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다른 장르 문학 독자들에게도 유효한 말이겠지만, 미스터리 독자들은 흔히 '저자 위주'의 독서를 한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기 힘든 경우 작가의 명성에 힘입어 선택을 하면 어느 정도 작품의 질에 대해 보장을 받기 때문이겠다. 미스터리 소설은 워낙에 장르의 특성상 '시리즈 캐릭터'가 많은 것이 '저자 위주' 독서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미스터리 독자들 사이에서는 '보증 수표'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가장 대표적이고도 유명한 보증 수표 작가는 물론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크리스티는 '다작가' 이면서도 모든 작품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넘버원 보증수표"이다. 그러나 크리스티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수없이 반복 재생되는 클리셰들과 각 작품마다 큰 차별을 보이지 못하는 평면적인 인물형 등으로 인해 그녀의 소설을 여러권 읽을 수록 약간의 "지겨움"을 느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들은 이런 견해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자는 그러한 지겨움보다는 그녀의 소설이 주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런 느낌은 내 이야기이니까.
그렇다면 크리스티 이외에 또 다른 "보증 수표" 작가들은 누가 있을까?
추리 소설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대작은 없을 지라도 모든 작품들이 골고루 재미있는 그런 작가들이야 말로 "보증 수표"에 어울리는 작가들이라 생각한다.
걸작을 읽는 그런 심리적인 부담감 없이 말 그대로 휴일 오후 편하게 배를 깔고 엎드려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작품들을 내게 안겨주는 작가들.
딕 프랜시스, 에드 맥베인, 콜린 덱스터, 피터 러브시.


이들이야 말로 나의 "보증 수표"들이다.
p.s. 아, 원래는 <사라진 보석>의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고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딴 소리가 너무 길어져서 일단 페이퍼로. 난 왜 리뷰만 쓰려고 하면 이렇게 딴소리가 많을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