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망현 內望顯 - 의사와 기자 두 개의 눈으로 바라본 김철중의 메디컬 소시올로지
김철중 지음 / Mid(엠아이디)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내망현 內望顯 - 의사와 기자 두 개의 눈으로 바라본 김철중의 메디컬 소시올로지

  _김철중 (지은이) | Mid(엠아이디)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위내시경을 통해 위()의 상태를 들여다보듯이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된다면 어떨까요? 그 반응이? 제 생각엔 들여다 보는 사람이나 들여다보이는 사람이나 둘 다 심란(心亂)그 자체일 것 같습니다. 금방 뭔가 보였는데 사라지고, 다른 형상이 보이거나 훈훈한 기운이 느껴지다가 금방 살얼음이 얼어있고 아마 초고속으로 돌려보는 이미지가 나오기도 할 것 같습니다. 결국은 연구제작비에만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실패작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 내망현(內望顯)을 보면서 떠오른 단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쓰고 보니 책의 제목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깁니다.

 


저자 김철중은 의대 졸업 후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10년간 의사생활을 하다 기자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현재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로 재직하고 있군요. 환자도 아니면서 대한민국 의사를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며 또한 가장 많은 독자(환자)를 가진 의사라고 소개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건강과 의료라는 것이 누구나 환자가 되는 우리의 삶에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 내시경으로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망원경으로 내다보려 했다. 의료는 삶과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람은 사회를 만들고, 사회는 질병을 키운다." '사람은 사회를 만들고, 사회는 질병을 키운다.'는 부분에 깊이 공감합니다. 결국 질병은 사람이 만든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지요. 마음을 들여다보고, 멀리 내다보고, 삶을 살펴보기 원하는 마음을 세 개의 한자로 묶었군요. 책 제목인 내망현(內望顯)에 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중년의 질병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라는 쉼표'. 저자는 50대에 암이나 심장병, 뇌졸중 등에 걸린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을 '과속증후군'의 결과라고 이야기합니다. 수긍이 가는 이야깁니다. 우리 모두 어느 결에 '빠름 빠름 빠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무지 애를 쓰며 살고 있지요. 그 만큼 병도 빨리빨리 내 몸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입니다. 제가 환자분들에게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우리 몸은 각자가 몰고 다니는 자동차보다도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냄새가 나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일단 차를 세워 놓고 들여다보면서, 몸에서 계속 사인을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한 숨 자고 나면 괜찮겠지. 피곤해서 그럴거야. 내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잖아. 하면서 계속 (몸을)몰고 다니지요." 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환자분들 대부분이 수긍을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질병의 징조를 느끼는 순간 한 템포 쉬어가야 한다. 그렇게 다가온 질병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라는 쉼표로 받아들이자. 멈춰야 비로소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저자가 책에 담은 한 꼭지 한 꼭지 이야기를 접하면서 일반인들이 잘 접하지 못하는 의료계의 내밀한 모습과 기자로서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군요. 사실 진료실에만 있으면 늘 대하는 사람이 환자이기 때문에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보는 일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반 건강인, 반환자인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에 언제든 환자 역할을 할 수가 있지요. 의료인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암 환자가 되어 자기 암과 싸운 암 전문의 이희대 외과 교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30년간 암() 전문의로 수많은 유방암 환자를 치유해온 이 분. 2003년 대장암 판정을 받습니다. 그것도 말기 암이었습니다. 대장 일부를 잘라내고, 이후 여섯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군요. 대장암이 간과 왼쪽 골반으로 퍼지면서 본격적인 암 투병이 시작됩니다. 그 가운데서 그 동안 환자들에게 성의를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자신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냉정하고 사무적인 태도를 보였든가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삶에 대한 희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답니다.

 


그 분의 말입니다. "대장암 4기인 저는 '5'를 살고 있습니다.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오기를 갖고 밝고 긍정적으로 지내고 있죠. 제가 의욕적으로 수술도 하고 회진 돌고 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은 희망을 얻는다고 하니 다 같이 즐겁게 살아가야죠." 골반으로 전이된 암 때문에 한 쪽 다리를 못 쓰게 되어 양쪽에 지팡이를 짚고 다닐지언정 사진으로 보는 그 분의 얼굴에는 진짜 웃음이 살아 있습니다. 이교수님의 이런 말도 옮기고 싶군요. "인생의 모든 고난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입니다. 언젠가는 끝이 있고 나가는 출구가 있죠. 그 고행을 이기면 예전보다 더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희망이 나를 이렇게 버티게 해줬지요."

 


저자가 현 의료계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치우침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 스스로 표현한 '사회 속의 의료', '삶 속의 건강'을 책에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우리의 삶과 사회의 부조리를 들여다보면서 '사회가 건강해져야 개인이 건강해진다'는 메디컬 소시올로지 철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메디컬 칼럼과는 차별화 된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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