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대한 반론 -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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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대한 반론 】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급변하는 세계의 면모는 이미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생명공학분야의 발전과 변화는 명암이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이 인류의 삶과 행복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단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해 연출되는 (대부분은 경제적 논리가 숨어있는)욕망에 불과한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책의 서두는 한 청각장애인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생명공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스토리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담론이 될 만한 내용이다. 청각장애인 부부는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다. ,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를 원했다. 레즈비언 커플인 두 사람은 청각장애 자녀를 갖기 위해, 5대째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 출신인 정자 기증자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졌다. 그들의 아들은 청각장애로 태어난 것이다. 이들 부부는 그들의 청각장애를 치료해야 할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의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듣지 못하는 것은 그저 삶의 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스스로 온전하다고 느끼며, 청각장애인 공동체의 훌륭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아이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는 귀가 들리지 않아도 진정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고 그들 부부는 이야기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와 다른 사례지만, 최상급 난자를 제공받기 위해 키가 175센티미터쯤에 탄탄한 몸매여야 하고 가족 병력이 없어야 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점수가 1400점 이상이어야 한다는 광고를 내건 것은 또 어떤가? 이 광고엔 요건을 충족하는 난자 제공자에겐 5만 달러(한화로 약 5900만원)를 주겠다고 쓰여 있었다. 물론 이런 사례엔 찬반양론이 뜨겁다. 스토리는 애완동물 복제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진짜 염려되는 것은 인간 복제이다.

 

 

생명공학은 인간의 근육강화, 기억력 강화. 신장 강화, 성별 선택 등에서 시작됐다. 이들 기술은 모두 처음에는 질병 치료나 유전적 질환 예방을 위한다는 동기에서 비롯됐지만, 이제는 신체 기능 개선(이 정도는 그래도 봐줄만하지만)이나 생명윤리적인 측면에서 판단이 흔들린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새로운 유전학적 지식이 자연으로서의 우리 모습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런 생각도 든다. 자연적으로 태어난 인간과 생명공학적 조작이 개입된 인간은 감기가 들어도 치료 방법이 달라야하지 않을까? 만들어진 인간의 숫자가 더욱 늘어나고 그들이 각기 다른 생체학적 기질을 갖고 뒤섞여 살아간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나는 개인적인 상상만으로도 버겁다. 내가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은 그렇게 염려할 일이 아니야 하고 넘어가야 할까? 나몰랑~하면 그만일까?

 

 

마이클 샌델의 저서는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20164, 와이즈베리)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 완벽에 대한 반론2010년에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동녘)로 국내에 첫 출간된 후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마이클 샌델이 대통령생명윤리위원회에 참여했던 경험과 하버드대에서 윤리와 생명공학이란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샌델은 이 책에서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완벽해지려는 것에만 목숨을 거는 인간의 충동적 욕구에 대해 반론을 든다. 이 책이 나온 후 뉴리퍼블릭편집인이자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킨슬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샌델 교수가 지적한 대로, 우리는 도덕적인 이해가 과학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샌델 교수 덕분에 도덕적인 이해가 진일보하게 되었다. 인간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 유전학적으로 강화하려는 노력에 우리는 왜 곤란함을 느껴야 하는가? 이 책이 그 답을 들려줄 것이다.” 도덕적인 이해와 과학의 속도는 더더욱 벌어졌다. 아마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샌델의 염려가 더욱 현실화되고 가시화(可視化)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앞에 놓인 숙제를 풀어주며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숙제만 잔뜩 남겨 주고 갈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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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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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상당한 양의 책 속의 책들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인문학적 성찰과 독서 길라잡이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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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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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123

 

글쓰기 동서대전 】      한정주 / 김영사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다. ‘자유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가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많다는 것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얽매임이 함께 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두려움은 억압된 자유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두려울 것이 없다면 자유맞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온전한 자유, 영혼마저도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삶을 살다갔다. 그 과정이 그의 저서 영혼의 자서전에 잘 담겨있다. 그래서 그의 글들은 펜과 잉크가 아닌 그의 살과 피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므로 독자여, 이 책에서 당신들은 나의 핏방울로 써 내려간 붉은 자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자취는 인간과 정열과 사상으로 둘러싸인 내 삶의 여정을 표현하고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엮는데도 전략이 있다. 무조건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요즘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여러 책들과 다른 면이 있다. 우선 그 범위가 넓다. 동서양의 내로라하는 문장가들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한정주는 그들 문장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핵심전략을 소개하면서, 글을 쓰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8세기를 중심으로 14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서양 최고 문장가 39인이 소개된다. 이덕무, 루소, 니체, 이익, 바쇼, 프란시스 베이컨, 박지원, 나쓰메 소세키, 조너선 스위프트, 볼테르, 괴테, 마르코폴로, 노신, 쇼펜하우어 등 낯익은 이름들과 다소 생소한 이용휴, 이옥, 조희룡 등 조선작가와 오경재, 장대, 서하객 등의 중국작가, 요시다 겐코, 이하라 사이카쿠 등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지은이는 작가들을 독특한 범주로 정리해놓았다. 동심, 소품, 풍자, 기괴첨신(奇詭尖新, ‘기이하고 괴이하면서 날카롭고 새롭다는 뜻), 웅혼(雄渾)등의 글쓰기와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自得)의 글쓰기 등이다. 앞서 소개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의식의 글쓰기에 해당된다. 동심(童心)의 글쓰기로 시작하면서 천하의 명문은 반드시 동심에서 나온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루소가 등장한다. 서양의 지성사와 문학사에서 어린아이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프랑스의 아날학파 역사학자인 필립 아리에스는 어린아이의 탄생이라는 역사 연구 주제를 통해 중세에는 아동기에 대한 의식이 없었다. 처음에 아이들은 어른의 모습으로, 즉 축소된 어른으로 그려질 정도로 아이들의 독자성에 대한 의식이 없었다.”고 밝혔다. 18세기에 등장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에 의해 어린아이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어린아이의 발견이자 어린아이의 복음서라고 불리는 에밀이 바로 그 저작이다.

 

 

노신이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에서 등장한다. 노신처럼 다양한 평가를 받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노신을 해석하는 눈과 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노신에 대한 다종다양하고 무궁무진한 해석의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둔다. ‘다양성특이성의 관점에서 노신을 재해석하고 있다. 사실 독특하다는 표현은 단지 두 개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많은 경우를 대할 때 쓸 수 있다. 지은이는 노신의 소설, 소품(수필), 잡문, 시문, 희곡, 논설, 기사 등이 각기의 특이성으로 구분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때의 특이성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노신 문학의 다양성 속에서 소설은 소설의 특이성을, 잡문은 잡문의 특이성을 갖고 있지만, 당대 중국 문단의 어떤 작가의 소설과 잡문과도 다른 특이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글쓰기 열풍은 책 쓰기 열풍으로 이어지는 요즈음, 내가 쓰는 글은, 내가 펴내고자 하는 책은 어떤 부류에 속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될 것이다. 아울러 동서양의 대문장가들, 글쓰기의 선배들은 어떤 마음의 자세로 글을 쓰고, 그 글들이 책으로 엮어져서 후세에까지도 읽혀지는가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상당한 양의 책 속의 책들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인문학적 성찰과 독서 길라잡이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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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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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사람,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 소설 속에서 그 매개체는 ‘사진’이다. 감성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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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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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 아르테(21)

 

 

하얀 암고양이가 바닥에 놓인 접시에 주둥이를 박은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책 제목에 비밀을 넣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도대체 무슨 비밀? 고양이의 생각과 시선을 좇아간다. 고양이에겐 인간이라는 생물은 그 자체라는 부분에 공감한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위를 올려다보는 경우가 별로 없다. 높은 데를 뛰어오를 때를 제외하곤..

 

 

에노시마라는 섬이 소설의 무대이다. 주인공 마유의 외할머니는 이 섬에 있는 에노시마 니시우라 사진관의 주인이었다. 백 년 넘게 영업해 온 이 사진관의 마지막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마유가 그곳을 정리하기 위해 도착했다. 마유는 할머니의 유품이자 사진관에 남겨진 물품들을 정리하다가 미 수령 사진들을 발견한다. 언제 그 사진의 주인들이 찾으러 올지 모르기 때문에 정갈하게 보관이 되어 있었다.

 

 

네 개의 사진 봉투 속 남자들의 공통점은 동일 인물 같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시대와 복장이 각기 다르다. “남자들은 모두 오른쪽 눈꼬리 밑에 커다란 점이 있었다. 우연히 같은 곳에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 명 모두 같은 점이 있다는 건 우연치고는 너무 기묘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사진 속 인물과 닮은 남자가 사진관을 찾아온 것이다. 마유는 그 남자 마도리와 함께 이 사진들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지은이 미카미 엔은 고서(古書)에 얽힌 비블리오 미스터리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으로 일본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작가 중 하나가 되었다.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은 일본에서 66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미카미 엔의 소설들은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미카미 엔은 잡지 스토리박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후배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사진관에 방문했다가 그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언젠가는 오래된 사진관 이야기를 쓰겠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카미 엔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에선 책을,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에선 사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미지(사진)를 힌트로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이 활자일 때와는 대조적이라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사진, 사진관이 점점 유물(遺物)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소설은 아날로그적 감상에 젖게 하는 면도 있다. “사진은 과거의 순간을 잘라낸 것이잖아요. 누군가 죽어도 그 사람의 사진은 오래도록 남고요.” 우리는 모두 삶의 여정에서 크건 작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도 각기 트라우마가 있다.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사람,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 소설 속에서 그 매개체는 사진이다. 감성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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