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입은 원시인 -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인간의 비이성과 원시 논리
행크 데이비스 지음, 김소희 옮김 / 지와사랑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양복을 입은 원시인]   행크 데이비스 저 / 김소희 역  /  지와사랑



"이젠 우리 두뇌 매뉴얼의 원시적인 자동 설정 세팅을 멈춰야 한다"

1.
책의 제목이 사뭇 도전적이다. ‘양복을 입은 원시인’은 이미 현대인이라는 존재 속에 잠재되어 있고 표출되는 원시성을 짐작하게 한다.

2.
저자 행크 데이비스는 뇌 연구실험실 박사후 연구원이자 심리학 교수로 소개된다. 동물 인지에 관해 수년간 연구한 뒤 꾸준히 진화심리학을 연구해왔다.


3.
책의 부제는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인간의 비이성과 원시논리’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적, 생물학적 접근을 이용하는데 이는 다른 심리학 분야와 달리 인간을 생물학적 세상의 일부로 이해하고 있다.



4.
그렇다면 저자가 설정하고 있는 원시인, 원시적인 개념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현대를 사는 원시적이고 미신적인 사람, 그들이 몇몇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가? 마법적사고라는 건 석기시대 아니 중세 정도에나 먹혔던 생각이라 여기는가? 답까지 덧붙인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원시 논리는 지금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생생하게 나타나고 있다.”


5.
인간이 원시적 환경에서 견뎌냄의 시간은 이미 먼 과거가 되었지만 정신생활의 일부 원시적형태는 오늘날까지 남겨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지적, 지각적 결함이 종종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작동한다는 점이다.



6.
저자의 논리는 다소 비약적이고 급진적인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가는 부분 또한 많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두뇌 매뉴얼의 원시적인 자동 설정 세팅을 멈추고 수동 제어장치를 열어 인간의 진정한 정신적 잠재력을 탐구해 가야 할 때이다.”



7.
우리 마음은 놀라운 장치지만 간혹 오류도 일으킨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는 우리 마음이 오류에 빠져드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든다. 첫 번째로, 우리 마음이 진화할 때 거의 없었거나 혹은 아예 없었던 정보 때문에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 예로 수량에 관련된 정보와 확률이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모듈이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오류를 낸다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부적절하게 유발된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게 되면 그 잘못을 자각하기가 힘들어진다. 일종의 군중심리가 작동되는 것이다.


8.
비 과학증명이라는 타이틀로 대체의학을 논하는 부분은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하나 저자의 치우친 생각을 느낀다. 전통의학 또는 제도권 의학에서 벗어난 부류의 의학을 ‘대체의학’ 또는 ‘보완의학’이라고 부른다. 서양의학은 실증적이고 합리적, 과학적이다. 검증되지 않은것은 명함도 못 내민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에서 검증되지 못함으로 일어나는 폐해는 심각하다. 반면 제도권 의학에서 포기한 병들이 대체의학에서 생명력을 얻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 분야에 더욱 철저한 테스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 부분은 좀 의아하다. 대체의학의 효과에 대한 추론 과정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무엇을 하든 신체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이야길 한다.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9.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삶의 질이 향상될지라도 여전히 인간의 마음에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미 인간은 숱한 오류를 일으키며 막대한 생명을 빼앗았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런 행위를 한단 말인가. 인간사 치욕의 역사는 분노와 아픔을 동반한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오작동이 문제다. 그 힘이 뭉치면 아무도 못 말린다.

10.
저자는 좌충우돌하면서 숱한 논지를 펼쳤지만 마지막은 부드럽게 마무리하고 있다. “인간본성은 사실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나 좋은 건 받아들이고, 좋지 않은 것은 최대한 교정해야 한다. 최소한 우리의 결함에 대해 직시하자. 만일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고 있지 않다면, 보다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이 타당한지 살펴봐야 한다.”

#양복을입은원시인 #행크데이비스
#지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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