가 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앞서 말한 치오우, 왕 부부의 작품이다. 섬찟한 모습인데, 우선 루쉰의 잡문 내용을 알아야 한다. 도우미 문객은 대중을 호도하는 지식인을 말한다. 이들은 어릿광대처럼 사건과 상황을 뒤틀어 민중을 속인다. 놀라운 것은 '유혈이 낭자한 사안에서도 핏자국은 물론이고 피 비린내조차 풍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림 속 기괴한 표정을 한 사람의 얼굴에 핏자국이 선명한데도, 이들 문객은 그 앞에서 책을 펼치며 유유자적한 표정을 띠고 있다. 이들은 고통스런 민중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제 할일에 몰두한다. 잘 벼린 창과 같은 루쉰의 잡문이 화가의 문제의식과 맞물려 독특한 양식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그림 한 편에 중국 민중과 먹물들의 뒤틀린 관계가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나는 다시 서늘함을 느낀다.

 

                                 裘沙, 王偉君 화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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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2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속의 이야기가 짠하네요~ 알고보면 더 깊게 감동받을 수 있는 그림이야기라는 거겠죠~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7 19:1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루쉰의 잡문을 비롯해서 작품을 먼저 알면 좀 더 깊이 그림을 볼 수 있겠죠. 장마다 말미에 문학 작품의 본문이나 줄거리가 실려 있어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화가 부부의 사진을 찾아봤는데 인생의 신산함을 루쉰의 글과 그림으로 버텨낸 듯한 모습입니다.

2010-08-2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8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춘대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 동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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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집이나 인터뷰집을 좋아한다. 글의 생동감 때문이다. 국문학을 전공하면서도, 고전문학 가운데선 판소리 소설을 즐겨 읽었다. 입말투가 갖는 생동감과 신분간의 치열한 전쟁을 다룬 문제의식 때문이다. 인터뷰 보다는 대담을 더 좋아하는데, 평등한 위치에서 따져드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대담도 다르지 않겠지만,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깜냥이 대단치 않으면 독자는 얻는 게 없다.  

  <청춘대학>은 '20대 글쟁이' 이인의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이의 면면이 화려하다. 진보적 지식인, 문화인들이 빼곡하다. 이들 가운데 홍세화, 우석훈, 한홍구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필자이다. 이인은 이들을 모두 선생님이라며 가르침을 얻고자 한다. 인터뷰이 모두 배울 점이 그득한 사람들이다. 고개를 팍 숙이고 스승을 대하는 이인은 겸손한 학생이다. 겸손한 마음 속에 새로운 가르침이 담긴다.  

  한 가지 아쉬움은 이인이 좀 더 공부를 해 인터뷰이들에게 딴죽 좀 걸어봤으면 하는 거다. 말의 오감이 너무 평온해 지루한 감도 있다. 이인은 시종 인터뷰이들에게 푹 빠져 있어 딴죽 걸기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좋은 인터뷰란 뭘까?' 다시 고민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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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8-2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터뷰는 지승호 책이 좋더군요~

저는 성실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아저씨는 정말 준비를 열심히 하는구나

하면서 감탄하면서 보게 되더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8 12:29   좋아요 0 | URL
지승호씨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여태 접해보질 못 했습니다.
혹시 추천해 줄만한 인터뷰집이 있을까요?

다이조부 2010-08-2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 인터뷰집이 많은 사람이 위안을 얻는것 같은데 전 그냥그랬어요.

주인장이 박원순씨 한테 관심이 있는거 같으니까 그것도 괜찮을것 같네요. 전 그닥 ^^

우석훈 인터뷰집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고...

최고로 꼽는 것은 영화 감독을 말하다 영화 열정을 말하다 2권으로 나온 감독인터뷰

집이 땡기네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8 15: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영화감독 인터뷰가 저도 좋을듯 한데요. 공지영은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아서요.
 
흥보전.흥보가.옹고집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8
정충권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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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 '심심풀이 땅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판소리 소설 일독을 권한다. 특히 <흥보전>은 그야말로 전쟁판이다. 전쟁의 두 축은 흥보와 놀보다. 흥보는 몰락한 양반이다. 흥보를 양반으로 보는 근거는 그의 언행에 있다. 말끝마다 문자를 들먹이며, 행동은 거들먹거린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으로 몰락했다. 도덕적으로는 사나, 돈이 없다.

  놀보는 신흥 시민이다. 그는 천박한 언행을 일삼지만 돈이 있다. 텅 빈 덕성에도 불구하고 돈은 충분하다. <흥보전>은 두 사람의 대결을 다루는데, 결국 양반과 시민의 싸움이라 하겠다.  이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아는 대로 소설은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두 사람, 즉 두 계급은 서로가 지닌 소중한 것을 교환한다. 놀보는 돈을 잃었으나 덕성을 얻었다.  흥보는 덕성을 형에게도 베풀었고 대신 돈을 얻었다. 신분 사이의 이 같은 교환은 판소리 소설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다. 유머와 해학을 통해 이 모습을 그린 건 판소리가 갖는 대중 문학으로서의 한계이지만 전쟁을 그린 것만으로도 <흥보전>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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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8-26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어보신거에요? 와~~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6 11:1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래 기다리던 시리즈라 서둘러 읽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도 함께 내던데 고전문학전집이 더 기대됩니다. 세계문학전집엔 너저분한 작품들도 있어놔서요.

다이조부 2010-08-2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저분한 작품들은 어떤걸 꼽는지 궁금하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6 15:21   좋아요 0 | URL
밑에서 노이에자이트님과 얘기했지만 제국주의자 키플링의 소설입니다. <킴>을 얘기했는데, 오늘 확인해 보니 같은 시리즈로 또 <정글북>을 출간했더군요. <정글북>도 따져볼 부분이 꽤 많은데 말이죠.
김은국의 <순교자>도 허명을 달고 있는 소설인데 호들갑을 떨만한 소설은 아니구요.
전집이란 게 옥석이 섞이게 마련이겠죠?
 
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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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사이드가 <문화와 제국주의(Culture And Imperialism)>에서 격한 비판을 하길래 읽게 된 에드워드 포스터였다. 그의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을 읽다 인도인을 종교만 아는 사람들로 그리는 걸 보며 동양인에게 종교를 덧씌우는 것도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희는 열심히 종교나 믿으라며, 나머지 정치, 경제 등속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마음이 숨어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건 키플링의 <킴(Kim)>을 보면서도 한 생각이다. 그래도 포스터는 키플링에 대하면 덜 노골적이었다.   

  포스터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고 그가 싸워 온 세상이 만만치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더 읽어보려 꺼내든 게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이다. 그저 가벼운 연애 소설이려니 했는데,  속 깊은 고민들도 담긴 듯 하다. 여주인공 루시와 약혼까지 갔던 세실에 대해 작가는 이리 말한다. "세실은 중세 사람이다. 고딕 조각 같았다. ...... 고딕 조각은 금욕을 상징한다."(109면) 루시와 세실이 파혼을 맞는 건 당연한 얘기겠다. 사랑의 승리는 인생에서 모험을 즐기는 조지에게 돌아간다.  

  으레히 종교에 대한 반감도 드러나는데 비브 목사와 이거 목사는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비브 목사는 루시와 세실의 파혼을 기뻐한다. 성경을 인용하는데 "결혼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제하는 건 더 좋은 일이다"  말한다. 평소 세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지만 결국은 남녀간의 결혼을 혐오하는 모습이다. 사실 성경의 저 구절은 바울이 한 말인데 - 바울은 실제 결혼하지 않았다 - 저 구절 뒤론 결혼 생활간 지켜야 할 일들이 따라 나온다. 결국 바울도 결혼하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길 하는 거다. 이거 목사는 더 심각한 모습인데, 조지의 어린 시절 조지의 어머니를 간접적으로 살해한다. 조지와 그의 어머니의 죄를 거들먹거리며 단죄한다. 그리고 그 잘못을 조지의 아버지에게 떠 넘긴다. 목사 둘이 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H.O.M.에게 헌정하는데 친구 휴 메러디스이다. 메러디스는 포스터의 대학 친구인데 두 사람은 동성애 관계인 걸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작가 생존 시절엔 발표하지 못했던 <모리스(Maurice)>에 잘 나온다고 한다. 자전이 가장 많이 담긴 <기나긴 여행(The Longest Journey)>에도 포스터는 많은 고민을 담았을 것 같은데, 아울러 읽어야겠다.  

Edward Morgan Forster(1879-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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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8-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문구 선생 다큐를 봤습니다. 정말 좋군요.^^
감사드립니다!!^^
이문구 선생 마지막 수필집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9 22:12   좋아요 0 | URL
이번엔 제대로 갔군요? 다행입니다^^
이문구 선생의 소설은 <관촌수필>과 <우리동네>를 보았는데요.
2000년 무렵에 동인문학상 수상 관련해 한 발언을 듣곤 실망의 마음이 생겼어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인물현대사'도 그렇고 다시 봐야겠네요.

미지 2010-08-19 22:30   좋아요 0 | URL
어떤 발언이었나요? 궁금하군요. 이분이 서라벌예대 김동리 선생 애제자로 문단에 나와 순수 참여 양 진영을 아우르는 통넓은 문인, 선비 기질이 있는 문인이라고 해석하는 게 인물 현대사의 관점인 듯한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0 10:33   좋아요 0 | URL
동인문학상을 수상할 무렵에 '안티조선' 운동이 있었죠. 동인문학상을 조선일보사에서 주관하는데, 심사위원들의 면면과 김동인의 친일경력까지 꽤 논란이 컸어요. 이문구 선생이 이 상을 수상하며 이런 소감을 남깁니다. "남들이 잘 알고 있듯이 과거 민주화 운동에 가담은 했어도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정권 교체 이후에 피해 정도를 정산하여 현금을 보상 받을 만한 경력은 없었다. 나는 애시당초 독립운동가의 자제가 아닐뿐 아니라 일제 때 마끼무라로 창씨개명했던 보통사람의 자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뿐더러 '진정한 의미의 친일 문인은 춘원 하나뿐'이라고 한 스승의 견해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동인문학상의 수상으로 그동안 함께 하던 이들과 척을 지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관계가 풀리지 않았는데 사후에 화해의 형식을 취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미지 2010-08-21 00:39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저는 바로 단언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이문구 선생이 퍽 진솔한 분인 건 분명하네요.. 당시 분위기에 그러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요.. 뭐랄까 자기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고 허세를 부리지는 않은 것이죠. 물론 우리는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지만요...뻗대는 것이 아닌 진솔함은 긍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당시 맥락을 구체적으로 몰라서 조심스럽긴 합니다. 이문구 선생 역시 우리나라 원로들의 전철인 그 노망의 길을 밟기 시작했던 것인지요...? 이 다큐에서는 이문구 선생 부친이 좌파로 총살을 당한 인텔리라던데, 창씨개명을 했다니, 의아스럽기도 하고 사실이라면 착잡한 역사인 것이죠... 어쨌거나 닥나무님의 고증적 재능이 돋보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킴>은 영국과 러시아 첩보전 이야기로 보니 재미있더군요.구도의 나라 인도...그런 냄새가 진하긴 하지만,소년이 따르는 그 노인은 소설주인공으로서는 상당히 실감나게 묘사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포스터도 인도를 종교의 나라니 뭐니 그런 식으로 보았군요.티벳을 소비하는 방식도 그런 식인 것 같아요.신비한 종교 운운...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1 16:11   좋아요 0 | URL
<킴>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킴의 스승이 러시아와 프랑스의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하는데, 킴이 분연히 나서죠. 저는 이 장면을 이렇게 보아요. 그 전까진
인도와 영국 사이에서 정체성을 헷갈려하며 왔다리 갔다리 하던 킴이 영국인으로서의 제 모습을 찾는 게 아닌가 해요. 조금 삐딱하게 보면 러시아와 프랑스가 인도를 노릴 때 영국만이 인도를 지킬 수 있다는 표현일 수도 있겠구요.
키플링은 제국주의자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는 작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6:56   좋아요 0 | URL
언급하신 그 장면을 다시 한번 정독하고 싶군요.아무래도 누군가 이야기해주면 그 내용을 기억한 상태에서 다시 책을 읽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 좋지요.

키플링의 시 중에서 버마의 불교유적지를 묘사하면서 영국이 지배하니 좋다...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됩니다.아마 제국주의 작가로는 첫 손에 꼽히겠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1 17:11   좋아요 0 | URL
이번에 출간된 문학동네 세계문할전집판에 이런 소개가 있네요. "작품 속 제국주의적인 요소로 인해 과도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 작품의 문학성을 복권 받아 20세기의 대표적인 영문학 작품으로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구의 시각을 그대로 주워 담는 우리의 모습이겠죠. 제국주의를 호되게 겪은 우리라도 이런 소설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저런 황당한 얘기나 하고 있으니 말이죠. 저런 소설을 세계문학전집에 집어넣는 것 자체가 문제구요.

노이에자이트 2010-08-21 21:0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제국주의 비판은 지나치게 일제시대를 향하다 보니까 유럽제국주의에 대한 시각은 후한 편이죠.심지어 백인들은 식민지에 문명을 전해주었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래도 백인문화에 대한 동경 같은 게 강하잖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박완서,이청준 등도 그 당시 했던 발언으로 젊은 독자들과 언쟁이 있었죠.논쟁보다는 그냥 언쟁...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1 16:31   좋아요 0 | URL
두 작가를 '모신' 게 <조선일보>의 힘이겠지만, <조선일보>를 싫어하던 독자로선 반가울 리가 없었겠죠.

2010-08-23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목요일이었던 남자 - 악몽 펭귄클래식 76
G. K. 체스터튼 지음, 김성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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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스터턴은 좋아하는 기독교 작가 C.S.루이스 덕분에 알게됐다. 두 작가는 함께 영국에 살았는데, 체스터턴이 30년 정도 선배가 되겠다. 루이스가 간간히 체스터턴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꺼내길래 관심을 갖게 됐다. 루이스는 주로 체스터턴의 종교적인 글-체스터턴은 가톨릭 신자이다-을 인용했는데, 내 관심도 거기에 있다. 추리 소설 작가로 유명한데, 종교적 색채의 글도 상당히 남겼다. 개인적으론 내년 상반기에 번역 출간된다는 <The Everlasting Man>을 기다리고 있다. 

  <목요일이었던 남자(The Man Who Was Thursday)>는 체스터턴의 장기인 추리 소설이다. 서로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찰들이 무정부의자를 추적하며 생기는 에피소드이다. 서로를 무정부의자로 알던 이들이 실은 모두 경찰이었고, 무정부주의자 단체의 두목마저 경찰임이 밝혀진다. 소설이 발표되는 1908년 무렵은 유럽 전역에 연이은 무정부주의자의 테러로 사회가 혼란했던 시절이다. 무정부주의자들의 테러가 꽤 심각했던지 역시 영국에서 활동하던 작가 조지프 콘라드도 그리니치 천문대 폭파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비밀요원(The Secret Agent)>을 체스터턴에 한 해 앞선 1907년에 발표한다. 기독교인이 되어가던 체스터턴은 무정부주의자들의 사회 파괴 행동에 맞서 사회를 수호하는 경찰들-실은 종교인들-을 꺼낸다. 물론 경찰과 종교인이 당시 사회를 수호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문제는 이 과정을 그려내는 작가 고유의 스타일인데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인물 역시 사람인지 그 이상의 존재인지 헷갈린다. 압권은 일요일이라 불리던 무정부주의자 단체의 두목인데, 그는 소설의 시종 내내 신적인 아우라를 지닌다. 그는 사건을 해결할 생각은 별로 없고, 동료 경찰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정체를 드러낸다. 정체를 드러냈대서 해결될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소설은 그리 끝난다. 성경 구절을 조금 비튼 잠언투의 말을 흘리며 소설에서 빠져나가는 일요일을 보며 작가와 함께 무책임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눈에 더 거슬리는 건 작가가 지닌 유럽, 특히 서유럽 중심의 사고였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사람들의 외모에 대해 비아냥 대고 아시아인에 대해선 과한 공포감을 드러낸다. 예컨대 이런 대목이다. 주인공 사임의 생각인데, 난데없이 '중국인들의 침략'을 떠 올리며  '거대하고도 무자비한 위험이라 말한다.(51면) 중국인이 영국을 침략한 적이 있나? 그저 야만으로 생각하던 아시아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하와 공포감이다. 이런 표현도 있다. "중국 사람들이 갑자기 스코틀랜드 말을 하는 것처럼 아주 낯설었다."(84면) 자꾸 아시아인을 걸고 넘어진다. 아시아인이 무정부주의 단체를 결성한 것도 아닐텐데 이러는 걸 보면 작가 내면에 숨은 오리엔탈리즘이 슬몃 슬몃 새나오는 장면이라 하겠다. 체스터턴 추리 소설의 재미를 말하기에 앞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Gilbert Keith Chesterton(1874-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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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8-1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정부주의자들의 이름을 목요일이니 일요일이니 하는 '요일'로 붙인 것이 아주 재미있네요. 이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중국인들의 침략'은 페르시아, 러시아까지 이르렀던 칭기스칸의 침공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드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8 22: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말씀을 듣고보니 몽골인의 침략을 뭉뚱그려 중국이라 한 것도 같네요. 이 것도 생각해 보니 제대로 알지 못함이네요. 제대로 불러줄 줄도 모르구요. 덕분에 중요한 걸 깨닫네요. 고맙습니다^^
요일로 이름을 붙인 건 성경을 차용한 듯 해요. <창세기>에 요일마다 각기 다른 창조물이 있는데, 각 경찰들도 개성이 뚜렷하거든요. 특이 일요일은 신적인 모습인데, 일요일은 주일(主日)이라고도 하잖아요? 작가의 종교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런 것도 같구요.

반딧불이 2010-08-18 23:05   좋아요 0 | URL
아항..요일 이름이 종교적 배경이군요.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

2010-08-19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08-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편견이겠지만 저자 사진이 인종차별주의자 같은 인상을 풍기네요 ^^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9 09:4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작가는 19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이라고 해요.
저 시대를 살았던 기독교인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당시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던 나라인데요. 그들이 아시아나 남아메리카를 선교지로 생각했을지, 식민지로 생각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선교사 나름의 문제이겠지만 체스터턴도 보통 영국 기독교인의 생각에서 그리 벗어나 있지는 않은 듯 해요.
그저 흥미로운 추리 소설가라 말하는 건 무책임한 듯 해, 비판적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미지 2010-08-19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 면이 있군요... 그러다 보면 과거의 중국 문헌도 묵과할 수 없겠는데요...
중화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 규정해야 하는 오랑캐, 그 이데올로기의 기원에 대해 중국인들이 성찰해야겠지요. 왕후이는 신중히 음미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중국인들과 지식인들이 중화의 부활 또는 제국의 동양화를 꿈꾸는 것 아닌가, 하고 저는 요즘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후이가 좋은 것은 그 흐름을 타자화하려는 처절한 노력인데요... 저는 고진, 왕후이를 읽으면서도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어떤 빈자리가 조선의 유민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9 09:50   좋아요 0 | URL
일전에 모교에서 중국의 망명 시인 베이다오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 적이 있어요. 반체제 작가인데, 미국에 망명해 살아가는 작가입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오른 적이 있는 미국과 중국에선 꽤 알려진 시인입니다.
제가 중국이 아시아에서 갖는 대국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정색을 하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어요. 좀 놀랐는데, 저는 한국인이라면 알고 있고, 느낄 수 있는 중국의 위상을 물었는데 황당한 답이 와서 당황했습니다. 중국은 동양과 서양을 말할 때 동서라 하지 않고 중서라 하죠. 자신이 동양을 대표한다 생각하니까요. 이런 걸 예로 들며 물었는데 말이죠.
중국의 현체제를 싫어해 망명했대서 중국의 대국주의를 싫어하는 건 아닌거죠. 언젠가는 조공을 받았던 시대처럼 회복해야 할 위상이라 생각하는 듯 해서 씁쓸했습니다.

다이조부 2010-08-1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이다오 라는 이름을 처음 접해서 검색해 봤어요~ 군대에 있을때 이 아저씨가

방한했군요~ 정말 2년 이라는 별것 아닌거 같은데 입대년과 전역한해 를 빼고 오롯이

군생활한 2004년 1년은 저에게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흉내내면 수수께끼 시간이네요 ㅋ

책도 04년 05년에 출판된 책들을 확인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더라구요

강박인가? ^^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9 12:0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시절 생각하면 무언가 휑한 느낌이에요. 텅빈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베이다오는 시선집을 구해볼 수 있어요. <한밤의 가수>인데, 대표작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방한을 기념해 출간되었죠.
한 10년 전쯤에 고려원에선가 베이다오 연구서를 펴냈는데, 도서관에나 있을거에요,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