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듯이 나는 오프라인형 인간이다.
이런 저런 잡다한 취미들이 많아서 알라딘의 다른 많은 서재 주인장분들 처럼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에 조예가 있는건 더더욱 아니다. 서재 업데이트도 가물에 콩 나듯 한다.

회사일이 바빠지다 보니 자연히 나의 이런 저런 오프라인 취미 활동이 줄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다 보니 이런 현상은 가속화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남은 취미가 추리소설 읽기. 그래봤자 한 달에 기껏해야 다섯권 읽어내기가 벅찬 수준이다. 읽을 만한 추리소설이 많지 않던 2-3년 전과 비교해 엄청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즈음에는 이 정도 속도로는 신간들을 다 읽는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더욱 추리소설 이외의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졌다.

리뷰는 말할 것도 없고 요새 자꾸 올리는 페이퍼들이 추리 소설에 대한 글들이다 보니 자칫 "어 이 놈은 완전 추리소설 폐인이네?"라는 오해를 살까봐 노파심에 드리는 변명이다. 음. -_-;
사실 나는 시간이 나면 책 읽기 보다 다른 놀 것들을 먼저 찾는 사람이다. 그러니 오늘 이 페이퍼를 보시더라도 오해 하지 마시기 바란다. 나는 오타쿠나 마니아가 아니다. 음. 더욱 구차하구나. -_-;;;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면 '상승 효과'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더더군다나 그 취향이 '주류'가 아닌 경우라면. 인터넷을 통한 동호회들의 발전은 이런 '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아주 좋은 밑바탕이 되었다. 그냥 혼자 간혹 생각나면 사서 보던 추리소설 읽기에 더욱 불을 붙인 것도 역시나 인터넷 동호회.

알라딘의 서재 주인들 중에서도 가입자가 꽤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싸이월드 내의 추리소설 동호회인 "화요 추리 클럽"이 내가 '암약'하고 있는 동호회이다.

지난 금요일 점심때 동호회 회원 몇몇 분들과 삼성동에서 접선, 점심을 먹고 반디 앤 루니스에 갔었다. 찾아 간 곳은 당연히 장르 소설 쪽 진열대. 새로 나온 외국 소설 칸에 주욱 놓여 있는 추리 소설 및 여타 장르 소설들을 들춰 보며 다들 흐뭇해 하면서도 품평을 잊지는 않는다.

"이건 정말 선정적인 분책과 선정적인 자간이야"

"이건 책값도 너무 선정적이야"

"위 아래 여백에 소설 한권이 더 들어가겠는걸"

"오, 역시 이 책은 이 빽빽한 편집이 마음에 들어"

한 참 품평을 늘어 놓던 그들은 곧이어 이상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다.

- 계속 -

p.s. 쓰다보니 밥 시간이 되서 or 소재 하나로 페이퍼 두개 우려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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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폐인 맞아요^^ 저는 거기 가입할려고 싸이에 가입한 무명씨죠^^:;;

야클 2005-08-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 다 하셨으면 빨리 쓰시죠. 추천한방! ^^

엔리꼬 2005-08-2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아래 여백에 소설 한권이 더 들어가겠는걸" : 가끔 어떤 책들을 보면 이런 생각 나곤 하죠.. ㅎㅎ 너무 웃겨요.. 갑자기 노트의 아래 위 여백까지 볼펜 줄 그어서 쓰라고 그러시고 꼭 검사를 하셨던 중학교때 여선생이 생각나네요.

하이드 2005-08-2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누구는 밥시간이 되면 그대로 페이퍼 중단하고 달아나서 안 온다는.. 흐흐
풉- 대략 ' 선정적-'인 업계용어이군요.

oldhand 2005-08-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저도 그것 때문에 싸이에 가입을 했지요. 근데.. 전 폐인 아니라니깐요. ^-^
야클님 :: 앗, 이런 글에도 추천을 해주시는 야클님 감사합니다. ^_^
서림님 :: 맞아요. 저도 그런 선생님들 기억납니다. 그땐 정말 "소비 절약"이라는 것이 국가적 아젠다였죠. 이제는 "소비는 미덕"인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하이드님 :: 맞아요. 중단하고 달아나서 꼭 뒷 이야기가 있나 두세번 더 둘러보게 하는 그런 알라딘의 누군가가 있지요. ^-^ '선정적'은 저하고 동호회의 모씨 둘이서만 즐겨쓰는 용어랍니다.

poirot 2005-08-2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생각안했는데 읽다보니 참 구차하십니다..ha ha

panda78 2005-08-2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재밌어요! ㅋㅋㅋ 구차구차-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아주 편집이 빽빽하다던데.. ^^ 스밀라가 한 권으로 나와줘서 너무 행복해요. ㅎㅎ)

oldhand 2005-08-2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oirot님 :: 그러게요. 써놓고 나니까 되게 구차하네요. ha ha
panda78님 :: 그렇지 않아도 그날 저희들의 칭송의 대상이 되었던 책들이 다름 아닌 팅커~ 와 스밀라~ 였답니다. 빽빽한 편집은 팅커.. 보면서 했던 대사랍니다. ^_^

panda78 2005-08-2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거 같더라구요! 에헷, 맞췄다! ^ㅡㅡㅡㅡ^

oldhand 2005-08-2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하신 판다님 ^-^

이매지 2005-08-2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클럽에서 은둔하고 있는 회원이예요 ㅋ

oldhand 2005-08-2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매지 님 반갑습니다. ^^ 은둔만 하지말고 암약, 내지는 활약도 해 주세요. ^_^

oldhand 2005-08-2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핫 예리하신 새벽별님. >_<

파란여우 2005-08-2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는 잘 모르지만 이 뻬빠에 2번째 추천은 누가 했을까요?

oldhand 2005-08-2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누굴까요? 두리번 두리번. (엇 이제 보니 추천이 하나 더 늘었네?)

상복의랑데뷰 2005-08-2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등장하는 대화 중에 상당수는 저인듯;; OTL 선정적안 자간과 책값은 자칫하면 공식적인 용어가 되겠군요 ^^;;

oldhand 2005-08-2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 님까지 포함하니 이글에 답변을 다신 분들 중 최소 6명이 클럽 회원이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