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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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7-057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_마크 스트랜드 저 / 박상미 역 | 한길사 | 원서 : Hopper

 

1.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누구인가?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이다. 호퍼의 작품에선 두 개의 상반된 명령어가 자리 잡는다. 그의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어딘가로 향할 것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주면서 동시에 머무름의 미학을 전해준다. 호퍼의 그림을 보다보면 적당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림 속 인물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20세기 미국인의 삶의 단면을 무심한 듯, 무표정한 방식으로 그려냄으로써,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고독과 상실감, 단절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호퍼의 그림은 다양한 장르의 책 표지 그림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2.

이 책의 저자 마크 스트랜드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남미와 미국에서 자랐다. 예일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으나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열 네 권의 시집과 어린이 책, 미술 산문을 출간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강의하기도 했고, 1990년 미국의 계관시인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말년에는 시 쓰기를 그만두고 미술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3.

이 책은 저자가 시인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단상집이다. 사실 시인과 화가는 공통점이 많다. 시인은 문자를 이미저리로 표현한다. 화가는 당연히 그림으로 말한다. 저자는 호퍼의 그림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고 표현했다. 저자 자신의 과거에서 온 장면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1940년대, 저자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세상을 호퍼의 그림에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4.

호퍼의 1960년대 작품 볕을 쬐는 사람들엔 의자에 앉아있는 다섯 사람이 등장한다. 네 사람은 같은 방향(들판과 산맥)을 보고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희극적인 정서와 쓸쓸한 정서가 혼합되어있다. 네 사람의 표정은 각기 다른 듯하면서, 공통점은 멍 때림상태이다. “이 그림 속 빛은 좀 독특하다. 사람들을 비추고 있긴 하지만 공기를 채우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실제로 호퍼가 표현하는 빛의 특징 중 하나는, 인상주의 회화의 빛처럼 대기를 채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 사람 뒤의 한 청년(그림의 인물들 중 젊은 편)은 네 사람과 다른 자세로, 책을 보고 있다. 떠남과 머무름이 혼합된 그림이라고 느껴진다.

 

5.

책 표지에 실린 그림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빈방의 빛이다. 호퍼가 1963년도에 그린 마지막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 그림의 전경을 잘라낸 듯, 방은 도막난 느낌이다. 여기서 보이는 건, 창이 있는 벽햇빛에 반짝이는 나무가 보이는 창이 있는 벽과 뒤쪽의 벽- 두 개의 묘비처럼 곧게 선, 빛의 평행사변형과 대비되는 종국의 벽-이 전부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없는 세상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요즘 심플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가 화두이다. 호퍼는 이미 우리의 삶의 공간이 물건과 가구에 파묻히게 될 것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저자의 표현처럼 우리가 없는 세상의 모습이 아니라, ‘드디어 우리가 존재하는, 자리 잡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매우 잘 편집된 책이다. 지질도 도톰하다. 호퍼의 화집과 저자의 시적이면서, 깊은 내면의 향기 깃든 글들이 잘 어우러졌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빈방의빛 #시인이말하는호퍼 #호퍼 #마크스트랜드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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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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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와 함께 뇌를 탐구하는 여행을 떠나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와 인간, 뇌와 정신, 뇌와 의미, 뇌와 영생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뇌 과학자가 답하는 철학적 물음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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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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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7-055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_김대식 저 | 21세기북스

 

 

1.

평생을 타인을 위해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다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정신적인 문제로 타인의 삶을 힘들게 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2.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어딜까? 심장 언저리가 아니라, 바로 뇌가 그 자리이다. 한편 인간의 뇌를 오랜 시간을 두고 관찰해보면 분명히 변화가 오고 있다. 그 변화가 딱히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가고 있지 않기에 염려스럽다.

 

3.

뇌 과학자와 함께 뇌를 탐구하는 여행을 떠나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와 인간, 뇌와 정신, 뇌와 의미, 뇌와 영생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뇌 과학자가 답하는 철학적 물음으로 마무리된다.

 

4.

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생각할 수 있으면 존재 또한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생각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 생각은 다름 아닌 내 생각이라는 것, 내 생각을 갖고 있는 나라는 존재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저자는 이 순간에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라는 존재를 세 가지 들고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우리가 모르는 것,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

 

5.

뇌 과학으로 본 자아의 위치는 어디인가? “우리들 뇌가 예측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문학적 고전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 역시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도서 중에서 나름대로 고전을 재분류한다. 신간도서 중에서도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라도 고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일어나는 책들도 종종 있다. “고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다면, 르네상스가 있었을지, 계몽주의가 가능했을지,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유교적인 사회일지 예측하기가 어려웠을 테고, 이런 의미에서 그런 책들을 저는 고전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즉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현재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할 수 없기에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읽어내는과학 ##뇌과학 #김대식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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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철학자들
레이먼드 D. 보이스버트 & 리사 헬트 지음, 마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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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철학. 서로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다. 철학뿐이랴, 모든 학문과 예술, 꿍꿍이속까지도 생명 있음에서 꽃을 피운다. 그 생명을 유지하는 요소중 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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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철학자들
레이먼드 D. 보이스버트 & 리사 헬트 지음, 마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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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7-053

 

식탁 위의 철학자들

      _레이먼드 D. 보이스버트, 리사 헬트 공저 / 마도경 역 | 21세기북스

 

 

1.

음식과 철학. 서로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다. 철학뿐이랴, 모든 학문과 예술, 꿍꿍이속까지도 생명 있음에서 꽃을 피운다. 그 생명을 유지하는 요소중 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음식이다. 우주의 기운을 모아모아 외치는 사람 역시 혼밥이라도 먹는다.

 

2.

이 책의 공저자 2인은 철학자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철학자가 바라본 먹는다는 것으로 되어있다. 같은 이야기지만, ‘음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도 부제로 어울리겠다. 두 사람의 철학자는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하는가?”를 화두로 삼았다. 이 질문이 철학자가 던질 수 있는 가장 심오하고 자연스러운 질문 중 하나라는 것에 의기가 투합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철학은 음식과 매우 관련이 많은 학문 활동이라는 생각이다.

 

 

3.

식탁위의 철학자들은 철학 분야 중 음식에 관한 문제들에서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윤리적 관점을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차적으로 손님에 대한 환대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환대라는 단어가 철학적 사고의 방아쇠가 된다. ‘환대를 설명하기 위해 철학, 문학, 역사 등에서 그 의미를 찾아서 분석한다. ‘환대는 윤리의 문제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가? 저녁 식탁에 모인 손님들의 입맛 욕구를 맞춰주기 위해 집주인의 인내심과 융통성이 발휘되는 것도 윤리의 한 측면이리라. 많은 사례 중 미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제인 애덤스를 주목한다. 애덤스는 미국 최초의 사회복지관을 세워, 특히 신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애덤스가 실천한 나눔의 미학역시 철학동네에 속해있다.

 

 

4.

예술로서의 음식, 예술과 음식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여러 답변이 예상되지만, 일단 즐겁게 먹어야한다는 답이 빠질 수가 없다. “예술과 미적 가치의 의미를 우리의 평범한 일상적 경험과 조화시키고, 우수함을 추구하는 우리의 정신에도 충실하고, 비서구권에서 나온 공예품에도 개방적이고, 배고픔을 느끼고 요리를 즐기는 인간 본연의 지위를 환영하는 방식으로 재정립한다.”

 

5.

저자들의 작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이 될까? 그것은 ‘(철학의) 재건 수술이다. 그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주제, 즉 인간은 통합적인 피조물이며 인간의 감정적 차원, 지적인 차원, 사회적인 차원은 어떤 식으로든 함께 어우러져 작동한다는 주체를 다시 철학적으로 중요한 주제로 만들고자 했다. “생각이 없으면 감사도 없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우리의 주변 환경(사람이든 물질이든)이 제공한 기회를 인식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것도 감사를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 “적어도 식탁위에 앉아있는 철학자들은 세상과 동떨어져 있으면서 인위적이고, 강요받은 합리성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은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는 참가자들이며, 그들의 상호 작용에는 당연히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식탁위의철학자들 #음식 #철학 #21세기북스 #북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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