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L과 PD
 
1980년 대 우리나라의 진보 운동에는 두 개의 커다란 갈래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NL과 PD다.
NL은 민족해방의 약자, PD는 민중민주주의의 약자다. NL은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분단'에 있다고 생각했고, PD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여타 다른 국제사회와 동일하게 '계급'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사전적인 의미로만 보면 PD야 말로 정통 맑시스트이고, NL은 우파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민족주의란 것이 서구에서는 우파의 전유물이고, 지나친 민족주의의 고양은 파시즘을 유발시킨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 운동권의 주류는 NL이었다. 80년 5월 광주의 경험을 겪으며, 미국의 실체를 인지하게 되었고, 결국 분단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전대협, 한총련 등은 80년대 반독재 투쟁을 주도했지만, 이후 친북세력으로 매도되었고 민주화가 진행되고 사회가 보다 세련되어지면서, 철지난 구닥다리 수구 진보 취급을 받는다. (나아가서는 극우 매체들이 만들어낸 '종북세력'이라는 레테르까지 추가되었다.) 사회주의 몰락 이래 새롭게 등장하는 진보 청년들은 NL의 주장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제 NL은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 운동 세력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NL이 운동권의 주류일 때도 PD 입장에서는 NL이 엄청 촌스러웠을 것이다. PD는 NL에 대해 지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고, NL은 PD에 대해 '살롱 진보'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현실 정치권 인사들 중 DJ라는 논쟁적인 정치인에 대해서 두 진영은 다소 상반된 입장을 취하게 된다.
 
6월 항쟁이라는 전국민적 투쟁을 통해 얻어낸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두 김씨의 분열은 NL과 PD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결국 NL은 '비판적 지지'라는 내용으로 DJ를 지지하게 되고, PD는 YS에게 현실적으로 유리한 '후보 단일화론'을 외치다가 결국 이루어지지 않자 백기완을 앞세운 독자 후보를 내세우게 된다. 그 후로도 PD는 민중의 당, 민중당 등 독자 정당 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이 진영에 속해 있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3당 합당을 통해 군사독재 세력과 손잡은 YS에게 투신하고 만다. 오늘날 한나라당의 중진이 된 김문수, 이재오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반면 NL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DJ와 가까운 인연을 토대로 DJ와 정치적 활동을 같이 하게 된다. 김근태가 그렇고 386 정치인들이 그렇다. (노무현의 직계들은 좀 다른 경우인데, 노무현은 원래 YS를 통해 정계에 입문, 3당 합당 이후 소수 독자세력으로 남아 있다가 후일 DJ 진영에 합류하였기 때문이다.)
 
후일 NL과 PD가 다시 손잡고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의견 충돌 끝에 PD 계열은 진보신당으로 갈라졌다가 최근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한 솥밥을 먹게 되었다.
 
짧게 훑어본 우리나라 양대 진보세력의 약사다.

 

 

2. 이념, 주의, 정서
 
이론적으로는 이제 나도 구닥다리 NL보다는 PD 계열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적극적인 활동을 한것은 아니지만 대학시절 난 NL 이었다. 지금도 NL의 정서가 난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김정일 개객끼'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 현실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PD의 냉철함보다는 NL의 정서가 내 심정에 맞기 때문일까.
 
21세기의 새로운 젊은 진보들에게 NL은 구태세력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그러나 백기완 선생보다 문익환 목사를 훨씬 더 존경하는 나는 NL을 구닥다리라고 욕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훨씬 세련되고 논리적인 PD의 변절을 더 많이 목격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행어를 빌자면 이게 다 김대중 때문이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김대중이라는 논쟁적인 정치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진보 세력들도 결국 'DJ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첨예한 문제 때문에 수많은 이합집산을 되풀이 해야 했고, 많은 변절도 결국 그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결국 DJ를 싫어하고 비판했던 많은 진보인사들이 군사독재의 원류정당에 몸을 의탁했던 것이다.
 
정서는 결국 이념과 사상을 압도한다.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전부인 것처럼 살아오던 사람들이 정서에 굴복하는 현장을 무수히 목도하였다. 어언 40대에 접어드니 내가 갖고 있는 이념과 주의가 그렇게 확고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변절내지는 훼절이라고 공격받을 만한 회심을 한 것은 아니고 나이를 먹고 보수화 된것 같지도 않지만, 이념이나 주의의 지속성과 영향력이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한 탓이겠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절대 다수의 대중을 이끌어 내는 힘도 이념이나 주의가 아닌 정서다. 
 
아쉽게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강력한 추동력을 갖고 있는 정서는 '反'이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정서보다 누군가를 열렬히 싫어하고 미워하는 정서가 더 강한 힘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일까.
2012년 대한민국 다수의 정서는 '반MB, 반한나라당'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 우리 사회에 '반호남, 반DJ'정서가 만만치 않다. 적어도 천만표는 요지부동이다. '반MB, 반한나라당'정서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요지부동의 천만표를 내편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천만표보다 많은 수의 아군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3. 한나라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혹자는 '민주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미세하다. 민주당이 진보세력을 결코 살려주지 않는다. 사표 방지 심리든, 반한나라당 정서든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결국 진보의 싹을 밟는 행위이다.' 라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에 비해 민주당에 훨씬 호의적이긴 하다. 민주당은 반독재 민주화 세력의 후예다. 정치적으로 엄혹한 칼바람이 불던 시절에도 변절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다. 오히려 진보를 부르짖다가 한나라당의 품에 안기는 사람들보다는 가치있는 집단이다. 호남 수구 세력이나 정치적 철새들의 둥지로 폄훼하기도 하지만 중심이 그들에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떠나서 현재 우리나라의 진보세력들에게 훨씬 우선되어야 할 문제가 민주당을 평가하기가 아니라 한나라당을 평가하는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 국민전선(FN)이라는 극우정당이 있다. 장 마리 르펜이라는 극우 정치인이 오랜세월 이 정당을 이끌고 있다. 르펜은 이슬람, 범죄, 이민자 문제 등에서 강경론을 주도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 주 35시간 노동제 폐지등을 주장하는 극우 인종 차별주의자이다. 90년 대에는 15% 내외의 지지율을 얻으며 제 3, 4 정당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이변이 발생한다. 좌파 통합 후보였던 리오넬 조스팽 당시 총리를 물리치고 장 마리 르펜이 2위를 차지한 것이다.(프랑스는 대통령 선거에 결선 투표 제도를 시행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실시하게 되어 있다.)

 

장 마리 르펜이 우파 후보인 자크 시라크와 함께 결선 투표에 진출하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파부터 극좌파까지 극우 정당인 국민 전선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이, 국민 전선 지지자를 제외한 모든 프랑스 국민들이 '반 르펜' 연대를 결성한다. 극우 파시즘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85%의 국민들이 일치 단결을 한 것이다. 이 연대에 좌우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파 후보인 시라크는 압도적인 지지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다. 시라크는 중도 우파보다도 더 오른쪽에 치우친 우파 정치인이지만 어떤 진보 세력도 '우파 후보인 시라크가 대통령이 된다고 소외받는 민중의 삶과 진보 정치에 도움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반민주 세력, 파시즘 세력은 어떤 악惡보다도 우선적으로 해치워야 할 악으로 규정하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되물을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 해답에 따라 2012년 진보를 자처하는 유권자의 행동이 갈리게 될 것이다. 

 
(p.s) 
정권 교체기 10년 동안 일부 진보 주의자들이 '차라리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이 진보정당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한 후 현실을 보면 완전히 틀린 예측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진보 정당은 그 기초부터, 뿌리부터 흔들렸다. 아직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토양이 그만큼 척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이 가장 크게 약진했던 17대 총선은 탄핵 정국으로 말미암아 그 어떤 선거보다도 극우세력이 위축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극우 세력의 척결 없이 진보정치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란 대단히 어렵다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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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수첩 판결로 인해 시끄럽다.
사실은 '제도권 언론과 정치권만' 시끄러워 보인다.

각 신문사 기사 제목들을 죽 훑어 보다 보니 제일 많이 눈에 띄는 단어가 '갈등'이다.

'갈라지는 한국사회, 광우병 정국 2R'
'"납득 못해" vs "환영" 엇갈린 반응 ... 갈등 증폭' 등등.

건전한 민주주의 시민 사회라면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장'이란 것이 있고 '주장'이란 것이 있는 법이다. 나라안의 모든 국민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오직 한 목소리만 존재 한다면 그것이 민주사회인가. '그들'이 만날 욕하는 북한과 다를바 없지 않겠나.

마치 판결 하나로 온나라가 갈등에 휩싸이고, 사회가 양분되기라도 하는 것 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결국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은 그냥 묵묵히 추종하라'라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음험하기 짝이 없다.

갈등이 있어야 토론도 있고, 합의가 있는 것이다. 묵묵히, 조용히, 아무 탈 없이 흘러가는 사회는 결국 속으로 곪아 썩어들어가기 마련이다.

싸워도 된다. 놔두자 좀. 어차피 살아가는 데에 아무 지장 없다. 정치적 사안에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사적으로 만나면 다 잘 어울리질 않나. 사실 우리나라는 개개인, 단체들, 조직들의 사적인 친밀도가 너무 높아서 문제다. 민족주의의 발현이 항상 공동체의 통일과 일사분란함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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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 900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

1년여 동안 회사 일이 많이 바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피곤에 절어 사느라 책도 예년의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버려뒀다가 돌아와서 쌓인 먼지를 한 번씩 툭툭 털고 가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곳이 알라딘 서재인것 같습니다. 래왕하던 많은 서재 지기분들도 이젠 몇 분 보이질 않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다는 표시를 이렇게라도 남기고 가렵니다. 또 압니까, 앞으론 좀 더 자주 흔적 남길지. (물론 안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

오늘은 오랜만에 사진으로 인사를 드리지요.


어느덧 네 살, 콩주씨 이지호 양. 얼굴만 보면 액면 여섯 살로 인정 받기도 합니다.




꼬맹이가 등장했습니다. 2008년 5월 1일 생 이은호 양. (강조 드리지만 '양孃'입니다. -_-;)




나름 단란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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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9-2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등!

콩주는 콩주는 많이 컸군요.. 애들 크는데서 내 나이를 새삼 돌아본다는;; 우비꼬맹이를 기억하는데, 요시토모나라 소녀로 컸군요. 이은호.. 양이라구 하셨죠? ㅎㅎ 섹쉬한 입술과 그윽한 눈매가 천상 여자구만요.

반갑습니다. ^^

야클 2008-09-2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서 멋진 추리소설이라도 한편 쓰고 계신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예쁘네요. 요즘들어 아가씨 보다는 아기씨들에게 더 눈이 가는 야클이랍니다. 반가워요. ^^

oldhand 2008-09-2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 :: 아, 요시모토 나라 소녀.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처키 머리라는 소리는 들었었는데. 이은호 양은.. 머리만 좀 자라면 한결 나아지리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야클 님 :: 잘 지내시지요? 신혼 분위기가 꺼질 줄 모르시던데.. 하하.
아기씨들이 관상용(?)으로는 좋지만 같이 사는건 좀 전쟁입니다. 예.. -_-;

비연 2008-09-2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넘 이쁜 공주님들과 함께 하고 계시는군요^^ 자주 뵈요~

oldhand 2008-09-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 님도 잘 지내셨지요? 바쁜 일도 조금 나아지는 듯 하니 저도 좀 자주 올 수 있겠죠?

파란여우 2008-11-2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울트라 메가톤급의 충격입니다. 콩주양이 콩주소녀가 되었고 동생까지 봤네요.
그동안 저는 늙었다는 말씀이라는 말씀만은 하지 마시길.ㅋㅋ(그런다고 달라지냐!)
이은호 양도 한 인물(장군감이야=>속엣말)하는걸로 봐서
아이스크림 뺐겼다고 울던 언니하고는 다르게 강권으로 탈취할 것 같은.
건강해 보여서 예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거잖아요.
아그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옛손님 안부도 알 수 있어서 기분 좋아지는 주말입니다.
밥벌이의 살벌함이 도시임금생활자들로부터 조금은 너그러웠으면 싶은 연말입니다.
건강하세요. 두 공주님과 옆지기님 모두모두.

oldhand 2008-11-2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참 빠르다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요즈음입니다. 나이 먹는것에 가속도가 붙는것 같아요. 그만큼 아이들도 쑥쑥 자랍니다.
이은호 양은 남자다운(?) 생김새와는 달리 천성이 아주 순한 아이랍니다. 제 언니 보다도 훨씬 손이 덜 가더라구요. 둘 째의 숙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 사진 올린지도 벌써 두 달 전이라 그새 또 많이 자랐답니다. ^^
파란 여우님도 복되고 즐거운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9월에 올린 글의 댓글이 연말인사로군요. 좀 더 자주 뵐려면 제 게으름증이 해소되어야 할 텐데요. 핫핫)

파란여우 2009-01-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손님 북풍한파가 연말을 이어 올해 심상찮을 조짐입니다. 저도 나쁜 상태로 돌입한지 좀 되는데 잘 견뎌내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건강하셔야 다음 일을 도모할 수 있을테니. 가족 모두 두루두루 가내 무탈하시길 빕니다.

oldhand 2009-01-0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도 잘 찾지 않는 서재에 들러서 새해 인사까지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우 님 염려 덕에 잔병 치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행복하세요.

로드무비 2009-01-1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ldhand 님 반가운 댓글 따라 왔습니다.
아이고 놀라워라.
그동안 콩주가 언니가 됐네요.
총명하게 생겼습니다.
두 자매가 다.
하이드님 말마따나 요시토모 나라 세계의 미모가 맞는 것 같고요.
축하 드립니다.
사진 몇 장 긁어갑니다요.^^

온 가족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oldhand 2009-01-1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ome back home이라고 해 놓고 또 석달이 넘도록 업데이트가 없는 서재입니다. ^^
콩주가 언니 노릇 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랬는데, 요샌 좀 적응을 잘 하고 있어요. 아직도 동생은 '애증'의 대상이긴 하지만요. 로드무비 님, 옆지기 님, 주하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셔요. ^^
 

타고난 반골적 기질때문일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유독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신분 사회', '제국', '왕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화국에 태어나 평생 평등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동안의 우리나라의 사회적 상황이나 민주화의 진행정도가 그다지 큰 공감대를 불러오기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면 교과서에서 교조적으로 가르치던 평등과 자유의 사상을 고지식하게 받아들여 체화한 내가 순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연유가 되였든 간에 난 신분사회를 싫어하는 사해평등주의자이다. 신념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봉건 시대의 신분제야 어쩔 수 없는 역사의 과정이었고 지나간 과거의 사실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봉건 사회는 아닐지라도 현재까지도 왕실이 유지되고 있는 나라들에 내가 살고 있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왕실은 무슨 얼어 죽을, 잘난 것 하나 없는 놈들이.'라는게 다른 나라의 왕족들에 대한 나의 거짓없는 시각이다. 고려시대에 태어났으면 만적이 됐을려나. 만적 꼬붕 정도는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연유로 판타지나, 대체 역사물, SF등에 등장하는 제국, 왕국 등이 해당 책을 읽는데 내게 큰 장애물이다.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 그러하였고(결국 읽다가 던져버렸다),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가 그러하였다. 20세기, 혹은 먼 미래의 사회체제가 제국이라니, 이 무슨 디스토피아에 대한 묵시록적 이야기인가. 오웰의 <1984년>만 암울한 미래가 아니다. 루카스의 <스타워즈>도 마찬가지.(이건 옛날 옛적 은하계 이야기라서 그런건가)

아울러 또 하나 바라는 것은 가끔 언론에서 떠드는 '사회 지도층'이라는 단어의 용도 폐기다. 지들이 무슨 권리로 나를 지도하나. 댁들 보다 내가 훨씬 더 건전한 납세자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인데. 나라의 기둥은 바로 나다. 섣불리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지도층 같은 같잖은 단어를 쓰고 싶으면 차라리 욕망에 더 노골적인 '고위층, 권력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라. 공연히 내 혈압 오르게 하지 말고.

만민이 평등하게 잘 사는 나라는 영영 마르크스의 백일몽이 되버리고 말것 같지만,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자본주의 사회를 경제력에 좌우한 새로운 신분사회로 만들고 있는것이 너무 우울할 뿐이다.

      

다아시경, 당신이 평민이었다면 좋았을 뻔 했소. 어쩌다 귀족으로 태어나서 내 눈 밖에 났단 말이오. 미국인이었던 개릿은 유럽식 귀족 사회에 막연한 동경같은 것을 가지고 살았는지, 귀족 사회가 유지 될 경우 인류의 발전이 얼마나 모로가는지에 대해 설파하고 싶었던 것인지. 내가 조금만 덜 삐딱했어도 더 즐거웠을 뻔한 작품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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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9-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작품에서의 왕에 대한 언급은 가히 경악할 지경이었어요 ㅡㅡ;;

oldhand 2007-09-1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폴리 특급 살인은 아직 안 읽었어요. 마술사..까지만 해도 많이 거슬리던데, 제일 심한 모양이군요. -_-;;

비로그인 2007-09-2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물만두님이 경악이라고 하신다면..

oldhand 2007-09-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너구리 님이 몸소 여기까지.

털짱 2007-12-0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손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여전히 멋진 리뷰로 서재인들을 행복하게 해주시네요.^-^

덕분에 저도 흐뭇해져서 돌아갑니다.

oldhand 2007-12-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털짱 님. 예전 만큼은 아니어도 최근에 자주 글 올리셔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새 경황이 없어서 인사는 미처 못드렸지만, 여유가 좀 생기면 마실가서 친한척 할테니 반겨주셔요. ^-^
 

10년도 더 된 옛날, 제가 첫 직장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상여금을 탔을 때 산 것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전략 삼국지> 전 60권 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상여금으로 산 것이 카메라 였지요. 캐논의 AE-1이었습니다. 80년대의 오래된 모델을 중고로 산 것이었지만, 대학 시절부터 3년여를 군침만 삼키던 물건이라 감격은 컸습니다. 근데 불과 1년 반 만에 그 카메라는 도둑을 맞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가방채로. 미쳐 도둑이 보지 못했는지 삼각대만 덩그러니 남아서 켜켜이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지요.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열리고 가정용 똑딱이를 하나 장만 했지만, 주말이면 늘쌍 집 안에서 콩주와 지내다 보니 슬슬 지름신이 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번에 확 하나 질러버리고 말았지요. 10년이 넘어서 캐논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본전 뽑을 때까지 열심히 콩주 사진이나 찍어야 겠다고 마음 먹어봅니다.

설을 맞이해서 콩주양은 세배..는 못했지만 세뱃돈도 받고, 오랜만에 외가에도 다녀오는 등 나름대로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카메라를 지른 아부지 덕에 열심히 모델 노릇도 하고. 으흐흐.

 


한복이 그새 짧아졌습니다. 작년 설에는 저 한복을 입고 보행기를 타고 있었지요.


외갓집 가는 길, 원주 휴게소에서 우동에 광분 한 그릇을 거의 혼자서 다 먹고 더 달라고 했답니다.




아빠가 먹으려고 껍질을 벗긴 월드콘을 낼름 빼앗은 콩주양.


녹아서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아빠가 얼른 한입 베어 물자 울음보가 터져버렸습니다.


울다보니 스스로 감정이 격해진 콩주양. -_-; (아부지라도 돌아가신 줄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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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7-02-2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스크림에 너무 서럽게 우네요. 다음부터는 뺏어 드시지 마세요 ㅋㅋ

하이드 2007-02-2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콩주가 그 콩주란말입니까! 으아아아아 정말 아이들 자라는 거 보면 시간이 빨리 가는군요. 정말 한 미모 하네요! 엄마 닮았나요, 아빠 닮았나요. ^^

하이드 2007-02-2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카메라를 지르셨다구요? 그럼 이젠 렌즈를 지르실 차례...인가요? =3=3

oldhand 2007-02-2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 님 :: 저도 월드콘 먹고 싶었어요. 크크크.
하이드 님 :: 엄마도 아빠도 별로 안 닮은거 같아요. 아직도 옆지기와 얘는 대체 누굴 닮았나? 한답니다. 렌즈는... 흐흐흐. 당분간 참으면서 구걸좀 해 볼라구요.

물만두 2007-02-2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제 이렇게 자랐단 말입니까~~~~~~~~~ 넘 이쁘잖아요^^

로드무비 2007-02-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주 맞아요?@,.@
놀랍습니다.
아주 참하고 새초롬한 아가씨가 되었군요.
탤런트 '저리 가라'예요.^^

oldhand 2007-02-2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 님 :: 원래 애들은 금방 금방 큽니다. 어른들은 금방 금방 늙고요. ㅠ.ㅠ
로드무비 님 :: 콩주가 어렸을때는 좀 보이시 했었죠? 머리가 많이 길어져서 아가씨 냄새가 날 뿐 하는 짓은 그때나 지금이나 입니다. ^^

파란여우 2007-02-22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드콘에 상처 받은 울 콩주양. 아빠 때찌!!
근데 넘 예쁘고 사랑스럽고 이지적인 분위기를 갖추며 자라는군요.(아빠와는 딴판)
메~~렁~~

paviana 2007-02-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담에 한번 더 뺐어드시고 또 사진 올려주세요.ㅋㅋ
우는 모습도 느무느무 이쁘네요..

oldhand 2007-02-2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 님 :: 예쁘고 사랑스럽고 이지적이기만 하다면, 아빠랑 딴판이어도 상관없겠죠? (아빠도 나름 괜찮은데 =3=3=3)
파비 님 :: 사실 저 우는 사진들은 그나마 순화된 것들이고 더 처절한 사진들이 대량으로 숨어 있습니다. ^^

2007-02-23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hand 2007-02-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리 예쁘다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