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역사 기행 - 한반도에서 시베리아까지, 5천 년 초원 문명을 걷다
강인욱 지음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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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역사기행강인욱 / 민음사

 

 

고고미술학과 사학(史學)을 전공한 저자가 프롤로그에 올린 글이 인상적이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으면 유라시아 대륙 귀퉁이에 자리 잡은 한반도는 참 초라해 보인다. 그마저도 남북으로 잘려나가 주변의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더더욱 보잘 것 없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적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한국은 지리 환경적으로 강대국 사이의 소국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한국은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바닷길의 중심이자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된다. 자고로 한반도는 이러한 지정학적 조건으로 북방의 이웃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유라시아 역사의 일부를 이루었다.” 대륙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유라시아 초원은 헝가리, 남부 러시아에서 시작해서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거쳐 동쪽으로는 몽골에 이르는 북반구의 거대한 초원지역이다. 유라시아 한가운데 있는 우랄산맥은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 중에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준가얼 분지, 다뉴브 강 상류의 러시아 초원지대, 카자흐스탄 초원지대 등이 특히 유명하고, 동쪽으로는 몽골 초원과 만주 대싱안링 일대의 후룬베이얼 초원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초원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유라시아 일대가 경제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유목민들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국 북방의 네이멍구 지역은 무분별한 농지개발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 여파는 극심한 황사로 이어져 매년 한국에까지 영향을 준다. 또 자원 개발로 인해 초원 지역에 거대한 도시들이 속속 들어서 완전히 중국화(漢化)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유목민들은 북쪽의 더 척박한 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 좋은 예가 중국 북방 유목민의 상징인 오로도스다. 오르도스 청동기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오르도스는 북방 초원 고고학의 대명사로 통용된다.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낭만적인 서사도 아니고 디지털사회로 옮겨 가며 대두된 노마디즘에 대한 찬양도 아니다. 나는 다만 초원 사람들과 그들의 역사를 우리의 관점에서 재평가하고자 할 뿐이다. 험난한 환경을 딛고 동서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했던 초원 사람들은 야만인도 악마도 아니었다.”

 

 

 

신라무덤과 알타이 파지릭 문화

 

신라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에 얽힌 스토리가 흥미롭다. 신라 적석목곽분은 서기 4세기에 혜성같이 나타나 200여 년간 존속하다 홀연히 사라졌다. 그런데 신라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알타이의 파지릭 문화에서 적석목관분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 무덤이 나왔다. 둘 사이의 연관 관계는 여전히 학계의 미스터리다. 1920년대부터 남부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의 파지릭 고분군이 조사되면서 신라 고분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설이 등장했다. 알타이 파지릭 고분이 신라 적석목곽분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파지릭 고분은 적석목곽분과 마찬가지로 무덤 주변에 둘레돌(護石)을 두르고 무덤 위에도 돌을 두텁게 쌓았다. 그 안에는 나무로 만든 무덤방을 만들었다. 과연 4세기 경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알타이 파지릭 문화와 신라의 문화사이엔 최소 500년의 공백, 그리고 수천 킬로미터의 지리적 거리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두 지역의 유사성이 논쟁의 중심이다. 최근의 연구 성과로는 파지릭 고분에 쓰인 목관의 연대를 나이테 측정법으로 살핀 결과 목관이 기원전 300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임이 밝혀졌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흉노가 발흥한 기원전 300년 이후에도 줄곧 알타이에서 거주했다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각 지역과 교류하던 파지릭 문화가 한반도까지 이어졌을까? 계속 발견되고 연구되는 고고학 자료들이 그 답을 주리라 기대한다.

 

 

저자의 관심 영역은 유라시아 초원보다 넓다. 초원스토리에서 마땅히 나와야 할 실크로드이야기에서 시베리아의 전차, (), (), 늑대인간, 하늘사슴 등의 흥미로운 주제들과 한반도와 연관된 것으로는 신라의 천마도, 금관, 고인돌 문화, 황금 보검 등의 황금 유물, 가야의 청동 솥과 돼지 국밥, 고구려 꼬치구이와 불고기, 세계사를 바꾼 고구려의 말등자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책은 현대 한국의 문화 정책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초원 지역의 과거를 연구하는 일은 그간 중국 중심의 역사 서술과 이념적 장벽으로 가려져 있던 유라시아와 한국의 관련성을 다시 잇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금껏 단편적으로만 제시되던 한국과 유라시아 초원의 교류를 구체적인 고고학 증거를 통해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과 유라시아의 교류에 대한 고고 역사학적인 담론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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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 지성들의 대한민국 진단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 3
박경귀 지음 / 백년동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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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 지성들의 대한민국 진단박경귀 / 백년동안

 

1. 정치, 사회적으로 여느 때보다 사연도 굴곡도 많았던 2014년을 보낸다. 밝음보다 어둠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이해보다 충돌도 많았다. 그렇다고 무관심하지는 말아야겠다. 무관심 하는 만큼 제멋대로 끌고 가는 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2.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삶의 지혜가 깊어지고 향기로워질까? 첨단산업과 정보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삶은 디지털화해가도 생각과 행동은 아날로그 스타일이 더 좋다.

 

3.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 온 기성세대 가운데 아름다운 덕목과 지혜와 경험을 갖춘 분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의 소중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경륜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은 데 있다.”

 

4. 한국정책평가연구원 박경귀 원장이 2012~2013년 한국안보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국가 지성들의 강연을 평설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이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5. 노재봉 전 국무총리, 78세의 연세에도 매일 책을 읽으며 스스로 만학도라고 겸손해하는 노학자이시다. ‘국가론을 강의하시면서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모습을 진단하기 위해 근대국가의 태동과정과 국가의 양태를 해설한다. 아울러 민족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정체성’ ‘동질성’ ‘정감의 세계수준에서 공통점이 부재한 별개의 정치집단이 남북한에 만들어진 상황을 가슴 아파한다. 그가 제시하는 개혁과제는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예산시스템의 개혁, 교육체계의 정립, 대기업 집단의 개혁, 정부 역할의 재규정, 창의적 국가 모델 창조 등이다. 그의 주장은 거의 국가개조론적 주장이다. 정교한 각론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지혜를 모으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6. 책엔 노 전 총리 외에 10분 원로들의 말과 생각이 담겨 있다. 채명신 전 초대 주월한국군 사령관은 내부의 적을 더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6.25 전쟁의 교훈을 남겨주면서 한 말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동맹국과의 올바르고 굳건한 관계 유지, 내부의 적을 경계할 것 등이 그의 메시지이다.

 

7. 정종욱 전 주중대사는 중국의 새 지도부와 한반도 정세 전망을 이야기한다.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지만 정치권력을 누가, 어떤 집단이 움켜쥐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진다. 중국은 더 심할 것이다. 역시 중국과의 관계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만큼 중국의 변화는 큰 폭으로 변동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도 세심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이 2030년 아니면 2050년경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나가는 장밋빛 전망도 우리를 어둡게 하지만, 다민족연방국가로 해체되는 극단적 상황 또한 한시적으로 한반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8. 이 책에 실린 거의 모든 분들이 격동의 삶과 세월을 보내신 분들이다. 한 분 한 분 무대를 떠나 객석에서 계시다가 이 땅을 떠나실 날이 가까우신 분들이다. 그분들이 목적과 욕심을 내려놓고 해주시는 한 말씀 한 말씀들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나와 내 후손들을 위한 내 땅과 내 나라가 더욱 평안해지고 발전되길 소망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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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전에는 꼭 해야 할 맨땅요법
소공자 지음 / 코스모스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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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요법소공자 / 코스모스북

 

 

황토집

 

 

혼자서 황토집을 지은 나의 지인은 집을 처음 짓는 것이라고 했다. 서까래를 올리는 일이라던가 좀 더 힘이 들고 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다른 이들이나 장비를 도움 받았지만, 황토 벽돌만큼은 오롯이 혼자 했다고 한다. 가끔 가서 하룻밤 자고 온 적이 있다. 하룻밤 자고 나서 이러니저러니 평한다는 것이 무리지만, 서울에서 안성까지 가는 동안 차가 제법 밀려서 많이 피곤했던 것에 비하면 잠을 푹 잔듯하다. 함께 간 일행 중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자는 예민한 사람이 있었는데, 역시 잠을 잘 잤다고 한다. 황토집의 특징은 황토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있는 것이다. 도배를 한다던가, 인위적으로 그 위에 칠을 하는 황토집은 없다. 흙 그자체가 생명이고 호흡이기 때문이다.

 

 

도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집증후군

 

주거 문화가 아파트 위주로 바뀐 도시 생활자들은 새집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대상과도 싸워야한다. 대부분의 새집 증후군은 실내공기의 질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환기 및 냉난방 시스템의 결함 또는 건축자재, 휘발성 유기화합물, 곰팡이 등이 관여한다. 그중 석면은 매우 위험한 존재다. 아직 신뢰감이 갈만한 통계는 없지만(건설회사측에선 별로 달갑지 않은 통계)고층 아파트 군에서는 피부, 호흡기 질환이나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등과 심인성 질환의 증가가 예측된다. 새집증후군이 관여할 때도 있겠지만, 20~30년이 지난 아파트 같으면 새집증후군과도 멀어질 법 한데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원인을 땅에서 멀어진 탓으로 두고 싶다.

 

 

 

 

 

 

 

생명의 비밀제로지대

 

이 책의 지은이 소공자는 원래 건강체질이었는데 중학생 때부터 이상하게 정전기가 잘 일어났다고 한다. 일본에서 정전기를 제거할 수 있는 기구를 사서 몸에 지니고 다녀야 했단다. 음향장비를 좋아해서 늘 오디오 기기들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중 뇌출혈을 겪었다. 수술 후 경과가 좋아져서 퇴원했지만, 그 후 건강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바로 우주 본연의 생명 에너지인 제로지대에너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 에너지를 아인슈타인은 제로 포인트 에너지라고 이름 붙였다. 지은이는 제로지대에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순금으로 6싸이파워메달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녔다. 순금의 분자도 역시 6각 구조다. 그리고 그 후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맨땅과 어떻게 인연이 맺어졌는가?

 

지은이는 중학생 때부터 무술을 했다. 산에 들어가 무술 수련을 하는 기인들을 만나 배우기도 했다. 속리산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이상하게 토굴같이 생긴 흙더미 속에 들어가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은이한테도 흙더미 속에서 자라고 했다. 그 곳 사람들은 운동을 할 때도 맨발로 했다. 망설이는 지은이에게 흙속에서 자고 나면 마음이 차분하게 안정되고 몸도 가벼우며 몸속에 이상한 힘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운동은 맨발로 해봤지만, 도저히 토굴잠은 못 자겠더란다. 성인이 된 어느 날, 신경을 많이 쓰고 난 후 어지럼증을 느꼈다. 친구 소개로 한약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불현 듯 어렸을 때 운동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제로지대에너지로 나름 건강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왜 어지럼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궁금하던 차에 마침 사무실 앞이 공원이라 그곳에서 맨발로 맨땅을 밟기 시작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3일 정도 되자 어지럼증이 차츰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열흘 쯤 되었을 때는 이제는 어지럽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땅속에 감춰진 비밀과 건강을 지켜주는 땅의 보물에 대한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맨땅요법은 우리 몸이 땅에 닿는 순간 정전기를 제거함으로써 혈액순환개선을 통해 혈압을 낮추고, 단백질이 엉키는 현상을 해소하여 주름살이 생기는 원인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쭈글쭈글하고 처진 피부를 탱탱하고 윤기 있게 만들어주는 피부미용효과 또한 뛰어나다. 그리고 대지로부터 자연전자를 유입하여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DNA의 변형을 예방하며 이 생길 수 있는 것을 미리 막아준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을 100% 다 받아들을 수 없지만 이미 우리는 도시 생활에서 오는 여러 질병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자연에서 멀어진 인공의 구조물 속에서 살기 시작할 때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자연조차도 인공 자연을 통해 그나마 마음 달래며 살고 있지만, 몸이 원하는 것은 진짜 자연이다. 흙에서 올라오는 에너지가 반신반의하다면 신발과 양말 속에 갇혀 있던 발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도 맨흙을 밟으며 지낼 수 있게 해준다면 발이 참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맨 땅을 밟고 걷는 것은 무릎이나 허리가 아픈 사람한테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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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
량치차오 지음, 최형욱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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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최형욱 엮고 옮김 / 글항아리

 

 

 조선망국사략(朝鮮亡國史略)

 

장대(章臺) 궁전의 버들이여! 옛날에는 무성하더니 지금도 그러한지? 설사 긴 가지 옛날과 같았더라도, 필경 남의 손에 당겨져 꺾였으리라! 청일전쟁 전의 조선과 청일전쟁 후의 조선을 비교해볼 때, 더구나 청일전쟁 후의 조선과 러일 전쟁 후의 조선을 비교해 볼 때, 나는 눈물이 눈썹에 넘쳐흐름을 금치 못하겠다. 이제 조선은 끝났다. 지금부터 세상에 조선의 역사가 다시 있을 수 없고 오직 일본 번속 일부분으로서의 역사만 있을 뿐이다. 전적(典籍)에 이르기를, 상례(喪禮)의 지극한 애도는 군자가 그 근본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3000년 된 이 오래된 나라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멸망하는데 그와 친속의 관계를 가진 이로서 어찌 그 종말을 장식하게 된 사실에 대해 기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로써 비애를 생각하니 가히 그 비애를 알겠다.’

 

 

외국인(중국인)의 눈에 비친 망국(亡國)의 기록이다. 이 글은 지은이 량치차오가 1904924일에 기록한 조선망국사략이다. 지은이는 비애를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분통을 금치 못하겠다. 어찌해서 나라를 그 지경까지 만들어놓았을까. 화가 치민다.

 

조선망국사략은 량치차오의 대표작이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그를 높이고 그로부터의 영향을 적극 받아들인 데는 무엇보다 그가 조선 망국에 대해 동정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망국사략은 일제의 강점 시도가 본격화되는 1904년 발표한 글이다.

 

여기서 표현되는 장대(章臺)는 원래 전국시대 진나라 함양에 세워진 궁궐로, 그 뒤 궁전이나 유곽의 의미로 쓰였다. 장대류(章臺柳)는 장대에 심은 버들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한다. 여기서는 조선을 비유했고, 이로써 속국을 일본에게 빼앗긴 것으로 인식한 중국 지식인의 감정을 암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

 

 

청일 양국의 조선

 

광서(光緖)11년 청일과 맺은 톈진조약(天津條約)에서 이미 기울어진 나라꼴을 볼 수 있다. 그 조약문중 일부는 이렇다. ‘앞으로 조선이 유사시에 처할 때 청국은 군대를 파병함에 있어 먼저 일본에 교서로 자문하며, 일본이 파병함에도 청국에 교서로 자문한다.’ 무슨 말인가, 도대체 이 말이. 국제법 이론에 따르면, 조선은 이미 청일 양국 공동의 보호국으로 되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갑오전쟁(1894~1895년의 청일전쟁)은 결국 조선이 번속이냐 자주국이냐의 문제로 양국이 서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전 중국이 다부지게 조선을 장악하지 못한 실수로 조선 땅을 일본에 빼앗긴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양국이 공동으로 내정에 간섭한다는 논의가 타협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일본은 거리낌 없이 독점의 기세를 드러냈다.” 이건 뭐 조선 땅이 먼저 먹는 자가 임자라는 이야긴가?

 

일본이 조선을 점령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오래 되었다. 그 시작은 위와 같이 조선을 청나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을 일본에 병합시키고 완전히 접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작업을 매우 끈질기고 교묘하게 진행했다.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은 누구인가?

 

량치차오는 조선을 망하게 한 자는 중국인이었고, 이어서 러시아인이었으며, 끝은 일본인이었다고 하면서 덧붙이길 , , 일이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조선이 스스로 망한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조선 멸망의 시작과 최대 원인을 궁정에 두고 있다. 대원군에 대한 언급은 온갖 안 좋은 수식어는 모두 동원되다시피 한다. ‘대원군이라는 자는 본디 천성이 각박한 사람이다. 그 음험하고 사나운 성질은 온 한국의 조정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교만하고 흐리멍덩하면서도 조급하고 시샘이 많으니 주권자의 그릇이 못 된다. 조선은 본래 오래 되었지만 중도에 이미 쇠미해졌음에도, 섭정 초기에 그는 기강을 정돈해야 할 바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경관 토목공사를 일으켜 숭엄하게 할 생각만 하여, 전국 백성의 피와 땀을 짜내어 경복궁을 중수했다. 전후 5년에 걸쳐 백성에게 가렴주구(苛斂誅求)한 바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른바 결두전, 원납전 등등 여러 명목으로 남김없이 잔혹하게 착취했다.’

 

 

양반에 대한 평가

 

량치차오가 조선의 양반들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과 표현 역시 만만치 않다. ‘조선은 귀족과 미천한 집안의 구분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매우 엄격하다. 이른바 양반이라는 자들이 나라의 정치, 사회, 생계상의 세력을 모두 농단했다. 양반이 아니면 관리가 될 수 없고, 양반이 아니면 학업에 종사할 수 없으며, 양반이 아니면 사유재산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사실상 조선국 내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자, 독립 인격을 가진 자는 오직 양반뿐이다. 그러니 양반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저 양반이라는 자들은 모두 높이 받들어지고 넉넉한 곳에 처하며, 교만하고 방탕하여 일하지 않고, 오직 벼슬하는 것을 유일한 직업으로 삼았다. 다른 나라에서 관리를 두는 것은 국사를 다스리기 위함인데, 조선에서 관리를 두는 것은 오직 직업 없는 사람들을 봉양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량치차오는 이 글의 목적을 중국인들을 겨냥해서 썼다. 그래서 조선의 상황을 거울삼아 중국인들에게 교훈을 담아주고자 노력했다.

 

 

일진회

 

량치차오는 한국을 멸망시킨 것은 일본이요, 일본을 도와 한국을 멸망시킨 것은 한국의 일진회라고 못을 박는다. ‘일진회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당의 이름을 사칭하고 적에게 아부함으로써 부귀를 얻은 자들이다.’ 일진회의 우두머리는 송병준, 이용구라고 지목한다. 송병준이 특히 주동자다. ‘병준이라는 자는 전에 국사(國事)와 관련된 범죄로 일본에 10년 동안 도망쳐 있다가, 러일전쟁 때 일본군 향도가 되어 귀국한 자다.’ 송병준을 표현하길 본래 음흉하고 악랄한 재주를 지니고 있었으며, 기회를 틈타는데 교묘했다고 한다. 량치차오가 유일하게 좋게 평한 조선인은 안중근이다. 조선의 풍토에선 1억 만 명 중에서 한둘 정도밖에 안 나올 정도로 귀한 존재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진회가 일본을 도와 나라를 넘겼는가. 일본 메이지 378월 한성에서 일진회가 열렸다. 그 제1정강(政綱)은 바로 일본에 대한 찬조를 명시한 것이었다. 몇 달 되지도 않아 전국적으로 호응하여, 회의 참가자가 수십만이 되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일병합조약

 

드디어 모두 다 일본에 넘어간다. 협정 조항 제1조는 이렇다.‘한국 황제 폐하는 앞으로 한국 정부의 일체 통제권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일본국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 일본인들이 조선인 나아가서 한국 사람들을 우습게 볼만하다. ‘완전히 영구적으로라는 문장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조선은 이로부터 다시는 국가가 아니었다. 조선은 이로부터 황실이 없게 되었다. 조선의 주권자는 10년 전에 본래 임금이었다. 이제 망해서도 임금 자리는 얻게 되니 가히 한은 없으리라. 다만 그 황실 재산을 향유할 수 있는지 여부는 조약 가운데 명문화되어 있지 않았다.’ 다분히 비꼬임이 들어간 언급이다.

 

이 책의 글들은 전체적으로 량치차오 개인의 시각이다. 중국인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나타내고 있진 않다. 다소 제국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조선에 대한 동정에서 벗어나 비난과 비판을 넘어 조소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 존망의 위기 속에서도 개인주의적이고 대의의존적인 안일과 무지, 무능에 젖어 있던 조선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는 결국 현재의 국제정세와 미래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바로 보는 시각이 될 것이다.

 

 

지은이 량치차오는

 

아편전쟁이 일어난 지 33년 뒤, 태평천국의 난이 진압된 지 10년 뒤, 서구의 충격이 중국으로 한창 물밀 듯이 거세게 쳐들어오던 시기에 태어났다. 격동의 근대 전환기를 살면서 끊임없이 시대를 주도해나간 유신파 계몽주의 지식인의 대표이론가이자 실천가로 소개된다. 그의 계몽 사상과 학술, 문화계의 혁신 노력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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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1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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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1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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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 꿈꾸는 작은 씨앗 10
클로딘 오브룅 글, 보비+보비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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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클로딘 오브링 외 / 씨드북

 

 

1. 보통의 어린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주체다. 그러나 이 책은 엄마다. 오히려 엄마가 아이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 “나는 엄마를 산책시키길 좋아해요. 산책은 엄마한테 좋은 거니까요.” 아이는 엄마도 숨을 쉬어야한단다. ‘바람도 쐬어야한단다. 착한 아이다. “좀 움직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2. 엄마들은 바쁘다.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워킹 맘은 워킹 맘대로 분주하고 피곤하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가 걱정된다. 엄마 건강이 걱정된다. 엄마가 건강해야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지. 준비물도 챙겨주지. 옷도 갈아입혀주지. 안 그럼 난감하다. 아이는 밥도 할 줄 모르고 빨래도 할 줄 모르는데..

 

 

 

 

 

 

3.난 집을 나서기 전에 엄마에게 쉬~는 했는지, 간식은 챙겼는지 물어요. 난 엄마가 외투를 입었는지, 모자를 썼는지, 손가락이 뚫린 장갑은 꼈는지(스마트 폰용?), 목도리는 둘렀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요.”

 

 

4. “난 엄마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엄마는 자주 정신을 딴 데 팔거든요. 공상에 잠기기도 하고요엄마는 일부러 정신을 딴 데다 팔지 모른다. 엄마 마음은 복잡하다. 엄마의 가슴에도 분명 꿈이 있을 것이다. 그 꿈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꾹꾹 눌러놓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새록새록 올라오는 생각들과 옛 추억들 속에 잠기게 된다.

 

 

5. 아이는 엄마가 전화기만 붙들고 있는 것도 마음이 안 놓인다. “엄마는 전화를 하고...또 전화를 해요....또 전화를 하고......또 전화를 해요.....”  아이야~  너는 모른다. 엄마는 전화로나마 수다를 떨지 않으면 숨 쉬기도 힘들다는 것을 너는 모를 거다.

 

 

 

 

6. 아이가 엄마와 산책을 나간 후, 아이는 엄마를 자주 잃어버린다. 엄마가 아이를 잃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는 엄마가 툭하면 길을 잃는다고 걱정한다. 놀이동산에서, 동물원에서, 슈퍼마켓에서 엄마를 잃는다. 그러면 아이는 안내소에 가서 엄마를 찾는 안내방송을 해달라고 한

 

모두가 엄마를 찾아요. 엄마를 찾았어요. 엄마는 얼이 빠져 있었어요.”

 

 

7. 이 땅의 엄마들을 위한 그림동화다. 엄마는 힘들다. 엄마는 외롭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그런 생각조차도 사치다. 작가는 그림동화 속 아이를 통해 딱 한가지만이라도 실천하며 살아가라고 권유한다. 책에선 산책이라고 표현되었지만, ‘걷기. 책 말미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 산책 : [명사]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신체 유연성을 길러주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아울러 머리도 맑게 해준다.

 

엄마가 행복해진다!

 

8. ‘걷기에 힘을 주는 좋은 말을 하나 추가해본다. “걷는다는 것은 지구를 조심스레 만지는 일입니다. 지구를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걷다 보면 이 지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를 사랑하는 일은, 누구보다 우선 나를, 나의 가족과 이웃들을 사랑하는 첫 걸음이다.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 모두가 다시 일어서게 되길 소망한다. 무엇보다 이 땅의 엄마들의 몸과 마음이 평안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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