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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쟁 세트 - 전5권 7년전쟁
김성한 지음 / 산천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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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아주 오랜 두 가지 기억이 있다.

그 중 더 오랜 기억 하나는, 유현종의 소설 <임진왜란>이다. 이 책을 읽은게 초등학교 때인지 중학교 때인지도 가물가물할 정도라서 책의 내용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계몽사 소년문고라는 전집에 들어 있었던 책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었지만 제법 진지하게 전쟁을 서술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기억은 고등학생 시절의 일로, 현대문학 교과서에 일부가 실려 있었던 김성한의 <바비도>다. 1980년대 그 시절의 교과서 작가 중에 김성한은 비교적 젊은(?) 작가였다. 소설의 내용도 외국을 배경으로 한 종교 재판을 다루고 있어서 참 특이하고 인상 깊었다. 의연하게 삶의 길을 포기하는 바비도의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제법 숭고하게 다가왔다. 돌이켜 보면 양심을 저버릴 수 없어서 죽음을 선택하는 그의 모습이 80년대의 엄혹한 시대상황과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세월은 25년 가까이 흐르고, 상대적이라지만 젊다고 여겨지던 김성한이 고인이 된 연후에야 그의 역사소설 <7년전쟁>을 읽게 되었다. 그제서야 중고등학교 시절 집에서 구독하던 동아일보에 컬러 삽화와 함께 실렸던 소설 <임진왜란>의 기억이 떠 오른다. 송영방 화백의 그 익숙한 붓터치와 함께. 신문 한 면을 차지하는 연재 소설을 읽을 만한 깜냥이 못 되었던 나는 이렇게 나마 뒤늦게 <7년전쟁>을 접하게 되었다.


작가의 약력이 이채롭다. 순수문학을 업으로 하다가 언론계에 투신하여 <사상계>와 <동아일보>에 재직했다. 그리고 정년퇴임으로 보이긴 하지만 80년 신군부의 집권과 언론 통폐합 시절에 맞물려 언론인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그 후 본격적으로 역사소설을 써내려 간다.

 

<7년전쟁>은 이런 작가의 약력에 어울리는 긴장감을 갖고 있다. 신문 기사처럼 간결하고, 감정에 치우친 불필요한 가감이 없다.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의식과 국제 정세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을 유지한다. 이렇게 저널리즘에 입각한 역사 소설이 우리 문학사에 있었던가? 과문한 탓인지 내게는 새로운 발견이다.

 

이 소설은 종군 기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르포르타주라 할만큼 생생하다. 엄청난 사료 조사와 입체적인 분석이 돋보인다. 작가의 상상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독자를 선동하고 앞서나가 흥분할 법한 장면에서 조차 담담한 눈으로 사실을 조목조목 묘사한다. 소설 후반부의 절정 부분에 해당하는 칠천량 해전과 조선 수군의 전멸, 이순신의 재신임, 기적과 같은 명량에서의 승리. 소설가라면 욕심을 부릴만한 처절한 소재이고, 극적인 장면이다. 실화가 아니었다면 '만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고 치부할 만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냉정을 잃지않은 서술은 오히려 더 생생하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소설은 이순신의 전사와 함께 서둘러 결말에 이른다. 연재 상황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인지 권말에 수록된 작가 노트는 풍성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본작의 후일담이나 에필로그에 해당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소설을 다 읽은 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중요 부분이라 하겠다.

 

귀에 박힐 정도로 많이 들어온 역사적 사건이지만, 사실 그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경우가 많다. '임진왜란'도 그 중의 하나다. 1592년에 발발하여 7년 간 전개 되었던 전쟁, 통신사들의 엇갈린 증언, 선조의 야반도주, 이순신의 활약과 거북선, 행주대첩과 진주대첩. 각각의 단편적인 사실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7년 동안 전쟁이 거시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떻게 종료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특히 명나라와 일본 내부의 사정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며 오롯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나라와 위정자들은 온전히 되풀이 되는 역사속에 과거를 답습하고 만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임진왜란과 6.25는 놀랄만큼 유사한 사건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위정자와 지배층들이 보여주는 부패하고 무능한 행태, 수도를 사수한다고 민중을 속여 놓고 뒤도 안돌아본 채 도망치는 겁쟁이 조정과 정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오판과 잘못된 정책, 외국의 원조 없이는 나라가 결단나고 말 수 밖에 없는 허약한 국방력, 도망칠 때는 언제고 안전한 곳에서 결사 전쟁을 외치는 왕과 대통령, 적군과 원조군 모두에게 학살당하고 약탈 당하는 민중, 그리고 휴전 협상에서 제3자로 소외되는 전쟁 당사국.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공통점들은 마치 평행이론을 보는 듯 하다. 1500년 대에 일어난 사건에서 한 치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20세기 국가. 참으로 부끄럽고 불쌍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역사를 또다시 되풀이할 것인가. '무능한 통치자는 만참으로도 부족한 역사의 범죄자다.', 작가는 서언에서 준엄하게 일갈한다.


의도적인지 모르겟지만 우리는 그동안 민족사를 다룰 때 '전쟁'이라는 용어를 회피해 왔다.
'임진왜란'이 그렇고, '병자호란'이 그렇다. '6.25 사변'이 그렇고, '몽고의 침략'이 그렇다.
국가간의 전쟁을 단순히 나쁜 오랑캐들이 일으킨 '난리', '변괴', '사달'정도로 치부해 오지 않았나. '7년 전쟁', '조청전쟁', '한국전쟁', '항몽전쟁' 등이 더 적합한 용어가 아닐까?
어설픈 명칭을 부여하여 전쟁의 선량한 피해자인척, 역사적 사실을 축소하고 외면해오지 않았는가 돌이켜 봐야 한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임진왜란은 임진년에 왜놈들이 일으킨 난리인데 많은 의병들과 관군들이 일치 단결하고, 이순신 장군이 용감하게 적군을 무찔러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라고 피상적으로 배워 왔다. 하지만 소설에서 보듯 임진왜란은 그렇게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 동아시아 국제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명, 일본, 조선왕조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거대한 사건이다. 그 사건의 자세한 사정이 비록 우리에게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역사일지라도 제대로 알리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진보적 재야 역사학자인 이이화는 10여년 전 저서 <한국사 이야기>를 통해 임진왜란을 '조선과 일본의 7년 전쟁'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런데 그보다 15년 이상 앞서 작가는 <7년전쟁>이라는 제목을 사용하고자 하였다. 제목만으로도 작가의 역사적 관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리고 소설은 훌륭하게 그러한 관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탓인지 신문 연재 당시 고수하지 못했던 제목을 제대로 살려 <7년전쟁>으로 새롭게 출간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접하고, 역사에 새로운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설의 감동과 재미는 물론 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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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09-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게 누구시죠? 반갑네요. ^^

하이드 2012-09-1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하이드 2012-09-1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손님의 별다섯이라니, 임진왜란이 전혀 궁금하지 않지만, 사읽고 싶네요. 반갑습니다!

oldhand 2012-09-1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 님, 하이드 님, 잊지 않고 댓글도 달아주시고. ^^
역사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한 두권 짜리 책이 아니니 대하 역사소설을 좋아하시거나, 임진왜란이 궁금하신 분들만 읽으시라고 조심스럽게 추천합니다.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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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이 책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이렇다.

"정말 재밌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 나는 가급적 줄거리를 언급하지 않고 리뷰를 쓰려고 노력한다. '반전이 있다', '결말부분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정도의 언급만으로도 독자로서는 상당히 김이 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잡설을 구구절절 늘어놓게 되는데, 내용을 제외하고 책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늘어놓을 말이 그리 많을 리가 없다. 그래서 결국 책을 읽고도 리뷰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쪽으로 튀어!>는 미스터리 소설도 아니고, 작품 외에 내가 딱히 알고 있는 정보나 이야깃 거리도 없으니 더더욱 리뷰를 쓸만한 건덕지가 없는 셈이다. 소설에 대한 문학적인 평가나 서술 구조, 내러티브에 대한 심도깊은 감상을 읊을만한 교양이 내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쭙잖은 리뷰를 쓴다. 순전히 이 소설의 '재미'때문이다.

주제 의식이나 소재로만 보았을 때 이 소설은 일종의 '후일담 문학'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일담 문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어디선가 한국 문학은 '빈곤 리얼리즘'에 빠져있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단순히 웃어 넘길만큼 엉뚱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각하면 심각하고 무거우면 무겁다고도 할 수 있는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상상력과 이데올로기와 인간의 의지에 대한 작가의 낙관적인 자세가 돋보인다.

일본의 소설들이 최근 국내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담없음'과 '가벼움', 그리고 그 속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작품의 주제의식 때문이 아닐런지.

폭염이 전국을 뒤덮었던 지난 8월 초 여름 휴가기간에 읽었던 이 소설은 열대야에 지친 내게 웃음과 눈물, 단비같은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해 주었다. 올 여름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이라고 주저없이 이야기 하련다.

정말 재밌다. 그리고 감동과 웃음은 특별 부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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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말씀 공감 백배요^^

oldhand 2006-08-2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구동성으로 재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니, 제 리뷰는 중언부언일 뿐입니다. ^^

로드무비 2006-08-3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을 준다는 제안에 혹해 결국 주문했는데.
올드핸드님의 리뷰를 보니 흐뭇하옵니다.^^

2006-08-30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hand 2006-08-3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1+1의 위력이 대단하군요. ^^ 저도 사실 그거땜에 주문한거 였어요. ^^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랄께요.

oldhand 2006-08-3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아니, 대체 그 책을 소장하고 계신 분이 주위에 계시다니요. 2대는 덕을 쌓으신 모양입니다. 저는 예전 학교앞 만화방에서 봤었는데, 언제 가서 한 번 훔쳐올까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
 
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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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은 죽음을 앞두고 더욱 빛나는 것인가.

이사카 고타로의 <사신 치바>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치바'는 사신(死神)이다. 그가 관찰을 요구받은 사람들은 일주일간의 심사기간을 거쳐 '가(可)' 판정을 받는 경우 죽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은 '병사'나 '자살'이 아닌, 자신의 수명보다 먼저 찾아오는 뜻밖의 죽음이다. 사실 관찰과 판정은 거의 형식적인 절차이며 대부분은 결국 '가' 판정을 받게 되지만.

<사신 치바>는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치바는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성별이 바뀌지는 않는다.) 담당하게 된 사람을 만난다.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치바의 등장은 그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정보부(자세히 묘사되지는 않는 조직이다)에 의해 그 시기와 상황에 맞는가장 적절한 모습으로 분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신은 곧 죽음을 맞이할 인간들을 위해 그들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신들 중 오직 치바만 그런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심각하거나 비장하지는 않다. 최근 일본 소설들의 트렌드이기도 하고, '쿨한 감성의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사카 고타로라는 작가의 작품 성향이기도 하다. <러시 라이프>에서 인생은 풍요로운 것이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것 처럼 <사신 치바>도 마찬가지로, 비록 죽음이 곧 닥칠지라도 내 앞에 놓여 있는 인생과 삶은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감동적'이라 할만한 장면들을 치바는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사신들은 인간의 죽음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치바의 눈과 입을 빌려 이러한 냉정할 만큼 무덤덤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죽음'은 그다지 슬프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삶'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냐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속의 말 처럼 '인생은 관 뚜껑이 덮일 때까지 행복했던 것인지 불행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사신 치바>는 내가 읽은 같은 작가의 다른 두 작품인 <러시 라이프>와 <칠드런>에 비하면 평범한 소재와 익히 들어본듯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도 잘 짜 맞추어 놓는다면 비범하고 신선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의 구성 능력 덕이 아니겠는가. 이사카 고타로는 독특하고 교묘한 구성의 작품들을 생산해 내는 작가다. 또한 그의 작품들의 구성은 서로 비슷한듯 다르다.

<러시 라이프>는 3인칭 작가의 시점으로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5개의 사건들을 서술한다. <칠드런>은 한 사람의 주인공을 지켜보는 각기 다른 1인칭의 관찰자들이 챕터별로 등장하는 연작 소설이다. <사신 치바>는 1인칭 주인공이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상대방을 만나는 연작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들은 독립적이라 믿었던 에피소드들의 절묘한 연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러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갖는 연결의 강도가 다르고, 작가의 의도를 내 비치는지, 은닉하는지의 여부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다름이 서로 엇비슷하게 보이는 작품의 구성을 천편일률적이지 않게 하는 이유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들이 '출간 러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갑작스레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런 출간 러시가 타당하게 느껴질 만큼 각각의 소설들이 일정 수준이상의 품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사카 고타로는 나의 또다른 '보증 수표'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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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6-07-09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야심한 시각에 답글을.. ^^
근데 갑자기 올 한 해 너무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식상해 질 가능성도 조금 있지 싶습니다. -_-a

상복의랑데뷰 2006-07-0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식상해지거나 붐업되거나 둘 중 하나겠죠 ^^;

물만두 2006-07-0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가에게 작품마다 보여주는 꾸준한 패턴이 맘에 들더군요. 그것을 식상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좋은 작가라 생각됩니다^^

oldhand 2006-07-1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 님 / 꾸준한 3할 타자는 가능할 것도 같고.. 너무 시류에 편승한 물밀듯한 출간러시가 아닌가 싶구만.
물만두 님 / 구성 능력과 마무리 솜씨가 좋은 것 같아요. ^^ 물론 지루하지 않게 간결하게 써 나가는 능력도..

로드무비 2006-07-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적이라 믿었던 에피소드들의 절묘한 연결이라는 공통점,이라굽쇼?
제가 그런 것 좋아하는데.ㅎㅎ
삼월은 붉은 구렁을 재밌게 읽었어요.
이사카 고타로도 도전해 봐야겠군요.^^

oldhand 2006-07-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세편의 소설 중에 '러시라이프'는 이 에피소드들은 서로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암시하고 있구요, '칠드런'과 '사신 치바'는 은근슬쩍 연결시키는 방식입니다.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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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것은 자기 중심적으로(혹은 나에 빗대어) 생각하기 마련인게 인지상정이다. 그 중의 한가지가 세상 유명 인사들의 나이와 자신의 나이를 비교해 보는 것. 어린 시절에는 당연하게도 내 또래나 나보다 어린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이미연'이 동갑이라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었는지. (대학 입시철 당시 이미연의 지망 학교가 초미의 관심이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워낙에 고등 학생 스타들이 많아서 이런일은 없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대머리가 다 된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나 40대 용모의 루이스 피구가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기도 하며, 20대 초반의 젊은 연예인들이 나와 몇살 차이나 나는지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 '작가'나 '문인'들의 나이를 확인하다 보면 나는 아직도 내가 젊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다. 인생의 경륜과 경험이 이들에게는 큰 자산이기에 어린 나이에 문명(文名)을 크게 날리는 일은 쉽지 않은가 보다.

<러시 라이프>의 작가이자 일본은 물론 최근 한국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인 이사카 고타로는 공교롭게도 나와 동갑이다. 즉, 문단에서는 아직 젊은 신진 작가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 달 사이에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작가의 책이 세 권이나 출간되었다. 그만큼 출판 기획자들의 구미를 끄는 작가인 모양이다. 아직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의 작품세계와 그 근간을 이루는 주제의식들을 미처 알 수는 없지만, <러시 라이프> 한 권만으로도 이 젊은 작가의 재기 넘치는 상상력과 간결하면서도 촌철살인한 글 솜씨를 충분히 맛 볼 수 있었다.

<러시 라이프>는 젊은 작가가 말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쳇바퀴 돌듯한 단순한 삶을 하루 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단조로운 그들의 삶에도 전기(轉機)가 마련되는 중요한 순간들이 반드시 있을 터. 각기 다른 삶을 사는 네 명의 주인공이 그 터닝 포인트를 어떻게 맞이하는지를, 그들의 하루를 확대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단순하게 보여주기만 해서는 재미가 없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소설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가이 리치의 영화나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처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센다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병치되어 진행이 된다. 미스터리 작가인 S. 밸린저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플로팅 기법이다. 기차의 선로마냥 평행하게만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절묘하게 맞물리게 된다. 그것도 두, 세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네 명의 각기 다른 하루, 그리고 이야기의 처음과 중간, 끝부분에 등장하는 젊은 화가와 부유한 화상(畵商)의 이야기까지 모두 다섯개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철학이 있는 절도범 구로사와, 신흥 종교에 심취한 대학생 가와라자키, 애인과 결혼하기 위해 살인을 계획하는 교코, 재취업 도전 40연패(連敗)의 암울한 실직자 도요타. 센다이 시에 사는 이들 네 사람은 같은 장소를 지나기도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그들의 하루를 보낸다. 과연 그 하루 동안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 것이며, 그들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일까.

플로팅 기법을 쓰는 영화나 소설은 대개 독립적으로 보이는 여러 사건들이 서로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객이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독자는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말 뛰어난 작품은 결말만을 위해 치닫는 파노라마식 내용이 아니라 그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러시 라이프>는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결말을 궁금해 할 틈도 없이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정신 없이 몰입하게 한다. 네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 하나 하나 만으로도 훌륭한 소설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착착 아귀가 맞물리는 순간에 또 한번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모든 톱니 바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그 순간 작가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인생은 러시 라이프(Lush Life). 돌고 도는 인생이다."라고.

인생에 대한 평범한 진리로부터 이렇게 정신없이 재미있고 멋진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덧글 하나. 작가는 친절하게 복선을 여러 군데에 걸쳐 제시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이 이야기의 구조가 어떤 방식인지 알아 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알아챈다고 해서 그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덧글 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코의 인물 묘사이다. 정신과 의사라는 인텔리한 직업을 가진 교코는 너무나도 판에 박은 듯한 '성질 나쁘고 짜증을 유발하는, 제멋대로인 어리석은 여성'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가장 구태의연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또한, 제멋대로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버릇 없는 인물이 대개 '여성'으로 묘사되는 것은(그것도 남성 작가에 의해) 유감스러운 일이다. 신경과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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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6-06-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뜨는 작가에 번역자가 양억관이라, 음, 역시 대어를 놓치지 않는군요-_-;; 도서관에 신청해야겠는 걸요.

oldhand 2006-06-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초에 소개되었던 동작가의 '칠드런' 번역자도 양억관씨더군요. 대어를 미리 알아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6-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신 치바도 평이 좋던데요.

oldhand 2006-06-0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 할 책은 점점 늘어나고..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로드무비 2006-06-0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립박수라니!
흥미가 물씬 생겨버리네요.
보관함에!^^

oldhand 2006-06-0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되면 일독해 보세요. 재기 넘치는 소설입니다.
물론 제가 추리소설 이외의 소설에는 문외한인지라, 공신력은 없습니다. 하핫.
 
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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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의 원제는 'Derailed'이다. 열차가 궤도를 벗어나는 사고 등을 일컫는 단어다. 그러나 번역된 제목인 '탈선(脫線)'은 보다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할 수도 있다.

평범한 가장이자 전형적인 중산층 백인인 찰스는 어느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통근기차를 타게 되고 그야말로 "우연히" 한 명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탈선"은 시작된다. "탈선 중년"이 된 찰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일탈의 욕망은 어느덧 현실이 되었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딸, 결혼 18년 째 권태로운 일상의 아내, 그 가운데 은밀한 만남이 주는 짜릿함과 가슴떨림을 선사하는 그녀. 그러나 이내 다소 순진하고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시작했던 찰스의 '탈선'은 걷잡을 수 없는 삶의 '탈선'을 부른다.

스릴러 소설은 큰 범주에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것 같다.

액션 스릴러와 심리 스릴러.

큰 스케일과 복잡한 음모, 호쾌한 모험이 어우러지는 박력 만점 남성이 펼치는 액션 스릴러에 반해 심리 스릴러는 일상적인 소재, 평범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서스펜스는 독자의 감정 이입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리라.

박진감 넘치는 총격전이나, 동서방을 넘나드는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 독자는 소설 속에서 3인칭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그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일지라도 말이다. 주인공의 삶과 운명이 나와는 먼 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저 독자는 한 편의 스펙터클한 구경거리를 감상하는 타자(他者)의 입장이 된다.

그러나, 일상속에서 평범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릴러 소설에서 독자는 오히려 더 강렬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 바로 지금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독자와 주인공의 거리가 좁혀지는 이 순간이 바로 소설속에 독자가 빠져드는 순간이다.

제임스 시겔의 <탈선>은 화려한 액션이나 큰 스케일의 복잡한 구성 등을 배제하고 일상적이고 소소하기까지 보이는 단순한 일련의 사건들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바로 이런 평범하게 보이는 사건이야 말로 독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평온하고 무미 건조하기까지 한 궤도 열차가 철로 위에 놓여진 작은 돌멩이 하나에 탈선하여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간결한 대화체 문장과 주인공의 독백은 독자의 감정이입에 힘입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 처럼 화끈하고 대범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닥칠때 마다 소심하게 에둘러가려 하는 찰스의 모습에 독자들은 답답해 하면서도 더욱 서스펜스를 느끼게 된다. 바로 그런 소심한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소설의 이야기를 반추해 보면, 이 소설의 소재가 얼마나 구태의연하고 흔하디 흔한 소재인지를 새삼 느끼고 허탈해 할 수 있다. 온갖 드라마나 사건 실화 등등의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접했던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미처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새 주인공 찰스가 되어 이 난감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탈선>은 '정신없이 읽히고 부담없이 읽는다'는 현대 엔터테인먼트 문학의 본령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속된 말로 '재밌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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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5-3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거 여기와서 80% 세일 하드커버로 구입해서 침대 옆에 언제라도 읽을 수 있게 올려두고 있어요. 지금은 한참 울리치에 빠져 있는 중. 아, 그리고, 오늘 후더닛?에서 혹시나 하고 JJ 메릭 물어봤다가 한 스무권쯤 있는걸 보고, 일단 세권만 더 사와봤어요. 알고보니 엄청 다작인 작가더군요. 이렇게 부지런히 사도 되는가 모르겠지만 -_-a 주인 아저씨랑 드디어 말을 텄는데, ( 디스카운트도 험험) 이름은 헨리. 헨리는 챈들러 팬인데, 꼬임에 넘어가 겨우 4챕터 쓰고(20분의 1이나 되려나;;) 나머지는 로버트 파커가 썼다는 푸들 스프링스를 사고 말았습니다. 저보고 미스테리 서점 할 생각 없냐고 그러더군요;; 울리치 책들은 상태 별로인데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래도 갈때마다 한권씩 블랙시리즈 모아보려구요.

아, 근데, 전 '재미있으면 그만' 인건 별로인데, 흐음. 그런가요. 이 책?

oldhand 2006-05-3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원서로 사서 읽을 만큼 심오한 책은 아닌것 같기도 하구요. 딱 재밌으면 그만, 거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재미는 제법 탁월한 편이구요.
JJ 메릭 책은 기데온 시리즈겠죠? 읽고 리뷰해 주세요. 저는 그저 리뷰 읽고 침만 흘리렵니다. 여담이지만 한때 제 영문 이름이 '헨리' 였다죠. 흐흐.

물만두 2006-05-3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죠.

하이드 2006-05-3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4불 좀 못주고 샀으니, (여기선 번역본구하기도 비싸고) 심오한 이유로 원서 산건 아니구요 ^^a 네, 기데온 시리즈요. 방화마가 좋아서, 막 원서산다고 난리 쳤더랬잖아요. 이렇게 직접 서점가서 사니 감개무량입니다.

oldhand 2006-05-3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러코스터, 정말 정신없죠? 아무래도 주인공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면이 많은 남자 유부남 독자인 저에게는 감정이입이 더 손쉬웠던 것 같아요. 하핫.
JJ 메릭은 어떻게 국내에 더 소개될 여지도 없는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죠. 하이드 님이 돈 벌어서 출판사 차리기 전에는. ^^

상복의랑데뷰 2006-05-3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 스릴러는 아이리시의 장기가 아닐런지 ^^

로드무비 2006-05-3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 스릴러라니 구미가 당기는군요.
출근하다가 어딘가로 떠나는 이야기 저도 좋아합니다.^^

oldhand 2006-06-0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 님 / 아이리시에 비할 수야 있을까? 하하.
로드무비 님 / 출근하다가 어디로 떠나긴 하는데요, 몸이 떠나는게 아니라 삶이 딴길로 새는 이야기 입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6-0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님, 축하드립니다. 으하하하핫!

oldhand 2006-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부끄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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