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 문학 전집 (전 50권)
② 동화와 아동 문학의 고전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 전집에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접했던 책들은 <영국 동화집>, <프랑스 동화집>, <미국 동화집> 같은 각 나라별 고전 동화를 모아 놓은 동화집이었다.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유럽풍의 동화집 부터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기관차> 등 비교적 현대적인 창작 동화들이 들어있었던 미국 동화집. 좀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이런 흔한 이야기들보다 <북유럽 동화집> 같은 다소 색다른 동화집들이 흥미를 끌었다. 어떤 책에 들어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네덜란드의 운하를 배경으로 한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은 스케이트>는 선과 악의 대립만이 익숙한 구도였던 나에게 무척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일본 동화집에 들어있던 <요구가 많은 요리집>도 압권.
동화들을 섭렵하고 나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책들은 형, 누나가 추천해 주었던 아동 소설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동 문학계의 최고 작가라 생각하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에밀과 탐정>,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 스티븐슨의 <보물섬>, 통쾌한 활극 <로빈 훗의 모험>...
캐스트너가 직접 그렸다고 설명이 붙어 있었던 <에밀과 탐정>의 그 독특한 삽화(실크햇을 쓴 신사, 경적을 든 소년 등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나 오래된 판본의 삽화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의 <로빈 훗의 모험> 등 삽화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드디어 추리 소설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 문고 Number 47. <세계 추리 명작 선집>.
<도둑 맞은 편지>를 시작으로 <네개의 서명>, <얼룩 끈>, <푸른 십자가>, <알루미늄 단검>, <황색 다이아몬드의 비밀> 등이 이 책의 수록 작품이었다.
아, <네개의 서명>의 도입부에서 "와트슨"의 오래된 회중시계를 보며 추리를 하던 "호움즈"의 모습에 얼마나 뿅 갔던가.
어둠속의 천재 뒤팽, 능청스런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 냉철한 과학자 손 다이크..
그 이외에도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피터 팬>, <소공작>, <소공녀>, <작은 아씨들>, 재미 없는 내용인 줄 알고 방치하다가 중학생이 되어서야 읽었던 린드그렌 여사의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까지.
이 50권 짜리 전집은 요사이 나오는 웬만한 성인 도서보다도 작은 글씨와 흑백 편집에 삽화도 그다지 많지 않았었지만, 그리고 돌이켜보면 일본의 아동문학 전집을 중역했을 것이라는 심증이 들지만, 좋은 안목에 의한 리스트, 충실한 교정과 편집으로 어린 시절의 내게 풍성한 기초 독서의 장을 제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